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퇴직금 산정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과 각 이에 대하 여 2012. 8. 15.부터 2017. 6. 21.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 중 1/10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 다.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국전력'이라 한다)로부터 전기계량기 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전기요금 체납 고객에 대한 해지시공(단전) 및 재공급(송전)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이다.
원고들은 별지 퇴직금 산정표 '위탁계약 체결일'란 기재 각 날짜에 피고와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주부위탁원으로 위촉되어 검침, 송달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같은 표 '정규직 전환일'란 기재 각 날짜에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다음 각 2012. 7. 31. 퇴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2호증의 1부터 12, 을 제5호증의 1부터 5, 을 제7호증의 1부터 7, 을 제9호증의 1부터 1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원고들은 비록 위탁계약의 형식으로 피고에 입사하였으나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위탁계약 체결일부터 퇴직일까지의 전 기간을 근로기간으로 계산하여 재산정한 퇴직금에서 이미 지급받은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의 내용과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독립성 · 자율성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위탁원으로 근무할 당시의 원고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탁계약 체결일부터 정규직 전환 전날까지의 기간 동안에 관하여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설령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자유의사로 위탁계약을 종료하고 2010. 11. 1. 또는 2011. 4. 1. 정규직 직원이 되었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기존 위탁계약관계는 이로써 종료되었다. 따라서 원고들의 기존 위탁계약관계에 따른 퇴직금 청구채권은 위탁계약 종료일부터 3년이 지난 2013. 11. 1. 또는 2014. 4. 1. 각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피고는 2015. 9. 1.자 답변서에서 원고들이 모두 2011. 4. 1. 정규직 직원으로 되었음을 전제로 2014. 4. 1. 각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2015. 11. 19.자 준비서면에서 원고들 중 일부는 2010. 11. 1.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되었다고 기재하였으므로, 소멸시효 완성시기를 정규직 직원 전환시점에 따라 위와 같이 나누어 주장하는 것으로 본다).
또한 원고들은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님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기초로 한 기존의 법률관계를 인정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신의칙 위반행위로서 무효이다.
판단
원고들이 위탁원 근무기간 동안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다77805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8부터 11호증, 갑 제12호증의 1부터 8, 갑 제13호증, 갑 제15호증의 1, 2, 갑 제16호증, 갑 제17호증의 1, 2, 갑 제18호증의 1, 2, 갑 제19호증, 을 제2호증의 1부터 12, 을 제3호증의 1부터 12, 을 제4호증의 2, 을 제5호증의 1부터 5, 을 제6호증의 2, 을 제7호증의 1부터 7, 을 제8호증의 1부터 12, 을 제9호증의 1부터 12, 을 제10호증의 1부터 12, 을 제11, 12, 15호증, 을 제16호증의 1부터 17, 을 제17부터 19호증의 각 기재, 을 제13, 14호증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
원고들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부위탁원의 업무내용
피고의 정규직 직원과 일반위탁원들은 검침, 송달, 단전업무 중 1개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원고들을 비롯한 주부위탁원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라 단전업무를 제외한 검침, 송달업무 중 1개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검침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업소로 출근하여 한국전력의 검침단말기(PDA)를 받은 후 할당된 당일 검침구역으로 이동하여 검침 대상 가구들 각각의 전기사용량을 검침단말기에 입력하였고, 검침을 모두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다음에는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고객들에 대한 전화안내를 하고 그 내용을 검침단말기에 입력한 후 검침단말기를 반납하였다. 검침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당일 검침단말기의 검침 기록을 토대로 전기사용량과다·과소 내역과 원인 및 그에 대한 조치사항 등의 내용을 담은 '심사대상 고객 내역'을 출력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후 퇴근하였다. 위 위탁원들은 1일 20고객 만나기 운동에 따른 고객 만남, 전기사용량 과다·과소 고객에 대한 면담과 안내, 전기수요자의 명의변경, 전기용도변경, 계량 관련 중계사항(계량기 부동, 역회전, 계기낙하 등) 처리, 가로등 검침, 보안등 현황 파악 등의 부수업무도 수행하였다.
