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6. 18. 선고 2024누38096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1. 11. 2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0. 1. 21.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건설현장 경비용역계약의 수주 및 유지·관리, 현장 경비인력의 선발·교육·관리 등의 업무(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를 수행하는 관리부장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고, 원고는 망인의 처이다.

나.

망인은 2020. 11. 23. 12:10경 대전, 세종 현장 출장 건으로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하던 중 대전 서구 H 인근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다른 차량의 운전석 쪽 문 부분을 가볍게 충격하는 접촉사고를 낸 후 자신의 차량 안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발견된 다음, 즉시 인근 E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이후 I병원, F병원으로 옮겨 수술 및 처치를 받던 중 2020. 11. 27. 이 사건 상병을 직접사인으로 하여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2021. 4. 20. 이 사건 업무로 인해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1. 11. 26.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망인에게 돌발적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없었고, 망인의 업무시간이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의 증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기준에 미달한 점, 망인에게 기존질병인 고혈압, 간경화 등 개인적인 위험요인이 내재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고, 2022. 5. 12. 같은 이유로 원고의 심사청구도 기각하였다.

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2022. 7. 15.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23. 2. 1. 위와 같은 이유로 재심사청구도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 경비용역을 발주하는 여러 건설회사로부터 경비용역계약을 수주하고, 경비인력을 선발해 서울 및 경기, 인천, 충북, 대전, 세종 등지에 있는 각 현장에 투입한 다음, 그 현장에 출장을 다니며 인력을 교육·관리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망인의 잦은 외근, 발주처가 제기하는 고충의 처리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행하는 갑작스러운 원거리 출장은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로서, 출근시간 전과 퇴근시간 후 및 휴일의 근무, 특히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의 19일 연속근무는 ‘휴일이 부족한 업무’로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한다. 또한 망인은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시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러한 사정에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감정보완촉탁결과 등을 더하면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제1심 판결문 별지와 같다(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

다만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Ⅰ. 1. 라. 오후 10시부터 익일 6시 사이의 야간근무의 경우에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휴게시간은 제외)하여 업무시간을 산출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에 따라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와 이와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를 추가한다.

다.

인정사실

제1심 판결문을 아래와 같이 수정하는 것 외에는 제1심 판결이유 중 ‘2. 다. 인정사실’ 부분을 인용한다(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

○

4면 10행 “2) 망인의 근로시간”을 “2)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근로시간(갑 제13호증)”으로 고쳐 적는다.

○

6면 17행 “마) 이 법원 신경외과 감정의 소견”을 “마) 제1심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신경외과) 감정의(이하 ‘신경외과 감정의’라 한다) 소견”으로 고쳐 적는다.

○

9면 11행 “바) 이 법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 소견”을 “제1심 법원의 G병원(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이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라 한다) 소견”으로 고쳐 적는다.

○

10면 20행부터 11면 1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쳐 적는다.

“사) 이 법원의 신경외과 감정의에 대한 감정보완촉탁결과

아)

이 법원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에 대한 감정보완촉탁결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5 내지 15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 및 이 법원의 신경외과 감정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감정보완촉탁결과”

라.

판단

1)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종사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2호,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규정 내용·형식·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같은 법 시행령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하 ‘인정 기준’이라 한다)’은 같은 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 ‘인정 기준’의 위임에 따른 구「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20.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155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내부적인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법원은 이 사건 고시의 내용과 개정 경위·목적(2017. 12. 29. 고용노동부고시 제2017-117호로 개정되기 전 기존 고시의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위 개정으로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관련성 판단의 고려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종전에 규정되어 있던 ‘건강상태’를 삭제하였다)을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할 수 있고,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I. 1. (다)목 후단]. 따라서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⑴ 피고가 망인의 업무시간을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 49시간 07분, 발병 전 12주간(발병 전 1주 제외) 평균 49시간 22분, 발병 전 4주 평균 56시간 53분, 발병 전 12주 평균 49시간 21분으로 산정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⑵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 갑 제16, 1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 증인 K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추론할 수 있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망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근무일정 예측이 어렵고 휴일이 부족한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장기간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보이므로, 망인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인정 기준 제1호 가목 3)에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

㈎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므로, 망인의 업무시간이 그것에 미달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관련성을 바로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업무시간은 실제보다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

