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들에 대하여 피용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767,373,06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와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합계 358,356,16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선택적으로 주장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위 선택적 청구 중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부분에 대하여만 불복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 범위는 위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
기초사실
당사자 관계
망 E은 F생으로 결혼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2015. 1. 16. 사망하였다(이하 '망인'이라 한다). 원고는 망인의 어머니로서 유일한 상속인이다.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B'이라 한다)은 방송사업 등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당초 공동피고였던 주식회사 C은 방송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법인으로,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15. 8. 3. 주식회사 D에 흡수합병되었고, 이에 따라 주식회사 D이 주식회사 C의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이하 소송수계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피고 프로덕션'이라 한다)
이 사건의 경위
피고 프로덕션은 피고 B의 G 채널을 통하여 2015. 3.경 방영될 예정인 드라마 'H'(당시의 가제는 'I'이었다, 이하 '이 사건 드라마'라 한다)을 제작하려 하였다. 피고 프로덕션은 그 일환으로 2014. 10. 1. 망인과, 계약기간을 계약체결일부터 촬영종료 시점까지로, 업무위탁비를 월 1,00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드라마(방송예정횟수 50회)의 촬영장소 등 섭외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의 스태프(Staff)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망인은 이 사건 드라마의 촬영장소 섭외를 위하여 2015. 1. 15. 촬영감독 J과 함께 전남 담양으로 이동하였다.
망인은 다음날인 같은 달 16. 09:00경 담양에서 이 사건 드라마의 연출, 조연출, 조명감독 등 연출진과 만나 촬영장소 선정문제에 관하여 의견을 교환하였다. 이후 다른 드라마 제작진들은 서울로 돌아갔으나, 망인은 다른 장소도 알아보겠다고 하며 서울로 돌아가지 아니하였고, 전남 나주시로 이동하여 같은 날 17:50경 나주시 K 소재 L에 투숙하였다.
망인은 그 다음날인 같은 달 17. 12:30경 위 L 객실에서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망인의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으로 추정되었다.
피고 프로덕션은 그 후인 2015. 6. 19. 피고 B과, 피고 프로덕션이 이 사건 드라마를 제작하여 피고 B에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영상저작물 외주제작계약(이하 '이 사건 외주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767,373,066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 1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선택적으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358,356,164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 1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358,356,164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 1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사건정보
서울고등법원
판결
사건
2016나2000019
판결선고
2016. 4. 6.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
판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호증(가지번호 붙은 증거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호증, 을나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 B이 피고 프로덕션과 외형상 이 사건 외주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 사건 드라마의 실질적 제작자로서, 그와 종속적 관계에 있던 피고 프로덕션에게 망인을 채용할 것을 지시하여 망인과 피고 프로덕션이 '업무위탁계약'이라는 이름으로 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망인에 대한 관계에서 공동사용자에 해당하고, 망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망인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객지의 숙박업소를 전전하고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1주에 총 75시간을 근무하는 등 과다한 업무를 하다가 과로로 인해 사망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근로기준법 제82조 및 제83조에 의하여 망인의 어머니인 원고에게 망인의 업무상 사망에 대한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합계 358,356,164원[=(10,000,000원 × 12개월) ÷ 365일 × 1,090일(유족보상 1,000일분 + 장의비 90일분)]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들
피고 B은 이 사건 드라마의 실질적인 제작자가 아니고, 망인과 아무런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망인의 업무수행상 독립성·자율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들의 구체적인 지휘·감독하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볼 수 없고, 망인의 업무수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이 근로기준법 제82조, 제83조의 '업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판단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외주계약의 내용
외주계약의 목적 및 수익 분배 구조
피고 프로덕션은 피고 B에게 영상저작물을 제작하여 공급하고, 그 영상저작물의 방송횟수에 따라 일정한 금액으로 정해진 외주비를 지급받기로 하였고, 시청률이 일정 비율 이상일 경우에는 외주비를 추가로 지급받기로 하였으며(특약사항 제3조), 피고 B은 이 사건 외주계약에 따라 납품되는 저작물에 관한 공중송신권, 복제권, 배포권, 공연권, 전시권 등 저작권 일체[다만 특약사항 제1조에 따라 피고 프로덕션이 가지게 되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에 대한 권리 제외]를 소유하게 된다(프로그램 제작 및 납품 계약서 제11조).
