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7. 4. 선고 2013나73904 판결

해고무효확인등

주문

1.

당심에서 확장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79. 2. 23. 피고에 입사하여 엔진의 자재와 보급에 관한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여 왔고, 2009년경에는 엔진BG(Business Group) 내 생산담당 자재관리팀의 창고관리 부문에서 자재보급 1직 직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

한편, 2007. 2. 중순경부터 2008. 1.경까지 피고의 인천공장에서 부품 운송 업무를 담당하던 외주업체 운전기사 D이 피고의 엔진BG 소속 직원 E과 공모하여 부품을 반출 절취한 행위가 적발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그 수사과정에서 원고가 D으로부터 10만 원권 수표 10장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2008. 10.경에는 피고의 건설기계BG 소속 직원인 F이 납품업체와 공모하여 수량을 부풀린 허위의 납품서를 작성한 후 피고에게 실제 납품량을 초과한 대금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사실이 적발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다.

다.

위와 같은 연이은 사고로 피고는 전사(全社) 차원에서 철저한 자재관리 감사를 통하여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자재관리 업무의 건전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09. 2. 20.부터 2009. 6. 30.까지 엔진BG 전체 자재 관련 부서(자재관리팀, 생산관리팀, 연구개발팀, 생산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원고를 포함한 12명의

직원들을 자재관리 업무처리상의 규정위반 등의 이유로 적발하였다. 이에 기하여 피고는 2009. 4.경부터 원고에 대하여 대기발령을 내리고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였다.

라.

피고는 2009. 6. 25.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위 12명 중 9명에 대하여 징계의결을 하고 3명에 대하여 징계의결을 추인하였는데, 원고, G, H에 대하여는 징계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를 의결하였고, 나머지 9명에 대하여는 그보다 가벼운 징계를 의결하거나 추인하였다.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① 재물조사결과 허위 보고, ② 장부외 재고를 반납하지 않고 임의 품번으로 관리함으로써 사적 은닉, ③ 증빙 없이 자재를 선불출, ④ 예외청구 시 팀장 미보고, ⑤ 유상 사급 청구 누락(주로 사외사급이 문제됨, 이상 '업무상 중대 과실로 피고에게 재무적 손실을 입힌 행위'), ⑥엔진BG 자재 절도범 D과의 금품수수, ⑦ 여직원 2회 성희롱 등이었다.

마.

피고의 취업규칙 제118조에 의하면, 정직 이상의 징계의 경우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사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바, 피고는 2009. 6. 29. 원고에게 같은 달 30.자로 최종 징계해고 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재심신청을 하였다가 2009. 7. 4. 재심신청을 취소하고 자필로 사직원을 작성·제출하였으며, 피고는 2009. 6. 30.자로 소급하여 원고의 사직원을 수리하면서 권고사직(의원면직)으로 처리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3호증, 을 23호증의 1, 2, 을 2, 4 내지 1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별도의 표시가 없는 이상 같다)의 각 기재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가 원고에게 사직을 강요하여서 원고는 부득이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었다. 사직의 의사가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원을 작성·제출하게 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가 주장하는 해고사유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들이거나 해고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해고는 무효이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징계해고가 의결되자 징계해고 되는 것보다는 사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재심신청을 취소하고 사직원을 제출하며 퇴직금까지 이의 없이 수령하였으므로, 이를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의 사직이 해고에 해당하더라도, 원고에게는 정당한 징계사유가 있었고, 원고가 퇴직금을 수령한 후 3년 6개월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소는 실효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3.

판단

가.

