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 1. 13. 선고 2011가합11116 판결

주문

1.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한 2011. 2. 28.자 파견명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은 청원경찰법에 따라 피고에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인데, 피고는 2011. 2. 28. 원고들을 포함한 78명의 청원경찰을 피고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KBS시큐리티(이하 'KBS시큐리티'라 한다)로 파견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이하 '이 사건 파견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11. 6.경 KBS시큐리티와 사이에 이 사건 파견명령과 관련하여 파견자는 여전히 피고의 직원으로서 피고 시설의 경비업무를 수행하되, 피고는 KBS시큐리티에게 피고 소유 다른 시설로의 배치전환권, 근무성적 평가권 등을 포함하여 파견자에 대한 지휘명령, 감독과 관련된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파견관리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민법 제657조 제1항은 '사용자는 노무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파견명령은 원고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KBS 시큐리티로 이전하는 것이어서 위 조항에서 말하는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파견명령은 원고들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동의를 얻지 않고 이루어진 것으로 위 조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2)

이 사건 파견명령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동법 제20조에 따라 일정한 사항이 포함되는 근로자파견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파견명령 당시에는 이러한 계약이 서면으로 체결되지 아니하였고, 동법 제6조 제1항은 파견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파견명령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여 사실상 기간의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볼 것이므로 위 조항을 위반하였으며, 동법 제5조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사업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동법 시행령 별표 1은 '경비업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경비업무'를 대상업무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경비업법 제2조 제1호는 '경비를 필요로 하는 시설 및 장소에서의 도난, 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도급받아 행하는 영업'을 경비업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원고들의 업무가 이에 해당하므로 결국 원고들의 업무는 파견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업무이어서 위 조항에 위반된다. 따라서, 이 사건 파견명령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3)

피고는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19조를 근거로 시설경비업무를 KBS시큐리티로 위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청원경찰법은 청원경찰에 대한 배치와 감독의 권한을 다른 기관에 위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 시행령은 청원경찰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결국 이 사건 파견명령은 그 근거가 없어 무효이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파견명령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의 사용자는 여전히 피고이고, 원고들이 청원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 역시 피고 시설로 동일하며, 그 밖의 근무여건 역시 동일하므로 이 사건 파견명령에 반드시 원고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가사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효사유가 아니라 민법 제657조 제3항에 따라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에 불과하다.

(2)

피고는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행하는 파견사업주가 아니므로 이 사건 파견명령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3)

청원경찰법이 청원경찰의 신분을 국가공무원에 준하여 보장해주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 볼 수 없고, 동법 시행령 제19조가 청원경찰법의 규정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다.

판단

(1)

이 사건 파견명령에 원고들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

살피건대, 이 사건 약정에 따르면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의 파견자들은 여전히 피고의 직원으로서 피고 시설의 경비업무를 수행하되, 피고는 KBS시큐리티에게 피고 소유 다른 시설로의 배치전환권, 근무성적 평가권 등을 포함하여 위 파견자들에 대한 지휘명령, 감독과 관련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파견명령은 근로자가 여전히 원래 고용된 기업에 소속해 있으면서 파견 등의 처분에 따라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다른 기업으로 옮겨 그 지휘·감독 아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전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① 민법 제657조 제1항은 '사용자는 노무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조항에서 말하는 권리는 근로자에 대한 업무지휘권과 같이 근로자의 노동력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하는 것이므로 전출의 경우에는 당연히 위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 ② 업무지휘권의 변동 없이 근로자가 담당할 직무의 종류나 내용 또는 근무장소 등이 변경되는 전보나 전근의 경우에도 근로계약상 특정된 근로의 종류나 내용과 다른 직무에 종사하게 하거나 근로계약상 특정된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경우 등에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에 비추어 보면 업무지휘권의 주체 자체가 변경되는 전출의 경우에는 당연히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하여야 하는 점, ③ 이 사건 약정에 의하면 KBS 시큐리티가 원고들의 근무장소를 변경하거나 기타 필요한 근로조건의 변경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인사에 관한 권한 역시 가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파견명령에 의하여 당장 원고들의 경우 근로의 종류 및 내용, 근무장소 등이 변경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파견명령에는 원고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2)

원고들의 동의 여부 및 이 사건 파견명령의 효력

살피건대, 이 사건 파견명령 당시 원고들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피고의 인사규정 제24조의 규정(파견에 관한 규정이다)이 위 민법 제657조 제1항의 효력을 배제할 수 있거나 배제하는 규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 규정이 원고들에게 적용된다고 하여 원고들의 묵시적인 동의가 있다거나 사전동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파견명령은 위 인사규정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민법 제657조 제3항은 '당사자 일방이 동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상대방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조항은 민법 제657조 제1항 위반의 효과 중의 하나로 계약해지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 근로자의 동의 없는 권리양도가 유효하다는 의미는 아니라 할 것이고, ①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 전보나 전근의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위 전보명령이나 전근명령이 무효가 되는 점, ②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전출의 경우에도 일단 효력은 있고, 다만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로자의 구제에 별다른 실익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파견명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강인철(재판장) 지창구 강진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