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피고는 택시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고용되어 택시기사로 근로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09. 7. 1.부터 피고의 본점이 소재한 서울 지역에 시행되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이 제외되었다.
한편,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은 피고로부터 일정한 기본급과 수당을 지급받되, 택시 운전으로 매일 발생한 운송수입금 중 1일 운송수입금 기준액(이하 ‘사납금’이라 칭한다)을 피고에게 납부하고 있는데, 사납금을 초과하는 초과 수입금은 택시기사들과 피고가 일정한 비율(2019년 임금협정 이전까지는 택시기사 귀속 비율이 60%였으나, 2019년 임금협정으로 70%로 변경되었다)에 따라 분배하기로 하여 피고가 택시기사들에게 택시기사들의 몫을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피고는 ① 2006. 6. 19. 피고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이하 ‘2006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으로 정하였고, 2009. 6. 23. 체결된 임금협정(이하 ‘2009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2011. 4. 25. 체결된 임금협정(이하 ‘2011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2013. 10. 28. 체결된 임금협정(이하 ‘2013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에서 위 소정근로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② 2015. 8. 28.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2015. 9. 1.부터 적용, 이하 ‘2015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였고, ③ 2017. 9. 27.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2017. 4. 1.부터 적용, 이하 ‘2017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 주 33시간으로 단축하였으며, ④ 2020. 1. 17.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2020. 1. 1.부터 소급 적용, 이하 ‘2019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으로 다시 연장하였다.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최저임금(시급)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어 왔다.
이 사건 청구원인
2006년부터 2015년 임금협정 이전까지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은 1일 6시간 40분, 1주 4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받아 왔다. 그런데 피고가 2015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1주 36시간으로 단축하고, 2017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 1주 33시간으로 각 단축한 것은 최저임금(시급) 상승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고,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로 한 것이고,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여전히 1일 6시간 40분 가량이고, 그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소정근로시간’ 만을 단축하거나 과소한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또한 이는 강행법규를 잠탈한 것으로 개별 근로자들이 이에 동의하였는지, 노동조합이 동의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확정적인 무효가 되는 것이어서 원고 F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2015년 임금협정 시행 이후에 입사하였다 하더라도 종전 유효한 임금협정대로 소정근로시간 1일 6시간 40분이 계속 적용됨을 전제로 산정한 최저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실제로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 중 최저임금 산입액은 이와 같이 새로이 산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또한,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임금 중 최저임금 미달액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야간근로수당 및 퇴직금 미지급액도 발생한다.
원고 A은 2019. 2. 11.부터 2020. 2. 29.까지 ② 원고 B은 2019. 2. 1.부터 2020. 1. 31.까지 ③ 원고 C은 2018. 12. 17.부터 2020. 2. 29.까지, ⑤ 원고 F은 1999. 3. 4.부터 2018. 10. 10.까지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였는데, 원고 F은 2017. 6.분부터 2018. 10. 10.까지, 나머지 원고들은 근무기간 전체의 임금 지급분 중 최저임금 미지급분과 같이 계산되고, 야간근로수당 미지급분, 퇴직금 미지급분을 계산하면 별지1 청구금액표 기재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해당 금액과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각 기준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단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하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
따라서 피고가 2015년 임금협정 및 이후의 임금협정 및 원고와의 개별 근로계약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이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여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 하에 이루어진 탈법행위인지에 관하여 보아야 하는데,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갑 제8 내지 19호증(갑 제11호증 제외)의 각 기재만으로 앞서 본 각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에 이른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 소속 택시기사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으므로, 기사들의 운행시간 중 사용자인 피고가 기사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어려운 사정이 있다. 근로기준법 제58조도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사합의 또는 개별 근로계약으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강행법규 잠탈 의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2009. 7. 1.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후 약 6~8년이 경과한 2015. 9. 1. 및 2017. 4. 1.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바,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과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후 소정근로시간을 절반 가량 단축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다른 점이다.
피고는 2006년부터 2015년 임금협정 전까지 소정근로시간을 유지하였는데, 그 사이인 2013년에는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크게 인상된 반면, 기준 운송수입금의 인상에는 제약이 있어 왔다.
이 사건 특례조항에 의하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산정할 경우 피고로서는 수익구조에 의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비하여 1일 사납금 기준액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사납금 상승으로 인해 실제 수입이 오히려 감소할 것을 우려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려에서 피고와 노동조합은 노사 양측의 이익을 위하여 진정한 의사에 따라 1일 사납금 기준액을 인상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고정급 비율 강화라는 최저임금법의 정책 목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사 모두 각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량한 후 최저임금법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임금 구조를 만들기 위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합의하였다면,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그 합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피고가 2015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곧바로 최저 임금법의 저촉을 피하는 결과가 되었는지 살펴보건대, 피고의 2015년 임금협정에 따라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근무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가 소정근무일인 월 26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 위 비교대상 임금의 합은 1,076,350원(= 기본급 745,639원 + 승무수당 305,711원 + 운행숙달 보조금 25,000원)으로, 이를 이 사건 단축 합의가 적용되기 전인 2013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6,256원(= 1,076,350원 ÷ 1개월의 평균 소정근로시간 172.05시간<1>, 원 미만 버림)이 되어 2015년의 최저시급 5,580원을 상회한다. 따라서 2015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법을 잠탈할 의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015년 임금협정이 이와 같이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의 2017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단축 당시 이로써 곧바로 최저임금법의 저촉을 피하는 결과가 되었는지 살펴보건대, 피고의 2017년 임금협정에 따라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근무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가 소정근무일인 월 26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 위 비교대상 임금의 합은 1,102,350원(= 기본급 745,639원 + 승무수당 305,711원 + 운행숙달 보조금 25,000원 + 기타수당 26,000원)으로, 이를 위 단축 합의가 적용되기 전인 2015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7,111원(= 1,139,920원 ÷ 1개월의 평균 소정근로시간 155시간<2>, 원 미만 버림)이 되어 2017년의 최저시급 6,470원을 상회한다. 따라서 2017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단축도 최저임금법을 잠탈할 의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소정근로시간 합의 및 단축 합의가 무효이고, 원고들에게 2015년 임금협정 이전의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미지급 임금, 야간근로수당 및 퇴직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지혜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