우선 피고의 사직원 수리가 해고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 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사직의 의사가 없었는데도 사용자의 강요 등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는 사정은 해고를 주장하는 근로자가 증명하여야 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2호증, 을 4호증, 을 5호증의 2, 을 11, 14, 19 내지 22, 24 내지 3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자재 관리 관련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여 피고로서는 자재관리 감사를 할 필요가 있었던 점,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기술직으로 최상위직인 직장의 지위에 있었던 점, 원고가 D으로부터 수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는 등 이 사건 해고사유에 상당히 객관적인 근거가 있었던 점, 원고는 이 사건 해고 과정에서 해고사유에 관하여 소명을 하였고, 징계 사유 ② 내지 ④에 관하여는 시인하는 취지의 확인서(을 19호증의 6, 11)를 제출하기도 한 점, 원고 스스로 이 사건 해고에 관한 재심신청을 취소하고 자필로 사직서를 작성한 후 퇴직금을 이의 없이 수령한 점, 원고는 퇴직 후 아무런 이의가 없다가 3년 6개월 정도 지난 2013. 1. 7.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고용보험법 제58조<각주1>에 의하면,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된 일정한 경우 고용보험금 수급자격이 없도록 되어 있고, 원고가 징계해고를 당할 경우 평판 등에 악영향을 미쳐 사실상 재취업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징계해고 될 경우의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사직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설령 사직서 수리를 해고로 보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가 해고를 주장하는 것은 실효의 원칙에 반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 행사의 기대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 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사직원 제출 이후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고, 그로부터 3년 6개월 정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다가 2013. 1. 7.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가 이제서야 해고를 주장하는 것은 실효의 원칙에 반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와 유사한 입장이던 C의 소송이 확정된 직후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실효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C는 엔진 BG의 자재 관리팀 내 외주생산관리부문 소속 대리였는데, 피고의 감사에 적발되어 2009. 8.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철회한 사실, 피고의 중앙인사위원회는 2009. 11. 30. C에 관하여 ① 사급청구 누락, ② 협력업체 재고현황자료 경쟁사 제공, ③ 치공구 납품서 분실 및 소모성 치공구 관리소홀, ④ 서류 임의반출 및 폐기, ⑤ 반출근거 없는 물품 반출, ⑥ 직원간 금전거래, ⑦ 직원간 ID/PW(패스워드) 공유, ⑧ 한국기계 On-Site 운영, ⑨스캔으로 받은 납품서를 통한 입고처리 등을 징계사유로 인정하여 징계해고를 의결한 사실, C는 위 해고에 대하여 부당해고구제신청 및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2010구합36640호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2011. 11. 18. 위 재심판정을 취소하였으며, 이에 대한 항소는 2012. 7.5.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되었고, 상고는 2012. 11. 15. 기각된 사실, 서울행정법원 및 서울고등법원은 위 ①사유(사급청구 누락) 중 일부(사내사급대금 중 원고 본인 불출 오류로 인한 것)<각주2>, ②사유, ③사유 중 치공구 납품서 분실 부분, ④사유 중 서류 무단 폐기 부분, ⑤ 내지 ⑧사유를 징계사유로 인정하였으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위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원고는 엔진BG의 자재관리팀 내 창고관리 부문의 책임자였던 것에 반해, C는 엔진BG의 자재관리팀 내 외주생산관리부문 소속 대리에 불과하였으므로 각자 지위와 업무내용이 서로 달랐던 점, C에 대한 위 판결은 징계 사유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취지에 불과한 점, 원고와 C의 해고사유는 서로 다르고, 그나마 중복되는 부분은 사급청구 누락 부분인데 그것도 행위의 유형이 서로 다른 점 등에 비추어 C의 소송이 뒤늦게 확정된 사정만으로는 원고 주장이 실효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당심에서 확장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우진(재판장) 이수영 홍지영

각주1) 제58조(이직 사유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제40조에도 불구하고 피보험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수급 자격이 없는 것으로 본다.

1.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된 피보험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가.

「형법」 또는 직무와 관련된 법률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나.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다.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계약 또는 취업규칙 등을 위반하여 장기간 무단 결근한 경우

각주2) 사외사급대금 청구 누락에 대하여는 오히려 원고와 같은 창고관리부문의 담당자에게 실물재고와 전산상 재고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할 책무가 있으므로 외주생산관리부문에 속한 C에게 귀책사유가 없어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