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금천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실경영자로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7. 17.경부터 2022. 8. 18.경까지 위 회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에게 퇴직금 8,208,546원을 당사자 간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퇴직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측에 대하여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주고 있으므로, 위 퇴직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고, 따라서 사업주가 법인일 경우에는 위 14일이 경과할 당시에 퇴직금 등의 지급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그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짐이 원칙이고,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그 지급권한을 상실하게 된 대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죄책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77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법리는 퇴직금에 대해서도 같다 할 것이다.
판단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직원 D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시점에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 권한 등을 가지고 있다고 볼만한 권한을 가진 실제 운영자 또는 사업경영담당자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회사는 최초에 주식회사 E(이하 'E회사'라 한다)의 회장이자 대표이사인 피고인의 부친 F의 주도하에 설립된 것으로 보이고 F이 주식 중 35%, 피고인의 모친G이 주식 중 50% 등의 주주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건 회사는 실질적으로 F이 운영을 하였지만, F이 사실상의 모회사 성격을 가지고 있는 E회사의 대표이사 겸 회장이었기 때문에 지분 50%를 피고인의 모친 G의 보유로 하고, G을 대표이사로 내세워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는 사무실조차 E회사와 같이하는 등 E회사와 사실상 분리되지 않은 형태로 운영되었다. 초기 운영자금도 E회사의 대여금 등을 재원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E회사와 측으로부터의 차입이나 E회사와 관련성이 있는 거래등을 중심으로 이 사건 회사가 유지 및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1> 그 후 이 사건 회사에 피고인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F의 15% 상당의 지분이 피고인에게 이전되었고, 2016년경 나머지 20% 상당의 지분도 이전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이 사건 회사에서 진행한 각종 사업 등의 진행을 총괄하는 등 실질적인 사업 수행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고, 사업 수행을 위한 직원 채용 등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의 각종 운영자금은 대체로 E회사 측에 의존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고, 자금집행이나 대외적인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법인통장과 법인인감 관리는 E회사의 경영지원실 실장으로 근무하였던 H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H은 그 외에도 이 사건 회사의 행정, 급여지급, 경비처리, 세금계산서 발행, F에 대한 이 사건 회사 상황의 보고 및 각종 의사결정에 관한 승인을 받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F, G은 이 사건 회사는 피고인이 전적으로 운영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경영상황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모른다는 취지로 진
술하였고, 특히 F은 관련 사건에서 H이 위증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도 증언하였다. 그러나 H이 이 사건 회사 및 E회사의 운영상황에 대하여 위증을 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 반면에 F, G은 2020년경부터 E회사 내에서 E회사와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발생한 거래 관계 등과 관련한 문제로 이사해임 관련 소송을 포함한 여러 법률적 어려움을 겪은것으로 보이는 등 이 사건 회사의 운영상황이나 채권, 채무 관계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었을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이 사건 회사와의 관계를 은폐, 축소할 동기 또는 유인이 있어,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H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가 G인 이상 G은 단독으로도 이 사건 회사에 대하여 언제든지 완전하게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고, F은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G과 피고인보다 훨씬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배우자이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의 재무 등을 담당하는 E회사 직원 H을 통해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즉, 이 사건 회사의 사업 수행 등을 총괄한 피고인의 지위나 신분은 언제든지 F 및 G의 의사에 의해 박탈될 수 있고, 통상의 업무 과정에서도 F 측에서 E회사 직원인 H이 이 사건 회사의 재무 관리를 하도록 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내이사이자 소수주주에 불과한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실제 운영자로서 이 사건 회사를 지배하면서 자금집행을 총괄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 사건 회사 관련 계좌에서 F에게 거액의 금원이 이전된 것으로 보이는 듯한 계좌내역이 존재하고, 이 사건 회사에 출근하면서 실제 수행한 업무 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G의 지인 및 F, G의 다른 자녀가 이 사건 회사의 직원으로 있었으며, G이 이 사건 회사의 채권을 회수하여 임금 및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개인 변호사비용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회사의 인사 및 재무 등이 F 또는 G의 의사에 의해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운영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본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회사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F의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E회사에 의존적인 이 사건 회사의 상황까지 보면 법률적·사실적 모든 부분에 있어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운영과 관련하여 F 및 G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아니하며, 자금집행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도 F, G 측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권한이 있는 실제 경영자 내지는 사업경영담당자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F 및 G과 대등한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회사를 F 및 G과 공동으로 경영하였다고 보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그러한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와 E회사 사이의 각종 거래 관계 문제 등이 발생하는 등으로 F이 이사해임 소송 등에서 패소하고, 이 사건 회사의 직원들을 퇴직시키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무렵부터는 그러한 사실상의 위임 또는 공동관계는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정우용
각주1) E회사 내에서의 F, G, 피고인에 대한 이사해임 관련 소송에서도 이 사건 회사와 E회사 사이의 각종 거래관계 등이 문제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회사가사실상 폐업에 이른 것도 위와 같이 E회사 내에서 이 사건 회사와의 거래 관계 등이 문제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