송달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에 우선 피고의 해당 지점 사업소로 출근하여 전날 또는 당일 아침에 분류해 놓은 송달고지서와 해지예고서를 가지고 당일 송달구역으로 이동하여 해당 구역의 고객들에게 위 송달고지서와 해지예고서를 직접 송달하였고, 외근을 마친 후에는 사무실로 복귀하여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해지예고 고객에 대해 전화안내를 하고 면담고객 등의 리스트를 작성한 후 퇴근하였는데 때로는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기도 하였다. 송달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도 1일 20고객만나기 운동에 따른 고객 만남, 해지예고서 발행 고객에 대한 면담과 안내, 고객 관련 중계사항(전화번호변경, 명의변경, 상호변경, 주소변경 등) 처리 등의 부수업무를 수행하였다.
주부위탁원들은 위탁계약서에 정해지지는 아니하였으나 전기요금 자동이체 권유, 인터넷 빌링 권유, SMS(문자메시지) 가입 권유, 태양열 설치 권유, 심야전기 가입 권유업무 등을 수행하였고, 피고는 이러한 업무의 수행 결과에 대해서 실적에 따라 별도의 보상을 지급하거나 개인별 포상을 하였다.
주부위탁원들은 검침과 송달이 없는 날에는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하여 전화민원처리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주부위탁원들이 당번에 불참하더라도 피고로부터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주부위탁원의 업무배정방식과 근무형태
피고는 주부위탁원들에게 검침업무나 송달업무 중 1개의 업무를 배정하였고 일정한 시기가 경과하면 업무분장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주부위탁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업무의 내용은 그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직원의 업무내용과 동일하였고 그 업무량은 정규직 직원의 70~80% 수준이었다.
피고는 주부위탁원과 정규직 직원의 구분 없이 담당구역을 배치하였고, 주부위탁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을 고려하여 제비뽑기 방식으로 담당구역이 배정되었다.
피고는 한국전력의 6차에 걸친 각 전기요금 납부일에 맞추어 미리 20일에 걸쳐서 지정해놓은 일정에 따라 주부위탁원들에게 당일 수행할 업무 구역과 업무량을 지정해 주었고, 주부위탁원들은 이에 따라 당일 부여된 업무는 그날에 모두 마쳤다. 한편 휴일이 포함된 경우에는 2일분의 검침과 송달 업무가 1일에 모두 수행하도록 부과되기도 하였다.
주부위탁원들은 대체로 09:00경 관할 사업소에 들러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검침단말기나 요금청구서 등을 수령하였고, 검침업무를 담당하는 위탁원의 경우 오후 3~4시경에 검침단말기를 반납하고 퇴근하였으며, 송달업무를 담당하는 위탁원의 경우 송달업무를 마친 후 바로 퇴근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검침단말기의 수령과 반납시간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고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수행시간을 정해두지는 않았다.
피고는 검침과 송달업무를 수행할 순서를 미리 정하여 놓은 순로도를 작성하여 배포하였으나, 주부위탁원들은 검침과 송달업무를 수행하면서 반드시 그 순로도를 따르지는 않았고 피고도 그 순로도를 따르도록 감독을 하지는 않았다.
피고는 주부위탁원들에게 업무수행에 필요한 기본교육을 하였고, 정규직 직원들에 대해서는 매주 정기조회를 시행하거나 교육을 시행하였으며, 주부위탁원들 중에서는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아침조회나 업무 관련 교육 및 체육대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주부위탁원들은 피고로부터 업무지시 위반, 아침조회나 교육 불참 등의 사유로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피고는 2003년경 일부 주부위탁원들(M, N)에 대해서 본인의 동의 없이 근무지를 변경하기도 하였고 그 이후에는 주부위탁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근무지를 변경하기도하였다.