한편, 이 사건 드라마의 유통수익, 간접광고로 발생하는 협찬수익은 피고들이 나누기로 하되, 피고 B 몫의 협찬수익금은 피고 B이 피고 프로덕션에게 지급할 외주비에서 상계하는 방식으로 분배하기로 하였다(특약사항 제2조, 제5조).
제작에 필요한 시설의 이용방법
피고 B은 피고 프로덕션에게 오픈세트, 스튜디오, 헬기 등 제작에 필요한 시설, 장비 및 운영인력(이하 당사자들이 부르는 바에 따라 '제작 인프라'라 한다)을 제공하고, 위 제작 인프라에 대한 운용비용은 피고 B이 부담하기로 하되, 피고 프로덕션의 사정으로 인해 피고 B 소유의 제작 인프라를 이용할 수 없거나, 피고 프로덕션이 외부시설 및 인력을 사용하는 것이 전제되어 그 추가 비용이 외주제작비에 반영된 경우에는 피고 프로덕션이 피고 B에게 별도로 위 금액을 청구할 수 없는 것으로 하였으며, 피고 B은 방송용 비디오테이프를 무상으로 피고 프로덕션에게 제공하기로 하였다(특약사항 제8조).
인력 운용 및 인건비에 관련된 사정
프로그램의 제작에 필요한 제작 요원은 전부 피고 프로덕션이 조달하고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피고 B 소속 인원의 제반 인건비는 피고 B이 부담하되, 이 사건 드라마 제작과 관련하여 피고 B에게 발생한 출장비, 진행비 등 경비는 피고 B이 지급할 외주제작비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피고 프로덕션이 부담하기로 하였다. 피고 프로덕션은 미술용역회사와 별도로 계약하고, 미술용역회사에게 외주제작비 청구채권을 양도한 경우 피고 B이 미술용역회사에 직접 용역비를 지급하기로 하였다(프로그램 제작 및 납품 계약서 제3조, 특약사항 제7조, 제8조).
외주비의 사용에 대한 제한
피고 프로덕션은 피고 B으로부터 지급받은 외주비를 출연료, 임차료, 스태프 비용 등 제작에 관하여 최우선적으로 사용하여야 하고, 프로그램의 외주비를 질권으로 한 임의적인 대출 또는 채권양도행위를 할 수 없으며, 피고 B이 연출료, 작가료, 연기자 출연료, 출장비 등을 지출하였을 경우 피고 프로덕션에게 지급할 외주제작비에서 차감하기로 하였다(특약사항 제9조 가, 나, 라항).
