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 사이에 2016. 3. 17. 체결된 전속계약은 효력이 없음을 확인한다.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주위적 본소청구 및 예비적 본소청구,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그 중 20%는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본소 및 반소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바이올리니스트(Violinist)이고, 피고는 공연 메니지먼트 사업 등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전속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6. 3. 17. 피고와 원고의 음악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전속메니지먼트계약(이하 '이 사건 전속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은 피고, 을은 원고를 칭한다).
원고의 계약 해지 통보
원고는 2017. 11. 13. 피고에게 공연수익에 대한 정산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가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4,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소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주위적 청구 부분
이 사건 전속계약은 계약기간이 장기간이고, 거액의 위약벌이 부과되는 등 공서양속에 반하는 내용으로 무효이다.
원고는 2016. 9. 4.부터 2017. 5. 28.까지 32회에 걸쳐 단독 공연을 실시하였고, 피고는 위 공연 수익금으로 1회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을 수령하였는바, 이 사건 전속계약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연수익금 640만 원(20만 원 × 32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전에 원고에게 앨범 발매를 위한 제작비를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6. 3. 13. 피고에게 앨범제작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피고는 고의적으로 앨범제작을 지연하는 등으로 위 돈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 내지 손해배상으로 위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청구 부분
가사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효라고 하더라도, ① 피고의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성추행, 성폭행, 스토킹과 ② 32회에 이르는 공연수익 정산의무 불이행 및 ③ 앨범제작비 명목으로 수령한 1,000만 원의 편취 내지 횡령 등으로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지될 수 없는 해지사유가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7. 11. 13. 피고에게 이 사건 전속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으므로 위 전속계약은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원고는 2016. 9. 4.부터 2017. 5. 28.까지 32회에 걸쳐 단독 공연을 실시하였고, 피고는 위 공연 수익금으로 1회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을 수령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제6조 제1항에 따른 정산을 불이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산금으로 256만 원(공연수익금 640만 원(20만 원 × 32회) × 40%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전에 원고에게 앨범 발매를 위한 제작비를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6. 3. 13. 피고에게 앨범 제작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피고는 고의적으로 앨범제작을 지연하는 등으로 위 돈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 내지 손해배상으로 위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전속계약 무효 부분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 등 각 계약 조항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고, 원고나 피고 모두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른 계약사항을 이행 및 규율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항들이므로, 위 각 계약조항의 무효 여부와 이에 따른 이 사건 전속계약의 무효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과 원고의 위 계약의 해지, 해제 가능성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은 2016. 3. 17.부터 2036. 3. 16.까지로 20년이다(제4조). 이 사건 전속계약은 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상 도급계약, 위임계약의 성격과 아울러 민법상 고용계약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의 성격도 겸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은 20년으로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의 최장기보다도 무려 17년 이상이나 길게 되어 있는데다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중도에 개인적인 필요나 희망에 따라 계약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사실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 또한 계약기간 20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하는 표준계약서 상 7년을 약 3배 상회하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20년의 장기간에 걸쳐 피고의 음악연예활동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이는 지나치게 장기간 원고의 직업선택 및 활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거나 구속하는 것이다.
한편, 20년 장기간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고 계약기간 동안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음악연예활동을 해야만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에 대하여 계약기간 종료 전에 계약해제·해지권의 행사를 통해 위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면 원고의 위와 같은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구속하는 불공정성은 상당히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전속계약은 천재지변 등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에 의하여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원고와 피고의 협의 하에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제10조), 일방의 전속계약 위반을 전제로 한 전속계약의 해지, 해제는 거의 예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방의 동의가 없는 한 계약의 해지,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계약내용들을 동의 없이 파기할 수 없으며, 만약 이를 위반했을 경우, 모든 것은 계약을 파기한 쪽의 책임이고, 계약을 파기한 쪽이 상대에게 1년 치에 해당하는 예상 공연수익금 등의 3배액을 배상하기로 정하였는바(제8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금액을 예상하기 어렵고 활동 기간과 양이 늘어날수록 그 배상 규모가 확대되는 등 원고로서는 이러한 과도한 손해배상 등을 부담하면서 이 사건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속계약기간 종료 전에 계약의 포기 등으로 계약관계를 종료시키거나 위 전속계약의 해지 등을 고려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기간이 20년의 장기간으로 정해져 있고, 원고가 위 전속계약기간 동안 전속계약의 포기나 피고의 계약위반을 주장하며 전속계약의 해제, 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상, 원고로서는 위 전속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 동안 피고에게 종속되어 그 직업선택 및 활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장기간 부당하게 제한받게 되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제4조, 제10조는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손해배상 부분에 대하여 본다.
