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8. 19. 선고 2019누61993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1. 2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해당부분 이유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근로계약에 대한 합의해지의 청약이다. 그런데 원고는 참가인이 한 승낙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도달하기 이전에 위 청약을 유효하게 철회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를 퇴직시킨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참가인은 2017. 7. 1.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여 이 사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2018. 1. 22.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파견 근무를 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사이에 명절 격려금 지급에 관한 지출결의서 결재, 동 대표 선출 공고문 게시 등과 관련하여 갈등이 있었다. 이에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8. 3. 2., 2018. 3. 12. 및 2018. 3. 20. 참가인에게 '실적증명 확인 요청 및 관리소장의 직무유기에 대한 조치요구'라는 제목의 문서를 송부하였다.

3)

입주자대표회의는 2018. 3. 30. 참가인에게 이 사전 아파트 관리소장인 원고의 부적합한 근무 태도 등을 이유로 2018. 4. 30.자로 이 사건 위·수탁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였고, 2018. 5. 2.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출근하지 말라고 요구하였다.

4)

원고는 2018. 5. 3. 이 사건 아파트로 출근하였으나 관리사무소가 폐쇄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참가인에게 보고하였다.

5)

참가인은 2018. 5. 11. 원고에게 인사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통보하였다.

6)

원고는 2018. 5. 17.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참가인에게 제출하였다.<각주1>

7)

참가인은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참가인 인사위원회가 2018. 5. 17. 원고를 2018. 6. 30.자로 해고하기로 의결하였다.'고 통지하였으나, 원고에게는 이를 따로 통보하지 아니하였다.

8)

입주자대표회의는 2018. 5. 23. 서울특별시 강서구로부터 공동주택 관리방법을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변경하는 승인을 받았다. 원고는 이를 참가인에게 보고하였다.

[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 9호증, 을 제1, 3호증, 을가 제6호증, 을나 제2, 5, 7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해지되어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 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등 참조).

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등 참조).

다)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53290 판결 참조).

라)

한편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인 바, 사직 의사표시가 해약의 고지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이를 철회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11668 판결 등 참조).

2)

사직서 제출 및 철회의 효력

가)

원고의 사직서 제출에 의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 또는 통정의 허위 의사표시인지 여부

위 인정사실과 갑 제1, 2호증, 을나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고려하면, 사직의 의사가 없는 원고가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기보다는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

①

2018. 4. 30.자로 이 사건 위·수탁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이었던 원고는 더 이상 담당할 보직이 없었다.

②

더욱이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원고는 참가인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해고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③

일반적으로 징계해고보다는 자진 사직이 재취업에 있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원고로서는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득실 등을 고려하여 당시 상황에 비추어 징계해고를 당하기보다는 스스로 사직하여 다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재취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지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④

원고는 이전에 두 군데 업체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원고의 경력, 지위 등에 비추어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 제출 당시 사직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는 내심의 효과의사에 따라 표시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사직의 의사표시가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약의 고지인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청약한 것인지 여부

위 인정사실과 을나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근로계약에 대한 합의해지를 청약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①

참가인의 취업규칙 제65조 제1항은 "직원이 퇴직코자 할 때에는 적어도 30일 전에 퇴직사유를 기재한 사직원을 제출하여 퇴직 승인을 득해야 한다. 승인 없이 결근할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전 항의 규정에 의한 사직서를 제출한 자는 회사의 승인이 있을 때까지 종전의 직무에 종사하여야 하며, 업무인수인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가인의 취업규칙에 의하면 직원이 사직원을 제출하면 퇴직 승인을 받아야 하고 퇴직 승인이 없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되므로, 사직원을 제출하더라도 퇴직의 승인을 받아야 사직의 효력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참가인의 취업규칙은 사직의 의사표시를 근로계약의 합의해지 청약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 볼 수 있다.

②

이 사건 사직서의 내용도 취업규칙 규정과 부합한다. 이 사건 사직서에는 퇴직사유와 관련하여 "아파트 관리 단지 사정으로 인해 퇴사코자 하오니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사직서 하단에는 "주의) 사직원은 퇴사예정일 15일 이전에 제출(도착) 하여야 하고 승인 시까지 근무에 지장이 없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사직서는 참가인이 마련한 양식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 사직서는 취업규칙 규정에 근거하여 원고의 사직의사표시에 대한 피고의 '조치'를 예정하고 있고, 주의 문구에서 '피고의 승인'이라는 별도의 조치가 있어야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언급하고 있다.

