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2. 11. 선고 2024누68318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3. 3. 22.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다. 망인은 2003. 11. 9. 발생한 '지주막하출혈, 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로 인한 정신장애, 좌측 편마비, 기질성뇌 정신장애(치매) 등'(이하 '이 사건 승인상병'이라 한다)에 대하여 업무상 재해로 승인받고 그때부터 2012. 6. 29.까지 요양을 마친 후 이 사건 승인상병으로 장해등급 제2급 제5호<1> 판정을 받았다.

나.

망인은 2022. 9. 27. D병원에서 PEG 삽입술(경피내시경하위절개술)<2>을 받은 후 입원실에서 회복하던 중에 사망하였는데,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사인은 '급성 심장사 의증'이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승인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3. 3. 22.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망인의 사망과 이 사건 승인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 5~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업무상 재해 및 이 사건 승인상병으로 인해 삼킴 곤란, 흡인성 폐렴 등이 발생하여 L-tube를 삽입하였고, 장기간에 걸친 잦은 L-tube 교체 · 관리 문제로 2022. 9.27. D병원에서 PEG 삽입술을 받았다. 망인은 이 사건 승인상병으로 인하여 평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및 중추신경 억제제 등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하여 PEG 삽입술 당시 투여된 진정약물인 미다졸람 및 프로포폴의 진정효과가 과도하게 나타나거나, 플루마제닐의 반감기 이후 재진정 효과가 발생하여 호흡억제가 강화되어 심정지로 사망하였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 및 이 사건 승인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3, 4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경찰병원장(신경외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경찰병원장(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망인의 사망 경과

가)

망인은 2012. 6. 29. 요양종결 후 자택에서 생활하다가 2014. 9.경부터 이 사건 승인상병의 후유증인 수두증과 혈관성 치매가 악화되었고, 2015년경 전후로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였다.

나)

망인은 2018. 4. 12. 이 사건 승인상병의 후유증인 호흡 곤란, 삼킴 곤란으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그때부터 2018. 4. 19.까지 삼킴 곤란의 합병증인 흡인성 폐렴으로 인해 L-tube(비위관)를 삽입하여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다)

망인은 2019. 7. 15.부터 2019. 7. 30.까지 흡인성 폐렴으로 인해 항생제 치료를 받았는데, 정상적인 경구 섭취가 불가능하여 다시 L-tube를 삽입하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라)

이후 망인은 L-tube를 삽입한 채로 일상생활을 하였으나 L-tube가 빠져 교체를 위해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였고, 이에 2022. 9. 27. 12:20경부터 D병원에서 PEG 삽입술을 받았다.

마)

망인은 PEG 삽입술 후 회복실로 이동하였는데, 같은 날 12:50경까지 망인의 활력징후가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자, 같은 날 13:18경 일반 병실로 이동하였다.

바)

망인의 간병인은 같은 날 16:20경까지 망인이 평상시와 동일한 모습인 것을 확인하였는데, 같은 날 16:50경 간호사가 채혈을 위해 병실에서 망인의 상태를 확인하였을 때 망인이 창백한 채 숨을 쉬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였고, 같은 날 16:51경부터 망인에게 심폐소생술이 실시되었으나, 망인은 같은 날 18:26경 사망하였다.

2)

의학적 소견

가)

사망진단서

나)

제1심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신경외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요지

다)

이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요지

라)

이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요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고 요양 중 새로운 질병이 발생한 경우 그와 같은 추가 질병까지 업무상 재해로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추가 질병과 당초의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밝혀져야 한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누5624 판결 참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상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과오가 개입하거나 약제나 치료방법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새로운 상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면 새로운 상병 역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두1416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 갑 제5, 6,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 · 추론할 수 있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망인의 업무상 재해 및 이 사건 승인상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승인상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상병이고, 망인은 이 사건 승인상병 내지 그 후유증의 치료를 위해 L-tube 삽입 및 PEG 삽입술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승인 상병과 PEG 삽입술 시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망인은 평소 이 사건 승인상병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Rivotril) 및 중추신경 억제제(Baclofen, Orfil) 등을 복용하였다.

다)

망인은 2022. 9. 27. PEG 튜브 삽입술을 받았는데, 그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의 혈액검사 및 흉부 방사선검사, 소변검사 등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고, 당일 진정 시행 직전에 측정한 활력징후도 혈압 101/73, 심박수 67, 호흡수 16, 산소포화도99%로 안정적이었다.

라)

망인은 2022. 9. 27. PEG 삽입술 시행 당시 12:20경 미다졸람 3mg, 12:22경 프로포폴 10mg, 12:25경 프로포폴 20mg을 투여받았는데, 그 이후 산소포화도는 12:29경92%, 12:31경 79%까지 급격히 저하되었다가(산소포화도 79%는 심각한 산소 부족 상태이다), 12:31경 미다졸람의 효과를 역전시키는 플루마제닐 0.3mg을 투여받고 및 산소 공급을 증량하여 받은 후인 12:33경 94%, 12:34경 99%로 회복되었다. PEG 삽입술 종료 후 12:40~12:50경 망인의 호흡은 정상이었고 산소포화도도 99%로 유지되었다.