계약 당사자들로서는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계약위반 내지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사건 전속계약에 의하면 원고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 원고는 피고에게 1년 치에 해당하는 예상 공연수익금 등의 3배액을 배상하기로 정하였다(제8조).
그런데 ① 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규모가 1년 치에 해당하는 예상공연수익금 등의 3배에 이르러 지나치게 과다하고, ②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예상치 포함 공연수익금'이나 '홍보비, 행정인건 비용을 정산' 등 추상적, 가변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 금액을 예상하거나 산정하기도 어려우며, ③ 원고의 연예활동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손해배상액을 규정하여 원고의 연예활동기간과 양이 늘어날수록 그 배상 규모가 확대됨으로써 현실적으로 배상액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④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성실하게 이 사건 전속계약을 이행한 경우에 피고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이 더 커지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여 전속계약기간의 종료시가 가까워질수록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므로, 위와 같은 원고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을 부담시키는 위 손해배상 규정은 원고로 하여금 전속계약관계에서의 이탈을 더욱 차단하는 수단으로 작용되거나 피고에게 종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손해배상에 관련된 제8조도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수입의 분배 부분에 대하여 본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음반수입은 원고가 홍보 판매권을 가지게 되면 경비를 뺀 순이익 중에서 이를 6(피고):4(원고) 비율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하고, 외부 초청 공연 등에서 단독 출연한 경우 진행 경비(인건비포함) 및 세무회계를 뺀 순이익이 있을 경우 이를 6(갑) : 4(을)의 비율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며, 여러 명의 소속 가수 출연진 공연의 경우에는 원고가 회사의 규정대로 배정하여 수당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제6조), '홍보 판매권', '경비(인건비 포함), '세무회계' 등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우며, 회사의 규정이 있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는 등 원고의 권리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재산권의 침해한다.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원고와 피고 사이의 수익 분배에 관한 제6조의 내용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
이 사건 전속계약의 무효 범위
이 사건 전속계약에 있어서 계약기간, 수입의 분배, 계약의 해제, 손해배상 등과 같은 중요한 조항들이 모두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인 이상, 나머지 계약조항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속계약 자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 역시 그러한 조항이 없더라도 나머지 조항들만으로 전속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그 전부가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전속계약은 무효이고, 피고가 위 전속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이상 원고로서는 위 전속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공연수익금 640만 원 부당이득 부분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의 체결 후 2016. 9. 4.부터 2017. 5. 28.까지 32회에 걸쳐 단독 공연을 실시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피고가 위 공연수익금으로 1회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을 수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앨범제작비 명목 1,000만 원 편취 내지 횡령 부분
원고는 원고가 2016. 3. 14. 피고에게 지급한 1,000만 원이 앨범제작비 명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의 메니지먼트 비용 중 일부를 보전해 주고자 원고가 자의로 지급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 돈을 위 명목으로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편취 내지 횡령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설령 원고가 피고에게 위 명목으로 위 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의 편취 또는 횡령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이후 피고에게 "금 1,000만 원은 상호 공연과 기타 비용으로 회사 측과 같이 쓰여졌기 때문에 더 이상 반환청구하지 않겠다(씨디 제작은 없었던 일로 한다)"는 각서를 작성해 주어 피고에게 위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원고는 피고가 원고를 강박하여 피고가 불러주는 대로 위 각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전속계약 해지 확인 부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이 무효라는 주위적 청구를 인정하므로, 이 부분은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공연수익금 265만 원 정산 부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앨범제작비 명목 1,000만 원 편취 내지 횡령 부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전속계약 제8조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계약을 파기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파기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1년 치예상수익금 등의 3배를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거나 정산이 어려우면 연 1억 원 이상으로, 계산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원고가 임의로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독자적으로 공연활동을 하는 등 일방적으로 위 계약을 파기하였고, 1년 치 예상수익금을 정산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2년 치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 2억 원 중 일부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제외한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은 전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본소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본소청구 및 예비적 본소청구,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한다.
판사 김현곤
각주1) 위 계약 당시 계약서에 피고의 명칭이 'C 예술단 D(B)'으로 기재되었다.
각주2) 계약서에는 트래닝으로 기재되어 있다.
각주3) 계약서에는 트래닝으로 기재되어 있다.
각주4) 이 부분 청구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청구이나, 원고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라 본다.
각주5) 민법 제659조 제1항은 "고용의 약정기간이 3년을 넘거나 당사자의 일방 또는 제3자의 종신까지로 된 때에는 각 당사자는 3년을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고, 제2항은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주6) 근로기준법 제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