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1. 4. 선고 2020가합108203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회사는 2019. 2. 19. 소각기 및 플라즈마기기 제조업, 기계장비 및 발전기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 회사는 2017. 4. 13. 같은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나.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C는 2019. 2.경 원고 A과 함께 원고 회사를 설립한 후 원고 A의 사실상 배우자인 E과 공동으로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다.

원고 A은 2018. 1. 31. 피고 회사와 아래와 같은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 회사는 2020. 2. 21. 주식회사 G(이하 ‘G’라 한다)로부터 H(이하 ‘이 사건 소각기’라 한다) 제작 및 설치 공사를 계약 금액 2,58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도급받아(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2020. 3. 5.부터 2020. 8. 5.까지 공사 대금으로 합계 1,702,800,000원(= 851,400,000원 + 567,600,000원 + 283,800,000원)을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10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A의 피고 회사에 대한 임금 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 A의 주장

원고 A은 2018. 1.부터 2019. 2.까지 피고 회사의 총괄 임원(CMO), 2019. 3.부터 2020. 4.까지 원고 회사의 전무이사 지위에서,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서 대표이사 피고 C의 사실상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 A이 제공한 근로의 대가는 월 5,000,000원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 A에게 임금 140,000,000원(= 월 5,000,000원 × 28개월) 중 일부인 7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일부 청구).

나.

판단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9 내지 22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원고 A은 피고 회사로부터 공사 수주를 위한 영업 및 교섭 전반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아 그 업무를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대표이사인 피고 C의 구체적인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 A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라는 것을 전제로 한 원고 A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원고 A은 본인의 주선으로 피고 회사가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계약금액의 6%(중국 F는 8%)를 용역 수수료로 받기로 하되 별도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변경할 수 있고 그 지급 시기는 피고 회사가 실제로 계약에 따른 대금을 수령하였을 때로 정하였다(제6, 7조). 또한 원고 A이 용역 업무를 수행하였지만 실제 피고 회사와의 계약 체결로 이어지지 않거나 계약이 체결되었으나 해지 또는 파기되는 경우 원고 A은 피고 회사에 경비나 비용, 손해배상 등을 불문하고 어떠한 금전 지급도 요구할 수 없다(이 사건 용역계약 제8조). 이에 따르면 원고 A은 피고 회사로부터 고정적인 급여가 아니라 업무 성과에 따른 수수료를 받기로 하였고, 그 용역 수수료의 지급 여부조차 불확실하였다. 이는 원고 A이 근로의 대가로 회사로부터 고정적인 대가를 받기로 하는 근로자와 동일한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다.

나)

원고 A은 2018. 2. 5. 중국 F 직원이 서울에 와서 피고 회사와 업무 협약을 맺을 당시 위 중국 회사 측 국내 숙박비를 모두 부담하였고, 2018. 2. 말경 유럽 출장비용 약 7,000,000원도 본인이 부담하였다. 이렇게 업무 처리에 따른 비용을 원고 A이 자신의 재산으로 지출하였다는 사정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라는 점과 어울리지 않는다. 다) 피고 회사는 원고 A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원고 A을 근로자로 하여 4대 보험에 가입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원고 A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피고 회사가 에너지 공사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영업 및 교섭을 하면서 피고 회사의 ‘CMO’(총괄 임원)라고 적힌 명함을 사용하였을 뿐이고, 원고 회사 설립 이후에는 원고 회사의 전무이사로 임명되었다. 그 과정에서 원고 A이 피고 회사의 급여기준, 근로시간이나 휴가의 사용 등과 관련한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규율을 받거나 출, 퇴근이나 휴가, 휴게 등에 관한 근태관리를 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

라)

원고 A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C에게 카카오톡 등을 통하여 업무처리 과정이나 그 결과에 관하여 보고하였다. 그러나 그 보고나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 A은 피고 C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지시를 받아 이를 그대로 수행하였다기보다 본인이 처리한 업무의 내용이나 그 경과에 관하여 피고 C와 서로 질의하고 토의하는 등 대등한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

원고 A이 간혹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정한 업무 이외에 피고 C를 위한 운전이나 피고 회사의 소송대리 업무를 수행하고, 소송대리 허가를 위해 피고 회사가 원고 A에게 전무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증명서를 발급해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A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바)

원고 A은 아들 I이 2018. 3.부터 2020. 3.까지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서 받은 급여 합계 22,505,500원 중 8,310,000원이 본인의 임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고 회사가 2018. 3. 12.부터 2020. 4.경까지 I 명의의 계좌로 월 500,000원 이상의 돈을 주기적으로 송금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 돈 중 8,310,000원이 원고 A에 대한 급여라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 I은 2020. 4. 3.경까지 원고 회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하였고, 위 돈은 특별한 관계에 있는 피고 회사가 원고 회사를 대신하여 I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이라는 피고 회사의 주장에 대해 원고 A은 별다른 반박을 못 하고 있다. 달리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피고 회사가 원고 A에게 근로의 대가로 급여를 지급하였다거나 원고 A이 피고 회사에게 급여를 청구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3.

