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2. 3. 선고 2024누32104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1. 6. 3.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은 2021년경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 등의 건축공사업체를 운영하던 E과 사이에, 경기 가평군 F 외 3필지 지상 건물 2동(G동 및 H동)을 숙박시설로 증축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도급하는 내용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고, 공사대금은 E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비용을 그때그때 지급하여 주기로 하였다.

나.

E은 2021. 4.경 원고에게 연락하여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인력의 소개 및 근로자들에 대한 지시 등을 부탁하였는데, 원고는 그 무렵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다.

원고는 2021. 5. 20. 피고에게 ‘2021. 5. 5. 10:00경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드라이비트 공사에 관하여 수정할 내용을 지시하러 가던 중 서포트헤드에 왼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로 인하여 좌측 상완골 외과적 목의 골절, 좌측 상완골 대거친면 골절을 진단받았다’고 주장하며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라.

피고는 2021. 6. 3.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1. 10. 25. 심사청구가 기각되었고, 원고가 다시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22. 7. 13. 재심사청구가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 12 내지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2, 4,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E으로부터 일당 25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현장관리감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제5조 제2호 본문),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8두43330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종속적 관계에서 제공하는 근로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고 명시적 약정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 약정으로 성립할 수도 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두55859 판결 참조).

다.

인정 사실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5 내지 7, 9, 16, 18 내지 21호증, 을 제3, 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의 신분관계, 이 사건 공사의 내용 및 E과의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가)

원고는 경기 가평군 I 소재 ‘K’(사업자등록일 2018. 7. 10.)의 사업주 L의 배우자이고 위 ‘K’의 일반종사자로 등록되어 있으며, 같은 주소 소재 J’(사업자등록일 2020. 5. 10.)의 사업주로 등록되어 있고 건축기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나)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대한 착공신고는 2021. 4. 9. 이루어졌고(착공예정일 2021. 4. 11.), 산업재해보험 성립신고는 2021. 4. 12. 이루어졌는데 이에 따라 조회되는 이 사건 공사 기간은 2021. 4. 12.부터 2021. 10. 30.까지이다.

다)

원고는 E과의 사이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

2)

E의 제1심법원 및 이 법원에서의 진술 내용

E은 제1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하였고, 이 법원에서도 증인진술서(갑 제21호증)를 제출하였다. 해당 진술 중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①

B과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사규모나 기간, 대금을 명시적으로 약정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공사비가 정해지면 건축주에게 요청을 해서 밑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식이었다. 건축주와 총 공사금액 관련해서 견적을 받은 적도 없다. 당시 공사대금은 1억 2~3천만 원이 소요되고 공사기간은 2개월 정도로 예상하였다. 건축주에게 공사대금 약 1억 5천만 원을 청구하였으나 손해를 보았고, 공사기간은 약 3개월 15일이 소요되었다.

②

원고가 필요했던 이유는 같은 시기에 인천, 서울 등에서 여러 건의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자주 가기 어려웠는데 B의 부탁으로 공사를 해 주기로 한 이상 공사를 잘 마쳐야 했고 그 가족들의 신임도 있었으므로, 자신이 현장에 상주하지는 못해도 원고를 상주시켜 두기 위해서였다.

③

원고의 임금으로 쉬는 날 없이 일당 25만 원을 제시하였고, 해당 임금은 이 사건 공사 완료 후 일체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윤이 남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에게 고정된 급여를 주기로 한 것이다. 해당 임금의 산정에는 원고가 기술자임이 고려되었다. 임금을 공사 완료 후 일체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은, 공사를 진행하다보면 공사비가 조금씩 부족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원고에게 양보를 부탁하여 차후에 정산하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원고가 정해진 금액을 받고 공사를 맡아서 진행한 것은 아니다. ④ 원고로 하여금 자신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없을 때 자신을 대신하여 현장을 지켜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알려주는 일종의 ‘현장 반장’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또한 원고에게 해당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근로자들에게 지시를 할 것을 부탁하였다. 나아가 원고에게 연락하여, 본인이 이 사건 공사가 이루어지는 지역을 잘 모르고 장비문제나 철물점, 인력 등 건축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을 잘 모르니까 직접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⑤

