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7. 11. 선고 2019노823 판결

2019

주문

제1, 2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이유

1.

제1 원심판결 가운데 [2017고합1222] 부분에 관한 판단

가.

편취 범의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F(다음부터 '피해자 F'라 한다)를 기망하여 착오에 빠트려 재산을 처분하게 할 의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인정한 여러 사실과 사정을 상세히 설시한 다음, 이를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편취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원심판결서 제19면 제2항 내지 제24면 제3행 참조).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와 대조하여 살펴보건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할 수 있다. 나아가 위 증거를 토대로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법을 찾을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체결 경위

(1)

피고인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 피고인의 요청에 의해 체결된 것이 아니라, 제3자인 주식회사 L(다음부터 'L'라 한다) 직원 AH의 요청에 의해 체결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AH의 원심 증언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초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된 것이 피고인이 피해자 F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요청하였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피고인이 실제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피해자 F를 기망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 피고인의 요청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편취 범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원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원심판결서 제17면 마지막 행 내지 제18면 제2행 참조).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인은 2016. 11. 18.자 물품공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공동명의계좌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2016. 11. 25.자 추가 약정을 체결하면서 비로소 위와 같은 내용이 협의된 것이므로, 피고인이 애초부터 피해자 F를 기망할 의사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2016. 11. 18.자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될 무렵부터 피해자 F에 공동명의계좌 개설·등록에 의하여 금원의 지급을 담보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반대되는 전제에 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 F는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 이전에 피고인과 사이에 거래 전력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피해자 F로서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다음부터 'C'라 하며, 피고인과 통틀어 '피고인 측'이라 한다)에게 1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하는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채권에 관한 담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②

2016. 11. 18.자 물품공급계약서는 피고인 측이 피해자 F에 담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방법으로 ㉮ 부동산담보, ㉯ 보증보험 또는 지급보증서, ㉰ 보증금(예치보증금 확인서) 및 ㉱ 연대보증인을 열거하고 있다. 반면 공동명의계좌 개설·등록에 의한 보증방법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피고인 측이 열거되지 않은 방법으로 담보를 제공하고자 할 때에는 피해자 F와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③

그런데 피고인은 2016. 11. 18.자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피해자 F에게 계약서에 열거된 방법에 따른 담보를 제공한 바 없다. 이는 2016. 11. 18.자 물품공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피고인과 피해자 F 사이에서 그 물품공급계약서에 기재된 위와 같은 보증방법 이외에 다른 형태의 담보제공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판단된다.

나)

2016. 11. 25.자 추가 약정의 체결 경위

피고인은 피해자 F에게 공동명의계좌 방식을 포함한 여러 담보방법을 제안하였는데, 피해자 F가 단기간 내에 매출실적을 올리거나 보증보험비를 아끼기 위해 공동명의계좌 방식을 선택하였으므로 기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실제로는 공동명의계좌 방식을 이용할 의사가 없음에도 피해자 F에게 공동명의계좌 방식을 활용하면 물품대금의 지급을 담보할 수 있다고 기망한 사실을 인정되는 이상, 피해자 F가 담보방법에 대한 피고인의 여러 제안 중 공동명의계좌 방식을 선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 F를 기망하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공동명의계좌를 등록하지 않은 경위

피고인은 I에 공동명의계좌를 등록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여 등록이 무산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인정한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 측의 단순한 부주의로 공동명의계좌가 아니라 C의 단독명의계좌가 등록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원심판결서 제20면 제5 내지 20행 참조).

①

C는 주로 I 및 대법원 등의 정부 전산 업무를 수행하여 관련 절차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C의 영업부 과장이었던 AJ는 원심에서 "피고인에게 '공동명의계좌를 I에 등록하여 달라.'고 요청하자, 피고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③

C가 I에 제출한 서류들에 피고인의 도장이 찍혀 있다.

④

C는 I에 공동명의계좌가 아니라 C의 단독명의계좌를 2회에 걸쳐 제출했다.

⑤

위 AJ는 피해자 F 직원에게 공동명의계좌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 내용의 허위사실을 알려주었다.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와 대조하여 보면,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피고인의 변제 의사와 능력

(1)

피고인은 ① C는 2016. 12.에만 30억 원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 F부터 10억 원을 편취할 별다른 이유가 없었고, ② 다만 2016. 12.경 예정되어 있었던 외부 투자가 무산되어 발생한 자금 경색에 따라 변제가 늦춰졌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인정한 여러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① C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될 무렵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었으며(원심판결서 제21면 제12행 내지 제22면 제11행 참조), ② 피고인이 주장하는 외부투자는 그 실현 여부가 불분명하였으며, 설령 외부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짧은 시간 내에 피해자 F에 대한 변제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원심판결서 제23면 제8행 내지 제24면 제3행 참조).

