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가입자로 2019. 1. 8.경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로부터 서울 C 소재 한국전력공사 D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았다. E은 2019. 2. 8.경부터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원고의 근로자로 철거 및 보조인력 수급 등을 담당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F은 2019. 2. 8.경부터 위 E을 보조하여 일용직 산소해체공으로 근무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B는 2019. 2. 7.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F을 도와 장비를 운반한 후, 지하 1층 전기실에 출입하였다가 감전되었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전기화상(감전화상) 심재성 2도~4도, 총 체표면적 2%, 몸통의 2도 화상(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아 피고 원처분기관(서울동부지사)에게 원고를 사업주로 하는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피고 원처분기관은 2019. 3. 28. B에 대하여 요양기간을 2019. 2. 7.부터 2019. 7. 31.까지로 하여 요양승인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19. 8. 13. 각하되었고,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9. 8. 16. 각하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8,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B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산소철거작업을 하기로 예정된 F이 개인적인 친분으로 본인의 틀비계 운반을 부탁한 자일 뿐, 이 사건 공사현장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B는 형 G과 함께 F이 운영하는 고물상 내부에서 더부살이하며 폐전선을 수거한 후 피복을 벗겨 되파는 일을 하는 자로, 단지 자신의 영업에 이용할 폐전선 등을 구하기 위하여 원고의 지시를 받지 아니한 채 무단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 지하로 내려간 것이고, 이 사건 공사현장 지하에는 원고의 공사 부분이 아닌 주식회사 H의 전기철거공사 구역이 있었는데, B가 그곳의 변압기가 있는 구역에 갔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도급받은 철거공사와 무관하게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판단
산재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선 인정사실 및 그 인정근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B는 원고의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와 B 사이에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고용계약이 체결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가 2019. 2. 7.경 이 사건 공사 현장을 방문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B는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근로자로서 2019. 2. 8.부터 이 사건 공사의 철거 및 보조인력 수급 등을 담당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E은 2019. 1. 30.경 F에게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산소해체 철거작업을 해 달라고 의뢰하면서 추가로 보조해 줄 만한 인력 2-3명을 구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F은 B와 그 형인 G에게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자신을 도와 일용직으로 산소해체 철거작업을 함께 할 것을 부탁하였는데, E으로부터 작업 전날인 2019. 2. 7.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장비를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B, G과 함께 이 사건 공사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F이 2019. 2. 7. 이 사건 공사 현장에 B, G과 함께 장비를 운반한 후 E과 공사 현장을 살펴보는 사이에 B가 이 사건 공사 현장 지하 1층 전기실에 출입하였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근로자인 E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산소해체 철거작업을 의뢰받으면서 E의 요청으로 F이 위 산소해체 철거작업을 보조할 일용직으로 B를 고용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이상 그 무렵 원고와 B 사이에도 직접적인 고용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산재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하므로, 원고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B는 원고의 산재보험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고(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가목),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같은 호 나목),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같은 호 마목) 등은 업무상 사고로서 이에 해당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위와 같이 산재보험법이 업무상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라 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업무라 함은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의 운영에 관계된 업무'로 '당해 근로자가 종사하는 것'이고 그 범위는 '당해 근로자가 업무에 종사하는 행위의 범위 즉, 업무행위의 범위와 일치'하며 여기에서는 당해 근로자가 근로계약의 본지에 따라 행하는 제반 행위가 포함된다. 다만 재해발생의 원인인 업무는 통상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담당업무이지만 그 업무는 동시에 당해 사업의 운영에 관한 업무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특별한 업무명령에 의해 확장되는 경우, 나아가 사업주의 특별한 업무명령이 없어도 당해 근로자의 당연 또는 통상 행하는 것이 예정되고 혹은 예상되는 것, 당해 근로자의 담당업무의 수행상 필요하다고 보이는 것, 업무와 관련하는 돌발적 사정 혹은 긴급한 사태에 임하여 행하여지는 것, 취업시간의 전후에 있어서 업무에 부대하여 행하여지는 것(작업개시 전 준비행위 또는 작업종료 후의 점검·정비·정리·청소행위)도 업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고 또 관리하에 있으면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 요컨대 업무행위 및 그것에 수반하는 일정한 행위를 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재해발생원인의 소재는 다른 특별한 원인이 없는 한 업무행위 또는 사업장시설의 어느 것이므로 근로자의 업무수행성이 증명된다고 볼 것이고, 그 업무기인성을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재해는 업무상 재해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상당할 것이다. 다만, 업무일탈행위, 업무이탈행위, 자의적 행위, 사적 사유(사용 등의 사적 행위, 자기 또는 타인의 고의) 등과 같이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는 반증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재해는 업무에 기인하지 않는 업무 외의 재해라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 판단
앞선 인정사실 및 그 인정근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B가 당초 의뢰받은 산소해체 철거작업 수행에 수반되는 준비행위를 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에 반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B가 원고와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로서, 원고의 근로자인 E을 통하여 이 사건 공사의 산소해체 철거작업을 의뢰받은 F과 함께 E으로부터 장비를 가져다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업 전날인 2019. 2. 7.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장비를 운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B의 위 업무는 당초 의뢰받은 산소해체 철거작업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위 작업 수행에 수반되는 준비행위로서 업무의 범위에 포함된다.
결국 이 사건 사고는 B가 업무를 하던 중에 발생한 것이어서 다른 특별한 원인이 없는 한 업무수행성은 증명된다고 볼 것이고, 경험칙상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수 없는 반증사유가 없는 이상 업무기인성도 인정된다고 볼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경험칙상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업무기인성을 부정할 만한 반증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B는 이 사건 공사현장 지하 1층 전기실에 고철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출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지하 1층 전기실은 이 사건 공사의 작업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곳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에서 F은 원고로부터 산소해체 철거작업을 의뢰받았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F은 B 등과 함께 원고의 근로자인 E의 요청으로 작업 전날인 2019. 2. 7. 의뢰받은 산소해체 철거작업을 위한 장비를 가져다 놓기 위해 이 사건 공사 현장을 방문하였다가 E과 함께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 과정에서 B 역시 공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이 사건 공사 현장 지하 1층에까지 내려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산소해체 철거작업에서 고철 등이 발생하고 일반적으로 철거작업 후 발생한 고철 등을 작업자들이 수거까지 해 오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당시 B가 위 지하 1층 전기실에 고철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출입하였다고 하여 그 목적이 반드시 사적인 목적에 기인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설령 당시 B가 위 지하 1층 전기실이 이 사건 공사의 작업범위에 포함된 곳으로 착오하여 실수로 그곳에 출입하였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두고 업무기인성을 부정할 만한 반증사유로서의 업무일탈행위, 업무이탈행위, 자의적 행위, 사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환(재판장) 이은혜 배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