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0. 2. 28. 선고 89나4631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가 피고(당시상호는 한국전력주식회사)의 B지점 송배전원으로 근무하던중, 피고가 1978.6.16. 징계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수용가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해임결의를 하면서 피고의 취업관리요령 제39조를 적용하여 원고가 같은 해 7.5.까지 사직원을 제출하면 의원면직으로 처리하되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위 징계해임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고 이를 같은 해 6.28. 원고에게 통지하였으며, 원고는 이에 따라 같은 해 7.5. 사직원을 제출하여 같은 날 의원면직처리된 사실은 당사자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피고의 취업관리요령에 의하면 인사위원회가 징계사건을 심리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본인을 출석시켜 그의 진술을 들어야 하고 다만 훈계로 처리할 사건이나 본인이 출석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하거나 사직당국에 구속된 때 기타 출석이 불가능할 때에는 예외로 하고 심리기일에 결석하면 1회에 한하여 연기하여 심리를 연기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피고의 위 인사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징계결의를 함에 있어 원고가 1차기일인 위 1978.6.16. 출석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심리를 연기하지 아니한 채 위 징계결의를 하였는 바, 위 징계결의는 위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위 의원면직 또한 위 조건부 징계해임결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어서 무효라할 것이니 원고는 피고의 사원의 지위에 있다할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와 같은 조건부 징계해임결의를 통보받은 후 불복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에 승복하여 사직원을 제출하였을 뿐아니라 그로부터 10년이상의 기간이 경과하는 동안 이를 다투지 아니하다가 이제와서 돌연히 위 의원면직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항쟁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의 사원임의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원고와 피고의 고용관계가 존속하고 있으며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고용계약상의 채권 채무관계가 있다는 것의 확인에 지나지 아니하며, 고용계약상의 채권 채무는 민법 제162조 제1항에 의하여 10년의 소멸시효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 바 원고는 위 징계처분을 통고받고 사표를 제출한 1978.7.5.로부터 10년10개월이 경과한 1989.5.8.에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고 달리 그 이전에 시효중단의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원,피고간의 고용계약상의 채권 채무관계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할 것이다(피고의 위 10년이상의 기간이 경과하여 원고의 이 사건 제소가 부당하다는 주장에는 소멸시효의 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고용계약상의 채권 채무관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사원확인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할 것이다.

또한, 법적분쟁을 조속히 해결하여 법적안정을 기하려는 이념은 재산상의 권리관계나 친족상속법등의 신분관계 및 공법상의 법률관계등 모든 법률관계에서 요구되는 바이며, 노사관계의 안정은 노사 쌍방에 극히 긴요한 것이고 노사간의 법적분쟁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질서를 위해서나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요청은 노동조합법 제40조가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3월이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제41조와 제93조가 임금채권과 재해보상청구권의 시효기간을 각 3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 2가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의 시한을 정하고 있는 것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노사간의 법적분쟁의 조기의 해결의 요청은 일반적인 법적안정성외에도 노동관계의 특수성에도 기인하는 것으로서 법이 노사간의 분쟁에 관하여 법원에 대한 제소기간등을 정하지 않고 있다 하더래도 이러한 요청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종업원에 대하여 징계사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장기간 징계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이제는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게된 상태에서 이를 이유로 징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며 사용자의 징계나 합의퇴직에 대한 근로자의 불복에 대하여도 역시 마찬가지의 제한원리가 적용되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위 갑제4호증,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제5호증의 1,2, 같은 제6호증의 1내지 3, 같은 제7호증의 1,2, 같은 제8호증의 1(이상 각 판결)의 각 기재에 당사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위와 같은 징계처분을 받을 당시 유사한 비위사실로 함께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들가운데 소외 C외 37명이 1980.경 서울민사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징계결의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위 법원에서 청구기각판결을 선고받고 그중 위 C외 26명은 항소를 제기하여 1982.1.12. 소외 D은 사직서를 제출하였음에도 의원면직으로 처리하지 않고 징계해임처리한 것은 무효라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나머지 항소인들에 대하여는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위 C외 15명이 상고허가신청을 한 결과 그중 의원면직으로 처리하지 않고 징계해임으로 처리된 소외 E등 4인은 상고허가결정을 받고 이어서 같은 해 10.26. 대법원에서 징계혐의자의 출석없이 한 징계해임결의는 무효라는 이유로 파기환송판결이 선고되어 1983.3.22. 서울고등법원에서 청구인용판결이 선고되고 그 무렵 동판결이 확정된 사실, 위 소송에서 패소한 소외 C등 10인은 1984.경 의원면직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1985.부터 1986.4.사이에 수차에 걸쳐 제1심 또는 제2심에서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패소한 사실, 그후 원고와 같이 위 1978.6.16. 조건부징계해임에 의한 의원면직처리되었으면서 위 소송에 가담하지 않은 직원들이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들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는데, 소외 F가 1985.10.8. 조건부징계해임처분에 의한 의원면직처분이 무효임을 내세워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1986.5.29.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원고승소판결이 선고되고 동판결은 1987.4.28. 서울고등법원의 항소기각판결을 거쳐, 1988.4.25.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 소외 G가 1988.5.경 피고를 상대로 위 F와 같은 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는 패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원고승소판결이 선고되고 동판결은 피고의 항소기간도과로 확정된 사실, 소외 H이 피고를 상대로 1988.초 징계해임처분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988.9.19. 서울고등법원에서 원고승소판결이 선고되고 동판결은 대법원의 상고허가신청기각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 원고는 위의 일련의 소송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가 1989.5.9.에야 이 사건 제소에 이르게 된 사실등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위 인정을 좌우할 증거 없다.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원고는 위 사직원을 제출한 1978.7.5.로부터 10년10개월이 경과한 1989.5.8.에 이르기까지 위 징계처분이나 의원면직처분에 관하여 아무런 법적구제절차를 취하지 아니하였으며,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와 같은 날에 유사한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았던 직원들이 수차에 걸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는 승소판결을 받았음에도 원고는 위에나온 소송에 참여하지 아니하였고, 한편 피고는 위 징계처분이후 원고가 고용관계의 소멸을 다투지 않을 것으로 믿고 이를 전제로 10여년간에 걸쳐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이제와서 이를 번복한다는 것은 피고의 인사노무관리 및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능히 추단되는 바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새로운 인사체계가 형성되고 10년이라고 하는 장기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이제와서 위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위 징계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하자가 있다 하더래도 이는 고용관계상의 권리의 행사로서 자의적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신의칙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건 소에 있어서 위 징계처분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원고는 위 F에 대한 사건의 1988.4.25.자 대법원판결이 있고서야 위 징계처분이 무효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는 징계처분의 무효사유를 알고나서 불과 1년만에 제소한 것이므로 원고가 위 징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그와 같이 장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효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거나 승소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는 등의 사정을 원고의 내심의 문제로서 주관적인 동기에 불과하고 원고가 불복절차를 취할 수 없는 무슨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는 이상 원고의 위 주장은 위와 같은 판단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나머지 점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고의 이건 청구는 어느모로보나 실당하여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 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0. 2. 28.

판사 박준서(재판장) 윤형한 백윤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