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2. 7. 선고 2016나2057879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주식회사 I(이하 'I은행'이라 한다)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채무의 보증과 자금의 대출업무 등을 목적으로 1970. 4. 24.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들은 위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12. 10. 5. 이후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퇴직금 중간정산의 실시 경위

(1)

I은행은 2011. 8. 25. 당시 대표이사인 J의 주재하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신주 발행을 의결하였다(주식 수 22,742,072주, 발행가액 1주당 5,000원, 청약일 2011. 9. 26., 주금납입기일 2011. 9. 28.).

(2)

당시 퇴직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던 I은행은 2011. 8. 29.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어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하기 위하여 기존의 퇴직연금제도를 퇴직금제도로 변경하고자 하니, 첨부양식에 소속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2011. 8. 30. 오후 1시까지(기한 엄수) 경영지원팀으로 송부할 것'과,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입금받을 직원들 개인의 입금계좌정보를 보고할 것'을 요청하였다.

(3)

이어 I은행은 2011. 9. 1. '경영 여건을 감안하여 기존 퇴직연금제도를 해지하고 2011. 8. 31.자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영업점에 보냈고, 2011. 9. 3. 마찬가지로 각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개인별 퇴직금 명세서와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 및 각서 등을 모아 제출하도록 하였다.

(4)

원고들을 포함한 I은행의 직원 대부분은 2011. 9. 초경을 전후하여 퇴직연금제도의 폐지 및 퇴직금제도로의 환원에 관한 동의명부에 서명, 날인한 다음 퇴직금의 계산 근거와 지급액이 기재된 퇴직금 지급 신청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 및 '퇴직금 중간 정산에 따른 제반 절차를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를 것이며, 퇴직금이 적법하게 지급되었음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어떠한 민·형사상의 이의제기도 없을 것임을 서약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각서를 작성, 제출하였다.

(5)

I은행은 기존 퇴직연금사업자(K 주식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원고들의 중간정산 퇴직금으로 원고들 명의의 계좌에 별지 '실수령액'란 기재 각 돈을 입금하였고, 그 무렵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직원들로부터 주식청약의향서를 제출받았다.

(6)

I은행은 2011. 9. 21. 공문을 통하여 유상증자 실시를 알리면서 각 영업점이 직원별 주식청약의향서에 기재된 금액을 주식 청약대금으로 준비하도록 하였고, 원고들은 2011. 9. 27. 신주식청약서와 주식인수증을 작성, 제출한 다음 2011. 9. 28. 별지 '주식청약액'란 기재 각 돈을 I은행 명의 계좌에 이체하였다.

다.

유상증자 이후의 상황

(1)

금융위원회는 2012. 5. 6. 재무상태가 극히 부실하여 건전한 신용질서나 예금자의 권익을 해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I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고, 이후 I은행은 2013. 4. 30.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하합54호로 파산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날 피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2)

한편 J은 '2008. 9.경부터 2011. 6.경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대주주에게 신용을 공여하거나 개별차주에게 한도를 초과한 신용을 공여하고, 2012. 4.경 I은행이 소유한 약 266억 원 상당의 유가증권 내지 약 203억 원 상당의 법인자금을 횡령하였다.'라는 상호저축은행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공소 사실로 기소되어 2013. 1. 25.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고합646, 762(병합), 973(병합)], 항소심 역시 2013. 12. 27. 일부 공소사실을 제외한 대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 2014. 6. 26. 상고심에서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의 퇴직급여제도 변경 동의와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은 물론 주식청약과 청약대금의 납부 등은 원고들 개인의 의사나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두 I은행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고, 더욱이 I은행은 관련 법령이 정한 사유가 없음에도 퇴직금 중간 정산을 실시하였다.

나.

결국, I은행은 이미 적립된 직원들의 퇴직금을 회사의 증자대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하기 한 것인바, 이와 같은 중간정산의 절차와 내용에 비추어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이하 '이 사건 중간정산'이라 한다)은 원고들의 의사나 판단에 따른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이다.

다.

