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반소원고)의 이 사건 본소 및 반소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서울 영등포구 C빌딩 지하1층에서 D라는 상호로 상시근로자 13명을 사용하여 의류제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고, 원고는 2002. 9. 16.부터 2016. 8. 31.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미싱사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 2,563,590원,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990,160원 및 2009. 2. 1.부터 2016. 8. 31.까지의 재직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금 9,215,62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으로 기소되어 벌금 150만 원의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유죄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 12,769,374원(= 임금 2,563,590원 +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990,160원 + 퇴직금 9,2515,624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 이후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6.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및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주장 및 반소 청구의 요지
피고는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설령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매달 지급한 합계 7,701,120원이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돈과 이에 대한 이자 4,203,903원 합계 11,905,023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므로, 이는 원고의 퇴직금 채권에서 공제되어야 하거나 반소로써 그 반환을 구한다.
피고는 원청업체에서 주는 물량이 줄어 2014. 11. 21.부터 2014. 12. 31.까지 공장의 운영을 중단하였다. 따라서 2014. 11. 21. 이전에 발생한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은 위 일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이 사건 소제기 당시 이미 3년의 시효가 도과하였다.
퇴직금 지급의 유효성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발생 여부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하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09. 2. 1.자 근로계약서에 "퇴직금 - 매월 급여에 포함 지급받기를 희망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한 사유로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 및 입증이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약정은 강행법규인 위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위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 및 수당의 액수조차 특정되어 있지 않고 '퇴직금을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한다'는 취지의 기재는 근로계약서에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의 실질은 원고의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한 점, 위 근로계약서는 이미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되어 근로관계가 수년간 지속되어 오던 중에 피고의 요구로 별다른 협상 없이 작성되었던 점, 피고가 작성한 매월 급여내역서에는 기본급, 각종 수당 등과 퇴직수당이 구분되어 있지만, 피고가 원고에게 급여내역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급여 지급시 위 퇴직금을 분리하지 않고 임금과 일체로서 지급하여왔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 및 이에 대한 이자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발생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공제 주장 및 반소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소멸시효 도과 여부
살피건대,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것은 전적으로 사용자인 피고 측의 사정으로 인한 것이고 원고에게 근로관계를 중단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원고는 피고가 주장하는 업무 중단기간을 전후하여 같은 업무를 계속 담당하여 왔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계속하여 유지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2014. 11. 21.부터 진행한다고 할 수 없고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본소 및 반소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영환(재판장) 강문희 김현성
각주1) 제8조(퇴직금제도의 설정 등)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