원고는 기초공사와 골조공사(철근공사, 콘크리트공사, 아시바공사 포함)를 맡아서 진행하였다. ‘맡아서 진행한다’는 것은 매일 25만 원씩을 일당으로 받으면서 그것에 따라 일을 진행해달라는 의미로, 일하는 사람들을 직접 관장하여 필요에 의해서 일 진행을 시키고, 작업에 필요한 철근량이나 레미콘 등에 관한 의견을 자신과 나누며, 이를 자신이 직접 조달해주고 같이 협의해서 하였다는 의미이다. 만일 원고가 한 공사가 지연되거나, 원고가 근로자들에게 일을 시켜서 한 골조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다.

⑥

원고가 장비나 거래처를 알려주면 자신이 자재비 등을 거래처에 직접 송금하였다. 예를 들어 (원고가) 철근이 어디에서 얼마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금액이 얼마인지를 듣고 자신이 해당 업체에 입금을 시켜주기도 하였다. 이 사건 공사 현장을 위하여 자재나 장비를 수급한 것은 결국 자신이었다.

⑦

자신이 이 사건 공사 현장의 공정 진행 속도 및 순서, 투입 근로자 수 및 개별 근로자의 노임 결정,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법 등에 관한 권한을 전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현장의 작업공종별 근로자 인원이나 임금, 채용 등을 원고와 상의하여 결정하였지만, 결정권자는 자신이었다. 즉 (원고가) 얼마를 누구에게 지급하고, 이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니까 이 사람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것을 자신에게 말하면 자신이 동의를 하는 형태였다.

⑧

이 사건 공사 당시 원고의 휴무일이나 휴게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지는 않았다. 자신이 원고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여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감해달라고 하고, 단 쉬는 날 없이 매일 일당으로 25만 원씩을 지급할 테니 하는 날까지 잘 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⑨

원고는 2021. 4. 11.부터 이 사건 사고가 있었던 2021. 5. 5.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매일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 2021. 4. 11. 원고를 만나 설계도를 교부하였다. 자신은 이 사건 공사 시작 후 처음 일주일에는 4~5일 정도 현장을 방문하였다. 처음에는 기초 작업을 하기 때문에 서로 의견일치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은 아침에 일을 보고 다른 현장이 있어 빨리 나와야 했기에 원고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 (1주에) 3일 정도 간 적도 있고, 틈이 날 때마다 방문하였다.

⑩

이 사건 상병 발생 후에도 ‘K’ 소속 인부들은 계속해서 현장에 나와 근무하였다. 다만 원고가 나오지 못함에 따라 자신이 직접 현장에 나가 공사를 관리․감독하였다.

3)

원고가 작성한 현장인력내역서의 내용

원고가 1주일 또는 5일 단위로 이 사건 현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의 일당을 정리하여 E에게 보내면 E은 이를 L에게 한꺼번에 지급하였고, L나 원고는 위 돈 중 10%를 공제한 다음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다. 원고가 E에게 보낸 내역서들의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4)

E이 원고에게 지급한 금액 및 관련 내용

E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원고 또는 L에게 돈을 지급하였다.

5)

E의 재료비 등 송금

E은 원고로부터 각종 재료상, 레미콘 회사, 폐기물처리업체 등을 소개받아 해당 업체들에 재료비나 이용료 등을 직접 송금하였다.

라.

