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 24년 이상 근무하면서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건강상태를 유지해 왔는데 육체적·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장기 체납 전력요금 수금업무를 맡게 된 이후 건강이 악화되었고, 결국 수금업무를 나갔다가 고객과 심하게 다툰 후 심장마비증세로 쓰러져 심근경색증세로 사망하였다. 망인은 수금업무에 따르는 피로와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고객과의 심한 다툼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그 영향으로 심장동맥경련증세가 유발되었고 이로 인하여 심근경색증이 유발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며,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사건 / 1998.12.3 선고 서울고등법원 제10특별부 98누2531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 김영순,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 원,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이승준
* 피고 / 근로복지공단, 대표자 이사장 방극윤, 소송수행자 최영란 외 2인
* 변론종결 / 1998.10.22
[주 문]
피고가 1997.5.1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2, 갑 제2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2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한국전력공사 동부지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소외 망 손풍(1945.4.26생)은 1973.1.27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1995.7.15부터 한국전력공사 동부지점에서 전력요금 수금업무를 담당하여 왔는데, 1997.4.18 15:30경 위 동부지점 사무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17:20경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위 망인의 처인 원고는 위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1997.5.13 위 망인의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망인이 업무상 과로한 사실도 인정되지 아니하여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인정되는 사실
위에 든 증거들과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갑 제4호증의 1·2,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내지 4, 갑 제8 내지 10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증인 최상중의 증언, 그리고 이 법원의 의료법인 을지병원장, 한국전력공사 부속 한일병원장, 박희백 정형외과의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망인은 한국전력공사 동부지점에서 수금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전기요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된 고객 중 전기요금의 수금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전기공급을 중단한 소위 폐지 고객에 대한 수금업무를 담당하였다. 망인의 업무내용은 매월 5회에 걸쳐 일정한 구역을 지정받아 현장 방문 및 상담을 하고 개별적으로 수금하여 위 공사에 입금하는 것인데, 망인은 중랑구 소재 폐지 고객 약 2천 가구에 대한 수금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망인은 평소 08:30경 출근하여 18:30경 퇴근하였는데, 업무의 성격상 현장 방문을 하는 경우가 잦았고, 특히 한 달에 약 7 내지 10회 정도는 야간에 현장 방문을 하여야 했다.
한국전력공사에서는 폐지 고객에 대한 수금실적을 높이기 위해 수금사원의 실적을 공개평가하고 평가내역을 인사에 반영하는 한편, 3년 동안 폐지 미수분으로 남아 손실로 처리할 경우에는 수금사원으로 하여금 수금활동 내역을 자세하게 보고하여 결재를 받도록 하고 근무평정에도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망인은 수금 실적을 높이기 위하여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수금과정에서 오전에는 약 30여 통 전화를 걸어 수금을 독촉하고 오후에는 약 10여명의 고객을 찾아다니며 직접 수금하느라 육체적인 피로가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전기요금을 장기 체납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수금이 어려웠고 현장 방문시에는 수금원들에게 시비를 걸어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았을 뿐만 아니라, 망인은 수금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여 수금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특히 위 동부지점은 1996년도 폐지 미수금 수금실적이 한국전력공사 11개 지점 중 1위를 차지하였는데, 1997년도 들어 수금 목표율은 상향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금실적이 다른 지점에 비해 떨어지게 되자, 수금사원들에 대해 수금실적을 높이도록 강조함으로써, 망인은 평소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망인은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 24년 이상 근무하면서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해 왔는데, 위 동부지점에서 전력요금 수금업무를 담당한 이후 건강이 악화되어 원인 불명의 소화성 궤양이나 급성 인후염 등에 이환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망인은 1997.4.18 13:00경 최상중과 함께 체납된 전기요금 수금을 위해 출장을 나갔다가 철공소를 운영하는 문성환에게 전기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되어 문성환과 서로 멱살을 잡고 다투었는데, 그 후 몸이 좋지 않다며 출장업무를 중단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망인은 회사 휴게실에서 서류를 검토하며 전화로 수금을 독촉하다가 15:30경 갑자기 쓰러져 즉시 서울 중랑구 묵동에 있는 박희백 정형외과의원으로 옮겨졌고, 그 곳에서 정지되었던 심폐기능이 일시 회복되어 같은 날 16:18경 위 을지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심전도상 심실세동만이 있고 호흡과 혈압이 없어 심폐소생술이 시도되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같은 날 17:20경 사망하였다.
망인을 진료한 위 을지병원의 의사 박만실은, 망인이 응급실에 왔을 때 심실세동 상태이었던 점에 비추어 망인이 심장마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심장마비의 원인으로는 관상동맥질환·심근비대·확장성심근증·심장의 염증 및 침윤성 질환·심장판막질환·전기생리적장애 등이 있고, 과로나 스트레스는 관상동맥질환의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하고 있다. 또한 위 박희백 정형외과의원의 의사 박희백은, 망인에 대한 청진 결과 심근경색증세로 추정되었는데,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산소공급이 차단됨으로써 심근 세포조직이 일부 괴사되는 질환으로서, 과로와 스트레스 또는 화내고 다투었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심장 혈관의 경련을 유발하여 심근경색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망인에 대해 정기건강진단을 실시해 온 위 한일병원에서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①동맥경화는 20세가 지나면 누구에게나 발생되기 시작하는데 혈관 지름의 95% 이상이 막히기 전에는 심전도검사를 하여도 발견되지 않으며 자각 증세도 없고, ②정신적 또는 육체적 스트레스가 발생하여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나 놀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같은 소위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부정맥 또는 심장동맥경련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장동맥경련이 나타나면 심장에 산소공급이 중단되거나 저하되어 심장근육세포가 사멸되는 심근경색이 발병될 수 있고, ③망인이 심장마비 증세 발병 1시간 내지 2시간 전에 다른 사람과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며 몸싸움을 하였다면 심근경색 유발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 재해가 되기 위하여는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1997.5.28 선고 97누10 판결 참조). 이 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5.12 선고 91누10466 판결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①망인은 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 24년 이상 근무하면서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건강상태를 유지해 왔는데 육체적·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장기 체납 전력요금 수금업무를 맡게 된 이후 건강이 악화되었고, 결국 수금업무를 나갔다가 고객과 심하게 다툰 후 심장마비증세로 쓰러져 심근경색증세로 사망하였는데, ②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경화가 그 주요원인이기는 하나 관상동맥경화 없이 심근경색증이 발병하기도 하며 과로와 스트레스가 그 유인이 된다는 것이고, ③망인은 입사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건강상태를 유지해 왔고 위와 같이 수금업무를 수행하다가 갑자기 사망하였는데 회사 일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 이외에는 망인에게 심근경색증을 유발한 다른 요인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수금업무에 따르는 피로와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고객과의 심한 다툼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그 영향으로 심장동맥경련증세가 유발되었고 이로 인하여 심근경색증이 유발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며,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가 아님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욱(재판장), 강일원, 유철환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