설령 이 사건 중간정산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원고들이 퇴직정산금으로 받은 것은 퇴직정산금 명목으로 원고들 각자의 예금계좌로 이체된 금원이 아니라 I은행으로부터 각 이체 받은 돈 대부분을 증자대금으로 납부함으로써 원고들이 각 취득한 I은행의 2011. 9. 28.자 발행 주식 중 일부이다. 이는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통화불원칙'에 위배되거나, 실질적으로는 I은행의 위법한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하고 상법상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므로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I은행에 납입한 신주인수대금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부제소 특약의 존재

(1)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반증이 없는 이상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된 의사를 가지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기초 사실과 함께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중간정산 과정에서 원고들은 중간정산 퇴직금을 받을 무렵이나 그 직전인 2011. 9. 초경을 전후 하여 I은행에 '상기 본인은 근로기준법 제34조(퇴직급여제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8조(퇴직연금제도의 폐지·중단 시의 처리)에 의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오니 승낙, 정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또한 '상기 본인은 개인 사정으로 퇴직금 정산을 원하는바, 퇴직금 중간정산에 따른 제반 절차를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를 것이며, 중간 시에 퇴직금이 적법하게 지급되었음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어떠한 민·형사상의 이의제기도 없을 것임을 서약합니다, 본 각서 및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로 본인의 진실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작성 제출하는 것임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로써 위 문언에 표시된 대로 중 간정산 퇴직금이 지급되었음을 확인하면서 중간정산 퇴직금 지급과 관련된 어떠한 민·형사상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특약(이하 '이 사건 부제소 특약'이라 한다)을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원고들은 이 사건 각서가 자신들의 의사나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I은행의 지시에 따라 작성, 제출된 것이어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민법 제107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갑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서 내용이 원고들의 진의가 아니라거나 나아가 당시 I은행이 그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설령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각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파산채권자 모두가 악의라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파산관재인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3다1952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이 사건 부제소 특약의 효력

(1)

원고들은 이 사건 부제소 특약이, 퇴직금청구권의 사전포기 약정에 해당하여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배되고, 신의 성실의 원칙에도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부제소 특약이 퇴직금청구권의 사전포기 약정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이 사건 중간정산의 효력이 유효한지와 관련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이 사건 중간정산의 효력에 관하여 먼저 살핀 뒤 원고들의 위 주장에 관하여 판단한다.

(2)

이 사건 중간정산의 효력

(가)

원고들은 I은행이 퇴직금 중간정산의 형식을 빌려 원고들의 퇴직금을 회사의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원고들의 의사나 판단에 기한 동의가 없어 이 사건 중간정산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에서 본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나 이 사건 각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위 기초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중간정산 퇴직금은 모두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직접 송금되었고 원고들은 이를 증자대금으로 이체하기까지 20일 정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I은행으로부터의 특별한 제재나 간섭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별지의 '실수령액', '주식청약액'란 기재 각 액수를 살펴보면 원고들이 증자대금으로 이체한 돈의 액수는받은 중간정산 퇴직금 액수와 일치하지 않는 점, ③ 당시 원고들은 '상기 금액을 금번 2011. 9. 중에 진행하는 당행 유상증자 시 주식청약대금으로 납입할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주식청약의향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여 제출하였던 점(원고들은 위 서명 또는 날인이 기망이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④ I은행의 직원 중에는 아예 이 사건 중간정산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을 수령하였어도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다수 있는 점, ⑤ 유상증자의 전체 대금은 113,710,360,000원인데 그중 원고들을 포함한 I은행 직원들이 납부한 대금은 7,942,560,000원이어서 이들이 참여한 비율은 6.98%에 그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I은행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원고들은 본인들 의사나 결정에 따라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면서 퇴직금을 받았고,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역시 본인들 의사나 결정에 터 잡아 그중 전부나 일부를 증자대금으로 납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중간정산에 원고들의 유효한 동의가 흠결되어 무효라는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원고들은 이 사건 중간정산 당시 원고들이 I은행에 제출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에 원고들의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적법한 절 차에 따르지 않은 무효의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I은행에 제출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의'사유'란에 '중간정산'이라고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경우 신청서에 중간정산 사유를 명확하게 기재하였는지에 따라 중간정산의 효력이 좌우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중간정산이 유효한 이상 이 사건 부제소 특약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에서 금지하는 것으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의 일부를 사전에 포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들은 본인들의 의사나 결정에터 잡아 이 사건 중간정산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서의 작성,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민법 제107조 제1항)에 해당한다거나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중간정산의 실시 일시와 이 사건 각서의 작성, 제출 일시 및 중간정산 퇴직금의 지급 일시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이 사건 중간정산이 실시되기 전에 미리 이 사건 각서를 작성, 제출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중간정산이 실시된 이후에 그에 따른 중간정산 퇴직금을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서를 작성, 제출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중간정산 퇴직금에 관한 권리의 사전 포기라고 볼 수도 없다.

다.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제소 특약에 반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인바,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각하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기훈(재판장) 이현우 김동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