구체적 판단

1)

원고가 이 사건 공사에서 담당한 역할 및 근로자성 판단대상의 특정

이 사건에서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고가 이 사건 공사에서 담당한 역할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원고는 수일 단위로 E에게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의 수 및 노임, 장비 대여 비용을 정리한 ‘현장 인력내역서(1차~6차)’를 제출하여 E으로부터 해당 금원을 지급받은 다음 인부들에게 노임 중 10%를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지급하였는데, E은 해당 비용을 모두 ‘K’의 사업주 L의 계좌로 입금하였다. 원고는 1차 노임 및 비용을 지급받은 직후에는 ‘K’ 명의로 E의 배우자인 M가 대표로 되어 있는 건축공사업체인 주식회사 N를 상대방으로 하여 ‘인력공급’을 품목으로 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원고가 L의 배우자로서 ‘K’의 직원으로 등재되어 있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상병으로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갈 수 없게 된 이후에도 ‘K’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던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는 ‘K’의 구성원으로서 대표자인 L와 함께 이 사건 공사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직접 출근하여 업무를 하였고, 이 사건 상병이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드라이비트 공사에 관하여 수정할 내용을 지시하러 가던 중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리고 E은 피고의 최초 조사 당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다음날 인력을 몇 명 투입할지, 철근을 얼마나 사용할지 여부 등을 원고와 협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이러한 진술이 거짓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공사에서 인력소개 업무 외에 근로자를 지휘하는 등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하여 기초공사와 골조공사를 완료하는 역할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인력 소개 업무는 ‘K’의 구성원으로서 처리한 업무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대가는 L에게 이미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인력 소개 업무가 아닌 기초공사 및 골조공사 전반의 관리․감독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의 이 사건 공사에서의 역할 등 앞서 본 인정 사실이나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공사 중 기초공사 및 골조공사 전반의 관리․감독 업무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E은 이 사건 공사의 구체적인 수행과 관련하여 원고와 협의를 하고 그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였으나, 최종 결정권한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있었고 원고는 자신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공사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이는 E이 이 사건 공사 현장 주변에 대한 원고의 지식과 경험을 신뢰하였기 때문이고,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결정권한은 어디까지나 E에게 있었다고 보인다. 더욱이 E은 이 사건 공사 첫 주에는 4~5일, 그 이후에는 틈이 날 때마다 이 사건 공사 현장을 방문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공사의 진행 현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위해서라고 봄이 자연스럽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공사에서 E의 최종 결정을 보조하거나 그 지시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여 전체적으로 E에게 종속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나) E은 제1심에서 원고가 담당한 골조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그 책임을 진다고 증언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투입된 자재의 구입비용이나 대규모 장비의 사용 비용은 E이 직접 해당 거래처에 송금하였다. 비록 그 업체 등의 선정에는 원고가 관여하였다고 보이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 근처의 재료상 등을 다수 알고 있었기에 E에게 조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공사를 자신의 계산 아래 수행하였다거나 이 사건 공사에 있어 자신의 역할 수행을 통한 이윤의 창출이나 손실의 초래와 같은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E으로부터 지급받은 600만 원은 일의 완성을 조건으로 한 대가라기보다는 원고의 근로 제공에 관한 대가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E으로부터 대가로 받은 600만 원이 일급 25만 원을 기준으로 2021. 4. 11.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같은 해 5. 4.까지 총 24일간 근무하여 받은 임금이라고 주장하였고, E 또한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 내용은 원고가 E으로부터 지급받은 금액, 원고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한 기간, 원고가 실시한 업무의 내용, 위 600만 원은 인력 소개로 인한 대가와 달리 L가 아닌 원고에게 직접 지급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신빙성이 있다.

②

하도급계약에서는 통상 공사기간과 전체 공사대금을 먼저 정한 다음, 공사가 단계별로 완성됨에 따라 대금을 나누어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E은 B과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사규모나 기간, 대금을 명시적으로 약정하지 않은 채 그때그때 공사대금을 받으면서 공사를 진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러한 진술이 허위라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E이 원고와 기성고에 따른 대가를 선제적으로 합의하기 어려웠으리라 보이기는 하나, 만일 원고가 하수급인으로서 자신의 책임과 계산 아래 E으로부터 받는 일을 완성하는 입장이었다면 자신이 받을 대가를 명확히 합의하지 않은 채 공사에 착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인다.

