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8. 16. 선고 2018노56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C, E 주식회사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원심 판시 2017고합672 사건의 제1죄, 제2죄 중 2015. 10. 27. 이전의 범행 부분, 제3의 가죄 중 2015. 10. 27. 이전의 범행 부분, 제3의 나죄, 제3의 다죄 중 2015. 10. 27. 이전의 범행 부분, 제4죄, 원심 판시 2017고합948 사건의 판시 제1의 나죄, 제2의 가죄, 제3죄, 제4죄에 대하여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6,500,000원에, 원심 판시 나머지 각 죄에 대하여 징역 3년 6개월 및 벌금 3,500,000원에, 피고인 B를 징역 1년 6개월 및 벌금 10,100,000원에, 피고인 C을 징역 1년 및 벌금 10,100,000원에, 피고인 D을 벌금 14,300,000원에, 피고인 E 주식회사를 벌금 101,4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A, B, C, D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B, C에 대하여는 각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 B, E 주식회사로부터 공동하여 15,620,933,757원을 추징하고, 피고인 D으로부터 위 피고인들과 공동하여 위 금원 중 14,764,775,227원을 추징한다.

피고인 A, B, D, E 주식회사에 대하여 각 위 벌금 및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피고인 C에 대하여 각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C, E 주식회사에 대한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밀수출로 인한 관세법위반 부분(2017고합672 사건 범죄사실 제2항)

8인치 웨이퍼의 물품원가는 140불, 6인치 웨이퍼의 물품원가는 70불인데도, 전자는 250불, 후자는 95불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물품원가 산정 및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피해자 주식회사 포스코기술투자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사기) 부분

피해 회사가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여 먼저 투자를 제의하였으므로, E이 매출액을 부풀렸다고 하더라도 피해 회사의 투자는 피고인의 기망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기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① 원심 판시 2017고합672 사건의 제1죄, 제2죄 중 2015. 10. 27. 이전의 범행 부분, 제3의 가죄 중 2015. 10. 27. 이전의 범행 부분, 제3의 나죄, 제3의 다죄 중 2015. 10. 27. 이전의 범행 부분, 제4죄, 2017고합948 사건의 판시 제1의 나죄, 제2의 가죄, 제3조, 제4죄에 대하여 징역 2년 6개월 및 벌금 400만 원, ② 나머지 각 죄에 대하여 징역 3년 6개월 및 벌금 6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E

피고인은 적법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다.

검사

1)

법리오해 [피고인 A, E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위반(재산국외도피) 부분]

특정경제범죄법위반(재산국외도피죄는 재산이 전 행위의 원인행위가 진실인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성립하는 것인데, 피고인이 외국환거래법령의 제한에 따라 DD에 대한 채무변제금을 송금할 방법이 없어 E의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날 페이퍼컴퍼니 인 'O'에 대한 수입 대금 지급 명목으로 송금하였으므로, 이는 대한민국의 법률과 제도에 의한 규율을 받지 않기 위해 국내 자산을 해외로 이전시킨 행위에 해당하고, 재산국외

도피의 범의도 추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DD로부터 차용한 금원을 변제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재산국외도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사실오인(피고인 A, C, E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위반 부분)

N, O, P 등 3개 회사(이하 '3개 회사'라 한다)가 실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예금거래의 주체는 명의가 아니라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 거주자인 피고인들이 3개 회사로부터 그 회사의 예금계좌 명의를 차용하여 비거주자인 해외 은행과 예금거래를 하였으므로 외국환거래법위반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3개 회사가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3)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① 피고인 A: 위와 같음, ② 피고인 B: 징역 1년 6개월 및 벌금 700만 원, ③ 피고인 C: 징역 1년 및 벌금 500만 원, ④ 피고인 D: 벌금 500만 원, ⑤ 피고인 E: 벌금 1억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피고인 A와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가.

공소장변경(피고인 A, B, D, E에 대한 밀수출로 인한 관세법위반 부분)