업무규정과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
한국전력은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의 내용과 방법, 위탁원들에 대한 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검침 및 송달 세부시행지침'을 제정한 후 피고로 하여금 이를 실시하게 하였고 위탁원들은 이와 같은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위탁원들의 위촉, 해촉, 업무수행방법, 평가 등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한 '위탁원 규정'을 두고 이를 통해 위탁원들을 관리하였다. 그러나 위탁원들에게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은 적용되지 않았다.
피고는 매년 1회 또는 2회 자체 감사 또는 한국전력에 의한 감사를 통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처리내용을 평가하였고 시정사항이 발생할 경우 확인서를 작성하게 하였으며, 실적부진자에 대해서는 업무량을 줄이기도 하고 업무수행 결과에 따라 위탁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내용의 위탁계약 해지예고 통보서를 발송하기도 하였으며, 성과가 우수한 위탁원들에게는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피고는 위탁원들에 대하여 고객응대업무 평가를 포함한 직무능력평가를 실시하고 고객만족도 조사 등을 통하여 위탁원들의 근무태도를 평가하였다.
작업도구 제공과 재위탁 여부 등
피고는 위탁원들에게 검침에 필요한 검침단말기를 배부하였다가 퇴근시 이를 반납받았다.
피고의 사무실에는 위탁원들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긴 테이블이 있었는데 피고는 이를 구획하여 각 구획별로 위탁원들의 이름표를 붙이고 서랍을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밖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전화도 비치되어 있었다.
피고는 위탁원들에게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제공하였고 근무복을 지급하고 이를 착용하도록 하였으나, 근무복을 입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위탁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재위탁하거나,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탁원이 아닌 제3자에게 대신 업무를 수행케 할 수는 없었다. 위탁원들은 결근을 할 경우에는 피고에 이를 통지하였고 피고는 정해진 순번에 따라 대직자에게 결근자를 대신해서 업무를 처리하게 한 후 그 대직자에게 직접 해당 업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원고들은 1998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대체로 10년 내외의 기간 동안 피고에 주부위탁원으로 근무하였고 피고는 주부위탁원의 재위촉 제한 연령을 만 53세 미만으로 정하여 두었다.
기타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등
피고는 위탁원들에 대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였고 위탁원들로부터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다.
피고가 위탁원들에게 지급한 신분증에는 '사번'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급여명세서에도 '사번'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탁원 관리카드에는 '관리번호'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에 반해 정규직 직원에 대한 사원인사기록표에는 '사번'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관련규정
피고가 위탁원들의 위촉, 해촉, 업무수행방법, 평가 등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한 '위탁원 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로자 해당 여부
위와 같은 인정사실과 함께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21부터 2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은 위탁계약이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온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가) 피고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위탁받은 전기계량기 검침, 전기요금 관련 청구서 등의 송달 등의 업무를 근로계약을 체결한 정규직 직원들뿐만 아니라 원고들과 같이 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원들에게 처리하게 하였다. 위탁원들은 피고가 지정한 담당구역에 따라 배정받은 업무를 수행하였고, 위탁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 등의 업무는 검침, 송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피고의 정규직 직원들과 업무량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을 뿐 그 업무내용은 동일하였다.
위탁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 등의 업무는 피고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재위임한 것으로서 피고의 사업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고, 피고는 한국전력이 시행하는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하였던바, 피고로서는 적정한 업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위탁원들이 피고로부터 업무를 배정받은 후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수행한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탁계약에 따라 제공받는 노무의 품질 등이 일정한 수준에 맞도록 요구하는 방법으로 위탁계약에 기하여 위탁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시 등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탁원들이 업무수행의 순서나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부분 외근으로 이루어지는 검침, 송달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는 '피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위탁받은 업무의 수행과정이나 계약이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위탁계약서 제7조), 피고는 한국전력이 제정한 '검침 및 송달 세부시행지침'을 실시하여 위탁원들은 이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위탁원들에게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율성이 보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침과 송달 등의 업무를 담당한 위탁원들의 예상 업무량은 그들의 담당구역이 지정되어 있는 이상 그 담당구역에 거주하는 전기수용가구의 수에 따라 정해졌고, 위탁원들은 업무를 하는 날 피고로부터 직접 검침이나 송달을 할 고객을 배정받았다. 위탁원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하여 검침이나 송달 업무의 양을 늘림으로써 그 수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탁원들은 피고 외의 다른 사업자로부터 검침이나 송달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이를 수행할 수 없었고, 그 업무를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탁원이 아닌 제3자에게 수행하도록 재위탁할 수 없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위탁원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의 계산으로 그 업무를 사업으로 영위하거나 그 사업으로 인한 수익과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검침, 송달 업무의 각 특성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위탁원들에게도출퇴근시간에 어느 정도 구속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탁원들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했으며 검침업무를 담당하는 위탁원들의 경우에는 검침단말기를 반납하기 위해서 사무실에 돌아온 후 퇴근하였다.
