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3. 16. 선고 2016누56396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5. 10. 28. 원고에게 한 체류자격변경불허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 국적 외국인으로 2014. 2. 3. 특정활동(E-7)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서울 중구 B에 있는 C식당(이하 '근무지'라 한다)에서 조리사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의 고용주 D은 2015. 6. 3. 피고에게 원고의 소재불명(무단이탈)을 이유로 고용외국인 변동사유 발생신고를 하였다. 이에 피고는 그 무렵 원고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는데,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2015. 8. 19. 원고의 특정활동 체류자격을 취소하였다.

다.

원고는 2015. 8. 20. 피고에게 고용주가 임금을 체불하였다는 이유로 구직(D-10) 자격으로의 체류자격 변경허가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15. 10. 28. 원고에 대하여 '체불금품이 133,044원으로 확인되어 근무지 이탈사유로 인정하기에는 타당성이 적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불허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고용주로부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여 사업장을 이탈한 후 피고에게 구직(D-10) 자격으로의 체류자격 변경허가 신청을 하였음에도, 원고가 임금체불 관련 구제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단순한 의심만으로 이를 불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2013. 12. 2. 고용주인 D과 사이에 급여 월 150만 원, 일 근무시간 12시간, 월 2회 유급휴일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제1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4. 2. 3.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2014. 2. 5.부터 D 운영의 근무지에서 근로하였다. 원고는 간단한 인사말 이외에 한국말을 하지 못하고 한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

2)

원고는 D으로부터 2014. 3.분 급여로 135만 원을, 2014. 4.분부터 2014. 9.분 급여로 각 140만 원을 지급받았다. D과 원고는 2014. 10. 24. 급여를 180만 원으로 인상하고, 유급휴일을 월 2회에서 주 1회 부여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서(갑 제13호증)를 작성하였는데(이하 이 근로계약을 '제2 근로계약'이라 한다), 원고는 D의 요청에 응하여 한국어로 작성된 문서로서 위 근로계약서(계약서에는 원고가 근로계약의 체결을 상호 확인하는 란에 서명한 것 외에도 통역자 E를 통하여 근로계약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를 이해하였음을 확인한다는 란에 통역자와 함께 서명하였다) 외에도 확인서(갑 제14호증)에 서명하였다. 그 확인서에서는 '2014. 10. 24. 근로계약서 작성 이전의 근로기간에도 이번 근로계약서(제2 근로계약)에 명시된 임금, 휴일 등의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하여 왔음을 확인하고 인정한다. 입사 이후 매월 지급받아 온 임금은 지급 당시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기본급과 시간외수당을 구성하여 지급받아 왔음을 확인하고 인정한다. 현재의 임금체계를 기준으로 입사 당시부터 이와 동일하게 임금을 지급받아옴에 따라 발생한 임금채권은 모두 변제받았음을 인정하며, 향후 이전의 관련 임금채권 모두에 있어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

원고는 근무지에서 근무 중 부주의로 발목 부상을 당하여 병원치료를 받고자 하였으나 고용주 등에 의해 일할 사람이 없다는 사유로 제지당하는 등 치료조차 여의치 아니하자, 2015. 6. 1. 근무지와 고용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이탈하였다.

4)

고용주인 D의 2015. 6. 3.자 원고의 근무지 이탈신고에 따라 2015. 6. 5. 피고는 고용주가 제공하였던 원고의 숙소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고, 이미 위 숙소에서도 이탈하였던 원고가 이를 수령하지 아니하자, 2015. 7. 10.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다.

5)

한편 원고는 2015. 8. 19. 서울지방 고용노동청장에게 '고용주 D이 2014. 2. 5.부터 2015. 5. 31.까지 사이에 최저임금법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함에 따른 체불임금 3,405,320원과 퇴직금을 체불하였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2015. 8. 20. 피고에게 구직(D-10) 자격으로의 체류자격 변경허가 신청을 하였는데, 원고의 체류자격(E-7)이 위와 같은 사유로 취소되었음을 알게 되자 변경된 주소의 미신고 및 불출석사유서와 범칙금 10만 원을 납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 갑 제9호증의 1 내지 5, 갑 제11호증, 갑 제13호증, 갑 제14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갑 제12호증의 일부 기재, 당심 증인 D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체류자격 변경허가는 외국인에게 당초의 체류자격과 다른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설권적 처분으로서 허가권자가 신청인의 적격성, 체류목적, 공익상의 영향 등을 참작하여 허가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재량행위이므로 체류자격 변경허가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하여 반드시 그 허가를 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한편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재량에 의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한다(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두6181 판결 등 참조).