을가 제1호증, 을나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와 같은 이 사건 외주계약의 내용에 덧붙여 앞서 본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B이 이 사건 드라마를 실질적으로 제작하였다거나 나아가 망인과 묵시적으로 섭외업무에 관한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외주계약에서 이 사건 드라마 제작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저작권 등 일체의 권리를 피고 B에게 귀속시키기로 정하고 있으나, 특약사항으로 이 사건 드라마 OST를 이용한 사업권은 피고 프로덕션이 소유하기로 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드라마에 관한 저작권 등의 권리가 피고 B에게 귀속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외주제작계약에 있어 최종적인 저작권의 소유와 배분 문제를 당사자 간 협의한 결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그 저작권 등의 권리가 피고 B에게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B이 실질적으로 이 사건 드라마를 제작한 주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 B은 이 사건 외주계약에 따라 피고 프로덕션에게 제작 인프라, 방송용 비디오테이프 등을 제공하기로 하였지만, 이는 피고 프로덕션이 드라마 제작에 많은 비용을 지출할 경우 그만큼 피고 B이 지급하여야 할 외주비가 증가하게 되므로 피고 B이 이러한 비용의 절감을 위하여 제작 인프라 등을 지원해 주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서, 피고 B이 제작 인프라 등을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프로덕션이 피고 B과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드라마 제작에 피고 B 소속 직원들이 참여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공중파를 통하여 이 사건 드라마를 방영하게 되는 주체가 피고 B인 특성상 피고들 사이의 합의에 기하여 피고 B의 직원들 일부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 B 소속의 연출자(PD)가 피고 프로덕션에게 망인을 추천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B이이 사건 드라마 제작에 관하여 스태프의 구성권한을 전면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 B이 피고 프로덕션으로부터 이 사건 드라마를 방영 1일 전에 납품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방영과 동시에 촬영이 이어지는 현행 드라마 제작 실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두고 피고 프로덕션이 아닌 피고 B이 실질적으로 이 사건 드라마를 제작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외주계약은 피고 프로덕션에게 지급되는 외주비를 드라마 제작에 소요된 비용에 우선적으로 지출하도록 하는 여러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는 피고 프로덕션이 피고 B에게 납품할 드라마 제작에 소요된 비용을 제대로 정산함으로써 일의 완성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즉, 피고 B은 이 사건 드라마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므로, 드라마 제작에 대한 인건비, 용역비 등이 제대로 지급되었는지 여부는 피고 B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피고 B으로서는 피고 프로덕션이 지급받은 외주비로 인건비, 용역비를 제대로 지급하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외주계약에서 외주비 사용방법을 규정하였다는 점만으로 피고 B이 실질적으로 이 사건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였다고 판단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이는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서 하수급인에게 지급되어야 할 비용과 관련한 대금 사용방법을 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망인은 각각의 드라마별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주체와 사이에서, 계약기간을 드라마의 제작부터 방송 종료시까지로 정하여 드라마 촬영장소 섭외업무를 하는 위탁계약을 체결하였고, 그러한 드라마 제작주체는 피고 프로덕션 외에도 피고 B, 다른 드라마 제작사 등이 있어 다양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망인이 피고 B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에 대하여만 촬영장소 섭외업무를 맡았던 사정은 인정되나, 이는 드라마 촬영 담당 연출자의 추천에 따라 촬영장소 섭외업무가 위탁되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피고 B에 대한 종속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망인이 피고 B의 출입증을 발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출입이 잦은 관계로 편의상 지급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를 망인의 피고 B에 대한 근로자성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볼 수도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B은 이 사건 위탁계약의 당사자라고 할 수 없고, 망인을 실질적으로 고용한 주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청구는 이유 없다.
피고 프로덕션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망인이 피고 프로덕션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기초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사실과 갑 제10 내지 15, 19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2, 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피고 프로덕션에 대하여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은 단지 피고 프로덕션으로부터 드라마 촬영장소 섭외업무를 위탁받은 수임인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망인은 드라마별로 계약기간을 드라마의 제작부터 방송 종료시까지로 정하여 해당 드라마의 제작사와 드라마 촬영장소 섭외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망인은 촬영장소를 섭외할 때 그 방법에 대하여 피고 프로덕션 등으로부터 별다른 구속을 받거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고, 망인의 개인적인 역량이나 업무 방식에 따라 망인의 재량에 의하여 섭외업무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기 전 미리 장소를 섭외하는 단계에서는 망인의 자율에 따라 업무시간 등을 정할 수 있었다.