①

앞서 인정한 것처럼 망인은 서울 서초구 J 소재 본사에 출근 시 통상 07:30부터 업무를 수행하고, 현장 출근 시 인천에 있는 집에서 05:30에 현장으로 출발하였는데, 피고는 본사 출입경비 시스템(SECOM)에 망인의 지문이 인식되지 않은 근무일(2020. 9. 9. / 9. 29. / 10. 28. / 11. 5. / 11. 18.)의 출근시간을 09:00로 보고 업무시간을 산정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처럼 위 각 근무일이 망인이 집에서 현장으로 바로 출근한 날에 해당한다면 오히려 현장에 가는 이동시간 중 일부는 업무시간에 포함시켜야 할 것인 점, 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위 각 근무일 중 ‘11. 5.’을 제외한 나머지 근무일의 업무일지 내용 및 형식 등이 다른 일반적인 근무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각 근무일의 출근시간을 일률적으로 09:00로 본 것은 타당하다고 보이지 않고, 위 각 근무일의 실제 업무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것보다 길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의 사유로 망인의 업무시간이 이 사건 고시가 정한 업무상과로 인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면서도 ‘망인의 외부 근무기록이 있으나 근무시간을 산정하기에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사정을 처분서에 부기하였는데, 피고 스스로도 객관적 자료를 통해 해당 시간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 외에도 망인의 외부 근무기록이 더 존재함을 부정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2020. 9. 18.자 야간순찰일지(갑 제8호증)에는 망인의 야간 업무시간이 ‘02:35부터 08:55까지’로 표시되어 있는데, 피고 작성 업무시간조사표(갑 제13호증)에는 이와 달리 그날 야간 업무시간이 ‘4시간 26분’으로 표시되어 있다. 피고의 산정한 이와 같은 야간업무시간은 망인의 실제 근무시간보다도 짧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고시 1. 라.항이 정한 ‘30% 가산’ 규정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제공한 업무용 휴대전화로 출근시간 전과 퇴근시간 후에도 발주처 또는 현장 경비인력 등과 업무 관련 통화를 하였다. 피고는 그중 통화시간이 18:00대이면 최종 통화 종료시점을, 19:00 이후이면 통화시간이 5분 이상일 경우 최종 통화 종료시점을 업무종료 시간으로 보고 업무시간을 산정하였다. 그러한 산정방법에 나름의 합리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나, 다른 한편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업무수행으로 인정받지 못한 출근시간 전, 퇴근시간 후와 휴일 통화[업무용 통화내역(갑 제10호증)으로 확인된 것]의 경우에도 그 횟수 및 시간 등을 고려하면 망인은 출근시간 전, 퇴근시간 후와 휴일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정신적 긴장을 유지한 채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의사결정을 긴급하게 하는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고 보인다.

㈐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일에 가까운 2020. 11. 2. 월요일부터 11. 20. 금요일까지 두 번의 주말을 포함한 19일 동안 연속으로 출근하여 경찰 지도점검 준비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각 주말 업무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7시간 42분(11. 7.), 7시간 30분(11. 8.), 6시간 02분(11. 14.), 5시간 30분(11. 15.)으로 결코 짧지 않다. 망인과 함께 각 주말 근무를 수행한 이 사건 회사의 관리부장 K은 ‘당시 경찰의 지도점검에 대비한 준비업무를 하였는데, 평일 근무만으로는 업무를 다 소화하기 힘들어 주말에 나와 일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고 증언하였다. 경찰의 지도점검에 대한 준비업무가 망인의 기본업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두 번의 주말 모두 연속으로 출근하여 통상의 일과시간에 근접하는 정도로 업무를 수행한 것은 망인에게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일에 가까운 주에 이전의 다른 주보다 집중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즉 피고가 산정한 바에 의하면 발병 전 2번째 주(11. 9.부터 11. 15.까지)에는 64시간 40분, 3번째 주(11. 2.부터 11. 8.까지)에는 61시간 19분, 4번째 주(10. 26.부터 10. 30.까지)에는 52시간 26분을 근무하였다.

㈑ 망인은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대전, 세종 등지에 있는 다수의 현장을 관리하며 경비분야 구직신청자의 면접 및 교육, 현장의 현황 파악, 발주처 담당자와의 협의 및 관계 조율, 경비 및 미화 관련 계약의 체결 및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는데, 그와 같은 원거리 출장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발주처의 고충 처리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에 예정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되었다. 피고 역시 망인의 출장 총 61일 중 38일이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 원고가 주장하는 망인의 업무 관련 스트레스 요인 중 잦은 현장 근무 및 출장, 업무시간 외 근무, 발주처와의 갈등, 경비용역계약 수주 업무로 인한 부담감, 경찰서 지도점검 준비, 이 사건 회사가 받은 진정사건의 처리 등은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망인은 실제로 K에게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여러 번 호소한 적이 있다.

