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을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것 외에는 제1심 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분리 확정된 제1심 공동원고 C노동조합(이하 ‘C노조’라 한다)에 관한 부분은 제외한다].
제1심 판결 3면 아래에서 4행의 “피고 회사의 D노조”를 “D노조”로 고친다.
제1심 판결 3면 아래에서 2행의 “(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하고” 다음에 “원본과 사본의 구별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원본과 사본을 표시하며”를 추가한다.
제1심 판결 4면 아래에서 3행의 “갑 제1, 3 내지 5, 7” 다음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피고는 갑 제4호증(노사합의서 사본), 갑 제7호증(노사합의서 컬러스캔본)이 위조되었고, 사본에 불과하여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아래 3의 가.항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이 갑 제4, 7호증의 노사합의서가 위조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본의 존재 및 그 진정성립이 모두 인정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피고는 2018. 6.경부터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근로면제시간을 제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가 그 무렵부터 2020. 1.경까지 근무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임금 상당 손해액 12,625,42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합의서(갑 제4호증 및 제7호증)는 위조된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 합의서는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사본에 불과하여 증거로 쓸 수 없다.
원고는 2016. 12. 14. D노조에서 제명되어 구 E지회를 대표하여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할 권한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무효이다.
원고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인 F단체 G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2017. 7. 17.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41조 제1항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 및 통보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판단
이 사건 합의서 사본(갑 제4호증 및 갑 제7호증)에 대한 원본의 존재와 진정성립 여부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2017. 2.부터 월 66.5시간(= 월 7일 × 1일당 9.5시간)의 근로면제시간을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증거로서 이 사건 합의서의 사본(갑 제4호증 및 갑 제7호증)을 제출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합의서의 진정성립을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 원본의 존재와 그 진정성립에 관하여 살펴본다.
법원에 문서를 제출하거나 보낼 때에는 원본, 정본 또는 인증이 있는 등본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민사소송법 제355조 제1항), 원본, 정본 또는 인증이 있는 등본이 아닌 단순한 사본만에 의한 증거의 제출은 정확성의 보증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특히 원본의 존재 및 원본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사본을 원본의 대용으로 하는 데 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본으로써 원본을 대신할 수 없고, 반면에 사본을 원본으로서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사본이 독립한 서증이 되는 것이나, 그 대신 이에 의하여 원본이 제출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하고, 이때에는 증거에 의하여 사본과 같은 원본이 존재하고 또 그 원본이 진정하게 성립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6133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56524 판결 등 참조).
한편,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임이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의하여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이며, 위와 같은 추정은 그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 이외의 사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지거나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혹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깨어지는 것이므로, 문서가 위조된 것임을 주장하는 자는 적극적으로 위 인영이 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날인된 것임을 증명할 필요가 있고, 이 항변사실을 증명하는 증거의 증명력은 개연성만으로는 부족하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24770 판결, 대법원 2020. 2. 6. 선고 2019다275977(본소), 2019다275984(반소)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제4, 7 내지 11, 21 내지 23, 28 내지 30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감정인 H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서는 원본의 존재 및 그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제1심 감정인 H는, 이 사건 합의서에 날인된 피고의 인영이 피고가 진정성립을 다투지 않은 갑 제9호증(교섭요구 사실의 공고)과 갑 제10호증(2017년도 피고 회사 단체협약) 및 갑 제11호증(2016. 12. 16.자 합의서)에 각 날인된 피고의 인영과 동일한 인영일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의견을 밝혔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일(2017. 3. 30.)로부터 2일 전인 2017. 3. 28. D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자 I 및 구 E지회 지회장 원고와 사이에 당시 피고가 운행하던 J번 노선에 대한 양도양수(노선매각) 및 현안문제에 관한 노사합의서(갑 제29호증, 이하 ‘2017. 3. 28.자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이후 피고 소속 근로자인 소외 K 등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L, M)에서 위 2017. 3. 28.자 합의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2017. 3. 28.