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고단722
판결선고
2020. 11. 3.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영등포구 C에 있는 D 주식회사(구 E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자로서, 상시근로자 2,933명을 사용하여 증권중개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였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1. 1.경 위 사업장에서 취업규칙인 수석부장 관리규정을 제정하여 정규직 부장 직위에 있는 근로자를 연봉계약직 수석부장 직위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노동조합인 F노조 E지부의 의견을 듣지 아니하고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G의 법정진술
H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수석부장 관리규정
I, J, K의 각 문답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변호인은, 이 사건 수석부장 관리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제정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므로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즉, 이 사건 규정이 수석부장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정규직 부장 대비 연봉이 5% 인상되는 등 근로자에게 유리한 요소가 있었으므로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그 규칙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되, 취업규칙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은 그러한 문언을 보충하는 한도에서 이를 참작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의 문언에 따르면, 위 규정의 내용은 1급 부장으로 근무한 기간이 3년 이상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직 근로관계를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사건 규정 제정 이전에는 1급 부장은 모두 정규직으로 정년이 보장되었으므로, 이 사건 규정은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인 정년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취업규칙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규정 자체에는 1급 부장으로 근무한 기간이 3년 이상인 근로자 모두가 일괄적으로 수석부장으로 되는 것인지, 그 중 희망자 또는 추가적인 요건을 갖춘 사람만 수석부장으로 되는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없다. 하지만 이 사건 규정의 제정 자체로 사용자는 정년이 보장되는 부장들을 상대로 사직서를 받고 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규정의 제정 이후 회사에서 대상자들에게 서류를 일괄적으로 보내고 지속적으로 신청서 제출을 유도하면서 회사 측의 집요한 회유 압박과 향후 부당한 인사발령 등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며 수석부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근로자들의 진술도 있으므로(증거기록 490쪽, 495쪽 등), 피고인 회사가 근로자들로 하여금 진정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취지로 이 사건 규정을 제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수석부장 제도의 실질적인 운영과정에서 수석부장이 되는 첫 계약에 정규직 부장 대비 5% 인상된 연봉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규정 자체에는 보수를 연봉계약서로 정하도록만 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규정 제정 이후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실제 수석부장에게 지급된 연봉을 근거로 이 사건 규정이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실제 수석부장에게 지급된 연봉을 고려해보더라도, 근로자가 수석부장이 되는 첫 계약에서 5% 인상된 연봉을 받기는 하지만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계약기간을 종료하게 되거나 재계약시에는 업무실적에 따라 기존 연봉의 20%나 삭감된 연봉으로 계약해야 할 수도 있었던 점에다가(증거기록 91쪽 등), 피고인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수석부장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인 회사가 이 사건 규정에 따라 수석부장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변호인은, 이 사건 규정의 제정에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던 G은 이 사건 규정의 제정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 사건 규정의 제정 이전에 자신에게 위 규정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던 기억도 없다는 취지로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진술하였다. 피고인 회사에서 이 사건 규정 제정 이전에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위 규정의 내용과 제정 이유를 근로자 측에 설명하였다는 정황도 없다.
피고인과 G이 2014. 9. 3. 작성한 구조조정 관련 노사 합의서 제4항에 ‘노조는 회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부장(1급) 4년차부터 연봉계약제 도입에 동의한다’라는 내용이 있고, 2014. 12. 30. 체결한 구조조정 관련 노사 세부합의서 제2항에는 부장 4년차 연봉계약제에 관한 내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연봉계약제’라는 단어 자체가 계약직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G은 ‘연봉계약제’라는 단어를 임금피크제와 연관된 연봉제로 이해하고 합의한 것이지 계약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므로[G이 2014. 9. 2. 작성한 ‘구조조정 잠정 합의’라는 문서에도 ‘2. 부장직급 연봉제 도입 논의’라고만 되어 있을 뿐 ‘계약제’나 ‘계약직’이라는 단어가 없고(증거기록 63쪽 등), 피고인 회사는 동일직급에 오로지 하나의 연봉만 있는 구조였다고 하므로, G은 연봉계약제를 동일직급에도 개별 연봉을 정하는 구조로 이해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당시 그 합의서의 문구와 내용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과 토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합의서들만으로는 G이 부장직급 계약직 도입에 동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설령 G이 그러한 합의서들을 통해 부장직급 계약직 도입 자체에는 동의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규정은 수석부장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근로조건과 제반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러한 합의와 별도로 이 사건 규정에 관하여도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별도로 이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던 G은 피고인 회사가 노동조합 측에 이 사건 규정에 관한 의견을 물었던 기억이 없다고 하고, 피고인 측 증인인 L은 이 사건 규정을 노동조합에 통보했는지 여부를 모르고 인사관리팀에서 통보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는 취지로만 증언하였으며, 그 밖에 이 사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규정을 통보한 사람이나 통보받은 사람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따라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수석부장 제도 도입에 관하여 충분히 협의하고 합의하였고 별도의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와 같은 절차를 밟았을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G은 피고인과의 합의 당시 정리해고 철회와 성과향상 프로그램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부장직급 연봉계약제에 관하여는 자세한 논의가 없었으며, 그와 같이 논의가 부족해서 조합원 총투표에 부장직급 연봉계약제를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2항은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할 때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도록 되어 있고, 피고인 회사 단체협약 제15조에는 사용자는 근로조건에 관한 제 규정의 제정과 개폐가 있는 경우 이를 즉시 조합에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에다가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 회사의 규모와 조직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에 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설령 피고인이 당시 근로기준법의 해당 규정 자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판사 이상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