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와 별지 목록 단체협약 요구안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이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 및 피고가 단체교섭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원고에게 위 위반행위 기간동안 1일 5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01. 11. 12.경 설립신고를 하여 그 무렵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노동조합으로서 기업과 업종에 상관 없이 원고의 규약 및 제 규정에 찬동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초기업적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서울 영등포구 B에 본사를 두고 상시 근로자 725여 명을 고용하여 도시가스 공급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의 근로자들은 1994. 5.경 A도시가스 노동조합(이하 '기존노조'라고 한다)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피고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바, 기존노조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제5조에 따르면 '대리급 이상사원'은 기존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한편 2007. 10. 31.경 개정된 단체협약에 따르면 기존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의 범위가 '과장급 이상 사원'으로 변경되었다).
피고의 근로자인 C(과장직급)은 2007. 4. 19.경 피고 기존노조에 가입원서를 제출하였으나 같은 달 24.경 대리급 이상의 사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가입원서가 반려됨에 따라, 같은 달 27.경 원고에 가입하였다(원고는 C 외에도 피고 근로자 20여 명이 원고에 가입하였다고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듯한 증인 C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2006. 6. 1.경부터 같은 해 9. 13.경까지 총 7회에 걸쳐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고 한다) 부칙 제5조의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계속하여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원고는 별지 목록 기재 단체협약 요구안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이 사건 제3회 변론기일인 2008. 5. 16.경 제출하여 피고가 이를 수령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13, 갑 제2, 3호증, 갑 제4호증의 1,2, 갑 제 8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C을 비롯하여 20여 명의 피고 근로자가 원고에 가입되어 있고 원고가 기존노조와의 관계에서 노조법 부칙 제5조에 규정된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노조법 제30조 제2항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므로, 피고는 별지 목록 단체협약 요구안에 관하여 원고와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단체교섭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그 의무를 불이행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므로, 피고가 이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에 단체교섭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원고에게 위반 기간 1일에 5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도록 할 것을 청구한다(간접강제 청구).
피고의 주장
원고는 기존노조와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에 가입한 유일한 피고 근로자인 C은 사업주의 이익대표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하여 원고를 노조법에 의해 보호되는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현재 피고는 원고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다투고 있을 뿐 그 의무이행판결이 확정되어도 이를 불이행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더구나 단체교섭에 응할 채무는 피고의 진지한 논의와 합의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간접강제의 형태로 이를 강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간접강제는 허용어서는 안 된다.
판단
원고가 피고 기존노조와 복수노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의 해석
노조법 제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복수노조의 설립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면서, 그 부칙 제5조 제1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일정한 형태의 복수 노동조합의 설립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바, 그 취지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어용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제2노조의 출현을 금지하고 특히 악의적인 목적으로 기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저지하여 노동조합의 조직과 관련되는 분규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데 있으며,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주축이 된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복수노조의 설립을 즉시 허용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단체교섭상의 혼란, 노·노 간의 갈등 등의 문제를 예상하여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위한 방법과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이 강구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를 금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그렇다면 새로 설립하려는 노동조합이 위 부칙에서 정하는 기존의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기존노동조합 규약의 조직대상에 관한 형식적인 규정내용만을 기준으로 하여서는 아니 되고, 기존 노동조합의 규약과 새로 설립하려는 노동조합의 각 규약에 정하여진 각 조직대상에 관한 내용, 각 조직대상에 의하여 결정되는 각 조직형태, 실제 각 노동조합 구성원들의 실체와 구성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새로 설립하려는 노동조합이 기존 노동조합과 동일한 형태의 노동조합인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2. 12.선고 2002두7975판결 등 참조). 