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 12. 17. 선고 98누1675 판결

판결요지

망인은 한국토지공사에서 근무하던 중 법규제도부장으로 승진한 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과중한 업무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로 기존의 우울증이 재발하였다 할 것이므로 위 망인의 우울증은 업무상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재발되었다 할 것인데, 망인은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정신증석 증상이 나타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자살과 우울증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우울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자살도 업무상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수행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 사건 / 1998.12.17 선고 서울고법 제10특별부 98누1675 유족보상일시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 윤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 현, 담당변호사 정주식, 차병직, 진효근, 주명수, 엄상익, 김기열

* 피고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방극윤, 소송수행자 윤창섭, 김찬영

* 변론종결 / 1998.11.12

[주 문]

1.

피고가 1997.7.2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1.2,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을 제6호증의 1.2와 같다), 갑 제5호증(을 제5호증과 같다), 갑 제6호증(을 제10호증과 같다), 갑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소외 망 유선희(1955.6.21생)는 한국토지공사 경영관리처 법규제도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7.4.7 서울 송파구 거여1동 362 현대아파트 2동 1204호 자택에서 허리띠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2)망인의 처인 원고는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하여 이에 따른 정신병적 증상의 발현으로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1997.7.22 망인이 기존질병인 중증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이므로 근로자의 자해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재해로 업무 외의 사고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보험급여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되는 사실

위에 든 증거들과 갑 제7호증(을 제7호증과 같다), 갑 제8호증(을 제8호증과 같다), 갑 제9, 10호증(을 제9호증의 2·3과 같다), 갑 제12, 13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망인은 1979.2월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1980.11.4부터 1982.4.2까지 적상중학교 교사로 근무하였고, 그 후 1983.4.21 한국토지공사에 사무직 사원으로 입사하였다. 망인은 10년 이상 위 공사에서 근속하면서 기획실, 기술연구부, 전북지사, 경영관리처 등 여러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1997.1.27 법규제도부장 직무대리로 승진하여 공사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도시개발법 및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관한특별법 제정안 등 각종 법령 제^개정안에 대한 대책 마련, 도시계획법 등 관계 법령의 유권해석업무, 용지규정시행세칙 등 규정 개정업무, 용지의 취득 및 공급과 관련된 종합지침 수립, 각종 질의회신업무 등을 담당하게 되었다.

(2)

망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공부를 하면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인 1981년경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 치료받은 바 있고, 한국토지공사에 입사한 후인 1989.1.20 군산임해공단 직할사업단에 배치되어 용지보상과 관련된 민원업무를 처리하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재발되어 치료받은 바 있으나, 그 후 업무에 적응하여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 모두 원만하게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망인이 법규제도부장으로 승진한 후 새로운 직책과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와 같이 공사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업무가 일시적으로 집중되자 과중한 업무로 심한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아 오다가 우울증이 다시 재발하였다.

(3)

(4)

망인을 진료한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홍강의 및 의사 이정범과 분당 차병원의 정신과장 서신영의 소견에 따르면, ①우울증은 삽화적인(episodic) 질환으로서 한 번 발병한 후 호전되더라도 일정 기간 지나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 때 주변 환경 요인이나 스트레스가 발병이나 재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과다한 업무와 새로운 업무에의 부적응이 망인의 우울증 재발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고, ②망인의 경우 우울증의 증세가 심각하고 지속기간도 2주가 넘어 중증 우울증 삽화로 진단되었는데, 우울증이 중증의 정도를 넘어 심화될 경우 환각^망상^우울성 혼미 등 정신증적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③우울증상 자체가 중증을 넘어 심해지거나 정신증적 증상이 나타나면 자해나 자살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망인의 퇴원시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망인도 심한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이고 다른 유발요인은 추정하기 어려우며, ④이와 같이 자살과 우울증은 깊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우울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자살도 업무상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에는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9.10 선고 96누6806 판결 및 1992.5.12 선고 91누10022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한 경우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도 자살자의 질병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12.14 선고 93누9392 판결 및 1993.10.22 선고 93누13797판결 참조).

(2)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한국토지공사에서 근무하던 중 법규제도부장으로 승진한 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과중한 업무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로 기존의 우울증이 재발하였다 할 것이므로 위 망인의 우울증은 업무상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재발되었다 할 것인데, 망인은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정신증석 증상이 나타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자살과 우울증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우울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자살도 업무상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수행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욱(재판장), 강일원, 유철환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