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컴퓨터전자통신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회사이고, 원고는 2022. 1. 1. 피고에 상무로 입사하여 2024. 12. 31.까지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는 2024. 1. 1. 피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원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24. 12. 19.경 원고에게 문자메세지로 이 사건 위임계약은 2024. 12.31. 종료되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2,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통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통보 시점으로부터 이 사건 위임계약 종료일(2024. 12. 31.)까지 출근하지 않는 등 위임계약 종료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해 왔고, 위임계약 종료 이후에도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고 다른 직장에 취업하는 등 이 사건 통보의 효력을 다투지 않다가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그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실효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기는 하나(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10074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이 사건 통보 및 이에 따른 이 사건 위임계약 종료 이후 불과 2~3개월여가 경과하였을 뿐인 2025. 3. 1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위 기간이 원고가 계약 종료에 관하여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피고가 신뢰하게 될 정도의 상당한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원고의 소 제기를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공동대표이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구체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약정 연봉을 임금으로 지급받은 근로자이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통보로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하게 원고를 해고하였고, 그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 절차(해고예고통지 기간준수, 1개월 치 급여 지급 등)를 거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에 따른 2024.24. 31. 자 해고의 무효 확인 및 2025. 1. 1.부터 복직 시까지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원고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를 하고 있으므로, 다음에서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며,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의 경우에도 그 형식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위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524 판결 등 참조). 한편, 회사의 업무집행권을 가진 이사 등 임원은 그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고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라 약정 연봉을 12회로 나눈 금액을 매월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에서 근무할 당시 공동대표이사였던 C이 '원고는 다른 공동대표이사인 D의 지휘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사실확인서는 공동대표이사인 C 본인도 다른 공동대표이사인 D의 지시 없이는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다는 이례적인 내용인 점, C과 피고 사이에 퇴직보상금 관련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선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업무 수행의 자율권 없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2 내지 1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고의 디지털병리본부 본부장으로서 피고 공동대표이사 외에 업무상 상급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채용과정에서도 피고의 일반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절차를 거치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② 원고는 디지털병리본부의 경영, 인사 등에 관한 포괄적인 전결권을 행사하는 등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는 일반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은 점, ④ 피고 공동대표이 사 등이 원고에게 구체적인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하였거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여 근태관리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디지털병리본부의 총괄적인 업무를 위임받아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봄이 상당하고, 공동대표이사 등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종속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 및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원(재판장) 이현지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