1)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 판시 2017고합672 사건의 공소사실 제2항 중 ① "미화 32,250불 상당(한화 32,584,110원)의 포항공장 생산 8인치 웨이퍼(단가 미화 250불 상당", 부분을 "미화 18,060불 상당(한화 18,247,102원)의 포항공장 생산 8인치 웨이퍼(단가 미화 140불 상당,"으로, ② "미화 23,053,970불(한화 26,077,182,444원) 상당 진성 웨이퍼 97,471매에 관해 관할 세관에 정식으로 수출신고를 하지 않고 간이 통관 방식으로 수출신고를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미화 23,053,970불(한화 26,077,182,444원) 상당의 웨이퍼를 중국으로 밀수출하였다." 부분을 "미화 13,052,620불(한화 14,764,775,227원) 상당의 진성 웨이퍼 97,471매에 관해 관할 세관에 정식으로 수출신고를 하지 않고 간이 통관 방식으로 수출신고를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미화 13,052,620불(한화 14,764,775,227원) 상당의 웨이퍼를 중국으로 밀수출하였다."로, ③ 별지 범죄일람표 3을 이 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 3으로 각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2)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 A, E에 대하여는 다른 공소사실 일부에 대하여 무죄로 선고하면서 피고인 B, E에 대하여 위와 같이 심판대상이 변경된 부분과 나머지 각 유죄로 인정된 부분이 각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고, 피고인 A의 범행을 2015. 10. 27. 이전과 2015. 10. 27. 이후로 나눈 후 위와 같이 심판대상이 변경된 부분과 나머지 각 유죄로 인정된 부분을 각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각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E에 대한 유죄 부분,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피고인들에 대한 벌금형 선고 부분

1)

관세법 제278조에 의하면, 관세법에 따른 벌칙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중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 중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므로,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관세법 위반의 수개의 죄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그 각 죄마다 따로 벌금형을 양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247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각각 따로 양정한 벌금형의 액수를 구분하여 명시하지 않은 채 이를 합산한 단일한 하나의 벌금형만을 선고하여서는 안 되고, 관세법 위반의 죄와 관세법 위반의 죄 이외의 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때에도 관세법 위반의 죄에 대하여는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7. 4. 13. 선고 2006도8435 판결 참조).

2)

그런데도, 피고인들에 대하여 관세법 위반죄 부분에 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면서(E은 외국환거래법위반죄도 포함) 각각 따로 양정한 벌금형의 액수를 구분하여 명시하지 않은 채 단일한 하나의 벌금형만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C, E에 대한 유죄 부분,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에는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법령 적용의 잘못(피고인 A, B, C, E에 대한 2013. 1. 1. 이후 2013. 8. 12. 이전의 수출가격 및 수입가격 허위신고로 인한 관세법위반 부분)

1)

원심은, 피고인 A, B, C, E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3. 1. 1. 이후 2013. 8. 12. 이전의 수출가격 및 수입가격 허위신고의 점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에 대하여 각 구 관세법(2013. 1. 1. 법률 제11602호로 개정되어 2013. 8. 13. 법률 제120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6조 제2항 제4호, 제241조 제1항을 적용하였다.

2)

그러나 구 관세법(2013. 1. 1. 법률 제116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6조 제1항 제4호에는 제241조에 따른 신고를 할 때 허위신고를 한 자는 물품원가 또는 2,000만 원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가, 구 관세법(2013. 1. 1. 법률 제11602호로 개정된 것) 제276조에는 허위신고의 내역을 구분하여 제1항에서는 제241조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때 물품의 '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자는 물품원가 또는 5,000만 원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같은 조 제2항 제4호에서는 제241조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때 위 "제276조 제1항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허위 신고를 한 자는 물품원가 또는 2,000만 원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3. 8. 13. 법률 제12027호로 개정된 관세법은 종전의 제276조 제1항을 삭제하고, 같은 조 제2항 제4호의 괄호 부분("제1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다"는 부분)을 삭제하였다. 2013. 8. 13. 법률 제12027호로 개정된 관세법의 개정이유를 보면, '수출입신고를 할 때 부당하게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물품의 가격을 조작하여 신고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270조의2를 신설하면서 단순한 가격 허위신고행위를 다른 허위신고 행위와 구분하여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던 위 제276조 제1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한다는 내용이다.

위와 같은 규정 체계, 개정과정과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2013. 1. 1. 이후 2013. 8. 12.까지의 기간 동안의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 따른 수출입신고 시 '가격'을 허위 신고한 행위에 대하여는 구 관세법(2013. 1. 1. 법률 제11602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2013. 8. 13. 법률 제120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6조 제1항을 적용하여야 하고,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 따른 신고사항 중 가격 이외의 사항을 허위신고한 행위에 대하여는 위 구 관세법 제276조 제2항 제4호를 적용하여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2013. 1. 1. 이후 2013. 8. 12. 이전의 수출가격 및 수입가격 허위신고 행위에 대하여 구 관세법(2013. 1. 1. 법률 제11602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2013. 8. 13. 법률 제120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6조 제2항 제4호를 적용하였고 이러한 잘못은 그 처단형의 범위에 변경을 초래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C, E에 대한 유죄 부분,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에는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라.