자 합의서와 이 사건 합의서는 작성된 시기가 매우 근접하고, 각 작성명의자가 피고 대표이사 N, D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자 I 및 구 E지회 지회장 원고로 동일하며, 위 각 합의서의 피고 대표이사 N 및 D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자 I의 각 상호 내지 이름 옆에 날인된 인영도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원본이 현존하지 아니하는 문서라 하더라도 그것이 적어도 과거에 존재한 적이 있는 문서를 전자복사한 것이라면 그 원본의 존재 및 진정성립이 인정되는데(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35540, 35557 판결 등 참조), 갑 제7호증은 당시 작성된 이 사건 합의서 원본을 컬러로 스캔한 파일이고, 갑 제4호증은 흑백으로 인쇄된 것 외에는 갑 제7호증과 동일한 것으로 보이며, 달리 원고가 피고의 법인인감이 날인된 별도의 서류를 복사하거나 편집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합의서나 위 스캔파일 등을 위조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구 E지회가 이 사건 합의서 원본을 컬러스캔한 후 다른 서류와 함께 지회 총무인 소외 O에게 교부하여 보관하도록 하였는데, 위 지회가 C노조 산하 지회로 조직변경 하는 과정에서 내부 혼란을 겪었고 O이 피고 회사의 대표였던 N의 형사소송에 연루되면서 E지회와 마찰이 생겨 탈퇴하며 위 서류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바, 원고의 주장내용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실제 구 E지회의 조직변경에 관한 경과도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내용과 부합한다. ④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에 당시 D노조의 위원장이었던 P 대신 I이 위원장 직무대행자로 기재되어 있고, I 이름 옆에는 D노조의 도장이 아니라 당시 I이 지회장으로 있었던 D노조 산하 Q지회장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으며, 구 E지회장으로 기재된 원고의 이름 옆에는 원고 개인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어 실제 자격과 표시가 일치하지 않고, D노조가 2016. 12. 14. I과 원고를 제명하고 2016. 12. 21. 그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여 피고로서는 I 및 원고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명의자 중 ‘위원장 직무대행 I’ 옆에 Q지회장 도장이, ‘E지회장 A(원고)’ 옆에 원고의 개인 도장이 각 날인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6, 10,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D노조가 2016. 12. 14. I과 원고를 제명하고 이를 피고에게 2016. 12. 21. 및 2017. 8. 31. 통지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D노조는 2016. 12. 8. 및 9. 2일간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위원장 P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하였고, 이후 P이 위 불신임 결의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I과 원고 등을 제명하였는바, D노조 위원장 지위에 관한 분쟁으로 인하여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I이 D노조 위원장의 도장을 소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합의서의 I 이름 옆에 Q지회장 도장이, 원고 이름 옆에 원고의 개인 인장이 날인되어 있기는 하나, I과 원고의 D노조 및 구 E지회의 대표자 자격이 표시되어 있었던 점, 피고는 2017. 3.경 일부 근로자들로부터 임금 체불을 이유로 고소를 당한 상태였고, 당시 운행하던 J번 버스 노선을 소외 R 주식회사에 매각하기 위한 근로자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노동조합과의 협상 내지 합의가 진행되었던 점, 피고는 2018. 5.경까지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대로 원고에게 월 66.5시간(= 월 7일 × 1일 9.5시간)의 근로면 제시간을 제공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서가 위조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합의가 무권대표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
피고는, I 및 원고가 2016. 12. 14. D노조에서 제명되어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D노조와 구 E지회를 대표할 권한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권한 없는 자가 체결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17, 22 내지 26, 31호증, 을 제13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I은 D노조의, 원고는 구 E지회의 각 대표자로서 적법하게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D노조는 2016. 12. 8.부터 2016. 12. 9.까지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P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거쳤고, 2016. 12. 14. I을 위원장 직무대행자로 선임하였다. P 측이 위 불신임 결의 이후인 2016. 12. 14.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I과 원고를 D노조 조합원에서 제명하기는 하였으나, 위 불신임 결의는 P의 횡령행위 등에 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P의 D노조 위원장으로서의 업무상횡령행위 등에 관하여 2019. 2. 21.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인천지방법원 2018고단3830호), 이에 대한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던 점, I과 원고에 대한 위 2016. 12. 14.자 제명결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I 및 원고가 D노조에서 적법하게 제명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I, 원고 등은 P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 2016카합10368호로 D노조 위원장 직무집행금지를 구하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위 법원은 2017. 3. 21. ‘P에 대한 불신임결의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본안소송에서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나, 위 가처분 사건의 본안소송(인천지방법원 2017가합52879호 대표자지위부존재확인 사건)에서 인천지방법원은 2018. 5. 17. ‘소송 계속 중이던 2017. 11. 15. P이 D노조 제2대 위원장직을 사퇴하였으므로, P에 대한 대표자 지위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각하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제1심 판결에 대하여 I, 원고 등이 항소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8나2029342호) 2018. 10. 11.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위 판결은 2018. 10. 26. 그대로 확정되었는바, P의 대표자 지위에 관한 실체적 판단이 없었던 이상 위 가처분 결정만으로 P에 대한 불신임 결의의 효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피고의 근로자인 소외 S, T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사건(U, V/W, X 병합)에서 P에 대한 2016. 12. 9.자 불신임 결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그 무렵 P이 D노조 위원장 자격이 없었다는 취지로 판정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P이 I 및 원고를 제명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I 및 원고의 대표권한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 이후부터 구 E지회가 조직을 변경하기 전인 2018. 5.경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서 기재내용과 같은 근로면제시간을 제공하였다.
