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1. 29. 선고 2019나2058118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D, D문화 및 D산업의 진흥과 관련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국민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여, D 및 D문화 육성, 홍보, 체험, 보급 업무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

피고의 정관 및 직제규정에 의하면, 피고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사무국을 두고 사무총장이 그 업무를 총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임원(이사장, 이사, 감사 등)을 제외한 직원은 사무총장, 검사역, 팀장, 관장 등으로 나뉘는데 그 중 사무총장은 비상근인 이사장을 보좌하고 부서별 분장업무를 관장하며, 이사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3)

원고는 2016. 3. 31. 피고에 임기 2년의 사무총장 직위로 입사하여 재직하던 중 피고의 이사장 궐위로 2017. 5. 13.경부터 2018. 4. 1.경까지 이사장 직무대행을 겸하기도 하였으며, 피고 인사위원회의 2018. 3. 30.자 결정에 따라 임기가 1년 연장(임기만료 예정일 : 2019. 3. 30.)되었으나, 피고로부터 2018. 6. 11. 직권면직처분(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나.

원고의 프랑스 해외 출장

1)

피고는 'E 홍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외부 용역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금을 받아, 위 사업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미국, 프랑스 등 5개국을 방문하여 식품 관련 공공기관과 식문화교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2)

이에 원고는 프랑스 공공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위하여 피고의 F 부장 및 계약직 직원 G와 함께 2017. 11. 6. ~ 2017. 11. 10. 일정으로 프랑스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원고, F, G는 업무와 무관한 식사비용으로 2차례에 걸쳐 H 식당에서 1,787,000원(1인당 약 595,000원), I 식당에서 177,000원 합계 1,964,000원(1인당 평균 약 327,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다하게 지출하였음에도 이를 해외 간담회 비용인 것처럼 처리하여 용역업체로 하여금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게 하였고, 원고는 해외 출장 시 직책수행경비만 이사장 직무대리 직위를 기준으로 지급받을 수 있음에도 국외여비 마저 이사장 직무대리 직위를 기준으로 하여 1,029,810원을 과다하게 지급받았다.

다.

피고의 직권면직 규정 신설

1)

원고의 프랑스 해외 출장 당시 피고의 인사규정 중 면직처분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이 제26조 제1항만 존재하였다.

2)

한편, 2017년경 채용비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하고 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공공기관과 공직유관단체의 직권면직 규정을 보완하도록 개선안을 제시하였고, 농림축산식품부는 피고를 포함한 산하기관에 채용 및 인사규정을 정비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8. 3. 29. 이사회를 개최하여 위와 같이 직권면직처분에 관한 제26조 제2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인사규정을 개정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이사장 직무대행으로서 위 이사회에 참석하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직유관단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위 인사규정 제26조 제2항과 동일·유사한 직권면직처분 규정들을 신설하였다.

라.

이 사건 면직처분의 경위

1)

J언론은 2018. 4. 22. 'K'라는 제목으로 '피고의 고위간부 A씨(원고를 지목)와 직원 2명이 프랑스 출장 중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식사비 180만 원을 피고의 해외 한식문화홍보사업비 중 기타 행사진행비 명목으로 처리하였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2)

농림축산식품부는 위 언론보도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위해 2018. 4. 23. 피고에게 관련 임직원의 직무정지 등 인사조치를 요구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 대하여 직무정지를 명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 4. 24.부터 2018. 4. 25.경까지 피고의 위 언론보도에 관련된 사항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하였다.

3)

원고는 2018. 5. 8. 피고에게, 개인사정을 이유로 하고 퇴직 희망일을 2018. 5. 11.로 기재한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피고의 이사장은 원고에게 위 사직원을 수리하여 의원면직으로 처리할 경우 관련 법령 위반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에 관한 검토를 지시하였고, 원고는 2018. 5. 11. 피고의 이사장에게 의원면직으로 처리하여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취지의 검토보고서(갑 제12호증)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위 사직원을 수리하지 않았다.

4)

농림축산식품부는 피고에 대하여 2018. 5. 23.부터 2018. 6. 8.경까지 정기감사를 실시하였다. 그 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18. 6. 11. 인사발령으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26조에 의한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하였다.

마.

이 사건 면직처분 이후의 상황

1)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 10. 8.경 피고에게 정기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F 부장에 대하여는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였으나, 원고에 대하여는 이미 직권면직 상태이므로 별다른 징계처분을 요구하지는 않고, 과다 지급한 국외여비 등을 원고로부터 회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2)

피고는 2018. 12. 12.자 내용증명을 통하여 원고에게 부적절하게 지급된 국외여비 등을 반환할 것을 요청하면서 원고가 비위면직자 등의 취업제한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안내하였다.

3)

원고는 2019. 1. 31.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 확인 및 해고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바.