원심과 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와 대조하여 살펴보건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을 찾을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인은 자신이 마지막까지도 피해자 F에 대한 변제를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피고인이 피해자 F에 '2017. 1. 25.까지 3억 3,000만 원(위약벌 3,000만 원 + 대금 일부 3억 원)을 먼저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힌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증 제15호증).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범행 이후의 정황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편취 범의를 부인할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C의 당시 자금 상황, 피고인이 피해자 F에 지급을 약속했던 3억 3,000만 원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공문 내용이 실현 가능했는지도 의문이 든다.

나.

기망과 처분의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해자 F는 L 측의 제안을 받아 L의 신용을 믿고서 매출실적을 올릴 목적으로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이 공동명의계좌 개설·등록 여부에 관해 피해자 F를 기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F의 처분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피해자 F는 당초부터 공동명의계좌를 I에 등록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자금을 집행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기망과 피해자 F의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통해 인정한 여러 사실과 사정을 근거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다(원심판결서 제18면 제3행 내지 제19면 제1행 참조).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와 대조하여 살펴보건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할 수 있다. 나아가 위 증거를 토대로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법을 찾을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에서 공동명의계좌 등록의 중요성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기망과 피해자 F의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 F가 피고인이 공동명의계좌를 I에 등록하지 않을 것을 알았을 경우에도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 F는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 이전에 피고인 측과 거래한 적이 없다. 피해자 F가 피고인 측에 대한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동명의계좌의 개설·등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했다. 실제로 피해자 F는 피고인 측에 반복적으로 공동명의계좌 등록 여부를 문의하였다.

②

피해자 F가 L 측의 제안을 받아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또한 피해자 F는 AS L에 994,500,000원을 송금하였고, C에 직접 위 돈을 송금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 피해자 F가 L에 송금한 돈은 당초부터 C에 전달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피해자 F는 AS L에 994,500,000원을 송금하였는데, 같은 날 위 돈 가운데 958,800,000원이 C에 전달되었다), ㉯ 2016. 11. 18.자 물품공급계약서에는 C의 담보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별도로 L가 피해자 F에 담보를 제공하였다거나,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정황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해자 F가 L의 신용만을 믿고 994,500,000원이라는 거금을 처분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나)

피해자 F의 확인 여부

피고인은 2016. 11. 25.자 추가약정서의 위약벌 규정 등을 토대로 피해자 F가 당초부터 공동명의계좌를 등록할 수 없었던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동명의계좌 개설·등록이 피고인의 피해자 F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는 주된 수단이었던 점, ② 피해자 F가 공동명의계좌 개설·등록이 실질적 담보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였다면 피고인에게 다른 담보를 요구하였을 것인데, 이러한 정황을 찾을 수 없는 점, ③ 2016. 11. 25.자 추가약정서의 위약벌 규정은 피해자 F 법무팀에서 단순한 안전조치로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 F가 공동명의계좌 등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L에 돈을 송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피해자 F가 피고인 측에 공동명의계좌 등록 여부를 반복적으로 확인해 본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다.

소결론

피고인의 제1 원심판결 가운데 [2017고합1222]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제1 원심판결 가운데 [2018고합300]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기망 여부 및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P(다음부터 '피해자 P'이라 한다)과 선구매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선구매계약의 재고를 제3자에게 모두 납품하였다고 기망한 사실이 없다.

설령 피고인이 위 사항에 관하여 피해자 P을 기망하였다고 보더라도, 피해자 P의 처분행위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 P에 제시한 파이프라인은 예상 거래처 목록에 불과하므로, 파이프라인 제시를 기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항소이유서 제15면 상단 참조). 그러나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P에 파이프라인을 제시한 행위 자체를 기망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기존 선구매계약의 재고 소프트웨어가 납품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납품이 완료되었다고 고지하여 피해자 P을 착오에 빠트려 이 사건 3, 4차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를 기망행위로 판단한 것이다(원심판결서 제24면 제6 내지 10행 참조). 이와 다른 전제에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인정한 여러 사실과 사정을 자세히 설시한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 P에 대하여 기존 선구매계약의 재고 소진 여부를 기망하였고, 피해자 P이 이러한 기망으로 착오에 빠져 이 사건 3, 4차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원심판결서 제24면 제5행 내지 제28면 제15행 참조).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와 대조하여 살펴보건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할 수 있다. 나아가 위 증거를 토대로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법을 찾을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선구매계약의 내용

이 사건 선구매계약은 외형상 피해자 P이 C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매수하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C는 피해자 P으로부터 물품대금을 미리 받아 이를 회사운영 등에 사용한다.

②

C는 피해자 P에 판매한 위 소프트웨어를 공공기관 등 신용이 우수한 납품처에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한다(피고인과 피해자 P은 이를 '납품' 또는 '재고 소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③

피해자 P은 납품처로부터 지급받는 물품대금 중에서, 위와 같이 선구매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한 물품대금에 15% 상당의 이익을 더한 금원을 반환받는다.