③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후 참가인에게 사직서 의 철회를 요구하였다.

다)

사직의 의사표시가 유효하게 철회되었는지 여부

갑 제2, 10, 11호증, 을나 제3, 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는 사직서가 수리되었음을 통지받은 아니한 상태에서 H 본부장을 통해 참가인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유효하게 철회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참가인의 인사업무와 관련된 사무는 I(K은 I의 오기이다) 과장 → H 본부장 → L 상무 → 대표이사 J의 결재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이 사건 사직서 제출 시 위와 같은 결재과정을 거쳤다.

②

참가인은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2018. 5. 17. 이후에 이를 수리하는 내부결재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이나,<각주2>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가 참가인에 의하여 수리되었음을 통지하지 않았다.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수리 통지를 받기 전까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③

원고는 2018. 5. 29.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방문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관련하여 빨리 사직서를 철회하라는 상담을 받고 H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차례 반복하여 "그 사직서는 철회하는 걸로 없는 것으로 해요", "그거 그러면은 찢어주시구요. 찢어주시고 아예 없는 걸로 해요", "그러면 일단은 저는 사직서 철회하는 걸로 그렇게 할게요."라고 말하였다. 당시 H는 참가인의 본부장 직위에 있었던 데다가 원고에 대한 인사 관련 조치를 책임지고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 참가인을 대표하여 위 철회의 의사표시를 유효하게 수령할 만한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원고가 철회의 의사표시를 반드시 서면에 의하여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구두 철회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H는 원고와 통화하면서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입주자대표회의에게는 해고 의결로 통지하였으니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로 계속 출근하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다툴 때 사직서를 낸 것으로 하면 안 되고 사직서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나, 이는 사직서가 내부적으로 수리되었다는 언급이라고 볼 수 없고 사직을 철회한다는 원고의 말을 듣고 대응하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사직 의사표시 철회에 영향이 없다.

④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참가인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할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⑤

참가인 대표이사 J은 2018. 6. 1. 원고와 면담을 하면서 집에 가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자리 마련을 해주겠다고 하였고 면담 후 '최우선으로 자리 마련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으며, 원고는 2018. 6. 11. J에게 '본부장 전화를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네요. 4월, 5월 임금 체불 관련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2018.) 5. 1.자 4대 보험 상실신고 관련 근로복지공단에 확인 요청하겠습니다.'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원고는 철회의 의사표시 후 참가인의 대표이사와 면담할 당시 참가인이 원고에게 다른 일자리를 마련해줄 경우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할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참가인이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해주지 아니하였으므로, 면담을 전후하여 철회의 의사표시의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부당해고 여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2018. 5. 17.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2018. 5. 28. 참가인 소속 H 본부장에게 사직의사를 유효하게 철회하였으나, 참가인은 원고에게 근로를 지시하지 않았고 참가인의 대표이사는 2018. 6. 1. 원고와 면담한 후 '최우선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하였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참가인은 2018. 5.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사직을 이유로 퇴직처리하여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켰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행위는 해고에 해당하고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참가인이 향후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유지될 경우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 재직 시 업무태만 등을 징계사유로 하여 원고를 해고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원고의 일방적 사직 의사표시에 따라 종료되었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판사 이창형(재판장) 최한순 홍기만

각주1) 원고는 2019. 12. 4.자 준비서면에서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참가인의 현 본부장 G이 전 본부장 H와 통화한 내용(을나 제6호증)에 의하면 원고가 인사위원회 개최 전에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자, 이에 따라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는 사직서의 작성일자를 실제와 달리 2018. 5. 28.로 기재하였다. 원고는 그 이유에 관하여 H 본부장이 '그냥 참고로 우리끼리만 알고 있고 대외적으로 활용을 하지 않는다.', '(참가인 측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5월 말경 만난다.'고 하면서 2018. 6. 30.자로 사직서의 작성을 부탁하자, 사직서를 작성하여 I 과장에게 맡겨 놓고 2018. 5. 28. 제출해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주장한다. 반면 참가인은 원고가 해고 의결이 있자 자진하여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작성일자가 2018. 5. 28.로 된 이유에 관하여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각주2) 참가인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받고 그 뒷면에 결재란을 만들어 담당자 I과 결재권자 H 본부장, L 상무, J 대표이사가 날인함으로써 이를 수리하는 내부적인 절차를 거쳤고, 다만 노동위원회에 제출할 당시 뒷면의 결재란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일부분을 앞으로 접어서 복사한 다음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