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7. 11. 16. 원고에 대하여 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1,168,200원을 지급하라.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인 C의 한국 법인으로서 의약품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4. 2. 10. 피고에 입사하여 진단시스템 사업부(Diagnostic Systems, 이하 'DS 사업부'라 한다)의 부서장(총괄이사, Business Director)으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5. 9. 14. 조직 개편 및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는 2015. 10. 1.부터 'DS 사업부'와 'PAS 사업부'를 'DS & PAS 사업부'로 통합하고 원고를 같은 사업부의 시장개발이사(Marketing Development Director)로 하는 것이다.
그 후 피고는 2017. 6. 19. 원고에게, 2017. 7. 1.자로 원고의 업무를 변경하고 직제 등급을 낮추며 급여를 감축하는 내용의 강등처분(이하 '이 사건 강등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강등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2017. 9. 4. 이 사건 강등처분은 징계사유에 비하여 그 양정이 과하여 부당하다는 이유로 취소하라는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7부해1516)이 내려지자, 피고는 이 사건 강등처분을 취소한 뒤 2017. 11. 16. 원고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 한다)을 통지하였다. 정직기간 중에는 출근이 정지되고 무급 처리된다.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다(이하 각 징계사유를 지칭할 때는 '제① 사유'와 같이 번호로 특정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 6호증, 갑 제9호증의 1, 2, 갑 제10호증의 1, 2, 을 제1, 2, 12, 4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제① 내지 ④ 사유 관련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사실상 강등되고, 부서장에게 제공되는 부가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였으며, 이 사건 인사발령 이후 구체적인 업무를 제공받지 못하여 피고의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징계처분에 해당한다. 제① 내지 ④ 사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의 사유, 이 사건 강등처분의 징계사유였으므로, 이를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이중징계이다.
원고는 제① 내지 ④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더라도 원고에게 불이익한 처분인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인사상 목적을 달성하였음에도 다시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다.
제① 내지 ④ 사유는 이 사건 정직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길게는 3년 전에 일어난 행위이므로 이 사건 정직처분은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다.
제⑤ 사유 관련
제⑤ 사유가 문제 삼는 이메일은 원고가 직접 작성하였거나 원고를 수신인으로 한 개인 이메일이고, 그 내용도 피고와의 법적 분쟁에 대비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에 불과할 뿐 피고의 업무에 관련된 정보가 아니다. 제⑤ 사유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
제⑤ 사유는 피고의 정보보안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여 발생한 경미한 실수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피고에 손실이 초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정직처분을 한 것은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다.
이 사건 정직처분의 무효 확인과 임금 청구
이 사건 정직처분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정직처분의 무효 확인과 정직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 11,168,200원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이 사건 정직처분의 경위 등
앞서 든 증거와 갑 제2, 3호증, 갑 제26호증의 1, 2, 3, 갑 제27, 33, 43호증, 갑 제44호증의 1, 2, 갑 제49호증, 갑 제53호증의 1, 2, 갑 제54호증, 갑 제55호증의 1, 2, 갑 제56호증의 1, 2, 갑 제57호증의 1, 2, 갑 제58호증, 갑 제59호증의 1, 2, 갑 제60호증의 1, 2, 갑 제61호증, 갑 제62호증의 1, 2, 갑 제63호증의 1, 2, 갑 제64, 65호증, 갑 제66호증의 1, 2, 갑 제67호증, 갑 제70호증의 1, 2, 갑 제72호증, 을 제3, 9, 10, 11, 14, 15, 18, 36호증, 을 제38호증의 1, 2, 을 제39, 44, 4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원고의 입사부터 이 사건 정직처분까지의 경위와 그 후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입사 당시 근무 조건
피고의 직급 체계는 직무관리 시스템(Job Governance System)에 따라 'Job Group 1'부터 'Job Group 9'까지로 분류된다. 'Job Group 9'가 가장 높은 직급이다. 2014. 2. 10. 입사 당시 원고는 'DS 사업부'의 부서장(총괄이사)이자 'Job Group 5'를 부여받았다. 'Job Group 5' 이상 직급은 KLT(Korea Leadership Team)의 구성원이 되는데, 원고는 KLT 구성원으로서 집무실과 차량을 제공받고 통신비를 지원받았다.
