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9. 3. 선고 2019가단231353 판결

2019

주문

1.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 사이에 2016. 3. 17. 체결된 전속계약은 효력이 없음을 확인한다.

2.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주위적 본소청구 및 예비적 본소청구,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그 중 20%는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본소 및 반소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바이올리니스트(Violinist)이고, 피고는 공연 메니지먼트 사업 등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나.

전속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6. 3. 17. 피고와 원고의 음악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전속메니지먼트계약(이하 '이 사건 전속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은 피고, 을은 원고를 칭한다).

다.

원고의 계약 해지 통보

원고는 2017. 11. 13. 피고에게 공연수익에 대한 정산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가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4,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주위적 청구 부분

이 사건 전속계약은 계약기간이 장기간이고, 거액의 위약벌이 부과되는 등 공서양속에 반하는 내용으로 무효이다.

원고는 2016. 9. 4.부터 2017. 5. 28.까지 32회에 걸쳐 단독 공연을 실시하였고, 피고는 위 공연 수익금으로 1회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을 수령하였는바, 이 사건 전속계약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연수익금 640만 원(20만 원 × 32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전에 원고에게 앨범 발매를 위한 제작비를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6. 3. 13. 피고에게 앨범제작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피고는 고의적으로 앨범제작을 지연하는 등으로 위 돈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 내지 손해배상으로 위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예비적 청구 부분

가사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효라고 하더라도, ① 피고의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성추행, 성폭행, 스토킹과 ② 32회에 이르는 공연수익 정산의무 불이행 및 ③ 앨범제작비 명목으로 수령한 1,000만 원의 편취 내지 횡령 등으로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지될 수 없는 해지사유가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7. 11. 13. 피고에게 이 사건 전속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으므로 위 전속계약은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원고는 2016. 9. 4.부터 2017. 5. 28.까지 32회에 걸쳐 단독 공연을 실시하였고, 피고는 위 공연 수익금으로 1회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을 수령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제6조 제1항에 따른 정산을 불이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산금으로 256만 원(공연수익금 640만 원(20만 원 × 32회) × 40%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전에 원고에게 앨범 발매를 위한 제작비를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6. 3. 13. 피고에게 앨범 제작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피고는 고의적으로 앨범제작을 지연하는 등으로 위 돈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 내지 손해배상으로 위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전속계약 무효 부분

1)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 등 각 계약 조항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고, 원고나 피고 모두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른 계약사항을 이행 및 규율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항들이므로, 위 각 계약조항의 무효 여부와 이에 따른 이 사건 전속계약의 무효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과 원고의 위 계약의 해지, 해제 가능성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은 2016. 3. 17.부터 2036. 3. 16.까지로 20년이다(제4조). 이 사건 전속계약은 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상 도급계약, 위임계약의 성격과 아울러 민법상 고용계약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의 성격도 겸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전속계약의 계약기간은 20년으로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의 최장기보다도 무려 17년 이상이나 길게 되어 있는데다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중도에 개인적인 필요나 희망에 따라 계약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사실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 또한 계약기간 20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시하는 표준계약서 상 7년을 약 3배 상회하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20년의 장기간에 걸쳐 피고의 음악연예활동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이는 지나치게 장기간 원고의 직업선택 및 활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거나 구속하는 것이다.

한편, 20년 장기간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고 계약기간 동안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음악연예활동을 해야만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에 대하여 계약기간 종료 전에 계약해제·해지권의 행사를 통해 위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면 원고의 위와 같은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구속하는 불공정성은 상당히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전속계약은 천재지변 등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에 의하여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원고와 피고의 협의 하에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제10조), 일방의 전속계약 위반을 전제로 한 전속계약의 해지, 해제는 거의 예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방의 동의가 없는 한 계약의 해지,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정한 계약내용들을 동의 없이 파기할 수 없으며, 만약 이를 위반했을 경우, 모든 것은 계약을 파기한 쪽의 책임이고, 계약을 파기한 쪽이 상대에게 1년 치에 해당하는 예상 공연수익금 등의 3배액을 배상하기로 정하였는바(제8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금액을 예상하기 어렵고 활동 기간과 양이 늘어날수록 그 배상 규모가 확대되는 등 원고로서는 이러한 과도한 손해배상 등을 부담하면서 이 사건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속계약기간 종료 전에 계약의 포기 등으로 계약관계를 종료시키거나 위 전속계약의 해지 등을 고려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기간이 20년의 장기간으로 정해져 있고, 원고가 위 전속계약기간 동안 전속계약의 포기나 피고의 계약위반을 주장하며 전속계약의 해제, 해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상, 원고로서는 위 전속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 동안 피고에게 종속되어 그 직업선택 및 활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장기간 부당하게 제한받게 되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제4조, 제10조는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

3)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손해배상 부분에 대하여 본다.