따라서 이 사건 선구매계약은 실질적으로 피해자 P의 C에 대한 자금지원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원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원심판결서 제24면 제12행 내지 제25면 제10행 참조).

피해자 P으로서는 선구매한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공공기관 등에 납품이 되면 이미 지급한 금원의 회수가 확실해지게 되는 반면, 납품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금원의 회수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 P은 소프트웨어가 '납품' 또는 '재고 소진'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또 다른 선구매계약의 체결절차를 진행하였다.

나)

재고 소진에 관한 기망 여부

위와 같은 이 사건 선구매계약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의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허위 발주서를 발급받아 주는 방법 등으로 기존 선구매계약의 재고가 모두 소진되었다고 피해자 P을 기망하여, 피해자 P으로 하여금 이 사건 3, 4차 선구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선구매계약의 실질이 자금지원계약인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피해자 P으로서는 피고인이 제3자와 사이에 기존 선구매계약의 대상인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기로 계약하여야만 이미 지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기존 소프트웨어 재고 소진 여부는 피해자 P이 또 다른 선구매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②

피해자 P은 소프트웨어가 납품처에 납품되었는지 여부를 피고인으로부터 거래처에 대한 발주서를 교부받음으로써 확인하였고, 그 발주서에 맞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③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 P이 매출실적을 올리거나, C의 총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 3, 4차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기존 선구매계약의 재고 처리 여부는 이 사건 선구매계약 체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선구매계약은 기존 소프트웨어 재고가 소진되어야만 피해자 P이 지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이고, 피해자 P이 단순히 허위 매출실적을 목적으로 하거나 총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3, 4차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피해자 P 직원 U, T이 기존 소프트웨어 재고가 남아 있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인 실적을 목적으로 이 사건 3, 4차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다. 원심판결서 제28면 제8 내지 15행 참조).

나.

편취 범의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선구매계약은 매매계약의 일종이며, 피고인이 피해자 P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번호를 인도하여 그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 P이 언제든지 이 사건 선구매계약을 해제하여 소프트웨어 재고를 반품처리 하여, 이미 지급한 물품 대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2)

판단

이 사건 선구매계약의 실질적인 내용이, 피해자 P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 위한 것이 아님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 P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번호를 인도한 사실만으로 이 사건 선구매계약의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원심은 피해자 P이 이 사건 선구매계약의 재고를 반품할 수 있었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의 편취 범의를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원심판결서 제28면 제17행 내지 제29면 제17행 참조). 원심과 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와 대조하여 살펴보건대,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할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피고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재고 소진과 선구매계약이 무관하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요지

피해자 P이 재고가 소진된 것으로 믿고서 이 사건 선구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선구매계약 이후 다시 피고인에게 기존 재고 소진을 부탁할 리 없다. 그런데 피해자 P의 직원 U은 이 사건 3차 선구매계약 체결 이후인 2016. 3. 31. 피고인에게 그 이전 선구매계약으로 인한 재고 소진을 부탁하였다. 이는 피해자 P이 재고 소진과 무관하게 단순히 매출실적을 위한 이른바 '밀어내기'를 하기 위해 선구매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이다.

2)

판단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U이 2016. 3. 31.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증 제16호증)의 내용은 U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3차 선구매계약의 재고를 빨리 소진하여달라고 재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달리 U 또는 피해자 P이 피고인 측에 단순히 매출실적을 위한 '밀어내기'를 시도한 정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2016. 1. 7.경 피해자 P에 이 사건 2차 선구매계약의 재고를 모두 소진하였다는 내용의 발주서를 납품처로부터 발급받아 주었고, 피해자 P은 이에 맞춰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따라서 U은 이 사건 2차 선구매계약의 재고가 모두 소진되었다고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②

U은 이 사건 3차 선구매계약이 체결된 2016. 2. 2. 이후인 2016. 3. 31. 피고인에게 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피고인은 같은 날 이 사건 3차 선구매계약의 소프트웨어 재고를 서울시에 납품하기로 하였다는 발주서를 납품처로부터 발급받아 주었다.

라.

소결론

피고인의 제1 원심판결 가운데 [2018고합300] 부분에 관한 사실오인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직권판단

피고인에 대하여 제1, 2 원심판결이 각 선고되었고, 피고인은 제1 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2 원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는 제1 원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 항소를 제기하였다. 이 법원은 위 각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제1, 2 원심판결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 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제1, 2 원심판결은 모두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4.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으나, 제1, 2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제1, 2 원심판결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과 검사의 제1 원심판결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제1, 2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관한 증거의 요지는 제1, 2 원심판결 해당란의 기재와 같다.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