직무 체계상 원고는 피고의 지사장(Country General Manager)과 본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DS 사업부' 총괄임원(Regional Business Director, Diagnostic Systems, AP)에게 업무 보고를 한다.
이 사건 인사발령 경위
'DS 사업부'의 조직 구조는 부서장인 원고(I) 아래에 팀장인 R, S, T, U와 팀원 9명이 있는 구조이다. 그런데 'DS 사업부'의 팀원인 제품 매니저(PM, Product Manager) F는 2014. 9. 22. 피고의 인사담당이사에게 원고의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이메일(을 제3호증)을 보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의 본사는 2015. 7.경 29개국 DS 사업부 소속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이 조사에서 원고가 총괄하는 피고의 DS 사업부는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DS 사업부의 직원 겸 중간관리자인 G은 2015. 8. 17. 피고를 퇴사하면서 피고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DS 사업부' 총괄임원에게 퇴사 이유를 밝히는 내용의 이메일(을 제9호증)을 보냈다. 이메일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의 대리점주 J은 2015. 9. 11. 및 2015. 9. 12. 피고의 지사장에게 'DS 사업부'가 업무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소통 없는 일방적인 태도를 취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제11호증)을 보냈다. 이메일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처럼 'DS 사업부'의 내외부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DS 사업부'의 직원 만족도 평가 결과가 저조하자, 피고는 2015. 9. 14. 'DS 사업부'와 'PAS 사업부'를 'DS & PAS 사업부'로 통합하고, 통합된 'DS & PAS 사업부'의 부서장은 'PAS 사업부'의 부서장인 D로 하며 원고는 'DS & PAS 사업부'의 시장개발이사로 하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였다.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인한 원고의 근무조건 변화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는 종전의 팀장과 같은 위치에서 원고와 같은 부서장이었던 D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인사평가를 받게 되었고, 부하 직원도 없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시장개발이사의 직급은 원고의 종전 직급과 같은 'Job Group 5'로서 급여에는 변화가 없지만, 원고는 KLT 구성원으로서의 지위가 박탈되어 차량 및 통신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원고는 홀로 집무실을 사용하다가, 시장개발이사로 근무하면서 'DS & PAS 사업부'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시장개발이사는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신설된 직책으로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직무기술서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피고는 원고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2016. 7.13.까지도 원고에게 시장개발이사의 직무기술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피고가 이 법원에 제출한 시장개발이사 직무기술서(을 제38호증의 1, 2)에 따르면, 시장개발이사의 수행업무는 '① 시장 조사에 관한 계획·구성·분석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 ② 효과적인 시장 개발 전략에 관한 연구 개발, ③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 및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및 관계 유지·발전'이라는 막연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심지어 'DS & PAS 사업부'의 부서장은 워크숍, 대리점 미팅 등 주요 행사에 원고의 참석을 배제하고 그 시간에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하였다.
원고의 조사 요청
원고는 2015. 10. 7.부터 피고의 본사 윤리위원회(Ethics Office)에 이 사건 인사발령의 과정과 경위를 소개하면서 이 사건 인사발령의 당부에 관한 의견을 구하였다. 하지만 본사 윤리위원회는 2016. 8. 25. 원고가 제기한 인사발령의 부당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하였고, 오히려 피고의 본사는 2016. 8. 26. 원고에게 퇴직 여부를 결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2016. 10. 24. 및 2016. 11. 8. 'DS & PAS 사업부'의 부서장에게 ① 원고는 자발적으로 퇴사할 의사가 없고, ② 지난 1년간 시장개발이사로의 보직 변경 및 업무 배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유와 근거에 대하여 책임감 있는 대응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그동안 원고가 겪은 내용과 원고의 심정을 담은 이메일(갑 제44호증의 1, 2)을 보냈다. 이 이메일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원고가 피고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공용폴더 접근과 부서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는 것' 정도였던 것이다.
