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B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가 운영하는 피고 병원의 시설팀에서 각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피고는 2014. 9.경부터 2017. 1. 31.까지 원고들의 근무형태를 5조 5교대제[통상근무(8시간)-통상근무(8시간)-통상근무(8시간)-당직근무(24시간)-비번]로 운영하였는데, 통상근무는 08:30부터 17:30까지 이고, 당직근무는 08:30부터 다음날 08:30까지 이며, 당직근무 24시간 중 12시간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을 인정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을 지급하였고, 당직근무 다음날인 비번은 유급휴무로 운영하였다.
피고는 2017. 2. 1. 당직근무를 폐지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여 같은 날부터 현재까지 원고들의 근무형태를 8시간-8시간-8시간-15시간(이하 ‘15시간 근무’라 한다)-비번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15시간 근무 모두에 대하여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12호증, 을 제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들
원고들이 당직근무를 할 당시 그 근로 내용은 단순히 숙·일직 근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통상근무의 연장 및 야간근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당직근로에 관하여 당직수당을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원고 등에게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및 그에 따라 계산된 퇴직금 중에서 각 지급받지 못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2017. 2. 1.부터 원고들에게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주장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① 근로자대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합의하지 않았고, ② 전자투표로 근로자위원을 선출하였는데 이는 비밀투표원칙에 어긋나며, ③ 원고들의 업종은 계절 또는 시기 별로 업무량에 편차가 많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부적합하고, ④ 원고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시행에 대하여 통지받지 못하였으며, ⑤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이 12시간을 각 초과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
피고
원고들의 당직근로는 감시 또는 단속적 성격으로 업무의 강도가 낮아 통상근무의 연장으로 볼 수 없고, 피고는 당직근무에 대하여 별도의 당직수당을 지급하였을 뿐 아니라 당직근무 다음날을 유급휴일로 보장하여 왔으므로, 위 당직근로는 근로기준법상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는 2017. 2. 1.부터 원고들에게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였고, 단위기간을 평균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들의 2017. 2. 1.부터의 청구는 이유 없다.
2017. 1. 31.까지의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숙·일직이라 함은 정기적 순찰, 전화와 문서의 수수, 기타 비상사태 발생 등에 대비하여 시설 내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노동의 밀도가 낮고 감시·단속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업무는 관행적으로 정상적인 업무로 취급되지 아니하여 별도의 근로계약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원래의 계약에 부수되는 의무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정상근무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관례적으로 실비변상적 금품이 지급되고 있다는 등의 특징이 있으나, 이러한 감시·단속적인 숙·일직이 아니고 숙·일직시 그 업무의 내용이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경우는 물론이고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는 야간·연장·휴일 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여야 하고(대법원 1995. 1. 20. 선고 93다4625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중도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4509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3 내지 16호증, 갑 제19 내지 23호증, 갑 제31 내지 33호증, 을 제4 내지 9호증, 을 제14 내지 16호증, 을 제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병원 시설팀에 근무하던 근로자들 중 자동화/통신 유닛(Unit)은 통상근무시간에 통신, 운송, BAS, 소방설비의 예방점검 및 보수, 고장 및 화재 등 비상 시 대처, 지시사항 및 훈련실시 및 참여 등의 업무를 처리하였고, 당직근무시간에는 4명으로 구성된 1개 교대근무조가 운송, BAS, 소방 감시, ERP 및 전화협조 접수 및 통보, 시설고장접수(1000번) 접수 및 통보, 원내시설물 순찰, 업무일지 작성, 화재 등 비상 시 대처 등의 업무를 처리하였으며, 설비/환경 유닛은 통상근무시간에 각 근로자 개인별 담당업무로 열설비, 냉방설비, 공조설비, 위생설비, 가스설비, 주방설비, 기타비품, 세탁설비, 위험물 및 소화설비, 환경설비 등의 업무를 처리하였고, 당직근무시간에는 6명으로 구성된 1개 교대근무조를 기준으로 반장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열설비, 냉방설비, 가스설비, 공조설비, 위생설비 등의 업무를 처리하였으며, 전기 유닛은 통상근무시간에 전기 신설, 증설, 보수설계 및 관리 등 보수업무, 수배전설비, 분전반설비, 비상전원공급설비, 특수구역점검 등과 관련된 전기업무, 가전제품 관리, 주방장비 점검, CATV, CCTV 점검, 전광판 관리 등 가전업무를 처리하였고, 당직근무시간에는 4명으로 구성된 1개 교대근무조를 기준으로 3명이 전기업무를, 1명이 가전업무를 각 처리하였던 점, ② 원고들은 당직근무일에는 08:30부터 다음날 08:30까지 24시간 동안 당직근무만을 수행하였는데, 통상근무시간인 08:30부터 17:30까지는 주간근무자들이 통상근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원고들은 주로 전화수신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주간근무자들이 퇴근한 17:30부터 다음날 08:30까지는 감시 업무를 주로 수행하면서 간헐적으로 고장처리, 현장출동 업무 등을 수행하였는데, 피고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주간근무시간 이후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실은 계속하여 가동되나, 그밖에 외래환자와 관련된 업무 등은 모두 중단되므로 주간과 야간의 업무량은 차이가 있는 점, ③ 원고들은 시간외근무를 신청한 후 ‘천정형 FCU 2대 교체’, ‘세면기 배수관 막힘 통수작업’, ‘헤파필터 교체작업’, ‘정수기 배관작업’, ‘배기 휀 교체’, ‘온수밸브 설치’, ‘에어컨 고장수리‘, ’디퓨저 증설 및 덕트보강‘, ’네트워크 스위치 교체‘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위와 같은 예방점검 및 보수업무는 별도로 시간외근무를 신청한 후 작업하였고, 원고들은 당직수당과 별도로 시간외수당을 지급받은 점, ④ 2014. 