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피고 C, 사회복지법인 D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C, 사회복지법인 D은 피고 B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5,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0. 13.부터 2024. 7. 25.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항소 및 피고 C, 사회복지법인 D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피고 B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와 피고 C, 사회복지법인 D 사이의 소송 총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제1항 중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피고 E, F, G” 부분을 “제1심 공동피고 E, F, G”로 고치고, 제1심판결 5쪽 13, 14행 중 “게시하였다” 다음에 “(이하 ‘이 사건 제3 게시글’이라 한다)”를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그대로 인용한다.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들은 망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망인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자살을 하게 되었다.<2>
피고 B는 2018. 10. 12. D을 방문하여 망인에게 소리치고 컵 안에 담겨 있는 물을 끼얹는 등 망인을 폭행하였다.
피고 C는 D의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망인으로 하여금 H의 어머니인 I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강요하였고, 징계 사유가 없음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망인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지하였다.
피고 법인은 피고 C의 사용자로서, 피고 C가 망인에게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3>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들로서 연대하여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망인의 일실수익 435,080,163원과 퇴직일시금 30,675,595원에서 유족급여 107,892,798원을 공제한 357,862,957원, 망인의 위자료 80,000,000원, 원고의 위자료 20,000,000원의 합계 457,862,957원(= 357,862,957원 + 80,000,000원 +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피고 B
관련 법리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1453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피고 B가 2018. 10. 12. 13:20경 D을 방문하여 상황을 설명하려는 망인에게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어린이집 교사를 하느냐? 다시는 어린이집 교사를 하지 마라. 우리 H가 그렇게 우스워 보였냐?’고 소리치고, 괴성을 지르면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망인의 얼굴을 향해 컵 안에 담겨 있는 물을 끼얹었다.”라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폭행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 B가 제출한 을다 제1, 2호증(진단서, 진료기록부)만으로는 ‘망인이 피고 B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는 과정에서 피고 B의 발등을 밟았고, 이에 피고 B가 발등의 충격에 따른 경추의 순간적인 압박으로 괴성을 지르면서 마시다 남은 물을 쏟게 된 것에 불과하여 폭행에 대한 인식과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피고 B의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위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한 사실을 뒤집을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B가 망인에게 위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폭행(이하 ‘이 사건 폭행’이라 한다)을 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고, 이 사건 폭행은 망인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B는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C 및 피고 법인
망인에 대한 해고의 불법행위 인정 여부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한 것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그 해고가 무효로 되었다는 사유만에 의하여 곧바로 그 해고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대법원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취업규칙 등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해고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6다17355 판결 등 참조).
갑 제13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I, J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C 및 피고 법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오후 D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망인에 대한 해임 결의 후 망인에 대해 해고 통지를 한 것으로 보인다(이에 반하는 ‘D 운영위원회에서 해임 결의를 하였지만 망인에게 해고 통지를 하지는 않았다’라는 취지의 피고 C 및 피고 법인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비록 망인이 H를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이 사건 각 게시글이 작성자를 달리하여 인터넷 카페에 각 게시되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C 및 피고 법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별다른 사실조사 없이 망인에게 해고 통지를 하였던 점, ② 당심 증인 I의 증언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실수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I는 위와 같은 사정을 이 사건 사고 발생 다음 날부터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 C 및 피고 법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인이 고의로 H를 밀쳐 넘어뜨렸다는 등 망인에게 D 취업규칙 제61조 제2항 각 호에서 정한 해고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④ 망인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6, 27조, D 취업규칙 제62, 63조에 정한 ‘해고의 예고’,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에 대한 해고는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해고권의 남용으로서 망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C의 사과 등 강요행위의 불법행위 인정 여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C는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여 망인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I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강요(이하 ‘이 사건 강요행위’라고 한다)함으로써 망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망인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⑴ 당심 증인 I는, “이 사건 사고 다음 날 D을 방문했을 당시 피고 C가 망인에게 ‘선생님, 지금 뭐하세요. 지금 뭐하냐구요.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세요.’라고 말하며 망인을 다그쳤고, 이에 망인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무릎을 꿇었다. D을 나오자 망인이 쫓아 나오며 빌다시피 ‘살려주세요. 이 사건 사고 해결 못하면 D에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해요.’라고 말하였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I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같은 날 망인과 피고 B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는 자신이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모른다고 말하는 등(증인 I 녹취서 6, 8, 9쪽)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기초하여 진술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 사건 사고로 피해를 입은 H의 어머니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의 언니인 피고 B가 이 사건 피고라는 이유만으로 망인과 피고 B에게 유리하고, 피고 C 및 피고 법인에게 불리하도록 허위로 위와 같은 증언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⑵ 피고 C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연락을 받고 D을 방문한 I의 동생 J에게 “걔?K? K 선생님 제가 지금 여기서 바로 해고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도 없는 거예요.”라고 말한 것으로 보이고(당심 증인 J 녹취서 3쪽), 망인이 피고 C의 부당한 이 사건 강요행위나 해고에 대해 거부하지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던바, 피고 C는 별다른 절차 없이도 즉시 망인을 해고할 수 있는 정도로 D 내에서 지위의 우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⑶ 별다른 사실조사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I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망인의 적정한 업무범위 내에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당심 증인 I가 묘사한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I에게 사과를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위의 우위가 있던 피고 C의 부당한 강요를 거부하기 어려웠고, 망인의 나이, I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C의 이 사건 강요행위에 따라 I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함으로써 상당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 법인의 사용자책임 인정 여부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 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다75921 판결 등 참조). 한편,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일 경우에도 외형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C가 망인에게 이 사건 강요행위를 하고, 망인을 해고한 불법행위는 D의 야외수업 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객관적․외형적으로 보아 사용자인 피고 법인의 직무집행행위와 관련된 범위 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 법인은 위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4>
피고들 손해배상책임의 관계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는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5다3437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다음 날인 2018. 10. 12. 오전경 피고 C의 이 사건 강요행위에 의해 I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함으로써 상당한 모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인 점, ② 그럼에도 피고 C는 망인으로 하여금 같은 날 오후 D을 방문한 피고 B에게도 사과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 B가 이 사건 폭행을 함으로써 망인의 정신적 충격이 더욱 심화되었을 것인 점, ③ 위 피고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망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피고들의 불법행위는 일련의 연속된 행위로서 객관적으로 관련․공동되어 있는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피용자가 사무집행을 함에 있어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그 사용자는 민법 제756조에 의하여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며, 그 사용자책임은 피용자의 불법행위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어서 피용자의 공동불법행자의 손해배상책임과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는바(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망인의 일실손해
관련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에 조건적 또는 자연적(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81315 판결 등 참조), 이는 당사자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아 이후의 손해가 예견가능한 관계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해행위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이를 이유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74416 판결 등 참조).
