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 중 ‘1,620,00원’을 ‘1,620,000원’으로 경정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건설업 등을 하는 법인으로서 도급받은 건축공사에 관하여,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 등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E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위 하도급계약 사업장을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원고들은 E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20. 10. 28.부터 2021. 2. 20.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
원고들은 2021. 3. 22.경 아래와 같은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는 노무비입금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고 한다)의 하단에 있는 확약자란에 서명·무인하였다.
I은 2021. 4. 3. “2021. 3. 작성·날인한 이 사건 확약서의 입금일자 2021. 3. 26. 받기로 한 23,240,000원을 2021. 4. 3. 받았음을 확인합니다. 이에 피고에서 발주한 3개 현장 형틀목수 노무비를 전부 받았기에 이에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입금일자 변경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그런데 이후에도 E는 이 사건 사업장에 관하여 원고 A에게 1,000,000원, 원고 B에게 1,280,000원, 원고 C에게 1,620,000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 전 항변 요지
피고는, I에게 2021. 3. 26.까지 23,240,000원을 지급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사업장에 관한 미지급 임금을 전부 받았기에 이에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함으로써 부제소 합의를 하였고, 피고는 2021. 4. 3. I에게 위 23,240,000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이 사건 사업장의 노무비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는 내용의 입금 일자 변경 확인서를 교부받았으므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사업장의 임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판단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이 사건 확약서에는 ‘피고가 I(J) 팀장에게 F 골조공사비 정산금액 23,240,000원을 2021. 3. 26.까지 입급하면 이 사건 사업장 형틀목수 노부비를 전부 받았기에 이에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을 뿐 원고들이 E로부터 임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도 직상 수급인인 피고를 상대로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기재는 없는 점 등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과 형식,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확약서에 서명·무인하였다는 것만으로 피고에 대하여 임금 청구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부제소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확약서에는 피고가 I(J) 팀장에게 23,240,000원을 2021. 3. 26.까지 입금하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는 I(J)에게 위 돈을 위 지급기일까지 지급하지 못하였고, 그 이후인 2021. 4. 3.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설령 이 사건 확약서의 내용이 부제소 합의라고 보더라도 부제소 조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수 없다. I이 2021. 4. 3. 피고로부터 23,240,000원을 지급받으면서 이 사건 사업장의 형틀목수 노무비를 전부 받았기에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입금 일자 변경 확인서를 피고에게 작성하여 주기는 하였으나, 위 입금 일자 변경 확인서는 I이 작성한 것일 뿐 원고들이 작성한 것은 아니어서 원고들에게 그 효력이 그대로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부제소 합의의 조건을 변경하거나 새로이 부제소 합의를 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임금 지급의무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 등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E로부터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고도 E로부터 원고 A는 1,000,000원, 원고 B은 1,280,000원, 원고 C은 1,620,000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E의 직상 수급인으로서 E의 원고들에 대한 위 각 미지급 임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퇴직 후 이 사건 확약서를 통하여 E가 피고로부터 골조공사비를 지급받으면 피고에게 형틀목수 노무비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약정한 것은 임금채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확약서에 원고들이 임금채권을 포기한다는 기재가 없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확약서의 작성 경위, 내용, 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확약서에 서명·무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임금채권을 포기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서 임금을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원칙을 규정하는 한편 위 법 제109조에서 그에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그 이행을 강제하고 있는 취지는 임금이 확실하게 근로자 본인의 수중에 들어가게 하여 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기고 나아가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는바(대법원 1988. 12. 13. 선고 87다카280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률 취지를 참작하면, 근로자가 제3자에게 임금 수령을 위임하거나 대리하게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 할 것이어서, 피고가 I에게 원고들의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I이나 피고 등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이상 피고는 여전히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결국 피고는 E와 연대하여 원고 A에게 1,000,000원, 원고 B에게 1,280,000원, 원고 C에게 1,62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원고들이 최종 근로를 제공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1. 3. 7.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 중 ‘1,620,00원’은 ‘1,620,000원’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석동(재판장) 김현주 임효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