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전국의 금융산업 관련 업무 및 기타 사무 서비스직에 종사하거나 종사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2011. 12. 15. 설립된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그 전인 1999. 4. 1. C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직되어 활동하던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피고는 상급단체인 D노동조합연맹 소속이었다가, 위와 같이 원고가 설립된 2011. 12. 15.경 상급단체를 원고로 변경하여 원고 E지부로 활동하였다.
피고는 2022. 4. 15.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의 건’으로 원고에서 탈퇴하고 조직형태를 원고 E지부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인 B 노동조합으로 변경한다는 안건을 논의하였는데, 위 안건은 총 대의원 52명 중 34명이 출석하여 그중 찬성 33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었다(이하 ‘이 사건 결의’라고 한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22. 4. 19. 원고에게 조직형태 변경사실을 통지하였고, 위 변경사항에 관하여 2022. 5. 16. 영등포구청장으로부터 노동조합설립 신고사항 변경신고증을 교부받았다.
피고는 1999. 4. 8. 자체 규약을 제정한 다음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강령으로 삼고 있는데, 그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1>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8, 9,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원고의 주장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은 원칙적으로 조직형태 변경을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하부조직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되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는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거나 독자적인 단체교섭능력이 없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하부조직의 경우에만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 그런데 원고의 내부 조직인 지부에 불과한 피고는 위와 같은 실질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조직형태 변경결의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이 사건 결의 이후인 2022. 5.경부터 피고가 미납한 조합비<2> 중 일부로서 50,869,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2/3 이상의 찬성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쳐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위 규정은 노동조합의 해산·청산 및 신설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조직형태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설립 및 그 조직형태의 변경과 관련하여 이를 해석·적용할 때에는, 위 규정의 위와 같은 실질적인 의의 및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고 아울러 헌법 및 노동조합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와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설립 및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 제2조 제4호 본문, 제5조, 제10조와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형태의 변경 제도의 취지와 아울러 개별적 내지 집단적 단결권의 보장 필요성, 산업별로 구성된 단위노동조합의 지부·분회·하부조직의 독립한 단체성 및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에 관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은 노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노동조합의 단순한 내부적인 조직이나 기구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하지만,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되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산업별 연합단체에 속한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위 규정에서 정한 결의 요건을 갖춘 소속 조합원의 의사 결정을 통하여 산업별 노동조합에 속한 하부 조직의 지위에서 벗어나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함으로써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하부조직은 스스로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산업별 노동조합과 독립하여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의사 결정 능력을 갖춘 이상, 하부조직은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총회에 의한 자주적·민주적인 결의를 거쳐 하부조직의 목적 및 조직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으며, 나아가 단결권의 행사 차원에서 정관이나 규약 개정 등을 통하여 단체의 목적에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추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실체를 갖추고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하부조직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독립한 근로자단체로서의 실체를 유지하면서 산업별 노동조합에 소속된 하부조직의 지위에서 이탈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 이와 같은 법리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의 실질을 가지고 있는 하부조직의 경우에도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에서 정한 결의 요건을 갖춘 소속 근로자의 의사 결정을 통하여 종전의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라는 외형에서 벗어나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업별 노동조합의 하부조직이더라도, 외형과 달리 독자적인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 유사의 독립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자주적·민주적인 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소속을 변경하고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고, 노동조합 또는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반영한 위 규정에 관한 해석이 근로자들에게 결사의 자유 및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및 노동조합법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조직형태 변경의 실체적 요건 충족 여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5 내지 7, 1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의 단순한 하부조직을 넘어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되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조직이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을 보유·행사하고 있으므로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조직형태 변경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였다.
피고는 C 소속 근로자들의 자주적 결사체로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옹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독립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었다가[을 제1호증, 피고 규약(이하 ‘규약’이라고만 한다) 제3, 5조], 2011. 12. 15.경 원고의 지부로 편입되어 피고 조합원들이 원고 소속으로 변경되는 조직형태 변경을 하였으나, 그 뒤에도 여전히 ‘B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같은 목적으로 활동하면서(규약 제1, 3조), 독자적인 자체 규약에 근거하여 최고의결기구인 조합원총회, 대의기구인 대의원대회, 집행기관인 중앙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규약 제14, 17, 18, 22, 24, 26조), 조합원 직접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하여 피고를 대표하도록 하는 한편(규약 제40, 44조), 조합임원, 대의원 및 지부간부를 선출하기 위한 선거관리규정(규약 제36조)을 마련하여 운영하였다.
또한 규약에 의하면, 조합원총회에서 단체협약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단체협약 및 보충협약에 관한 실무적인 사항을 심의·의결하고(규약 제17, 26조) 위원장이 대표권을 갖고 대의원대회의 승인을 얻어 사용자인 C과 단체협약 및 보충협약 기타 노사협약을 체결하게 되어 있다(규약 제59, 60조). 이를 근거로 피고는 2011. 8. 30. 사용자를 ‘C’, 노동조합의 명칭을 ‘피고’로 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원고의 하부조직으로 전환된 이후인 2014. 8. 29., 2015. 12. 30., 2016. 11. 4.에도 원고를 통하지 않고 피고 스스로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여 C과 임금 및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가 형식상 원고의 지부로 편입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업별 단위 노동조합으로서 원고의 구성원의 지위를 가짐과 동시에 독립된 노동조합으로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행위를 하여왔음을 알 수 있다.<3>
을 제10호증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결의에 따라 규약을 개정 또는 제정하면서 상급단체인 원고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는 정도의 변경만 한 것으로 보이고, 설립목적, 소재지, 구성원, 기구·조직의 구성과 권한 등에 변동이 없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결의 전후로 피고는 단체로서의 실질이 동일성을 갖고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원고에서 탈퇴하여 다시 피고를 신설하는 절차를 거치는 대신 조직형태를 변경함으로써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다.
한편 피고가 원고 지부로 활동하면서 C의 각종 인허가, 감독, 검사 및 제재의 대상인 금융회사들과 같은 산업별 노동조합에 속하게 되어 업무의 중립성이 침해되거나 노동조합의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청탁이 들어오기도 하였는바, 피고가 이러한 이해상충의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 사건 결의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이므로, 조직형태 변경의 실질적 타당성도 인정된다.
조직형태 변경의 절차적 요건 충족 여부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총회를 개최하여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하고, 노동조합법 제17조 제1항에 의하면 노동조합은 규약으로 총회에 갈음할 대의원회를 둘 수 있다. 한편 피고 규약 제17조는 연합단체의 설립, 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제6호),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사항(제8호)은 조합원총회의 심의·의결사항으로 두면서, 제22조에서 조합해산을 제외하고는 대의원대회가 조합원총회에 갈음하는 결의기관이며, 그 기능은 조합원 총회와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계 법령과 피고의 규약을 종합하면, 피고는 총회에 갈음하는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적법하게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2022. 4. 15.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의 건’을 논의한 사실, 위 안건은 총 대의원 52명 중 과반수가 넘는 34명이 출석하여 그중 3분의 2가 넘는 33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결의는 조직형태 변경의 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였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하부조직에서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이 사건 결의는 적법·유효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미납 조합비 청구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