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6. 2. 12. 선고 2025누8132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3. 5. 1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2.

관계 법령

이 법원이 위 각 부분에 관하여 기재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해당 부분 기재 이유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별지와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의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이 47시간을 초과하는데도 피고는 이를 38시간 15분으로 과소산정 한 점, 망인은 한랭·온도변화·소음·악취가 있는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장기간 수행한 점, 망인이 수행한 업무의 정신적 긴장도가 컸고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온 점, 망인은 업무로 인하여 협심증, 대상포진을 앓게 되었고 해당 질환이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 내용

가)

망인의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망인은 주 6일 근무하였으며, 소정 근로시간은 평일 7:00부터 16:00까지(휴게시간: 10:00부터 10:15까지, 12:00부터 13:00까지, 14:15부터 14:30까지), 토요일 07:00부터 12:15까지(휴게시간: 11:00부터 11:30까지)였다(을 제5호증 2쪽).

나)

망인은 냉동공장에서 냉동육류(닭)가 들어있는 약 10kg 상당의 박스에서 냉동육류(닭)를 꺼내 비닐포장을 벗겨 꺼낸 후, 박스와 비닐포장을 제거한 후 물에 담가 해동한 다음 이를 작업대에 올려 두는 업무를 반복하여 수행하였다(을 제3호증 4쪽).

다)

망인은 2022. 7. 25.부터 같은 달 27.까지 3일간, 2022. 8. 3. 및 같은 달 4. 2일간 각 연차를 사용하였다. 또한 망인은 2022. 7. 30. 토요일 근무에 연차를 사용하였다(을 제2호증 6쪽, 갑 제14호증의 3 6쪽).

라)

피고는 D가 제출한 망인의 급여대장 및 근로시간 산정내역, 출근 현황 자료등을 토대로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30시간 11분으로,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38시간 15분으로 각 산정하였다(을 제2호증 4쪽).2) 망인의 평소 건강상태 등

가)

망인은 G내과의원에서 2016. 9. 24. '기타고지질혈증'으로, 2018. 7. 28. 및 2021. 7. 19. '기타 형태의 협심증'으로 각 진료를 받았다(갑 제9호증 8, 14, 31,쪽).

나)

망인은 2018. 7. 28. G내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2~3층을 올라 가면 가끔씩 가슴이 조였다.'는 증상을 호소한 바 있고, 2021. 7. 19. 위 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가슴에 불편감이 있다.'는 증상을 호소하였다(을 제3호증 2~3쪽, 갑 제16호증).

3)

사망의 경과

가)

망인은 2022. 8. 5. 쓰러진 직후 곧바로 E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당시 망인에 대하여 관상동맥조영술을 실시한 결과 관상동맥 전반에 심한 석회화가 관찰되었고, 관상동맥의 주요 혈관 중 좌전하행지와 우관상동맥은 완전 폐색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좌회선지는 약 70~80%의 심한 협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제1심법원의 감정촉탁결과 2쪽).

나)

E병원 의료진은 위와 같은 관상동맥조영술 결과를 토대로 망인에게 응급으로 관상동맥우회술(폐쇄된 관상동맥을 대체할 수 있는 혈관을 연결하여 혈류량을 회복시키는 수술)을 시행하였다.

다)

망인은 수술 이후 의식을 일부 회복하였다가 다시 의식을 잃었고, 결국 2022. 8. 10.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4, 7, 9, 14, 16호증, 을 제2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H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등 참조).

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규정 내용·형식·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같은 법 시행령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하 '인정 기준'이라 한다)'은 같은 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7호증, 제18호증의 1,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H협회 의료감정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로 인하여 망인의 기저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음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38시간 15분으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에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의 기준(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기는 한다. 원고는 피고가 산정한 망인의 업무시간이 지나치게 과소하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산정 내역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 38시간 15분은 망인의 근로계약상 소정 근로시간인 주당 45시간을 하회하는데, 이는 망인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 2주간 총 6일의 연차를 사용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 연차 사용은 당시 망인의 건강상의 이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바[망인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의하면 망인은 2022. 8. 2. 및 2022. 8. 4. 대상포진 관련 증상으로 진단을 받았으며(갑 제9호증 40쪽), 업무상질병 판정서에 기재된 D의 의견에 의하면 망인이 대상포진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상병 전 여러 차례 연차를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을 제3호증 5쪽)], 이로 인한 업무시간의 감소를 휴식에 의한 업무 부담 경감과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이 산정된 망인의 업무 시간만으로 망인의 업무가 과중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고시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근무형태·업무환경의 변화 및 적응기간,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이 사건 고시 I. 1. 다.항 참조),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다.

