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4. 22. 선고 2021가합102721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1. 1. 30. 원고에게 한 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등

1)

피고는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순국선열을 비롯한 독립유공자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족정기를 선양하고 국가발전과 민족통일에 이바지하며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국민정신으로 승화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2)

원고는 2019년 7월경부터 피고의 C지부의 지부장으로 재직한 자로서 피고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급여를 지급받았고, 피고는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고용보험에 가입하였다. 피고의 정관은 원고의 직책이던 지부장의 임기를 4년으로 정하고 있다.

나.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사발령

피고는 ‘원고는 2021. 1. 30.자로 원에 의하여 C지부 지부장의 직을 면한다’는 내용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

원고는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켰다. 이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해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이유를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

나.

피고

장을 보면 위와 같은 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분명하므로 이를 선해하여 본다.

2020년 10월경 원고에게 개인적인 금전 비리가 있다는 내용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이 문제되자, 2020. 11. 17.경 피고의 사무총장 D을 만나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원고는 사직의 의사를 담은 서면을 제출하지는 않았으나, 2020. 11. 23.경 D을 두 번째로 만나 재차 사직의 의사를 밝혔다. 또한, 원고는 2021. 1. 12. D과의 통화 과정에서도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3.

판단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뜻한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관계의 해지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법상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민법상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불요식행위로 사직의 의사표시 역시 특정한 방식이 요구되지는 아니한다. 다만, 원고는 피고와의 근로관계 종료원인이 해고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원고가 피고에게 사직 또는 합의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사실은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①

피고의 정관에 의하면 피고의 사무총장은 피고의 대표자인 회장이 이사 중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임명한다. 위와 같이 임명된 사무총장은 회장의 명을 받아 일체의 사무처리를 담당한다.

②

피고의 사무총장 D은 2021. 1. 12. 오전 11시 2분경 원고에게 전화를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와 D 사이에 약 2분 37초간 별지 전화통화내용 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게 사직 또는 합의해지의 의사 표시를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의 사직 또는 합의해지 의사가 담긴 사직서 등 원고의 위와 같은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원고가 구두로 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승인하는 의결을 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위와 같은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었는지 여부와 위 위원회의 논의 및 의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제출된 바 없다.

②

원고는 D과의 통화 과정에서 D의 ‘인사위원회의 사퇴 결정에 따라 사퇴하겠다고 두 번이나 약속을 하지 않았냐’는 말, ‘원고를 면직 처리하기로 하였다’는 말 등에 대해 이를 부정하거나, 이에 대해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는 하였다. 또한 원고는 ‘지금 면직하게 되면 제가 다시 들어갈 일도 없고’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위 통화를 통해 또는 그전에 두 차례 걸쳐 피고에 대하여 구체적, 확정적으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③

오히려 D은 위 통화 과정에서 ‘피고가 인사위원회를 통해서 자진 사퇴를 의결했다’, ‘원고가 사퇴서를 제출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려해서 회장님이, B에서 면직처리하기로 했다’, ‘E 문제가 결백으로 판정되면 그때 적절한 복원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게 B의 결정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원고의 사직 또는 합의해지의 의사표시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상황이었다면, 굳이 피고의 인사위원회가 원고의 자진 사퇴를 의결하고, 피고의 회장이 특별히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기 힘들다는 사정을 고려해서 면직과 관련한 업무 처리를 지시할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가 피고에 대해 사직 또는 합의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에 따라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차후 적절한 복원 조치를 해주기로 약속한 이유에 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④

원고는 2020년 10월경 E이 원고에게 개인적인 금전 비리가 있다는 내용의 문제를 제기하였던 사실은 자인하면서, 다만 원고의 명예를 회복하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D 등이 모두 함께 사표를 내면 원고도 사표를 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D은 앞서 본 원고와의 통화 과정에서 ‘E 고발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문의하였고, 원고가 ‘고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때까지 좀 해결할 때까지 좀 기다려 달라는 말씀이었는데’라고 말하였다. 또한, D은 ‘E 문제가 결백으로 판정되면, 적절한 복원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원고의 주장과 같이 자신에게 제기된 비리 문제와 관련하여 D에게 관련자들이 모두 함께 사표를 내면, 원고도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가 D에게 사직과 관련한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원고의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사직의 의사표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른 근로관계의 종료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퇴직’이라고 볼 수 없고, ‘자동소멸’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로 인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통해 원고를 해고하면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이에 대하여 피고가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에게 해고 무효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김수현 이도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