2)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⑴ 망인은 만성 고혈압, 만성 간질환에 의한 혈액응고장애, 장기간 흡연력 등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고혈압 진단 이후 약물복용의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점에서 혈압관리를 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1심 법원 및 이 법원의 신경외과 감정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감정보완촉탁결과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위와 같은 개인적 위험요인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과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⑵ 그러나 망인이 다양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장기간 복합적으로 노출된 환경에서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며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 온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여기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추론할 수 있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을 더하면, 망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수행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와 그로 인한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으로서의 기초질환인 고혈압, 간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고, 결국 이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 망인은 기존질병 중 간질환 진단을 받은 후에는 그로부터 2020. 9. 28.까지 외래 진료 및 처방을 받는 등으로 치료와 관리를 적절하게 해 왔다. 다만 고혈압의 경우에는 항고혈압제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제2호증)이 나타나지 않으나, 2016년 건강검진 당시 혈압이 175/115mmHg, 2018년 건강검진 당시 혈압이 160/90mmHg 수준이었던 반면, 이 사건 상병 발병일에 가까운 2020. 6.경 고관절수술 당시 측정한 혈압은 정상 수준이었고, 이 사건 상병 발병 직후 측정한 혈압도 150/80mmHg으로 나타나므로, 혈압수치만 놓고 보면 망인이 그 무렵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며,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의 개입 없이 망인에게 자연경과적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고 단정하여 말할 수 없다.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존부는 망인의 건강상태와 신체조건을 전제로 판단해야 하므로 위 각 기존질병만을 이유로 바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망인의 흡연력 등 생활습관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 역시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관련성을 배제할 정도의 현저한 위험인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망인은 2010. 1. 21.부터 이 사건 상병 발병일까지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였으므로 망인이 고혈압 진단을 받은 2016년 건강검진 시점이나 상세불명의 간질환 진단을 받은 2019. 8. 17.은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는 기간에 포함되는데, 망인이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망인에게 위 각 질병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 어떠한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자가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하는바(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망인의 기존질병인 고혈압, 간질환 증상이 망인이 이 사건 회사 입사 후 수행한 이 사건 업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 신경외과 감정의는 ‘망인의 만성 고혈압, 만성 간질환에 의한 혈액응고장애(혈소판 수치 저하) 및 흡연력 등 개인적인 위험요인이 이 사건 상병 발생 및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망인이 보유한 위험인자만으로 업무적 요인 없이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과 함께 ‘수시로 이루어진 근무시간 외 업무 관련 통화, 잦은 원거리 출장, 장거리 운전 등 업무상 과로, 신규 계약 수주에 관한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에 일부(관여도 25% 이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휴일 없는 19일간의 연속근무 및 업무과로, 업무상 스트레스 등은 이 사건 상병의 발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사건 상병의 자연경과 이상의 악화·촉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망인이 2020. 6. 15.부터 6. 23.까지 9일간 입원한 당시 혈압은 정상 범위 내에 있거나 이에 근접하였다’, ‘망인이 기저질환인 간질환을 방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도 ‘이 사건 상병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고 흡연도 위험요인이 된다’, ‘고혈압만으로 뇌출혈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과 함께 ‘다만 망인이 발병 전 19일간 휴일 없이 근무한 점, 고혈압이 있었지만 이 사건 상병발병 당시 긴급할 정도로 높지 않았던 점, 망인의 업무형태가 타 지역 출장이어서 근무시간 산정에 불리한 점, 잦은 출장으로 업무일정 예측이 곤란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 발생이 이 사건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망인의 출장 지역과 날짜가 불규칙하고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형태의 업무는 뇌혈관계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무기록과 임상검사 결과를 볼 때 망인은 기저질환인 간질환을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의 업무시간 계산에는 출장지 현장을 왕래하는 시간, 야간 업무시간 가산 등을 누락한 결함이 있는데, 누락된 시간까지 고려하면 망인의 뇌내출혈에는 개인적 요인보다는 업무상 과로가 훨씬 더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 ‘망인의 뇌내출혈에 흡연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그 정도는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건강상태, 근무시간, 근무환경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업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신경외과 감정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의 위 각 의견은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설령 망인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병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주된 발병원인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신경외과 감정의는 ‘상당인과관계’의 개념을 업무가 상병의 ‘최유력’ 또는 ‘주된’ 원인이 되는 경우로 이해한 상태에서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적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망인이 수행한 이 사건 업무는 새로운 발주처로부터 신규 경비용역계약을 수주하고, 경비인력을 선발해 현장에 투입한 이후에도 발주처의 클레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현장 상황에 대응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작업이 포함되므로, 망인이 유사한 업무를 장기간 수행했다고 하여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의 정도가 그만큼 감소하였을 것이라고 추단하기 어렵다.

㈒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재심사과정에서도 ‘재해근로자의 뇌출혈 발생일 이전 2주에서 3주 사이에 휴일 없이 근무한 점에서 과로가 인정되고, 뇌출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휴일(휴식) 없이 근무하였을 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소수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3)

소결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였고, 이 사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해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정당하지 않으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판사 황의동(재판장) 최항석 백승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