피고의 손해배상의무의 발생 및 범위
피고가 이 사건 합의서 기재내용과 같이 원고에게 2017. 2.부터 월 66.5시간(= 월 7일 × 1일당 9.5시간)의 근로면제시간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2018. 6.부터 근로면제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 그 때부터 2020. 1.까지 원고의 근로면제시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이 12,625,424원[= 시급 9,188원(2018. 6.부터 2019. 5.까지의 기간 중 시급) × 월 66.5시간 × 12개월 + 시급 9,950원(2019. 6.부터 2020. 1.까지의 기간 중 시급) × 월 66.5시간 × 8개월]인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근로면제시간 제공의무를 불이행한 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 손해액은 원고가 피고의 근로면제시간 제공의무 불이행 기간 동안 지급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인 12,625,424원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12,625,424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0. 2. 2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 제1항 단서에서 ‘추후 노사협의를 거쳐 교섭창구 단일화(2016년 기준) 절차에 참여한 각 노동조합의 조합원 비율을 기준으로 근로 면제시간을 배분하고 소급 적용하기로 한다’고 정하였고, 노사협의를 거쳐 체결된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 제1항에 의하면 근로시간면제자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지정 및 통보하여야 하는데, 원고에 대한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정 및 통보가 없었으므로, 원고에 대한 근로면제시간 제공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1. 1. 5. 법률 제178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4조에 의하면, 근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는데(제1항), 이에 따라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노조전임자’라 한다)는 그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 되지만(제2항),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별로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하여 제24조의2에 따라 결정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근로시간 면제 대상으로 지정된 근로시간면제자는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의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일정한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의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할 수 있다(제4항).
위 규정은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막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를 금지하는 대신, 사용자의 노무관리업무를 대행하는 노조전임자 제도의 순기능을 고려하여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근로시간 면제 방식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 보장하려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헌법재판소 2014. 5. 29. 선고 2010헌마60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을 제1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와 같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규정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F단체 G노동조합이 원고를 근로시간면제자로 지정·통보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근로시간면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단체협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재 내용에 의하여 그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체결하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25786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단체협약은 이 사건 합의서 작성 후인 2017. 7. 17. 피고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인 F단체 G노동조합 사이에 이루어진 것인데, 제41조 제1항에서 ‘근로시간 면제자라 함은 구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에 의해 근로시간을 면제받은 자로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전임자 중에서 자유롭게 정하여 이를 회사에 통보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근로시간 면제자를 통보하여야 하는 구체적인 시기 또는 기존 근로시간면제자의 지위 여하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 제1항을 ‘위 규정에 따라 기존 근로시간 면제자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소멸하고,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새로 근로시간면제자를 지정·통보하지 않는 이상 근로면제시간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경우,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각 노동조합 사이의 의견 대립으로 인하여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합의가 지연되는 경우 어느 노동조합도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근로면제시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단체협약의 명문 규정을 특별한 이유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상호 경쟁 관계에 있는 소수 노동조합의 근로시간 면제자를 지정·통보하도록 하는 것은 소수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 제41조 제1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인 F단체 G노조의 근로시간면제자 지정·통보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합의를 통하여 근로면제시간에 관하여 정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2018. 5.까지 원고에게 위 합의에 따라 근로면제시간을 제공하였다.
이 사건 합의서 제1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교섭창구 단일화(2016년 기준) 절차에 참여한 각 노동조합의 조합원 비율을 기준으로 근로면제시간을 배분하면, E지회의 근로시간면제자는 월 78.94시간<1>의 근로면제시간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합의서 제1항에서 정한 원고에 대한 근로면제시간인 월 66.5시간은 위 근로면제시간(월 78.9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견종철(재판장) 이형원 김은경
각주1) 구 노동조합법 제24조, 제24조의2,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1호에 의하면, 전체 조합원이 100~190명일 경우 근로시간면제한도는 연간 최대 3,000시간이고,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2016년 교섭창구단일화 당시 구 E지회 조합원은 42명이고, 대표교섭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91명이므로, 구 E지회는 최대 연 947.36시간[= 연 3,000시간 / (E지회 조합원 42명 + 교섭대표 노동조합 91명) × E지회 조합원 42명], 월 78.94시간(= 연 947.36시간 / 12개월)의 근로면제시간이 인정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