이 사건 강등처분 및 정직처분
본사 윤리위원회에서 원고의 이의 신청을 종결한 뒤 피고는 2017. 1. 5. 원고에게 "2015년 9월 원고의 업무 전환 배치(이 사건 인사발령을 의미한다) 의사 결정에 대한 공정성 심사 및 상호 진술"을 안건으로 2017. 1. 13. 개최되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다. 그에 대해 원고는 2017. 1. 6. 피고의 인사담당이사에게, 이 사건 인사발령 외에 이 사건 인사발령 후 원고에게 취해진 조치도 조사하고 인사위원회 위원을 중립적인 사람으로 구성하며 그동안 조사된 내용을 원고에게 제공하고 인사위원회의 의제를 알려주며 2차 인사위원회도 개최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피고의 인사담당이사는 2017. 1. 11. 원고에게 인사위원회에 원고가 출석해야 하는 이유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사유인 '① DS 사업부 총괄이사로 근무한 기간(2014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에 보여진 리더로서의 역량 부족, ② 업무수행 과정(업무보고, 회의 및 팀 운영)에서 강압적인 일방적인 의사소통으로 인한 직원들의 집단 민원 야기, 업무수행 장애 및 팀 전체의 사기 저하, ③ 고객으로부터의 신의 상실, 협력업체 관리 부족 및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인한 고객 이탈 및 이로 인한 사업상의 손실'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소명기회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통지하였다.
피고는 2017. 1. 23. 1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소명을 들었다. 그리고 피고는 2017. 5. 30. 원고에게 2017. 6. 1.자로 원고의 직위를 매니저로 변경하고 직급을 'Job Group 4'로 변경하는 것을 수락해 달라고 하였다가 원고가 응하지 않자, 2017. 6. 7. 원고에게 알리지 않고 2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업무수행 장애, 직장 내 사기 저하, 조직 부적응, 업무 성과 부족, 교육 훈련 기회 및 신규 업무부여 등'을 이유로 2017. 7. 1.자로 원고의 업무를 'DS 사업부'의 'Field Service Operation Manager'로 변경하고, 직급을 'Job Group 4'로 격하하며, 월 기본급을 7% 하향하는 등의 이 사건 강등처분을 하기로 의결하고, 2017. 6. 19.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원고의 구제신청에 따라 2017. 9. 4. 이 사건 강등처분을 취소하라는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이 내려지자, 피고는 이 사건 강등처분을 취소한 뒤 2017. 11. 8. 본사로부터 제⑤ 사유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여 2017. 11. 10.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제① 내지 ④ 사유에 제⑤ 사유를 징계사유에 추가하여 2017. 11. 16. 원고에게 이 사건 정직처분을 통지하였다.
이 사건 정직처분 후의 상황
이 사건 정직처분 후로도 원고는 시장개발이사로 근무하면서 종전과 다를 바 없이 제대로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인사발령 후 3년 이상 경과하도록 불분명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정직처분의 무효 여부
이 사건 정직처분의 제① 내지 ④ 사유는 이중징계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이중징계를 한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그 징계처분은 무효이나, 그와 같이 이중징계에 해당하려면 선행 처분과 후행 처분이 모두 법적 성질상 징계처분이어야 하고, 선행 징계처분이 취소됨이 없이 유효하게 확정되어야 하며, 선행 징계처분과 후행 징계처분의 징계처분과후행 징계처분의 징계혐의 사실이 동일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99두10902 판결 참조).
위와 같이 근로자에 대한 이중징계를 무효로 보는 이유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일한 비위행위를 가지고 계속적으로 근로자를 징계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해 부당한 위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근로관계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징계의 목적 내지 효과를 달성하기 위하여 보다 간편한 절차가 요구되는 인사상 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무효인 이중징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으로서 선행 처분의 실질적인 불이익성과 선행 처분이 징계 대체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5. 9. 선고 93다51263 판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등 참조).
