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 등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원고는 2012. 8. 20.부터 피고 운영의 B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특정업무직 의사(정형외과장)'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2. 8. 20. 이 사건 병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였다. 원고는 2014. 8. 20. '계약기간을 2014. 8. 20.부터 2014. 12. 31.까지'로 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하고, 2014. 8. 20. 체결된 계약을 특정할 때에는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 체결 이전인 2014. 7. 17. '이 사건 병원 입사 전 원고 운영의 C정형외과에서 2010. 5. 6.부터 2011. 7. 29.까지 병원 사무장과 공모하여 실제로는 환자가 입원하여 치료받지 않았는데도 입원하여 진료를 받았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기망하여 85회에 걸쳐 보험금 합계 36,024,450원을 과다 청구하였다'는 사기죄의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4. 7. 17. 선고 2012고단2738 판결, 이하 '이 사건 1심 판결'이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1심 판결 이후인 2014. 9. 24.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 범행은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등의 사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지를 의결하였다. 당시 피고가 근거조항으로 든 것은 '① 채용결격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점과 관련하여, 인사규정 제14조, 무기계약근로자 등 특정업무직관리세칙(이하 '이 사건 세칙'이라 한다) 제13조, 제24조 제2항 제1호, ② 피고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점과 관련하여, 복무규정 제10조, 이 사건 세칙 제31조 제4호'이다. 피고는 2014. 9. 26. 원고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1심 판결의 항소심은 2014. 11. 21. 이 사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에게 벌금 1,200만 원을 선고하였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14. 11. 21. 선고 2014노1026 판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 세칙, 인사규정, 복무규정 중 이 사건 관련 내용은 별지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2, 3호증(가지번호 붙은 서증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원고의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이 이 사건 해고처분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임금 합계 34,418,112원(이 사건 해고처분 다음 날인 2014. 9. 27.부터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 종료일인 2014. 12. 31.까지)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관계 법령 또는 앞서 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으로 해고할 수 있는 사유는 근로관계 성립 이후에 발생한 것에 한하고, 그 이전에 발생한 사유로는 해고할 수 없다. ②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원고에 대한 형사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또는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범행 내용 또는 이 사건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처분의 해고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
해고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루어졌다.
징계사유를 인정할 수 있을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능력의 평가뿐만 아니라 노사 간 신뢰형성과 기업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근로자의 지능, 상식, 경험, 정직성, 교육 정도, 직무 적합성 등을 모두 고려한 전 인격적인 판단을 거쳐 근로자의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하기에 앞서 이와 같은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고, 근로자 역시 이를 용인하면서 사용자에게 위와 같은 정보를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근로자가 채용 신청을 하면서 위와 같은 정보를 일부러 알리지 않거나 허위로 알리는 바람에,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의 근로능력이나 근로자의 정직성 등을 잘못 평가하였고, 이에 따라 사용자의 인사관리질서가 문란하게 되었거나 노사 간에 형성되어야 할 기초적인 신뢰관계가 파괴되었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는 해당 근로자의 근로관계 성립 이후 배신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근로자가 위와 같은 정보를 일부러 알리지 않거나 허위로 알리는 것'이 노사 간의 신뢰관계를 파괴할 만한 정도이고 이에 따라 근로자의 채용 여부의 결정을 좌우할 정도였다면, 해당 근로자는 이와 같은 전인격적 평가에 관련된 경력 사항 등에 관하여 진실한 내용을 고지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고, 여기에는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범죄경력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 역시 근로관계 이전의 경력이나 비위 등과 관련된 이른바 '경력 또는 학력사칭행위'에 대하여 일관되게 징계사유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89. 3. 14. 선고 87다카3196 판결,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4650 판결, 대법원 2012. 7. 5. 선고 2009두16763 판결).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고지의무
① 이 사건 세칙 제15조 제1항 제9호는 '특정업무직 응시자는 이력서와 신원진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 사실, ② 이 사건 세칙 제17조 제1항은 '피고는 재계약할 수 없는 중요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재계약하지 않을 수 있고, 재계약하는 경우 새로이 작성하는 근로계약서를 종전 서류와 함께 보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사실, ③ 복무규정 제11조는 '직원은 인사기록사항의 변경이 있는 경우 지체없이 인사담당부서장에게 변경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이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재계약하고자 하는 근로자는 피고에게 자신의 경력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위 인정 사실에 더하여 뒤에서 보는 '이 사건 범행' 내용과 중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 내용과 같은 범행 정보 또는 원고의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은 '노사 간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근로자의 채용 여부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정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적어도 이 사건 1심 