피고인 B, D에 대한 관세법상 추징 관련

1)

관세법 제282조 제2항에는 제269조 제2항, 제3항의 경우에는 범인이 소유하거나 점유하는 그 물품을 몰수하고, 제282조 제3항에는 위 몰수할 물품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몰수할 수 없는 물품의 범칙 당시의 국내도매가격에 상당한 금액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관세법상의 몰수, 추징은 관세법 위반에 대한 제재이므로 범칙자가 여러 사람인 경우 각 범칙자에 대하여 그 가액 전부의 추징을 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486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도, 피고인 B의 미신고 수입 및 수출행위에 대하여 관세법 제269조 제2항을 적용하고 피고인 D의 미신고 수출행위에 대하여 관세법 제269조 제3항을 적용하면서도, 피고인 B, D에 대하여 관세법상의 추징을 명하지 아니한 원심판결 중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에는 관세법상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마.

소결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C, E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에는 직권파기 사유가 있다. 한편 이와 같은 피고인 A의 피해자 주식회사 포스코기술투자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과 검사의 피고인 A, C, E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본다.

3.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피해자 주식회사 포스코기술투자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 부분]

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고,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단지 상대방이 개별적 처분행위를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1051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과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여 신주인수대금 명목으로 3,000,030,000원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2015. 8. 11. 피해 회사와 E 사이에 작성된 전환상환우선주 인수계약서에는, E은 투자자에게 제공된 E의 재무제표가 E의 재무상태와 영업현황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진술·보장하고, 그 진술 보장이 진실하고 정확할 것을 피해 회사의 E에 대한 투자의 선행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2)

피해 회사가 E에 투자하기에 앞서 피해 회사 직원인 AR이 다른 투자처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수정·보완하여 E에 대한 투자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기초로 열린 투자위원회에서 E에 대한 최종 투자여부를 결정하였는데, 위 보고서의 종합의견란에는 E의 재무제표를 기초로 "과거 연평균 48.6%의 매출성장을 시현함"이라 기재되어 있다.

3)

그러나 당시 E은 더미웨이퍼를 3종 제품으로 가장한 허위 회전거래를 통해 매출이 외관상 증가하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고, 오히려 허위 회전거래와 관련한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하여 매년 손실이 증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재무제표에 위와 같은 가장매출 내역을 포함하여 매출액을 부풀려 기재하였고 그 기재내용과 실제 내역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4)

피해 회사에서 AR을 도와 실무를 담당한 AS은 검찰 및 이 법정에서 "피해 회사는 투자회사이므로 기술력은 투자 여부 판단 근거 중 하나이고, 결국 수익성이 우수한 회사에 투자를 한다. E의 3종 제품에 대한 매출 증가가 주된 투자 결정 요소로 작용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따라서 피해 회사가 E이 허위 회전거래를 통해 매출을 외관상으로만 대규모로 증대시킨 사실을 알았더라면 약 30억 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 인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4.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A, E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위반(재산국 외도피) 부분

가.

관련 법리

재산국외도피죄는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위반하여 국내 재산을 해외로 이동한다는 인식과 그 행위가 재산을 대한민국의 법률과 제도에 의한 규율과 관리를 받지 않고 자신이 해외에서 임의로 소비, 축적, 은닉 등 지배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행위라는 인식을 가지고 국내재산을 해외로 이동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이 유출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발생하게 하는 것, 즉 도피시킴으로써 범죄는 성립한다고 할 것이나, 처음부터 해외에서의 사용을 예정하지 않고 송금하였다면, 해외로 이동하여 지배 관리한다는 재산도피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2도7262 판결 등 참조). 한편,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징벌의 정도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나 국가경제의 발전과 세계화 추세 등에 따라 외환거래에 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행위가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시 행위자가 처하였던 경제적 사정 내지 그 행위를 통하여 추구하고자 한 경제적 이익의 내용 등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행위의 방법 내지 수단이 은밀하고 탈법적인 것인지 여부, 행위 이후 행위자가 취한 조치 등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7도368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A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7. 1. 24. 'O'의 홍콩 계좌로 198만 달러를 송금한 행위가 대한민국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여 도피시킨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 A에게 재산국외도피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 A와 중국 국적의 DD 사이에 2016. 6. 3. 작성된 공증서류 중 대출협의서에는 DD로부터 상환기간을 2017. 4. 30.로 정하여 미화 200만 달러를 차용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 A는 DD로부터 2016. 4. 29. 100만 달러, 2016. 5. 30. 60만 달러, 2016. 6. 14. 40만 달러, 합계 200만 달러를 지급받았다. 따라서 피고인 A는 실제로 DD로부터 200만 달러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대출협의서상 2017. 4. 30.까지 위 차용금을 현금 방식으로 상환하기로 되어 있었던 점, 'O'는 E로부터 2017. 1. 24. 198만 달러를 송금받은 뒤 2~3일 내에 이를 모두 DD에게 송금한 점, DD는 이와 같이 송금받은 후 피고인 A에게 이를 증명하는 내용의 영수증을 이메일로 전송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O 계좌로 송금한 돈은 DD에 대한 채무변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A는 외국인인 DD로부터 외화로 빌린 돈을 다시 외화로 변제한 것으로서, 송금 당시 DD에 대한 차용금을 변제한다는 의도 외에 대한민국의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2)

