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공영방송사이고, 원고는 1996. 8. 1. 피고에 입사하여 아나운서, 기자 등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원고의 불법행위와 유죄판결의 확정
원고는 2012. 8. 16. B에게 그가 원고의 배우자와 간통한 것으로 의심하고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였다. 원고는 B가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자 "그러면 그냥 와이프 찾아가면 되겠네. 어머니 찾아가서 통화내역 이렇게 보여주고 그거 설명하면 되겠네."라고 협박하여 B로 하여금 위 진술서에 원고가 요구한 내용을 추가 기재하도록 하려고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원고는 B에게 진술서 작성을 강요하던 중 B의 직장 동료 C이 이를 제지하자 화가 나 C과 B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각각 가하였다.
청주지방법원은 2013. 8. 9. 원고에 대하여 강요미수 및 상해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청주지방법원 2013고단51), 위 판결은 2심(청주지방법원 2013노657), 3심(대법원 2014도3652)을 거쳐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
원고에 대한 당연퇴직처분
피고는 2014. 10. 8. 인사위원회를 소집하여 원고를 당연퇴직시키기로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고, 같은 날 원고에게 위 결정사실을 전자우편으로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4. 10. 21. 재심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같은 해 11. 17. 특별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거하여 당연퇴직을 결정한다'는 취지로 결정하였고, 같은 날 원고에게 위 결정사실을 전자우편으로 통보하였다.
관련 규정
별지 규정 기재와 같다(이하 피고의 인사규정은 '인사규정'이라고만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3,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의 무효 주장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무효이다.
이 사건 처분은 실질적으로 징계해고에 해당하므로 징계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2014. 10. 8.자 당연퇴직결정 통보서에 이 사건 처분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 및 재심결정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점 등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징계해고사유와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 집행유예의 확정판결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일률적으로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한 것은 근로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인사규정 제38조 제2호, 제7조 제4호(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는 위법·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인사규정이 적법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그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미지급 임금청구
이 사건 당연퇴직결정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미지급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그 중 일부를 청구한다.
이 사건 처분의 무효 여부
절차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단체협약 등에서 당연퇴직에 대하여 일반의 징계해고와 달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당연퇴직 사유가 동일하게 징계사유로도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연퇴직 처분을 하면서 일반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는 당연퇴직 사유가 실질적으로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75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① 인사규정에서 근로자의 퇴직을 '당연퇴직', '의원면직', '직권면직'으로 구분하고(인사규정 제38조 내지 제40조), ② 직권면직의 경우와 달리 당연퇴직의 경우에는 징계절차를 준용한다는 규정이 없으며, ③ 원고에 대한 당연퇴직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는 것으로(인사규정 제38조 제2호, 제7조 제4호) 징계사유와 다르게 규정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와 반대되는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처분 과정에서 원고에게 소명 및 재심청구의 기회를 부여하였고 전자문서로 심의 결과를 통보하는 등 징계절차에 준하여 원고의 방어권을 보장해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인사규정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인사규정상 당연퇴직사유와 징계해고사유가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원고는 이 사건 인사규정이 방법의 적정성, 최소침해성, 비례성에 반하고 원고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침해받은 기본권을 선해하면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또는 근로조건의 보장에 관한 규정(헌법 제32조 제1항, 제3항)이라고 볼 수 있는바, ①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인데, 피고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이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공권력 행사의 주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② 헌법이 선언한 객관적인 가치질서가 공권력의 주체뿐만 아니라 사법(私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또는 근로기준법 제1조, 제23조 제1항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 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친다고 봄이 타당한 섬, ③ 따라서 이 사건 인사규정의 위헌성 여부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해석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의되어야 하는 점, ④ 피고는 공영방송사로서 공적인 목적을 수행하고 방송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하므로 그 조직·운영·신분관계 등에 있어서도 강한 공법적 특수성이 인정되는 점, ⑤ 정부투자기관의 임직원 등의 경우에도 그 공공적 성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인사규정과 유사한 취지의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점, ⑥ 사용자는 자신의 권한에 속하는 인사권의 행사나 회사질서의 유지와 관련한 인사규정을 설정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의 재량이 있는 점, ⑦ 아래 3. 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연퇴직처분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당연퇴직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지위, 범죄의 내용, 당해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미친 영향 등 제반 사항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규정이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사유를 해고 사유로 규정하여 해고의 정당성의 한계를 일탈함으로써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하여 원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처분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한 경우에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 할 것이므로, 당연퇴직처분이 유효하려면 같은 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나, 그 정당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당연퇴직사유를 정한 것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들의 취지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750 판결,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4두1054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기초사실에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공익적 목적을 수행하는 공영방송사의 직원으로서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점, ② 그럼에도 원고가 간통사실을 가족들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범죄를 저질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확정판결이 선고된 점, ③ 원고의 범죄행위는 원고의 신분, 범죄행위의 태양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큰 점(특히 원고는 1996. 8. 1.부터 2013. 2. 28.까지 아나운서 또는 기자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언론인으로서, 위 범죄행위 당시에는 피고의 D방송총국 보도국에 소속되어 있었다)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과거 포상경력 등 제반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미지급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반대되는 전제에 선 원고의 미지급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진창수(재판장) 원운재 허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