판결선고 이후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범행 내용 또는 이 사건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릴 의무를 부담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이 사건 1심 판결 확정 전이었다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사정, 즉 ① 이 사건 범행 내용의 중대성과 심각성, 이 사건 범행 내용이 피고의 명예나 신용에 미치는 영향, ② 피고는 유죄판결 선고 사실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행위가 갖는 의미나 미치는 영향을 중요한 양정요소로 삼았던 점, ③ 당시 원고가 피고의 인사위원회에 이 사건 범행 내용을 대체로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이미 이 사건 범행내용에 관한 사실규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정보는 원고에 대한 채용 여부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것에 해당하므로, 여전히 원고로서는 이를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점
앞서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또는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범행 내용이나 이 사건 1심 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해당 내용을 기재한 이력서 또는 신원진술서를 제출하거나 변경사항 신고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원고는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인정되는 사정, 즉 ① 피고는 산업재해보험이나 고용보험, 산업재해 관련 의료사업, 근로자 지원과 같은 공익적인 목적을 위하여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점, ② 특히 피고가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료·요양 및 재활 사업 등을 하기 위하여 이 사건 병원을 설립하였던 점, ③ '피고가 위와 같이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위하여 진료행위 등을 한 다음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에 요양급여 또는 보험금 등을 청구하는 것'은 이 사건 병원의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는 점, ④ 이 사건 범행과 같이 실제로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를 기망한 전력이 있는 의사를 고용하여 진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피고의 위신,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의 피고에 대한 신뢰나 신용이 저하될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정형외과 진료담당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원고가 위와 같은 정보를 알리지 않는 방법으로 피고로 하여금 원고의 정직성이나 근무 적합성 등을 잘못 평가하게 한 뒤 근로관계를 맺게 하는 것'은 '의료인 또는 공적인 기관의 직원으로서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특히 '피고나 피고 소속 직원과의 관계에서 원고의 인격이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원고가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범행 내용이나 이 사건 1심 판결 내용을 알리지 않는 것'은 복무규정 제10조에서 정한 '피고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시키거나 원고의 품위를 유지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징계해고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는 근로자가 입사 당시 제출한 이력서 등에 경력 등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알리지 않은 행위를 이유로 징계해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그 경우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① 사용자가 사전에 이를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동일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는 등 고용 당시의 사정뿐 아니라, ② 고용 이후 해고에 이르기까지 그 근로자가 종사한 근로의 내용과 기간, 잘못 알린 정보가 근로의 정상적인 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③ 사용자가 이를 알게 된 경위, ④ 알고 난 이후 당해 근로자의 태도 및 사용자의 조치 내용, ⑤ 경력 등이 종전에 알던 것과 다르다는 사정이 드러남으로써 노사 간 및 근로자 상호 간 신뢰관계의 유지와 안정적인 기업경영과 질서유지에 미치는 영향, 기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09두16763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인정되는 사정, 즉 ① 앞서 본 피고 법인의 특징과 공익성, 피고 소속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청렴성의 정도, 원고의 지위, ② 이 사건 범행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업무인 '의료행위'와 관련된 것이고, 범행횟수나 피해액, 위와 같은 범행이 의료행위 또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이에 관한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고 또는 이 사건 병원 업무와 직결되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하는 점, ③ '피고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를 상대로 부정하게 요양급여 또는 보험금을 편취한 의사를 고용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가 피고 또는 이 사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근로자의 요양급여 또는 보험금 청구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이 사건 병원 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점, ④ 피고가 이 사건 범행 내용 또는 이 사건 1심 판결선고 사실을 알게 된 직후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던 점, ⑤ 이 사건 세칙에서는 이 사건 1심 판결과 같이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은 전력을 채용결격 사유로 규정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피고의 인사위원회에 이 사건 범행내용을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던 점, ⑥ 원고의 근무기간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사전에 이를 알았더라면 이 사건 2014. 8. 20.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이 사건 범행 내용 또는 이를 알리지 않은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나 피고의 사업경영 및 질서유지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행위는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비록 벌금형으로 감형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피고의 행위가 재량권을 남용·일탈하여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이 사건 임금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해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환(재판장) 이영창 조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