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7. 11. 선고 2022가단294880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 A는 2018. 4. 2.부터 2022. 5. 8.까지 피고에 재직하였던 자이며, 원고 B는 2019. 8. 12.부터 2022. 4. 21.까지 피고에 재직하였던 자이다.

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이연성과급에 관한 원·피고간 근로계약서, 피고의 내부규정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일괄하여 ‘이 사건 성과보상규정’이라 한다).

다.

피고는 원고 A에 대한 2021년도 직원 본사영업성과급으로 146,300,000원을, 원고 B에 대한 2021년도 직원 본사영업성과급으로 126,800,000원을 각 책정하였다. 이후 피고는 원고 A에게 위 146,300,000원 중 50%에 해당하는 73,150,000원을, 원고 B에게 50%에 해당하는 63,400,000원을 각 2022. 3. 25.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각 50%에 해당하는 돈은 지급하지 않았다(이하 ‘이 사건 이연성과급’).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4, 을 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근로기준법 제7조의 강제근로 금지 규정 위반 주장

피고의 이연성과급의 재직조건부 지급합의는 사실상 근로자에게 계속적인 근로 및 재직을 강요하는 규정에 해당하므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7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나.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 전액의 지급의무 규정에 위반 주장

이 사건 이연성과급은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소정의 임금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 사건 이연성과급에 지급일 재직요건을 부가하여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된다.

다.

무효 주장 :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 자유 규정 및 민법 제103조 위반

이 사건 성과보상규정은 헌법상 규정되어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대히 침해한 규정이거나, 원고들의 직업의 자유,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이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므로,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라.

신의칙 위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

피고는 성과보상규정 제17조 제2항에 따라 퇴직자에 대하여도 잔여 이연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신뢰와 기대를 부여하였는데,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2022년부터 퇴직자에 대하여 이연성과급을 지급을 거부한 것은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한 것이거나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3.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7조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 밖에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하려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의 수단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정신적․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지급일 재직요건 규정’ 내지 ‘이연성과급의 재직조건부 지급 합의’는,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의 수단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정신적․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이 볼 증거가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7조의 강제근로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34729 판결 등 참조).

상여금이라 하더라도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되어 있다면 이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나, 그 지급사유의 발생이 불확정적이고 지급조건이 경영성과나 노사관계의 안정 등과 같이 근로자 개인의 업무실적 및 근로의 제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요소에 의하여 결정되도록 되어 있어 그 지급 여부 및 대상자 등이 유동적인 경우에는 이를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4807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이연성과급은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매년 피고의 경영성과에 따라 그 지급 여부나 지급 기준 등이 정해졌고, 평가보상위원회 등의 결의에 따라 구체적인 지급조건이 결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이연성과급은 매년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밖에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나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이연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이연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이연성과급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무효 주장(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 자유 규정 및 민법 제103조 위반)에 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이연성과급에 관하여 지급일 이전에 자발적으로 퇴직한 경우 지급을 제한하는 재직요건이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들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는 현저히 불공정한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금융투자회사에서 이연성과급 지급을 재직요건과 결부시키는 것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여 위험성이 큰 업무수행을 하고 과도한 성과보상을 받은 직후 임의로 퇴사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데 적합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②

성과보상 이연지급제도는 금융투자회사의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할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서, 이연성과급은 과거의 단기성과만을 고려한 보상이 아니라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 및 잠재적 리스크까지 고려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과급 중 이연지급되는 부분은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가라고도 볼 여지가 있는데, 이연지급기간 도중에 퇴직하였다면 퇴직일 이후의 장기성과와 리스크 관리에는 기여하지 못하게 되므로 이연성과급이 퇴직 임직원에게 당연히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퇴직으로 인하여 근속을 전제로 가능한 장기성과와 지속적 리스크 관리를 성과보수와 연동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오히려 당해 금융투자에 전문성이 있던 담당자의 퇴직으로 인하여 그 상품의 장기적 리스크나 관리상 위험이 사실상 커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러한 장기 성과 및 지속적 관리와 연동되는 보상체계로서 이연된 성과보수를 퇴직자가 자신의 온전한 권리로서 주장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③

이연성과제도에 따라 이연기간 중 손실이 발생하거나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경우 이연지급액이 축소되거나 재산정될 수 있으므로, 이연성과급은 단순히 금액이 확정된 상태에서 지급기일만 연기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재직 중 지속적 위험 관리와 더불어 점진적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므로, 그 퇴직 당시 이연성과급의 지급이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④

성과급을 지급할지 여부,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장기간에 걸쳐 이연하여 지급할지 여부, 지급일 재직요건 규정을 두어 자발적 퇴직자에 대해 이연성과급의 지급을 제한할지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피고의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⑤

원고들은 전체 성과급의 50%를 이미 당해 연도에 지급받아 업무의 성과에 대한 대가를 이미 상당 부분 보상받았다.

⑥

위 각 고용계약과 피고가 매년 시행하는 성과보상기준 등에는 이연성과급에 대한 지급일 재직요건이 명시되어 있고,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성과급을 이연지급 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음을 숙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로서는 퇴직으로 이 사건 이연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⑦

결국 원고들이 이 사건 이연성과급을 포기하고 피고 회사에서 퇴직할지 여부는 원고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져 있었다. 원고들이 퇴직으로 인해 이 사건 이연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원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새로 적극적으로 부과되는 불이익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은 이 사건 이연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대신 퇴직 후 더 나은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회사로 이직하는 방법을 통해 보상받을 가능성도 있다.

⑧

이연성과급 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상체계를 장기성과에 연동시켜 단기위험 추구 경향을 억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데, 이러한 장기성과와 지속적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담당자인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근속이 바람직하다. 이연성과급에 대한 지급일 재직요건에 의해 사실상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전직의 자유 등이 일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과체계의 합리화를 통한 채권자 보호와 금융투자거래의 건전성 확보라는 거시적 목적 달성을 위한 부수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고, 전직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신의칙 위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한 판단

퇴직자에 대한 이연성과급 지급여부에 관하여 피고의 성과보상규정 제17조 제2항은 대표이사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로서는 매해 지급일 기준 회사의 자금상황, 수익구조의 안정성, 당해 연도의 손익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 기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이연성과급의 지급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가 2022년부터 자발적 퇴직자에 대하여는 이연성과급을 지급할지 여부에 대하여는 전적인 재량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안홍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