2)

출입국관리법 제24조 제1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체류자격과 다른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려면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2016. 7. 5. 대통령령 제273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및 [별표1] 18의 2. 구직(D-10)란 가목에 의하면, 구직(D-10) 체류자격은 교수(E-1)부터 특정활동(E-7)까지의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분야에 취업하기 위하여 연수나 구직활동 등을 하려는 사람으로서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에 대하여 허가할 수 있으며,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제1항은 위 변경허가를 받으려는 사람은 법무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그 위임을 받은 같은 법 시행규칙 제76조 제2항 제5호 및 [별표5의2]는 구직(D-10)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으려는 사람 중 위 같은 법 시행령 [별표1] 18의2. 구직(D-10)란 가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학력증명서 또는 경력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 및 위에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사실을 오인하고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가)

고용주 D은 원고와 제1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2014. 2. 5.부터 제2 근로계약의 체결 이전까지 사이에 원고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서도 근로계약서상 임금인 월 150만 원 중 일부인 월 135만 원(2014. 3.분) 또는 월 140만 원(2014. 4.분 이후)만을 지급하였다. 더욱이 제1 근로계약상 약정한 임금 월 150만 원은 그 계약서상 기재된 원고의 근로시간까지 고려하여 보면 당시 최저임금법 등에서 규정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D이 원고에게 식사와 숙소를 제공하였으나, 숙소는 D 스스로도 무료로 제공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식사와 관련하여 D과 원고 사이에 그 가액 상당액이나 이를 월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취지의 당심 증인 D의 증언은 이를 믿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설령 위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의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월 급여에서 직접 식비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지급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D이 2014. 10. 24. 원고와 사이에 임금을 월 180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내용으로 제2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확인서까지 작성한 것은 원고와 사이에 체결한 제1 근로계약이나 그 이행과정이 최저임금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점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은 제2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원고와의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최저임금법에 미달하는 급여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채 원고로 하여금 이전에 발생한 미지급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하게 하였고, 그 후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라 제2 근로계약에 의하더라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상황에서도 임금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다)

이 사건 처분의 사유는 '원고에 대한 체불금품이 133,044원으로 확인되어 이를 근무지 이탈사유로 인정하기에는 타당성이 적다.'는 것인데, 이는 원고가 D 사이에 2014. 10. 24. 제2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명한 확인서에 기하여 그 이전에 기발생한 체불임금인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최저임금에서 기지급 임금을 제한 나머지 금원의 채권이 포기되어 소멸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원고가 한국어로 기재된 제2 근로계약서와 함께 이전에 기발생된 임금채권을 포기한다는 취지 등이 포함된 확인서에 서명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D 측이 통역인을 통하여 원고에게 임금 인상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제2 근로계약의 내용 이외에 원고가 기왕에 발생한 미지급 임금채권을 포기한다는 등 취지의 확인서 기재 내용을 설명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당심 증인 D의 일부 증언과 갑 제12호증의 일부 기재는 이를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고 한글은 쓰거나 읽을 수 없는 상태였으며, 한글로만 기재되어 있는 확인서에는 제2 근로계약서와 달리 통역인이 이에 대하여 설명하였음을 확인하는 부분도 없다. 확인서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전과 달리 월급을 종전 150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올리고 유급휴일도 종전 월 2일에서 주 1회 부여하는 등 근로조건이 향상된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전에도 위 제2 계약에 기하여 근로관계가 유지되었음을 인정하고 확인한다거나 사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원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지급 당시의 최저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하는 등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내용일 뿐 아니라, 원고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손해가 되는 행위로서 기왕에 발생한 체불임금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 또한 당심 증인 D의 일부 증언에 의하더라도, D은 제2 근로계약 체결 이전의 급여는 최저임금에 미달하여 체불임금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한 상황에서 원고와 사이에 제2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로 하여금 확인서에 서명하게 하면서 원고에게 위 사정에 관해서는 전혀 알리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원고가 확인서에 서명하였다는 점만으로(원고는 체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로 알고 서명하였다고 주장한다) 확인서의 기재 내용과 같이 기왕에 발생한 체불임금을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원고는 D의 임금체불 등 행위에 대하여 진정을 하면서 확인서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여 자신이 근로한 전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에서 기지급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 상당액을 체불임금으로 산정하였다. 이에 의하면, 제2 근로계약 체결 이전의 체불임금까지를 포함하여 원고가 D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은 300만 원을 초과하여 단지 133,044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원고에 대한 체불임금은 원고가 한국에서 근로한 기간이나 지급받은 급여액의 수준 등에 비추어 상당히 큰 금액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용주 D이 원고에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한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무단이탈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원고는 2014. 2. 3. 특정활동(E-7)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2015. 6. 1.까지 근무지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출입국관리법령에 의하면 구직(D-10)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위해서는 원고의 경우 '경력증명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여야 하나, 이 사건과 같이 고용주와 사이에 체불임금 등 법률상 문제가 있는 경우 고용주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가 D 등의 확인을 받아 경력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마)

피고는 원고가 다른 중식당으로부터 높은 급여조건의 채용제안을 받은 후 이직을 위해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체류자격 변경제도를 악용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을 제12호증의 영상만으로는 원고가 다른 중식당에 취업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체류자격 변경제도를 악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피고가 당심 변론종결 이후 제출한 기일변경신청서에 첨부한 서류에 의하면, 원고가 근무지에서 이탈한 이후 1년 7개월여가 지난 시점으로 당심 계속 중이던 2017. 1. 15.부터 2017. 3. 15.까지 사이에 강원도 원주시 소재 식당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가 체류자격 변경제도를 악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바)

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규정에 의한 절차에 의하여 원고를 채용한 고용주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자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다가 적절한 대응방법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근무지를 이탈하였던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입게 될 불이익은 외국인 체류질서의 유지·확립 등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목적보다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하는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원(재판장) 박순영 이정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