7.경부터 2017. 1.경까지 고장처리 업무와 발생건수를 비교해 보면 주간(08:30~17:30)에는 1일 평균 78건이 발생하였는데, 야간(17:30~08:30)에는 1일 평균 23건이 발생하였고, 특히 당직근무 중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지급받은 1일 12시간(08:30~22:00, 휴게시간 1.5시간 제외)을 초과하는 시간(22:00~08:30)에는 1일 평균 10건이 발생하였는바, 당직근무기간 동안 고장처리 발생건수 자체가 주간보다 상당히 적었고, 원고들은 장시간이 소요되거나 복잡한 고장처리 업무는 다음날 주간으로 인계하여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원고들이 당직근무기간 중 처리한 업무와 관련하여, 2015. 2.경부터 2016. 2.경까지 기간 동안, 원고 C이 2015. 5. 29. 및 2016. 2. 13.에, 원고 D가 2015. 2. 14.에, 원고들을 제외한 시설팀 근로자들이 3회 등 총 6회의 수은처리 업무를 수행하였고, 2014. 8.경부터 2016. 11.경까지 기간 동안, 원고들이 총 24회의 영선보수유닛 고장처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그 빈도를 살펴보면 수은처리 업무의 경우 두 달에 1회, 영선보수유닛 고장처리 업무의 경우 한 달에 1회 정도로 시설팀 근로자들의 숫자, 당직근무의 횟수 등을 고려할 때, 수은처리 업무와 영선보수유닛 고장처리 업무를 원고들이 당직근무기간 중 일상적으로 수행하였던 업무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⑥ 평일에는 피고 병원의 시설팀장 및 유닛 매니저(Unit Manager)가, 휴일에는 피고 병원의 시설팀 대리급 이상 행정당직자가 매일 17:30경 퇴근하고 나면 별도로 당직근무 중에 당직근무자들을 지휘, 감독하는 사람이 없었던 점, ⑦ 피고 병원 시설팀에 근무하는 근로자들 중 자동화/통신 유닛은 4명으로 구성된 5개 교대근무조가 편성되었는데, 자동화/통신 유닛 내에서의 직급이 반장임에도 교대근무조에서는 조원으로 편성되는 경우도 있었고, 자동화/통신 유닛 내에서의 직급이 반장보다 아래인 사원임에도 교대근무조에서는 조장으로 편성되기도 하였으며, 전기 유닛 역시 4명으로 구성된 5개 교대근무조가 편성되었는데, 전기 유닛 내에서의 직급이 반원인 사람들 중에서도 조장이 편성되었는바, 당직근무조의 조장은 조원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부가적으로 사고보고서를 작성하고, 각 업무담당자가 작성한 업무일지를 결재하며, 근무상황을 다음날 당직근무조장에게 인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 조원들을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당직근무일의 22:00부터 다음날 08:30까지 수행한 업무가 본래의 업무가 연장된 경우이거나 그 내용과 질이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017. 2. 1.부터의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효력 유무
을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는 2015. 1. 1.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가 2017. 2. 1.부터 현재까지 원고들의 근무형태를 8시간-8시간-8시간-15시간 -비번 형태로 운영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의 2017. 2. 1.부터 현재까지의 15시간 근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따라 허용되는 통상근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가 근로자대표가 아닌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과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합의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출된 근로자위원이 있는 경우 그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로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과 관련하여 사용자측과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피고가 전자투표 방식으로 근로자위원을 선출한 것이 비밀투표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을 제24, 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가 근로자위원 선출시 사용한 E 그룹웨어는 특정설문을 등록할 때 무기명으로 등록하면 위 그룹웨어 자체에서 설문 참여자를 익명으로 처리하여 특정 개인의 투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사실, 피고는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당시 해당 설문을 무기명으로 등록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가 전자투표 방식으로 근로자 위원을 선출하였다고 하더라도 비밀투표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 시설팀 교대근무자들의 업무는 계절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시기 별로 업무량에 편차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합하지 않고, 원고들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시행에 대하여 통지받지 못하였으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무효라고 주장하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적합한 업종,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에 관한 개별 근로자에 대한 통지방법 등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에 정한 바가 없는 이상 이러한 사정만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2017. 2. 1. 이후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이 12시간을 각 초과하고 있으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근로기준법 제53조 제2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의 근로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7. 2. 1.부터 현재까지 원고들의 15시간 근무는 2015. 1. 1. 도입된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따라 통상근무로 취급하여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지급하였고, 단위기간을 평균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임금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석(재판장) 강영희 이정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