계약 당사자들로서는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계약위반 내지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정을 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사건 전속계약에 의하면 원고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 원고는 피고에게 1년 치에 해당하는 예상 공연수익금 등의 3배액을 배상하기로 정하였다(제8조).

그런데 ① 원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규모가 1년 치에 해당하는 예상공연수익금 등의 3배에 이르러 지나치게 과다하고, ②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예상치 포함 공연수익금'이나 '홍보비, 행정인건 비용을 정산' 등 추상적, 가변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 금액을 예상하거나 산정하기도 어려우며, ③ 원고의 연예활동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손해배상액을 규정하여 원고의 연예활동기간과 양이 늘어날수록 그 배상 규모가 확대됨으로써 현실적으로 배상액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④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성실하게 이 사건 전속계약을 이행한 경우에 피고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이 더 커지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여 전속계약기간의 종료시가 가까워질수록 전속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므로, 위와 같은 원고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을 부담시키는 위 손해배상 규정은 원고로 하여금 전속계약관계에서의 이탈을 더욱 차단하는 수단으로 작용되거나 피고에게 종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손해배상에 관련된 제8조도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

4)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수입의 분배 부분에 대하여 본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서 음반수입은 원고가 홍보 판매권을 가지게 되면 경비를 뺀 순이익 중에서 이를 6(피고):4(원고) 비율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하고, 외부 초청 공연 등에서 단독 출연한 경우 진행 경비(인건비포함) 및 세무회계를 뺀 순이익이 있을 경우 이를 6(갑) : 4(을)의 비율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며, 여러 명의 소속 가수 출연진 공연의 경우에는 원고가 회사의 규정대로 배정하여 수당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제6조), '홍보 판매권', '경비(인건비 포함), '세무회계' 등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 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우며, 회사의 규정이 있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는 등 원고의 권리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재산권의 침해한다.

이 사건 전속계약 중 원고와 피고 사이의 수익 분배에 관한 제6조의 내용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전속계약의 무효 범위

이 사건 전속계약에 있어서 계약기간, 수입의 분배, 계약의 해제, 손해배상 등과 같은 중요한 조항들이 모두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인 이상, 나머지 계약조항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속계약 자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 역시 그러한 조항이 없더라도 나머지 조항들만으로 전속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그 전부가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전속계약은 무효이고, 피고가 위 전속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이상 원고로서는 위 전속계약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다)

공연수익금 640만 원 부당이득 부분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의 체결 후 2016. 9. 4.부터 2017. 5. 28.까지 32회에 걸쳐 단독 공연을 실시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원고는 피고가 위 공연수익금으로 1회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을 수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앨범제작비 명목 1,000만 원 편취 내지 횡령 부분

원고는 원고가 2016. 3. 14. 피고에게 지급한 1,000만 원이 앨범제작비 명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의 메니지먼트 비용 중 일부를 보전해 주고자 원고가 자의로 지급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 돈을 위 명목으로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편취 내지 횡령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설령 원고가 피고에게 위 명목으로 위 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의 편취 또는 횡령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 체결 이후 피고에게 "금 1,000만 원은 상호 공연과 기타 비용으로 회사 측과 같이 쓰여졌기 때문에 더 이상 반환청구하지 않겠다(씨디 제작은 없었던 일로 한다)"는 각서를 작성해 주어 피고에게 위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원고는 피고가 원고를 강박하여 피고가 불러주는 대로 위 각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전속계약 해지 확인 부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이 무효라는 주위적 청구를 인정하므로, 이 부분은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

공연수익금 265만 원 정산 부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다)

앨범제작비 명목 1,000만 원 편취 내지 횡령 부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3.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전속계약 제8조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계약을 파기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파기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1년 치예상수익금 등의 3배를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거나 정산이 어려우면 연 1억 원 이상으로, 계산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원고가 임의로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독자적으로 공연활동을 하는 등 일방적으로 위 계약을 파기하였고, 1년 치 예상수익금을 정산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2년 치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 2억 원 중 일부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제외한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속계약은 전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본소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본소청구 및 예비적 본소청구,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한다.

판사 김현곤

각주1) 위 계약 당시 계약서에 피고의 명칭이 'C 예술단 D(B)'으로 기재되었다.

각주2) 계약서에는 트래닝으로 기재되어 있다.

각주3) 계약서에는 트래닝으로 기재되어 있다.

각주4) 이 부분 청구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청구이나, 원고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라 본다.

각주5) 민법 제659조 제1항은 "고용의 약정기간이 3년을 넘거나 당사자의 일방 또는 제3자의 종신까지로 된 때에는 각 당사자는 3년을 경과한 후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고, 제2항은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주6) 근로기준법 제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