한편, 특정경제범죄법상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에 위반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이 부분 공소사실은 'O'가 페이퍼컴퍼니임을 전제로 외국환거래법령상 거주자인 피고인이 비거주자와 외화예금거래를 할 때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신고하지 아니한 채 비거주자인 항셍뱅크에 'O' 명의로 가지고 있는 계좌에 송금함으로써 외국환거래법령에 위반하여 비거주자와 외화예금거래를 하여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O'는 피고인 A에 의해 운영되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DD 등의 CG 그룹의 관계회사로서 홍콩에서 설립된 실제 회사이고 자신 명의의 계좌를 지배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외국환거래법상 비거주자에 해당하는 'O'가 비거주자인 항셍뱅크에 계좌를 개설하고 예금을 하는 거래는 비거주자들 사이의 거래로서 이를 두고 거주자가 비거주자와 외화예금거래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A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대로의 외국환거래법령을 위반한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5.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피고인 A, C, E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위반 부분)

가.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E은 2011년경 DG을 인수한 뒤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그 무렵부터 피고인 A가 관리하던 페이퍼컴퍼니인 AJ, DE를 이용하여 수출을 가장한 회전거래를 해왔던 점, ② 그러던 중 2013. 11.경부터 2014. 4.경 사이에 위와 같은 회전거래에 대하여 E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게 되어 위 2개 업체를 통한 허위 회전거래는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점, ③ 이에 피고인 A는 평소 거래관계에 있던 CG 그룹의 DH, DD, DI 등에게 부탁하여 CG 그룹의 관계회사인 'O' 등 3개 회사를 허위 회전거래에 이용하게 된 점, ④ 피고인 A는 위와 같이 3개 회사를 허위 회전 거래에 이용하게 해주는 대가로 CG 그룹에 일정한 수수료(송금액 또는 결제금액의 0.6 ~ 2.5%)를 지급하였고, 그 이외에도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수수료, 송금수수료 등을 지급해 온 점, ⑤ 위 3개 회사는 피고인 A를 통한 허위 회전거래 이외에도 실제로 정상적인 거래도 해오고 있어 이들 회사가 위 허위 회전거래를 위해서만 설립·운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⑥ 만약 위 3개 회사가 피고인 A에 의해서 실질적으로 지배되고 있다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E의 입장에서 굳이 이들 회사를 이용하는 대가로 상당한 액수의 수수료를 지급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 3개 회사는 피고인 A에 의해 운영되는 페이퍼컴퍼니로 보기 어렵고 홍콩에서 설립되어 실질적인 실체를 갖춘 회사로서 이들 회사는 외국환거래법상 비거주자에 해당하여 이들이 홍콩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예금을 하는 거래는 비거주자들 사이의 거래로 외국환거래법의 규율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 위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A는 검찰 제2회 조사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AI, DE는 페이퍼컴퍼니가 맞지만 3개 회사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저를 도와준 것뿐이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 B, C도 검찰 제6회 조사에서 "AJ이나 DE는 폐이퍼 컴퍼니로 알고 있지만, 3개 회사는 A가 거래처라고 이야기해서 그렇게 만알고 있는 것이라 페이퍼컴퍼니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E은 회전거래를 위해 3개 회사의 계좌에 수입대금 명목의 돈을 송금하고 다시 E의 계좌로 수출대금 명목의 돈을 송금받았는데, E은 회전거래를 위하여 3개 회사에 송금할 때마다 3개 회사에 상당한 금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점을 더하여 보면, 3개 회사는 페이퍼컴퍼니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계좌가 그 명의 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A에게 귀속되는 계좌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검사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6.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C, E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B, D에 대한 부분은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A의 밀수출로 인한 관세법위반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를 반영하여 당심에서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졌으므로, 이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과 양형부당 주장,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한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C, E에 대한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 C, E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B, D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