③

L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원고가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는 시기 중 일부(2021. 4. 11., 2021. 4. 13.부터 2021. 4. 16.까지, 2021. 5. 1.)에 근로를 하였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고 이 경우 근로자들의 지휘․감독을 주된 업무로 하였던 원고가 현장에서 근무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원고가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이 사건 공사가 모두 종료된 이후에야 대가를 지급받기는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근로자들의 지휘․감독 외에 이 사건 공사의 전체적인 진행이나 재료 등의 조달에 관하여 E을 보조하는 업무도 함께 수행하였다. 더불어 E은 원고를 2021. 4. 11.(이 날은 착공신고 당시 착공예정일로 기재한 날짜이기도 하다)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처음 만났고 쉬는 날 없이 하루에 25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원고는 최초 요양 당시부터 채용일자를 2021. 4. 11.로 기재하였다. 나아가 E은 위 일자 중 2021. 4. 13., 4. 15., 4. 16.에는 레미콘 회사나 인부 등에게 비용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앞서 본 일자에도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하였거나,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재료상 등의 탐색, 앞으로의 공사 진행 방식 검토 등의 형태로 근로를 제공하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는 처음부터 공사금액을 명확하게 정한 것이 아니라 E이 그때그때 공사대금을 받아 집행하는 형태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E의 사정을 고려하여 자신이 받을 임금을 차후 정산받기로 합의하였을 개연성도 있다.

④

E과 원고는 원고가 E을 대신하여 현장의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였다고 공통하여 진술하였다. 원고는 이에 더하여 이 사건 공사 중 기초공사와 골조공사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 등에 관하여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밝힌 이 사건 상병 발생 경위가 드라이비트 공사에 관하여 수정할 내용을 지시하러 가던 중 넘어졌다는 것인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E은 이 사건 공사 첫 주에는 4~5일, 그 이후에는 틈이 날 때마다 이 사건 공사 현장을 방문하였고 첫 주에 방문할 당시에도 아침까지 있다가 떠났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E이 방문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원고가 공사를 관리․감독하여야 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E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 현장의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받았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지휘․감독권을 유보받아 기초공사 및 골조공사를 진행하는 원고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하여 명시적인 출퇴근시간 및 휴무일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원고가 근무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으며 E의 지휘․감독을 항시 받지 않았다는 점은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⑤

E이 2021. 4. 26. L에게 3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원고는 이를 E으로부터 차용한 것이고 해당 금액은 제4차 노임지급 요청 당시 지급받을 노임에서 공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원고의 주장은 위 300만 원과 E이 원고의 제4차 노임지급 요청 당시 L에게 송금한 521만 원의 합계가 원고가 제4차 노임지급 요청 당시 청구한 821만 원과 일치하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신빙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원고가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된 다른 대가를 받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⑥

한편 원고가 E에게 제출한 제3차 노임내역서에는 ‘L: 4/12, 4/18, 4/19, 4/20, 자발적으로 하여 노임에서 제외’라는 기재가, 제6차 노임내역서에는 ‘Q: 6/2, 서비스로 노임 산정 안함’이라는 기재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가 아닌 인력 소개 업무를 담당하는 자의 지시에 따라 노임을 지급받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극히 이례적이므로, 위 기재는 원고가 자신의 권한으로 노임 산정을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L와 Q이 자발적으로 노임을 지급받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Q 또한 제1심에서 제출한 진술서(갑 제17호증) 및 이 법원에서 이루어진 서면증언에서 그간의 작업 중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일당을 받지 않고 근무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선택에 원고가 개입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노임내역서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스스로의 권한으로 노임을 산정하였다거나 조절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증거는 원고가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였다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⑦

원고가 ‘J’의 사업주였고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직후부터 위 업체가 휴업 중이라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마.

소결론

그러므로 원고가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전제 아래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연욱(재판장) 이광만 정선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