또한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는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이거나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의 지부 또는 분회로서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여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다24854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기존에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상 그 구성범위를 달리하거나 직무의 성질상 같은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 근로자들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일부 근로자가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아닌 초기업적인 산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복수노조의 설립을 금지하는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12,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기존노조는 조합규약상 피고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최근 단체협약이 개정되기 전까지 단체협약 제5조의 조합원 자격제한 규정에 따라 대리급 이상 사원에 대하여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으로는 이들을 조직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던 사실, 원고는 기존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피고의 대리급 이상 사원들만을 그 가입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실이 각 인정되는바, 결국 기존노조는 대리급 이상 사원을 제외한 근로자를, 원고는 대리급 이상 근로자를 각 그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어 두 노동조합은 조직대상을 달리하므로 원고가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 소정의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기존노조가 피고의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임에 비하여 원고는 기업과 업종에 상관 없이 전국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초기업적인 단위노동조합에 해당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한편, 원고의 규약에 의하면 원고 위원장이 모든 단체교섭의 대표자가 되고 다만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지부 또는 분회 대표 또는 특정인에게 위임할 수 있고(제41조), 교섭권을 위임받은 자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에는 원고 위원장의 사전승인을 얻어 체결하도록(제42조) 되어 있는바, 달리 원고의 피고 회사 지부 또는 분회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독자적으로 피고와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원고는 노조법 제5조 제1항의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에 가입한 피고 근로자 C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노조법에서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노조법 제2조 제2호), 여기서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 할 것인바(대법원 1989. 11. 14.선고 88누6924판결 등 참조), 대상자가 전보 · 승진 · 해고 등 인사사항이나 임금 · 근로시간 · 휴식 등 근로조건 및 노무관리의 기획 · 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때에는 부장 · 과장 등의 형식적직명에 따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직무의 실태를 고려하여야 하며, 또한 일정 직급 이상은 일률적으로 사용자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갑 제15, 16호증, 을 제8 내지 11, 18, 21, 24, 25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C, D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C은 2007. 8. 6.경부터 피고 인천지역본부 고객지원팀 채권/계량기 파트 파트장으로 근무하면서 E 계장, F 사원, G 사원에 대하여 휴가승인, 인사고과평가등 일정한 감독권한을 행사한 사실, 피고의 과장 직급자가 직원 신규채용 면접, 징계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하는 사실, C은 2005년경까지 본사 경영기획팀, 홍보팀에 근무하면서 IR업무(투자자 설명업무), 홍보업무, ISO업무(회사 표준관리업무)등 경영전략 · 기획등에 관계된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각 인정되나, 한편, 위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C은 현재 채권/계량기파트 파트장으로서 파트 업무를 총괄하면서 체납관리, 채권회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 피고의 인사 · 임금 등 근로조건의 기획 · 결정과 인사관리 등의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C이 과장으로서 휴가사용 등에 대한 1차 결재권, 인사고과 1차 평정권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차장 및 부서장 등이 이에 대한 2차 결재권 · 평정권을 가지고 있어 결국 위 결재 및 평정의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은 C이 아닌 차장 및 부서장 등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C이 인사 · 임금 등 근로조건, 노무관리의 결정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피고로부터 위임받았다
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C은 차장 및 부서장 등을 보조하여 부하직원을 지휘 · 감독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그 외 C이 과거에 담당하였던 업무내용이나, 과장 직급을 가진 다른 피고 근로자들의 업무내용은, C이 현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C이 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나 제4호 제가목의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단체교섭 의무
그렇다면, 원고는 노조법 부칙 제5조에 의하여 금지되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같은 법 제2조 제4호 제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한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피고는 그 근로자인 C이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인 원고로부터 2008. 5. 16.경 구체적인 단체협약 요구안과 함께 단체교섭을 요구받은 이상 노조법 제30조에 의하여 위 요구안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에 단체교섭을 이행할 것을 구하고 있으나, 원고가 피고에게 구체적인 단체협약 요구안을 제시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한 이상 피고는 이에 응하여 단체교섭을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단체교섭의 일시나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들은 원고와 피고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할 것이므로, 위 단체교섭의 이행시기를 특정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간접강제 청구부분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의 작위 의무위반행위에 대하여 금전의 지급을 구하는 간접강제도 아울러 구하고 있으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피고는 현재 원고가 노조법상의 적법한 노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투고 있을 뿐이므로 피고에 대하여 주문 제1항 기재와 같은 작위의무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원고의 목적은 일응 달성될 것으로 보이는 점, 달리 피고가 그 법적다툼이 해결된 이후에도 원고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할 것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은 없는 점, 피고의 의무의 내용에 비추어볼 때 현재 상태에서는 그 위반행위의 태양과 그 위반사유를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워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배상금을 산정하기 곤란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에 대비해 미리 간접강제를 명할 필요성은 없다고 보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승욱(재판장) 호성호 최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