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9. 20. 선고 2023나1292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지방공기업법과 M공사설립 및 운영조례에 따라 M공사의 경제성과 공공복리를 증대하기 위하여 설립된 지방공기업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별지목록 ‘퇴직일’란 기재 각 일자에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행정자치부는 2015. 7.경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용 안정,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지방공기업에 대하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다.

피고는 2015. 9. 24.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교섭을 거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도래 전 3년 동안 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2016. 1. 1.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하였고, 2015. 12.경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와 2년차에는 기본급과 기본급 연동수당의 각 5%, 3년차에는 20%를 감액하기로 하고, 3년차에는 대상자에게 1년간 퇴직준비 교육기간(이하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라 한다)을 부여하는 세부내용에 합의하였다(이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라.

이에 따라 피고는 2015. 12. 18. 취업규정 제60조에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그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으로 위 다.항에서 합의한 것과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시행내규를 제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무효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에 따라 감액함으로써 지급하지 않은 별지목록 ‘미지급 임금 상당액’란 기재 각 금원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나.

적법절차 위반 주장

원고 H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모두 피고와 개별적인 연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개별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지 않는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으로써 원고들에게 별지목록 ‘미지급 임금 상당액’란 기재 각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는바,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무효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2, 13, 15, 16, 17, 1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여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제도이다. 행정자치부는 2015. 7.경 모든 지방공기업에 대하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에 지방공기업인 피고는 위와 같은 권고에 따라 이 사건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도입, 시행하였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도래 3년 전부터만 적용이 되고, 그에 따른 임금 감액률은 적용 1년차와 2년차에는 기준연봉의 각 5%, 적용 3년차에는 기준연봉의 20%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다수의 지방공기업과 비교해 보더라도 보수의 삭감정도가 그리 크지 않고, 위 기간 동안 각종수당 복지포인트, 자녀학비보조비 등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된다.

③

피고는 임금피크제 시행내규를 제정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3년차에는 1년간 퇴직준비 교육기간을 부여하는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를 마련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는 위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급여 중 80%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피고는 대상자들이 퇴직준비 교육기간동안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경비도 지원해주었다.

원고들은,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는 2022년경에서야 시행되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인 2012년경부터 이미 정년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보다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공로연수제도가 시행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는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는 2016. 1. 1.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도입되었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그 시행시기에 관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이 사건 임금피크제 이전인 2013. 7.경부터 정년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직무를 부여하지 않고 퇴직 후 재취업 등을 위한 개인활동 시간을 부여하는 공로연수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위 공로연수제도는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추가 연수활동 지원금은 지급하지 않는 등 시행대상자, 교육 기간 및 교육비 지원여부 등에서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와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퇴직준비 교육제도는 퇴직예정자들에게 유리하게 기존의 공로연수제도가 확대실시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이로 인하여 절감한 재원을 이용하여 별도 정원으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27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였는바, 이 사건 임금 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은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

적법절차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들의 연봉계약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인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고 H을 제외한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후 매년 연봉계약(이하 ‘이 사건 각 연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각 연봉계약서에 ‘기본연봉’이 정액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 금액이 이 사건 임금 피크제 규정의 감액률을 적용하지 않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고 별도로 임금을 정하는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각 연봉계약서상 연봉금액은 ‘기본연봉’, ‘성과연봉’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정액의 ‘기본연봉’은 12회로 나누어 지급되며, ‘성과연봉‘은 당해 연도 기관평가 결과를 토대로 연봉제 시행규정에 따라, ‘부가급여’는 피고의 보수규정과 복리후생규정에 따라 각각 산정․지급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연봉계약서에는 ‘준수사항’으로 “기타 본 계약서에 명기되지 아니한 사항은 공단의 제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각 연봉계약서의 문언상 이 사건 각 연봉계약의 내용(연봉금액)이 위와 같은 연봉금액의 기재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각 연봉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피고의 취업규칙이 적용됨으로써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 있다.

②

피고의 근로자들은 3급 이상 직급이 되면 연봉제 적용대상이 되어 연봉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때 피고와 구체적인 연봉협상을 통하여 연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봉제규정과 보수규정에 근거하여 산정된 ‘기본연봉’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원고들이 피고와 개별 근로계약에 의하여 피고의 보수규정 등에서 정한 바와 달리 구체적인 임금 산정방법이나 금액에 관한 약정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 ③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후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연령이 되었고, 자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각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 더구나 피고는 이 사건 각 연봉계약 기간 동안 매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감액률을 적용한 금액만큼을 적게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같은 형식의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여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

2)

원고들의 개별동의가 필요한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작성ㆍ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ㆍ변경할 수 있다. 다만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조합의, 그와 같은 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다31753 판결, 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841 판결 등 참조). 한편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937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의 취업규정 및 그 하부규정인 임금피크제 시행내규가 제정되었음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이 이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동의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유효하다.

또한 원고들과 같은 3급 이상의 직원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가입자격이 없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이 3급 이상 직원들에 대하여만 불이익한 내용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직급체계상 4급 이하의 직원들도 3급 이상의 직급으로 승진이 가능하여 위 규정이 장차 현재의 4급 이하의 직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은 적법하게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적법한 동의를 얻어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고, 달리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어떠한 절차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현우(재판장) 이도식 최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