관련 규정

원고가 2018. 5. 8.자 사직원을 제출할 당시 시행되던 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2018. 3. 27. 법률 제15524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공기관운영법'이라 한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권익위법'이라 한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피고의 징계지침 중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내지 10, 12호증, 을 제1 내지 10, 12 내지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 증인 L의 일부 증언,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면직처분은 사실상 '징계해고'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원고의 프랑스 해외 출장 당시 면직처분에 관한 피고의 인사규정 제26조 제2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피고는 인사규정 제26조 제2항을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소급적용하여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해고로 평가되는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함에 있어 구체적인 면직사유 등을 원고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고, 원고의 비위행위는 경미한 과실에 의한 것일 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도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부당해고로서 무효이고, 이 사건 면직 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면직 처분 당시로 소급하여 유효하게 존속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기간 동안인 이 사건 면직처분일 다음 날부터 원고의 임기만료 예정일인 2019. 3. 30.까지의 미지급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요지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이 피고의 인사규정 제26조 제2항 제1호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 이 사건 면직처분에 의하여 종료된다는 점을 원만히 수용하였다. 또한 원고의 요구에 의하여 원고의 퇴임간담회, 각 부서장들과의 오찬 등 행사를 진행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 이후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고 퇴직금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면직 처분일로부터 7개월 이상이 지난 뒤 위 면직처분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나.

판단

위에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7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와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을 통해 알 수 있는 피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에 이른 과정과 경위, 피고 안에서의 원고의 지위, 이 사건 면직처분 이후 원고의 행동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당시 문제된 비위행위로 인하여 자신에게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의원면직이 아닌 직권면직의 외관을 갖추더라도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 사건 면직처분에 의하여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 또는 추인하였고, 그 후 아무런 이의나 조건을 유보함이 없이 정상적으로 퇴직금을 수령한 다음 약 7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이 사건 면직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에 대한 상급기관의 종합감사 결과에 따라 피고로부터 과다 지급 보조금 상당액의 반환요청과 함께 원고가 예상하지 못했던 공공기관 등 일정한 법인에 일정 기간 동안 재취업이 제한된다는 통지를 받게 되자, 그제야 이 사건 면직처분이 해고의 실질을 갖고 있고 절차상 및 실체상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가 유효하게 존속함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 당시 피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의 의미를 알고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것이고, 그에 따라 피고로서도 원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의 유효성에 대하여 다투지 않을 것으로 신뢰한 것이 상당하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신뢰에 반하여 이 사건 면직처분을 다투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 내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1)

원고는 프랑스 출장 중 비용처리문제로 직무 정지가 된 상태에서 상급기관의 특정감사를 받게 되자 2018. 5. 8. 자발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하고, 같은 달 11. 피고 이사장에게 감사 진행 중 원고에 대한 사직 처리가 가능한지에 대한 규정상 문제점에 대하여 검토한 결과, 공무원의 경우에는 비위 관련 감사 중 사직 처리가 불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피고 내부 규정에는 그와 같은 의원면직처리 제한 규정이 없고, 공공기관 임원에 대하여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임의규정을 둔 구 공공기관 운영법의 적용대상도 아니라는 취지로 보고(갑 제12호증)하였다.

2)

그러나 원고의 위 사안이 이미 언론에 보도되어 상급기관의 특정감사를 마치고 종합감사가 예정되어 있던 피고의 입장에서는, 자체감사가 아닌 상급기관의 감사였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규정을 준용하면 의원면직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2018. 5. 말 내지 6. 초경 원고에게 직권면직 형태의 퇴직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였다.

3)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의 근거가 된 인사규정을 개정하는 이사회에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참석한 바 있고, 이 사건 면직 처분은 그로부터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내려진 것이며, 이 사건 면직처분 당시 피고의 인사업무를 총괄하면서 원고의 직무정지로 인한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던 L으로부터 인사명령 발표 전 개정된 인사규정에 근거하였다고 기재된 이 사건 면직처분에 대한 서면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면직처분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L에게 퇴임행사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단지 직원들에게는 직권면직임을 알리지 말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나가는 것처럼 해달라는 부탁을 하여, 그에 따른 퇴임행사가 이루어졌다.

4)

피고의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있는 원고에 대하여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그 요건이 '중대한 부정·불상사고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원고 자신이 검토한 보고서에 담겨 있듯 추후 종합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를 거칠 경우 중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원고는 그와 같은 징계를 피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하였고, 이후 피고의 위와 같은 수정제안(직권면직 형식)에 대하여 피고에게 아무런 반대의 의사표시나 이의를 제기함 없이 위와 같이 퇴임행사를 준비해 달라고 하여 원고의 퇴임행사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에 대하여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5)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이후 이 사건 면직 처분이 이루어질 때까지 사직의 의사 표시를 철회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고, 오히려 원고는 피고와의 근로관계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던 사정만이 보일 뿐이며, 이 사건 면직처분 이후에도 원고는 피고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임을 전제로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한편, 원고를 수행하여 프랑스 출장을 갔던 F 부장(2급)에 대하여서는 이 사건 면직처분 이후 이뤄진 상급기관의 감사결과 중징계 처분이 요구되었고, 그에 따라 피고는 2018. 11.경 F에게 징계 해직을 통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다른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 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승은(재판장) 이예슬 송오섭

각주1) 위 안내와 같은 재취업제한의 적법성에 대하여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각주2) 이에 대한 불복소송이 진행 중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