즉,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정신적․육체적 상처를 입고 그 충격으로 자살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그 자살행위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기는 통상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망인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심한 것이어서 이로 인하여 망인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더하여 당심 감정인 L의 심리부검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앞서 본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구하는 망인의 사망에 따른 일실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통상 자살은 자신의 앞으로의 삶이 무의미해졌거나 불행이나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절망에 빠졌을 때 최후로 취하는 선택으로 이해되는데, 폭행이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경험칙상 피해자의 일반적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망인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총 9년(그중 D에서 약 2년 7개월) 동안 근무하였는데, 그 기간 동안 망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의 이력이 없었던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망인의 자살가능성을 인지할 대외적 징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 B의 이 사건 폭행으로 인하여 망인이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나, 그 정도가 비교적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폭행이 지속되거나 반복되지는 않았다.
망인에 대한 해고, 피고 C의 이 사건 강요행위로 인하여 망인이 무력감, 모멸감을 느꼈을 보이나,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욕설, 폭언 등을 행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망인은 유서에 “H 이모님(피고 B를 말한다) 죄 없는 원장님, 선생님, 싸이트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 해주세요. (중략) 원장님,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로 인해 피해를 드려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기재하여 피고 C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회보장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과실책임주의에 따라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손해배상은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과는 법적 요건 및 사회적 기능을 달리 하는 것인바, 근로복지공단에서 망인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인과관계 인정을 넘어서 피고들이 망인의 사망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당심 감정인 L의 심리부검감정결과 역시 이 사건 폭행, 이 사건 강요행위, 해고 등을 비롯하여 이 사건 사고 이후 망인을 둘러싸고 발생한 여러 사건들이 망인의 자살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으로, 피고들의 불법행위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조건적, 자연적 인과관계의 인정을 넘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
망인 및 원고의 위자료
피고들이 망인의 사망을 직접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망인의 어머니인 원고에게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들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며, 가해자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위와 같이 정하여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9. 7. 선고 99다70365 판결 등 참조). 또한 위자료의 명목 아래 재산상 손해의 전보를 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도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나(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3다26708, 26715, 26722, 26739 판결 참조),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이상 사실심법원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고, 여기에서의 ‘여러 사정’에는 불법행위 성립 당시의 사정뿐만 아니라 이후 가해자 측의 태도,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와 예방의 필요성 등 불법행위 성립 이후에 발생한 사정들도 포함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364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원고 및 망인과 피고들의 나이 및 관계, 피고들이 불법행위에 이른 동기 및 경위, 그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가 받았을 정신적 고통의 크기, 불법행위 이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들의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액수를 망인에 대하여 6,000만 원, 원고에 대하여 2,000만 원으로 정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000만 원[= 망인 위자료 상속분 3,000만 원(= 6,000만 원 × 1/2) + 원고 위자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들의 불법행위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8. 10. 13.부터 피고 B에 대하여는 위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1. 5. 21.까지, 피고 C 및 피고 법인에 대하여는 위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24. 7. 2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피고 C 및 피고 법인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C 및 피고 법인에 대한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피고들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며, 피고 B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항소와 피고 C 및 피고 법인에 대한 나머지 항소, 피고 B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종오(재판장) 장현석 이주일
각주1) 원고의 청구취지를 아래와 같이 선해한다.
각주2)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 B에 대하여 ‘망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이 사건 제3 게시글을 게시하여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도 주장하였고, 피고 C 및 피고 법인에 대하여 ‘망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망인의 실명을 제1심 공동피고 G에 알려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도 주장하였으나, 이 법원에서 위 주장들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원고가 제출한 2022. 8. 16. 자 준비서면).
각주3) 원고는 피고 법인에 대하여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주장하는바, 이는 위 사용자책임과 양립가능하므로 선택적 청구원인으로 본다.
각주4) 원고는 피고 법인에 대하여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주장하나, 위 청구원인과 선택적 청구원인 관계에 있는 민법 제756조에 기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살피지 아니한다[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 망인의 일실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바, 이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도 같고(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다81315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으로 계약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그 근친자가 채무불이행을 한 계약상대방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바(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상 보호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의하면, 오히려 피고 법인에 대한 원고 본인의 위자료 청구가 인정되기 어렵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