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6. 3. 선고 2019누41814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17. 7. 11. 원고와 E노동조합 사이의 T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노동조합 분회장인 이 원고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한 것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더러, 원고가 1일 8시간 근무제로 근로조건을 변경한 행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위와 같이 근로시간을 조정한 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원고는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원서 작성에 개입하거나 근로자들에게 L노동조합으로의 가입을 유도한 사실이 없다.

나.

근로시간 조정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81조 제1호 소정의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란 일반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나, 조합원이 조합의 결의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서 한 노동조합의 조직적인 활동 그 자체가 아닐지라도 그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을 때에는 그 조합원의 행위를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행위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누4164 판결, 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다13708 판결 등 참조).

한편,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호 소정의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하고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는 차별적 취급행위를 한 경우라야 하며 그 사실의 주장 및 증명책임은 부당노동행위임을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1991. 7. 26. 선고 91누2557 판결, 대법원 1996. 9. 10. 선고 95누16738 판결 등 참조).

2)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09. 9. 10. 당시 근로자 대표였던 K과 사이에 퇴직금을 1년 단위로 중간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고,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원고 소속 전체 근로자들에 대하여 퇴직금을 매년 중간정산하였다.

나)

I은 2011. 2. 1. 원고에 M운전직 근로자로 입사하였고, 이후 원고와 매년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다음 그에 따른 퇴직금 수령증에 서명을 하여왔는데, 2016. 9. 10. 앞으로 자신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다)

원고는 2016. 9. 12. '이 사건 노동조합 분회 근로시간 조정'이라는 제목으로 "2016. 10. 1.부터 근로기준법에 의거 운행시간 1일 8시간 출근시간 09시부터 종료시간 18시까지 차량은 회사에 입고하고 5일 근무 1일 휴무 월 25일 근무. 위원장님 건강 꼭 챙겨야 합니다. 이 사건 노동조합 분회 위원장께서는 시간을 꼭 준수하시고 위원장님께서 모범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시간 외 운행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4, 16, 21호증, 을 제1 내지 7,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퇴직금 중간정산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개인적인 동기에 연유한 것일 뿐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행위라고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가 I의 근로시간을 조정한 것은 위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이의제기와 무관하다고 보이는바, 원고가 I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I에 대하여 불이익을 주는 차별적 취급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가)

I은 당초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절차에서 제출한 각 이유서를 통하여 '원고가 1년마다 실시한 퇴직금 중간정산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배되므로 개선을 요청하며, 앞으로 본인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바 있다.

한편 원고의 실질적 경영자인 D에 대하여 2017. 5. 2. '2016. 10. 1.경 M운전직으로 근로하는 E노동조합 충남세종 J 분회장인 이 회사에서 2016. 9. 10.자로 지급한 퇴직금 중간정산에 이의를 제기하자 일방적으로 위 I의 근무형태를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기존 1인 1차제에서 1일 8시간 근무제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였고(이하 '제1공소사실'이라 한다), 2016. 10. 5.경 기업별 노동조합인 L노동조합의 가입서류를 P, Q, R 등의 근로자들로부터 받아 주고, 교섭창구단일화기간 중인 2016. 10. 16.경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일방적으로 위 L노동조합을 확정하고 임금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하였다(이하 '제2공소사실'이라 한다).'라는 내용의 공소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고정623호, 당초 위와 같은 공소사실로 D에 대하여 약식명령이 청구되었으나 D이 정식재판청구를 함에 따라 공판절차가 진행되었다). I은 위 형사사건(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의 제1심 공판절차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였는데, 특히 중간정산에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대하여 "제가 3년 안에 M를 받으니까, 'M 받을 때 차 값이라도 보태게 그 때 가서 한꺼번에 같이 달라', 그런 식으로 말씀드린 거거든요."라고 답변하였다.

이와 같은 I의 증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원고의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행위는 그 성질상 이 사건 노동조합 분회장 또는 조합원으로서의 업무와 별다른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I은, D이 '남들 다 받는데 혼자만 왜 그러냐'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자, 이의를 제기한 당일 현장에서 다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기로 의사를 번복하고 곧바로 퇴직금 수령증에 서명까지 하였으므로, 원고가 I의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한 이의제기 때문에 굳이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조치까지 취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I 스스로도 관련 형사사건의 제1심 공판절차에서 증언할 당시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한 이의제기가 1일 8시간제로 근무형태가 변경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막연히 미루어 짐작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이지, 그렇게 생각하기에 이른 합리적인 근거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였다.