위탁원들은 정규직원과 아무런 구분 없이 피고가 제공하는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였으며, 피고는 위탁원들에게 업무용 책상뿐만 아니라 그 외의 비품이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도구 등도 제공하였다.
피고가 제정·시행한 위탁원 규정에는 업무수행 실적 평가 성적이 70점 이상일 것을 재위촉자격으로 규정하고 위촉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해촉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제9, 10, 11조),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실적에 따라 업무량을 줄이거나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위탁원들은 오후 3~4시경에 퇴근하여 그 이후 식당이나 다른 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기도 하였고, 위탁원들에 대하여는 피고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였으며, 위탁원들은 정규직 직원과 달리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았고, 피고가 위탁원들의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위탁원들을 위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퇴직금 청구에 관하여
퇴직금 청구권의 발생
원고들이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기까지의 기간을 포함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1년 이상 계속하여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위탁원으로 근무하였던 기간을 포함하여 총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이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의 산정
피고가 원고들에게 정규직 전환일 이후의 근무기간에 대하여 별지 퇴직금 산정표'기지급 퇴직금'란 기재 각 돈을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한편 원고들은 별지 퇴직금 산정표와 같이 '기지급 퇴직금' 액수(원고들의 정규직 근무기간만을 계속근로연수로 보아 산정한 퇴직금액)를 원고들의 '정규직 근무일수'로 나누어 산정한 '1일 기준 퇴직금액'에 '위탁원 근무기간의 일수'를 곱한 금액(= 기지급 퇴직금 ÷ 원고들이 정규직으로 근무한 일수 × 원고들이 위탁원으로 근무한 일수, 계산결과에서 원 미만은 반올림)을 미지급 퇴직금으로 청구하고 있고, 피고도 원고들의 위와 같은 청구금액 계산 내역에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탁원 근무기간이 계속근로연수에 포함될 경우 원고들이 추가로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은 같은 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금액이 된다.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
이에 대하여 앞서 본 것처럼 피고는 원고들과 피고의 기존 위탁계약관계는 2010. 10. 31. 또는 2011. 3. 31.에 종료되었고 그에 따라 기존 위탁계약관계에 따른 퇴직금청구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나, 그 고용형태에 변경이 있더라도 공백기간 없이 계속 근무한 경우에는 위탁원으로서의 근무기간과 정규직으로서의 근무기간을 통산한 기간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속근로기간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최종 퇴직일 다음날인 2012. 8. 1.부터 기산되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피고의 신의성실 원칙 위배 주장에 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님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기초로 한 기존의 법률관계를 인정하여 왔다거나, 피고에게 위탁계약기간 동안의 퇴직금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위 기간 동안에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의 내용이나 성격 등 앞서 살펴본 이 사건 사실관계, 원고들이 그 대가로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의 규모와 이 사건 소 제기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으로 위 기간 동안에도 근로자였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정한 그 기간 동안에 관한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부분 관련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퇴직금 산정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퇴직금과 각 이에 대하여 원고들의 퇴직일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12. 8. 15.부터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에 따라 피고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7. 6. 21.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판사 권기훈(재판장) 권순남 차승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