다음과 같은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피고에게는 업무상 필요가 없는 반면 원고에게는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한 것으로서, 실질적인 징계처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피고에 입사한 후 'DS 사업부' 부서장(총괄이사)으로서 'DS 사업부'를 총괄하면서 'DS 사업부' 내 팀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피고의 지사장과 아시아 태평양 'DS 사업부' 총괄 임원에게 업무 보고를 하다가,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기존 'DS 사업부'의 팀장과 다를 바 없는 위치가 되어 팀장 및 팀원들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소속 사업부의 부서장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소속 부서장으로부터 인사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로 인해 원고가 받는 것은 생활상·신분상의 불이익을 넘는 모멸감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실질적으로 임원 지위에 해당하는 KLT(Korea Leadership Team)의 구성원에서 제외되어 집무실 및 차량 등 KLT 구성원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박탈되었다. 변화된 업무 보고 체계, 근무 환경, 집무실 및 차량 등의 혜택이 박탈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실질적으로 원고의 지위를 격하하고 임원 자격을 박탈한 '강등'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변경 전 보직인 부서장(총괄이사)과 변경 후 보직인 시장개발이사는 모두 피고의 'Job Group 5' 직급으로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수평적 인사 조치에 불과하고 차량 등의 제공은 보직 변경으로 발생한 부가 혜택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근로계약(갑 제1호증)에서 원고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것을 명시하였고, 피고의 차량규정(을 제48호증의 1, 2), 비용규정(49호증)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의 보직 변경에 따라 부가 혜택이 달라진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가 맡게 된 시장개발이사는 신설된 자리로 원고는 직무기술서도 제공받지 못하고 워크숍, 대리점 미팅 등 주요 행사에 참석이 배제되는 등 근로 제공의 기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개발이사의 직무는 'DS 사업부의 제품이 속한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예측하고,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아내어 부서 및 회사의 성장을 위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것인데(피고의 2019. 1. 10.자 준비서면 4면 참조), 고객 및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기회 자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사용자인 피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게 된 업무상 필요성도 확인하기 어렵다. 피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이 'DS 사업부' 부서장(총괄이사)인 원고와 'DS 사업부' 소속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함에 따라 원고가 'DS 사업부' 부서장(총괄이사)으로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한 인사상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피고가 주장하는 업무상의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원고를 'DS 사업부'가 아닌 다른 부서에 배치하거나 사무실을 달리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할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원고를 부서장의 지위에서 부서원의 지위로 격하시켜 부서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업무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 인사발령은 단순한 보직 변경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고, 원고에 대한 불이익한 처우를 통하여 원고에게 퇴직을 종용하기 위한 절차인 것으로 보인다.
제① 내지 ④ 사유는 이 사건 인사발령 전의 사유임이 명백하고 이 사건 인사발령에 다른 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특히 피고가 이 사건 강등처분 전 원고에게 보낸 인사위원회 출석 사유는 제① 내지 ④ 사유와 다르지 않은 '① DS 사업부 총괄이사로 근무한 기간(2014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에 보여진 리더로서의 역량 부족, ② 업무수행 과정(업무보고, 회의 및 팀 운영)에서 강압적인 일방적인 의사소통으로 인한 직원들의 집단 민원 야기, 업무수행 장애 및 팀 전체의 사기 저하, ③ 고객으로부터의 신의 상실, 협력업체 관리 부족 및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인한 고객 이탈 및 이로 인한 사업상의 손실'이고 이 사건 정직처분은 이 사건 강등처분을 취소하고 그 사유에 제⑤ 사유를 추가하여 내려진 것이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사유는 이 사건 정직처분의 제① 내지 ④ 사유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정직처분 중 제① 내지 ④ 사유는 이 사건 인사발령과 동일한 징계혐의 사실을 대상으로 재차 징계처분을 내린 이중징계에 해당한다.
