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2. 10. 선고 2022나2020182 판결

주문

1.

이 법원에서 추가 및 감축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1. 1. 20. 주택건설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B(이하 ‘B’라고 한다)과, B의 법무팀총괄책임자(지배인)로서 법무지원 및 행정실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며 월 500만 원의 보수와 B가 정한 수당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와 B는 2012. 4. 2. 위 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다시 체결하였고, 2013. 3. 13. 원고가 B의 청산인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외에는 주요 내용이 위 계약과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위 각 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나.

원고는 2011. 1. 28.부터 2011. 4. 21.까지 B의 지배인으로 등기되어 있었고, 2012. 4. 4.부터 현재까지 B의 지배인으로, 2013. 3. 14.부터 현재까지 B의 청산인으로 각 등기되어 있다.

다.

B는 2018. 2. 6. 서울회생법원 2016하합100228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같은 날 피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는 같은 날 원고를 비롯한 B의 임직원들에게 파산관재인 업무수행을 위한 협조요청서를 보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11, 17, 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갑 제1호증의 1 내지 3의 경우, B 대표이사 이름 다음의 인영이 B의 인장에 의한 것임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위 인영이 B 대표이사의 의사에 기하여 현출된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고, 나아가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법률상 추정된다. 피고는 원고가 임의로 위 인영을 날인하였다고 주장하나, 을 제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B와의 계약에 따라 2011. 1. 20.부터 2018. 3. 8.(피고가 원고에게 해고예고 통보를 한 날로부터 30일이 경과한 날)까지 B의 지배인 또는 청산인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근로계약을 기초로 B에 노무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였는바, 원고의 임금, 퇴직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 채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체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472조 제4호 및 제10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간 동안의 근로에 대한 미지급 임금, 퇴직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만일 원고가 피고의 해고예고 통보에 따라 퇴직하지 않았다고 본다면, 원고의 퇴직 의사표시가 포함된 이 사건 2022. 6. 30.자 준비서면이 피고에게 도달한 날인 2022. 7. 1. B에서 퇴직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1. 1. 20.부터 위 2022. 7. 1.까지 기간 동안의 근로에 대한 미지급 임금, 퇴직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쟁점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은 파산채권으로 하고(채무자회생법 제423조),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다(위 법 제424조). 한편,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하고(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10호), 파산관재인이 파산선고 후에 위와 같은 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여 생긴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재단채권이다(위 법 제473조 제4호,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3다6490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변제한다(채무자회생법 제475조).

원고가 B의 근로자라면 원고 주장의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10호 및 제4호의 재단채권이므로 B에 대한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청구로 소구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면 원고 주장의 채권은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파산채권으로서,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게 된다. 따라서 먼저, 원고의 청구권이 재단채권에 해당하는지, 즉 원고가 B의 근로자인지에 관하여 본다.

나.

원고가 B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2)

판단

가)

원고와 B는 이 사건 계약 체결 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계약서에는 원고의 수행업무, 근무지 및 근로시간, 휴일수당, 4대 보험료의 부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에 관한 내용 및 이 사건 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령을 준용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갑 제1호증 1 내지 3의 각 기재).

나)

그런데 상법상 지배인은 영업주에 갈음하여 그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고(상법 제11조 제1항), 주식회사의 청산인은 현존사무의 종결, 채권의 추심과 채무의 변제 등 직무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상법 제542조 제1항, 제254조 제1, 3항). 실제로 원고는 지배인 또는 청산인으로 등기되어 그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B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 주장의 근무기간 중 지배인으로 등기되지 않은 기간에 대하여도 아래 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로계약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오히려 아래에서 보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서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B의 근로자였다고 보기 어렵고, 지배인 또는 청산인으로 근무하면서 B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사실인정의 근거 :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호증의 1 내지 3, 12호증의 1, 2, 을 제2호증 1, 2의 각 기재, 갑 제9호증의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①

B는 원고를 지배인으로 선임할 당시 더 이상 신규 건설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서 이전에 건축한 아파트에 관한 채권 회수 및 채무 변제 업무만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B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D은 위 잔존 업무 전부를 맡기기 위해 법무업무 경험이 있는 원고를 B의 지배인으로 선임하였고, 그 후 B가 해산하자 원고를 B의 청산인으로 선임하였다.

②

이 사건 계약서에도 원고가 B의 업무 위임에 따라 수행하여야 하는 업무로 ’미수된 조합분담금의 회수‘, ’회사채권의 회수 및 채무의 말소 및 변제‘, ’소송관련 업무 처리 및 법률대리인의 선임 및 해임‘뿐 아니라, ‘회사 관련 모든 법률행위의 대표권 행사’와 ‘기타 회사 관련 최종 행정업무 처리 등’ 또는 ‘기타 청산인으로서의 업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는 B의 청산인으로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독립당사자참가신청을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상법 규정과 이 사건 계약에 따라 B의 잔존업무 전반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③

D이 구속된 이후 원고에게 B의 민사소송 등에 관하여 일부 지시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임관계에서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하고(민법 제681조), 위임인에게 위임사무의 처리상황 등을 보고할 의무가 있는바(민법 제683조), D의 원고에 대한 지시는 통상의 위임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위임인과 수임인 사이의 사무처리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초과하여 통상의 근로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정도의 구체적 지휘․감독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D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법무업무 경험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원고를 B의 지배인으로 선임했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판결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참조해보시고 의견을 주십시오.”(갑 제10호증의 1 제2쪽), “여기 전화가 있으니 지배인님이 적절히 연락해보시면 합니다.”(제5쪽), “이런 서류가 왔으니 지배인님이 알아서 좀 고소 안 들어오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부탁드립니다.”(제6쪽)라고 하는 등 원고에게 재량에 따른 업무처리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④

D이 위와 같이 원고에게 B의 민사소송 등에 관하여 일부 지시를 했다는 점 외에는 달리 원고에게 업무 수행 내용 및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뿐만 아니라, D이 B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B의 지배인 또는 청산인으로서 B를 대표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갖고 있었고 B의 행위가 원고의 대표행위를 통해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보면, D이 원고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지시가 B의 원고에 대한 지시라고 보기도 어렵다.

⑤

이 사건 계약서에는 원고의 근로시간이 ‘09:00~18:00’로 정해져 있으나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탄력적용 한다는 취지가 함께 기재되어 있고, 실제로 원고가 정해진 근로시간에 근무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원고의 근무지는 B가 지정한 장소로 한다고 정해져 있으나, 실제로 원고에 대해 근태관리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또한, 이 사건 계약서에서 정한 바와 달리 원고는 4대 보험에 가입되지도 않았다.

⑥

원고는 B에서 지배인 또는 청산인으로 재직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2012. 8.경부터 2017. 12.경까지 E 주식회사의 지배인을, 2012. 12.경부터 2018. 12.경까지 F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하였다.

다.

소결

원고는 B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구하는 임금, 퇴직금 및 그 지연손해금 채권은 모두 재단채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이를 별도로 소구할 수 없다. 달리 원고 주장의 채권이 그밖에 채무자회생 제472조 각호의 다른 재단채권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한 주장과 증명도 없다. 따라서 원고 주장의 채권이 재단채권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의 소는 모두 부적법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는 모두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 및 감축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판사 정경근(재판장) 이호재 민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