마)

망인은 같은 날 13:18경 일반 병실로 이동하였는데, 그 이후 같은 날 16:50경까지 병실에서의 상황에 관하여 ① D병원의 간호기록지에는 '13:18경 활력징후는 체온36.6°C, 맥박수 81회/분, 혈압 109/91이며 복부 PEG 삽입부위에 특별한 문제 없음', '14:00경 낙상 및 욕창 발생하지 않았음', '16:00 삽입 부위 깨끗하고 특이한 증상 없이 안정 중임', '16:50 응급상황 발생, 발견자(간호사 E), 발견 장소(병실), 발견 시기(Lab하는 당시), 심장압박을 시행함'이라는 내용이, ② 경과기록지에는 '15:30경 간병인이옆에 있는 상태에서 기저귀를 갈았다', '간병인이 16:20경까지 곁에서 망인이 평상시와 동일한 모습임을 확인하고 베드 옆에 누웠다고 한다', '16:50경 간호사가 채혈을 위해 망인을 확인했을 때 망인이 창백하며 숨을 쉬지 않는 모습이 확인되었고, 16:51경부터 심폐소생술이 실시되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바)

PEG 삽입술 당시 투여된 진정약물과 망인의 호흡억제 및 심정지 등에 관해 이 법원의 감정의(마취통증의학과)는 '망인은 기존에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및 다른 중추신경 억제제를 복용하던 분으로 미다졸람의 효과가 다른 환자에 비해 강하게 나타나거나 지속 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 PEG 삽입술 중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의 투여로 망인에게 일시적 호흡억제가 발생했고, 플루마제닐 투여를 통해 미다졸람의 효과를 역전시켜 호흡을 회복했으나, 플루마제닐의 작용시간 경과 후에는 언제든지 병동에서 재진정 및 지연성 호흡억제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한 저산소증이 심정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감정의견을 밝혔다. 망인이 이 사건 승인 상병으로 인해 약물을 다중 복용하였고, 특히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중추신경 억제제등을 지속적으로 복용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승인상병으로 인한 약물의 복용이미다졸람 등의 진정효과를 더 오랜 기간 강하게 작용하도록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사)

플루마제닐은 소실 반감기가 1시간 정도인 반면 미다졸람은 반감기가 정맥주사기준으로 2~4시간에 이르므로, 망인의 경우 플루마제닐을 사용해 미다졸람의 효과를 역전시켜 산소포화도가 일단 회복되었더라도 잔존하는 미다졸람의 효과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플루닐 주사(플루마제닐을 주 성분으로 하는 주사이다)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상세정보(갑 제5호증)에도 사용상 주의사항으로 '벤조디아제핀계 효과의 역전을 위하여 이 약을 투여하는 경우 재진정, 호흡억제 등 그 외 잔존하는 벤조디아제핀의 효과가 다시 나타날 수 있으므로 투여한 벤조디아제핀의 용량과 작용기간을 고려하여 적절한 기간 동안 주의 깊게 관찰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아)

망인은 PEG 삽입술 이전까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요양하던 환자이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PEG 삽입술 당일 아침에도 활력징후 등이 정상이었는데, PEG 삽입술 당시 진정약물 투여 후 산소포화도가 79%로 급격히 떨어지는 심각한 호흡억제가 발생했고, 플루마제닐 투여 후 산소포화도가 상승하여 회복실로 이동한 다음에는 활력징후가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으나, 일반 병실로 이동한 후 3시간여 만에 호흡정지가 발생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데, PEG 삽입술 당시 사용되었던 미다졸람 등 진정약물의 효과가 다시 발현된 것 말고는 위와 같은 호흡정지에 이를 만한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

자)

한편 제1심 감정의(신경외과)는 '심호흡정지가 일반적인 PEG 삽입술의 합병증이 아닌 점', '시술 후 회복실에서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던 점', '간병인 진술상 망인이 시술 후 평상시와 동일한 모습임이 확인된 점'을 근거로 망인이 PEG 삽입술의 합병증으로 심호흡정지, 심장마비가 발생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감정의견에 이른것인데, 앞서 살펴본 망인의 평소 약물 다중 복용, 진정약물에 의한 재진정 효과, 망인의 일반 병실에서의 활력징후 변화 등에 대한 고려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의 판단에 위 감정의견을 바로 채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법원 감정의(마취통증의학과)가 사실조회회신에서 밝힌 의학적 소견 역시 망인이 일반 병실로 이동한 후 망인의 활력징후를 연속적으로 기록한 객관적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감정의에게 제시된 의무기록만으로는 진정약물의 효과 재발현 및 호흡억제가 심정지의 원인일 수 있다는 임상적 추정이 가능할 뿐, 이를 객관적 · 구체적으로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로서, 대체로 자신의 기존 감정의견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다만 망인의 심정지 원인을 진정약물의 효과 재발현 등으로 단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차)

이 사건 승인상병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위와 같은 의학적 소견과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그와 같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해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정당하지 않다.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판사 황의동(재판장) 최항석 백승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