제① 내지 ④ 사유가 인정되거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제① 사유의 근거는 F의 이메일(을 제3호증), 제② 사유의 근거는 G의 이메일(을 제9호증), 제③ 사유의 근거는 J의 이메일(을 제11호증)로 보이지만, 각각의 이메일 내용이 공통적으로 원고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정만으로 관련 사유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원고가 이 사건 징직처분이 내려진 인사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을 제18호증)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각각의 이메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그 사실관계와 맥락 및 전후 상황과 진위 여부가 확인되거나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고의 반박 내용과 그에 부합하는 다수 증거에 비추어 F와 G의 이메일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고, 이 사건 소송 중 작성된 F의 진술서(을 제40호증)와 'DS &PAS 사업부'의 부서장인 D가 2017. 6.경 직원들을 면담하고 대상자를 익명으로 작성하였다는 것으로서 면담과 문서 작성 취지와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 보고서(을 제17호증), 추상적인 인사평가 내용(갑 제19호증의 1, 2, 을 제4, 13호증)만으로 신빙성이 보완되거나 그 의혹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제② 사유에 관한 G의 이메일은 특정 사실을 제보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의견이어서 원고의 잘못된 지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제③ 사유에 관한 J의 이메일도 마찬가지이다. 이 이메일은 원고를 지칭한 것도 아니고 그 내용이 지극히 막연하며 원고가 대리점주를 직접 상대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제③ 사유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로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피고와 대리점은 거래 조건과 관련하여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므로 대리점의 불만 사항이 DS 사업부 직원의 업무 태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대리점주의 입장이 피고의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 면에서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했어야 하나, 피고가 이를 심층적으로 검토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제④ 사유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015년에 실시된 'DS 사업부'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원고가 총괄하는 'DS 사업부' 직원들의 만족도가 29개국 'DS 사업부' 중 최하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본질적으로 직원 만족도 조사는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직원들의 만족도와 소속감을 제고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보일 뿐 그 결과를 들어 부서장이 부서의 질서 유지와 관리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고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이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원고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저하되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
제⑤ 사유는 일부만 인정된다.
제⑤ 사유는 원고가 피고의 업무 관련 정보가 기재된 이메일 8건을 원고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발송하였다는 것이고, 그 8건의 이메일은 을 제22 내지 29호증으로 확인된다.
갑 제30호증, 을 제22호증의 1, 2, 을 제23호증의 1, 2, 을 제24 내지 28, 3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17. 8.부터 2017. 10.까지 피고의 이메일 계정으로 C 아시아 지역 법무 담당자 및 윤리이사와 주고받은 이메일 7건을 2017. 10. 31. 원고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발송한 사실, 그 이메일에는 피고의 최대 거래업체인 P(이하 'P'라 한다)의 뇌물 및 리베이트 문제,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위반과 관련된 잠재적인 위험, 피고가 처한 상황(피고가 P와의 관계를 확장하고 피고의 경영진이 P의 잠재적 위험을 언급하지 못하게 한 점) 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법무 담당자가 원고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비밀 유지 의무 등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제27호증, 1쪽)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7건의 이메일에는 피고의 윤리 및 준법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내용이 유출될 경우 피고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이메일에 기재된 내용을 사적인 경로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점, 7건의 이메일 중에는 원고가 작성한 메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작성한 메일도 포함되고 있고 일부 메일에는 명시적으로 비밀 유지 의무 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7건의 이메일을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발송한 것은 피고의 정보보안표준(을 제43호증) 3.2.6.에서 금지하는 '피고의 정보를 작업하거나 보관할 목적으로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행위는 피고의 취업규칙(을 제16호증) 제42조에서 징계사유로 규정하는 '정당한 이유 없이 회사의 지시나 정책을 따르지 아니한 경우(제4호)'에 해당하므로, ⑤ 사유 중 7건의 이메일 발송 부분은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을 제29호증의 1, 2, 을 제30호증, 갑 제3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7. 10. 11. 피고의 이메일 계정으로 아시아 인사 담당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 1건을 2017. 10. 31. 원고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발송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이메일은 원고가 작성하여 원고가 보낸 이메일인 점, 이메일 내용은 원고가 자신의 2017년 업무성과 평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인 점, 이메일에 다른 직원의 업무성과 평가와 관련된 내용 또는 피고의 영업비밀 등과 관련된 내용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이메일의 내용이 피고의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거나 원고가 피고의 정보를 작업하거나 보관할 목적으로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제⑤ 사유 중 이메일 1건 발송 부분은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정직처분은 무효이다.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사유 중 제① 내지 ④ 사유는 이중징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제⑤ 사유는 일부만이 인정될 뿐이다. 이 사건 정직처분은 상당부분 근거가 없는 셈이어서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귀착한다. 이 사건 정직처분은 무효이고 피고가 그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임금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정직처분이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정직기간 중 무급 처리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갑 제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의 1개월 임금은 11,168,200원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직기간 중의 임금 11,168,200원을 지급해야 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윤승은(재판장) 황승태 이예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