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10. 8. 선고 2019고정1430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범죄사실 기재와 같다(단, 피의자를 피고인으로 함)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2)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이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에 관한 고의 여부를 판단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우선, B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관하여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만한 사정이 있어서, 피고인으로서는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

①

B는 2016. 5. 19. 피고인과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후 주말과 공휴일에 피고인의 회사(C 주식회사, 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전화의 민원 처리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위 ‘프리랜서 계약서’에는 ‘피고인의 회사와 용역제공인 B는 아래와 같이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기간은 2016. 6. 1.부터 2017. 5. 31.까지 12개월로 하며, 상호 계약해지 의사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1개월씩 연장된다.’, ‘용역보수는 시간당 6,030원에 기타 보수로 콜수당(1,000건까지는 1건당 150원, 1,000건 이상부터는 1건당 200원)을 가산하여 계산하며, (사업소득세) 3.3% 공제 후 지급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B는 위 프리랜서 계약에 따라 토,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피고인 회사의 민원 전화 응대 업무를 하였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위 프리랜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인 2017. 7. 11. B에게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의 가입을 권유하면서 ‘근로계약서’ 서식을 새로 보냈다(B는 이 법정에서는 근로계약서 서식을 메일로 받은바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회사로부터 근로계약서 서식을 받은바 있다고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B는 주중 근무하는 다른 사업장에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였고, 피고인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도 새로 작성하지 않았다. B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회사가 교부한 ‘근로계약서’의 내용이 ‘프리랜서 계약서’의 내용과 별 차이가 없어서 굳이 작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위 근로계약서의 경우 ‘기본급을 832,000원으로’, ‘근로계약기간을 기한의 정함이 없으며, B가 퇴직을 원하는 경우 1개월 이전에 피고인 회사에 통보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근로기준법 및 취업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르는’ 것으로 각 정하고 있어서 기존의 프리랜서 계약서와 근로 조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 회사와 B 사이에 처분문서로서 ‘프리랜서 계약서’가 작성되었고, B가 피고인 회사의 ‘근로계약서’ 작성 및 4대 보험 가입 권유를 거절한 사실은 B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만한 사정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B에게 근로기준법 등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거부한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있고, 피고인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②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도 B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ⅰ) B의 경우 근로제공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는 기본급 또는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앞서 본 프리랜서 계약에 따라 계산된 보수가 매월 지급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주말 및 공휴일이 며칠 있었는지, 피고인 회사의 고객센터로 걸려온 전화가 몇 통 있었는지에 따라 B가 매월 지급받았던 보수는 차이가 생긴다.

ⅱ) 피고인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달리 B에게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피고인 회사와 B는 당사자들의 합의로 B의 근무 장소를 ‘재택근무’로 정하였고, 위 프리랜서 계약에 따를 때 피고인의 근무 시간은 토요일의 경우 오전 9시부터 24시까지, 일요일의 경우 13시부터 24시까지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B는 인터넷회선이 연결된 곳에서라면 굳이 집이 아니더라도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전화의 민원 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근무 장소의 구속을 받는다고 볼 수 없었고, 피고인 회사로서도 고객센터 응대용 전화의 수신 시간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사실상 B가 업무시간을 철저히 준수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더욱이, B는 주말, 공휴일에만 업무를 수행하므로 피고인 회사에서 B를 관리·감독할 사람이 근무하는 시간대가 아니며, 위 프리랜서 계약에서도 B는 피고인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를 ‘성실히 자율적으로 이행’하기로 정해져(위 계약서 제5조 제1항) 있었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 회사가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B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것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ⅲ) B는 고객센터의 전화번호가 부여된 인터넷 전화기는 피고인 회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컴퓨터, 인터넷 회선 등은 스스로 구비하거나 그 사용료를 부담하였다. 또한 피고인 회사는 팀장의 승인을 받으면 B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가 B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팀장의 승인이 없다고 한들 B가 제3자로 하여금 그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2)

한편 B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B와 피고인 회사 사이에 유효한 포괄임금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임금과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

근로기준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포괄임금제 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91046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B는 주말과 공휴일에 심야 시간까지 고객센터 전화 응대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B의 위 근로형태는 단속적 근로로 당연히 주휴의 미사용을 전제로 야간·휴일근무만을 하는 점, 고객 전화의 응대라는 업무의 특성상 실제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 보수를 월급여의 형식으로 지급받긴 하였으나 일당으로(프리랜서 계약에서 약정한 근로시간당 6,030원에 콜수당을 가산) 계산한 후 합산된 월급여가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B와 피고인 회사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하여 약정한 근로시간당 6,030원에 콜수당을 가산한 금액을 일당임금으로 정하는 포괄임금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3)

B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B가 명시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이상 적어도 피고인과 B가 당해 계약의 성격을 근로계약으로 규정하지 않았음은 매우 분명하며, 실제로 B는 계약이 종료된 후로부터 반 년 이상이 지난 2019. 5. 28.경에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여 조사받는 과정에서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야 근로자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어 진정을 제기하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B 조차도 자신이 근로자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위 진술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역시 B와 사이의 ‘프리랜서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B가 근로자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은 B에 대한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연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