다)

을 포함한 원고 소속 M운전직 근로자들은 월간 근로시간을 특정하지 아니한 채 원고와 합의한 사납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초과 운송수입금을 자신의 수입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근로를 제공하여 왔는데, I은 이러한 근로방식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정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위반된다고 지적하면서 임금영수증 작성을 거부하여 원고와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I의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으로 조정되었던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불법적인 근로방식을 합법적인 근로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I의 근로시간을 포함한 구체적인 근로형태가 변경된 것을 두고, 결과적으로 수입이 감소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관련 형사사건의 제1심법원은 2018. 10. 29. 제1공소사실을 포함하여 D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 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 (대전지방법원 2018노3214호)은 2019. 9. 25. 'D이 I이 퇴직금 중간정산에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I에 대한 근무형태를 변경한 것인지 여부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고, 가사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I이 퇴직금 중간정산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I이 3년 뒤 M를 받을 때 돈을 한 번에 수령하기 위함이었다고 봄이 타당한바, 이러한 이의제기는 그 행위의 동기에 비추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취지로 제1공소사실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2019. 12. 12.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19도14843호).

다.

L노동조합으로의 가입을 유도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에 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참조). 그리고 원래 행정소송에서는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관련된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행정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련된 형사사건에서 인정된 것과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3. 9. 13. 선고 81누324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10424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중앙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원고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L노동조합으로 가입을 유도하거나 가입일자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한 근거자료는, ① 이 사건 노동조합 조합원인 S과 L노동조합 조합원인 Q 간의 대화 녹취서, ② S과 L노동조합 조합원인 P 간의 대화 녹취서, ③ I과 L노동조합 조합원인 R 간의 대화 녹취서 중 S, Q, P, I, R 등의 진술 부분이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앞서 살펴본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은 2019. 9. 25. D에 대한 공소사실 중 제2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도 무죄로 판단하였고,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그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무죄 판단의 주된 이유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관련 형사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D이 노동조합의 조직에 지배·개입할 의사로 L노동조합에의 가입을 권유하는 등으로 그 가입서류를 근로자들로부터 받아 주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1)

I은 관련 형사사건의 제1심 공판절차에서 D이 가입서류를 근로자들로부터 받아 주었는지는 자신이 직접 보지는 못하였고, S으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이라고 증언하였다.

(2)

Q, R은 위 제1심 공판절차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D이 L노동조합 가입과 관련하여 어떠한 개입이나 관여를 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3)

Q가 2017. 1. 11. S과 통화하면서 "사모(D을 의미)가 한 거지, 나도 그래 갖고 그냥 쓴 거야, 다 보니까."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나, S이 먼저 Q에게 노동조합 가입에 이상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사모가 그렇게 하라고 그랬죠.", "문제 생겨요." 등의 말을 하였는바, 이에 Q가 방어적으로 위와 같이 말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4)

P은 위 제1심 공판절차에서 'D이 가입서류를 갖고 와서 서명하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서류에 노조라고 쓰여 있어서 D에게 내가 왜 노조에 가입하냐 그랬더니 노조가 아니라고 하여 서명하였다."고 증언하기도 하였는바, 고졸인 PL노동조합 가입서류임을 모르고 단순히 서명하였다는 점을 믿기 어렵고, P이 증언 당일에도 S과 통화를 할 정도로 과 친밀한 관계인 점, D이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P에게만 L노동조합에 가입하라고 권유할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P의 증언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이러한 관련 형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이 사건 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인바, 이 사건에서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위와 같은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라)

결국 중앙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원고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L노동조합으로 가입을 유도하거나 가입일자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한 근거로 삼은 S, Q, P, I, R 등의 진술은 모두 믿기 어렵고, 그밖에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D이 노동조합의 조직에 지배·개입할 의사로 L노동조합에의 가입을 권유하는 등으로 그 가입서류를 근로자들로부터 받아 주어 부당노동행위를 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창형(재판장) 최한순 홍기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