망인의 촬영장소 섭외업무는 궁극적으로 드라마 제작·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망인이 이 사건 드라마의 대본, 각본 등에 따라 이에 적합한 촬영장소를 섭외하여야 하였더라도, 이는 '드라마 제작·완성'을 위한 망인의 업무 내용에 포함되는 것일 뿐, 위와 같은 촬영장소 섭외기준을 두고 망인이 피고 프로덕션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비록 망인은 촬영장소 섭외 과정에서 이 사건 드라마의 연출진에게 보고하고 협의하였으나, 이는 위임인인 피고 프로덕션이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망인의 업무결과를 검수하는 절차에 해당하는 것이고,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연출진의 주관적 의견이 다소 반영된다 하더라도 망인의 업무가 위임사무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
망인은 피고 프로덕션과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업무위탁비를 월 1,000만 원으로 정하여 지급받기로 하였고, 업무일수가 한 달이 되지 않거나 이 사건 위탁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 실근무일수를 기준으로 일일계산하여 위탁비를 정산받기로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업무위탁비의 산정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앞서 본 망인의 업무내용, 근무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이 매월 일정한 금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는 점만으로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프로덕션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망인은 피고 프로덕션으로부터 식사비, 유류비, 숙박비, 주차 및 통행료, 통신비 등을 별도로 지급받았는데, 이는 실비보상적인 성격으로 보인다. 오히려 촬영장소를 섭외하는 데 필요한 차량이나 카메라 등은 망인의 소유였고, 피고 프로덕션 측에서 이를 따로 지원해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망인이 제작사의 동의 없이 제3자를 위해 업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위임한 업무의 완성도를 위하여 망인에게 일정한 정도의 제한을 가한 규정으로, 망인의 겸업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망인은 제작사의 동의가 있을 경우 제3자를 위한 업무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 이 사건 위탁계약 자체가 피고 B에서 방영하는 다른 드라마 'M'의 촬영장소 섭외업무에 관한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체결된 것이었다. 결국, 위와 같은 규정만으로 망인의 피고 프로덕션에 대한 전속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망인이 보조 섭외자로 N을 채용하여 그에게 월 350만 원씩을 지급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망인이 이 사건 위탁계약을 위반하더라도 그 계약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입었을 뿐이고, 피고 프로덕션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는 않았다.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그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이거나, 사업주의 지시나 주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사 또는 취업규칙, 단체협약 기타 관행에 의하여 개최되는 행사에 참가하는 행위라는 등 그 행위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9두189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두10246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두691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갑 제6, 7호증, 을나 제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비록 망인이 촬영장소 섭외를 위하여 지방을 오가며 상당한 정도의 장거리를 이동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정도로 망인이 과중한 과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오히려 망인의 사망 당시인 2015. 1.경 업무 강도를 살펴 보면, 2015. 1. 14. 및 같은 달 16.을 제외하고는 20:00 이전에 숙박업소에 투숙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바, 망인이 사망할 무렵 현저한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만큼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거나 업무량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③ 망인과 같은 촬영장소 섭외자들은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장소를 섭외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촬영시에 장소의 상태 등을 관리하고 촬영이 끝난 뒤에 장소를 정리하는 작업까지 하여야 하는바, 긴 근무시간에 반해 취침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여 드라마 촬영이 시작된 이후의 업무 강도가 가장 높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있는데, 망인의 사망 당시 이 사건 드라마의 촬영이 개시되지 않았고 망인은 사전 작업으로 촬영장소를 섭외하고 있었으므로, 망인의 사망 당시 그가 수행한 업무가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 비하여 특별히 과중하거나 그에 따른 업무상 부담으로 인하여 예외적인 과로와 스트레스가 유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④ 망인은 그의 업무를 마치고 숙박업소에 숙박한 이후 휴식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프로덕션의 관리가 미치는 범위 내에 있지 않았고 그의 사망이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⑤ 더군다나 망인의 사망원인은 심혈관질환으로 추정되는데, 망인의 가족력(고혈압), 과체중, 흡연 등 망인에게는 기존에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론
따라서 망인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도 아니하므로, 원고의 피고 프로덕션에 대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청구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기훈(재판장) 이현우 김동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