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4. 27. 선고 2020가단20456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택시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7. 1. 16.부터 2019. 8. 13.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기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퇴직 당시 피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3,312,050원을 수령하였는데, 당시 피고가 교부한 퇴직금 수령확인서(갑 제8호증 3면, 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에 서명하였다. 이 사건 확인서에는 ① 본인은 퇴직금 정산 내역을 틀림없이 확인하였고, ② 퇴직금 3,312,050원을 영수하는 경우 더 이상 퇴직금 채권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추후 이와 관련하여 일체 민 ·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다.

다.

한편,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09.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서울 지역에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었다.

라.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또는 임금협정 및 개별 근로계약으로 정한 피고 소속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은 임금협정 등을 통하여 아래와 같이 변경되어 왔다.

①

2015. 1. 1. 이전

1일 6시간 40분, 1주 40시간

②

2015. 1. 1.부터 2017. 12. 31.까지 (2015년 임금협정)

1일 5시간 40분, 주 36시간, 월 173시간

③

2018. 1. 1.부터 2017. 12. 31.까지 (2018년 임금협정)

1일 4시간 40분, 1주 28시간

④

2019. 1. 1.부터 2019. 12. 31.까지 (2019년 임금협정)

1일 4시간, 1주 24시간<1>, 월 126.66시간

마.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2017. 1. 16.자 근로계약서에는 "1일 5시간 40분, 주 36시간, 월 173시간"으로 기재되어 있고, 2019. 1. 1.자 근로계약서에는 "1일 4시간, 주 24시간"으로 기재되어 있다.

바.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은 피고로부터 일정한 기본급과 수당을 지급받되, 택시 운전으로 매일 발생한 운송수입금 중 1일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피고에게 납부하고 있는데, 초과 운송수입금은 근로자 30%, 피고 70%의 비율로 배분하고 있다.

사.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최저임금(시급)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어 왔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청구원인(원고의 주장)

2015년 임금협정 이전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은 2008년 단체협약, 2014년 임금협정 등을 통하여 1일 6시간 40분, 1주 4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여 왔다. 그런데 피고가 2015년, 2018년, 2019년 각 임금협정과 각 개별 근로계약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최저임금(시급) 상승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고,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로 한 것이고,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여전히 1일 6시간 40분 가량이고, 그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 만을 단축하거나 과소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또한 이는 강행법규를 잠탈한 것으로 개별 근로자들이 이에 동의하였는지, 노동조합이 동의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확정적인 무효가 되는 것이어서 2015년 임금협정 시행 이후에 입사한 원고에게도 종전 유효한 취업규칙인 2008년단체협약, 2014년 임금협정이 정한 소정근로시간 1일 6시간 40분이 계속 적용됨을 전제로 산정한 최저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실제로 원고에게 지급한 임금 중 최저임금 산입액은 이와 같이 새로이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 중 최저임금 미달액을 합산하면 5,565,632원이고, 위 임금을 기초로 재산정한 퇴직금 미지급액은 1,215,168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6,780,800원(= 5,565,632원 + 1,215,168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 다음날인 2019. 8. 14.부터 퇴직일로부터 14일이 되는 2019. 8. 27.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확인서에 서명함으로써 퇴직금의 액수에 관하여 아무런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미지급액 청구의 소 부분은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2)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105505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이 사건 확인서는 피고가 부동문자로 작성한 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서명하도록 하여 원고가 서명한 서면으로 보이고,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확인서에 서명하여야 퇴직금을 지급하므로 우선 서명한 것이라고 다투는 점, ② 이 사건 확인서의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는 것으로 무효가 되어 퇴직금 재산정의 여지가 있는 경우를 예상하고 이러한 경우를 포함하여 재판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 내용으로 보기 부족한 점 등에다가 위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확인서에 서명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소 중 퇴직금 미지급액 청구 부분에 대한 부제소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하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

2)

피고는 설령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2015년 임금협정 및 이후의 임금협정 및 개별 근로계약을 통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2008년 단체협약, 2014년 임금협정의 실효 이후에 피고가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동의하고 입사한 원고에게는 입사 전에 시행된 2008년 단체협약, 2014년 임금협정이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여지가 없으므로, 원고에게 입사 전 시행된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이상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다툰다. 그러나 ① 2015년 임금협정 및 이후의 임금협정 및 개별 근로계약을 통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일 경우 새로운 유효한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기존단체협약이 근로관계 당사자에게 효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점, ②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 경우 피고 노동조합 및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강행법규를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는 것인데, 근로자들의 입사 시점에 따라 위 합의의 효력 여부와 기존 단체협약의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고 본다면 이는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2015년 임금협정 및 이후의 임금협정 및 개별 근로계약을 통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 유무에 따라 원고의 최저임금 산정에 적용될 소정근로시간이 달라질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검토할 실익이 있다.

3)

따라서 피고가 2015년 임금협정 및 이후의 임금협정 및 원고와의 개별 근로계약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여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 하에 이루어진 탈법행위인지에 관하여 보아야 하는데, 을 제1 내지 15, 18,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앞서 본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에 이른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으므로, 기사들의 운행시간 중 사용자인 피고가 기사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어려운 사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58조도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사합의 또는 개별 근로계약으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강행법규 잠탈 의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②

이 사건 특례조항은 2009. 7. 1.부터 시행되었는데, 피고는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2015. 1. 1.에 이르러 소정근로시간을 종전 1일 6시간 40분에서 1일 5시간 40분으로 소폭 단축하였고(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후 소정근로시간을 절반가량 단축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다른 점이다),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단축하여 왔다. 위 단축 기간 중인 2013년 및 2019년에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크게 인상된 반면, 기준 운송수입금의 인상에는 제약이 있었으므로 기준 운송수입금 충족을 위한 기사들의 택시 운행 시간은 실제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택시 어플을 이용하는 경우 승객 확보가 보다 용이해 진 사정도 실제 기사들의 근로시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③

피고가 2019년 마지막으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1일 4시간으로 결과적인 단축 폭이 크기는 하지만, 원고는 '단체협약 등에 기재된 시업과 종업 시간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 외에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위 8년 동안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인 주장·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④

원고가 주장하는 최저임금법 잠탈 문제는 특히 근속 1년 미만 종사자 등 근속기간이 짧은 기사들에 대한 임금에서 문제가 되는데, 비록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2015년부터 합의된 임금 외에 '생활보조금' 명목으로 근속 1년 미만 종사자에게 월 100,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피고 노동조합과 합의한 후 이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의 1년 미만 근무 기간에 대한 청구하는 최저임금 차액분은 모두 월 100,000원에 이르지 않는 소액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소정근로시간 합의 및 단축 합의가 무효이고, 원고에게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지혜선

각주1) '1주 28시간' 기재는 '1주 24시간'의 단순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