망인은 업무 수행 중 약 10kg 상당의 냉동육류(닭)를 들어 옮기는 행동을 반복하였는데, 망인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근로자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하루에약 1t~1.5t의 물량을 취급한 것으로 보인다(갑 제7호증 13쪽). 더욱이 망인의 업무는 여러 사람이 분업하여 순차적으로 공정을 수행하는 형식이었으므로, 망인 스스로 업무의 속도 및 강도를 조절하거나 적절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근로계약서상 기재되어 있는 휴게시간(오전·오후 각 15분)을 고려하더라도 당시 망인이 68세의 고령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휴게시간만으로 충분한 휴식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은 주 6일 근무하였으므로 업무로 인한 육체적 부담이 해소되기 전에 다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을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무렵 망인은 대상포진이 발병하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였다는 점, 망인은 저온의 환경에서 근무하였으며 후술하는 바와 같이 이는 망인의 기저질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망인의 업무가 보통 평균인에게는 과중한 것이 아니었더라도 망인에게는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제1심법원의 감정의(이하 '이 사건 감정의'라 한다)의 소견에 의하면 이 사건 상병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협착 과정에서 좌전하행지의 급성 폐색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5쪽). 그리고 망인의 진료기록과 이 사건 감정의의 소견에 의하면 망인에게는 협심증 등 기저질환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상병에 망인의 기저질환이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피고의 업무상질병판정 위원회 심의위원들과 이 사건 감정의도 '이 사건 상병은 업무적 요인보다 망인의 기저질환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였다(을 제3호증 9쪽, 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13쪽).

그러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기 위하여 반드시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한다거나, 업무가 상대적으로 유력한 발생 원인에 해당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역할, 고령화 현상의 가속화와 더불어 기초질환 내지 기존질병을 가진 상태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초질환이나 기존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원인이 간접적·부수적 원인으로 작용하여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경우에도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한편, 이 사건 감정의도 망인의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보다는 망인의 기저질환이 이 사건 상병의 유력한 발병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사이의 인과관계를 전혀 부정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의 주요 발생 요인으로 가족력, 고령, 흡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고지질혈증)을 꼽았는데, 망인이 2016. 9. 24. '기타고지질혈증'으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긴 하나 그 이후에는 유사한 상병으로 진단을 받은 기록이 없으며, 망인이 고령이라는 점 외에는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다른 주요 요인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기저질환이 업무와 무관하게 자연적인 경과만으로 이 사건 상병을 발병시킬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협심증은 운동이나 활동을 함으로써 심장이나 관상동맥의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에 발생하고, 그 예시로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었을 때, 갑자기 찬 기후에 노출되었을 때 등이 있다(갑 제18호증의 1 2쪽). 그리고 이 사건 감정의는 저온의 환경이 심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저온 환경과 심혈관질환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저온이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추운 환경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혈관수축 반응)하면서 말초 현관 저항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며 심장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추운 환경에서는 신체가 열을 생성하기 위해 대사율이 증가하며, 이로 인해 심장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특히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이러한 부담이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온도의 급격한 변화는 심혈관질환과 연관이 있으며, 특히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강할 때 심혈관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제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3 내지 6쪽). 망인은 저온의 환경에서 주 6일 동안 평일 약 8시간, 토요일 약 5시간 정도 냉동육류(닭)를 반복적으로 취급하는 업무를 약 4년간 지속해 왔으므로, 이러한 작업 환경은 망인의 심혈관계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 상병은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발병하였으므로, 망인의 업무 공간과 외부와의 기온 차이로 인하여 위와 같은 신체적 부담이 더욱 크게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다)

즉, 망인의 업무는 망인의 연령과 신체조건을 고려하였을 때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였을 수 있고, 이에 더하여 저온 환경에서의 업무 수행은 망인의 심혈관계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망인의 기저질환인협심증을 자연경과적인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보인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구회근(재판장) 김경애 최다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