원고 회사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 회사의 주장

피고 C는 원고 회사를 위하여 영업 활동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하여 피고 회사 명의로 G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C는 피고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원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하였으므로, 원고 회사에 그로 인한 이익인 G로부터 받은 대금 중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 회사는 피고 C의 사용자로서 피고 C와 공동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일부 청구).

나.

판단

1)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므로,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한 때에야 이사로서의 임무를 다한 것이 된다. 이사는 이익이 될 여지가 있는 사업기회가 있으면 이를 회사에 제공하여 회사로 하여금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회사의 승인 없이 이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57869 판결 등 참조).

2)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C가 원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인정하려면 원고 회사에 이익이 될 여지가 있는 사업기회가 존재하였고 그 사업기회가 피고 C에 의하여 유용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피고 C가 원고 A과 함께 소각기 및 플라즈마기기 제조업, 기계장비 및 발전기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고 회사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실, 피고 회사가 2020. 2. 21. G와 이 사건 소각기 제작, 설치 공사에 관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G로부터 공사 대금 1,702,800,000원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갑 제18호증, 을 제17,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C는 2018. 2. 1. 피고 회사가 제품 판매 가격의 12%를 사용료로 내고 이 사건 소각기 제작에 필요한 피고 C 소유의 특허 J(K)와 특허 L(M, 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특허’라 한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권 사용 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후 피고 C는 2019. 3. 5. 원고 회사가 제품 판매 가격의 0.5%를 사용료로 내고 이 사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사실은 인정된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이 원고 회사에 이익이 될 여지가 있는 사업기회라고 볼 수는 있으나,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들, 을 제5 내지 7, 9 내지 11, 16,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의하면, 원고 회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C가 피고 회사 명의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위 사업기회를 피고 회사를 위하여 유용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 회사의 기술력, 공사 경험 등을 높이 평가한 G가 상대방을 원고 회사가 아닌 피고 회사로 정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 회사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 회사는 이 사건 도급계약 이전에 이 사건 소각기를 제작하여 이를 주식회사 N, O 주식회사, P 주식회사 등에 공급한 경험이 있는 반면 원고 회사는 그와 같은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계약 체결에 관여하였던 원고 회사의 전 사내이사이자 현 피고 회사의 이사와 G의 환경팀장의 수사기관 진술 등을 더하여 보면, G는 원고 회사와 피고 회사의 기술력과 공사 수행 능력, 소각기 설치 경험, 자본력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의 당사자를 피고 회사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사건 소각기 제작 경험이 있는 피고 회사도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 시공 시 시공 능력에 관한 위험 부담을 고려하여 최대한 공사 잔금을 많이 남겨 놓으면서 공사를 진행하였다. 이에 따르면 관련 시공 경험이 없는 원고 회사로서는 이 사건 소각기 제작을 위한 기술력이 부족하였을 것으로 여겨지고, G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 회사를 도급계약의 상대방으로 선정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②

피고 C는 원고 회사와 피고 회사 모두의 대표이사였고, 원고 회사와 피고 회사는 같은 목적, 즉 소각기 및 플라즈마기기 제조업, 기계장비 및 발전기 제조, 판매업 등을 위하여 설립되었으며 계약서상으로 피고 C로부터 이 사건 특허 사용 허가를 받았다. 또한 G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원고 회사와 피고 회사 측 관련 자들이 모두 참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G가 원고 회사와 피고 회사 중 어느 쪽과 도급계약을 체결할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인데, 피고 회사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 피고 C가 편파적인 언동을 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원고 회사가 그 상대방이 되지 못했다고 하여 원고 회사와 피고 회사 양측의 대표이사였던 피고 C가 원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피고 회사를 위하여 유용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원고 회사가 피고 C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 등으로 고소한 사건의 수사 결과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 회사와 G는 도급계약의 당사자를 원고 회사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였고 실제 공사 수주를 위한 소각기 테스트 현장에 원고 회사의 전무가 참석하였으며, 피고 C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과정을 카카오톡으로 원고 회사 측에 알린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피고 C가 원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할 의사를 가지고 원고 회사를 배제한 채 피고 회사 명의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다.

④

피고 회사는 2020. 4. 10. Q가 피고 회사의 공사 및 장비 수주 계약을 중개하고 그 수수료로 그 계약 금액의 10%를 주기로 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G부터 공사 대금을 받은 날로부터 며칠 이내에 Q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피고 회사가 Q에게 지급한 수수료가 이 사건 도급계약과 관련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없지만,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사 수주를 위하여 별도의 노력을 하였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⑤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은 G라는 상대방이 있는 법률행위로 원고 회사 및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모두 가지고 있던 피고 C가 어느 한쪽을 배제하고 다른 쪽을 위한 편파적 언동을 하여 G의 의사 결정을 왜곡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피고 회사가 계약 상대방이 되었다고 하여 원고 회사에 대하여 회사기회유용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이와 다르게 본다면 이 사건 도급계약을 원고 회사가 체결하는 것도 피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행위에 해당하게 되어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은 누가 하든 상법 제397조의2 적용을 받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

4.

결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성수(재판장) 강수민 박세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