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법리오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검사가 공소사실에 기재하지 않은 '시장성 악화로 인한 전자어음 발행 및 미결제금액 급증' 등을 이유로 삼아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였는바, 이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반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사실오인
㈜C의 2017년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은 4억 원을 상회하였고, 이익잉여금은 줄곧 20억 내지 30억 가량으로 유지되었으며, ㈜C는 2018년 상반기에도 신규 수주계약을 활발히 체결하였고, 진행 중인 현장이 많아 매달 기성공사대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또한 ㈜C의 2018년 전자어음 발행금액과 미결제 잔액, 금융기관 대출금이 전년도에 비하여 급증하지도 않았다. 다만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성공사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여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일 뿐,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을 당시 부도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고 편취의 고의도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법원 2019고단1090 사건 공소사실 중 3번째 및 4번째 문단을『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2017년 이후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급상승하였으나 원도급업체에 상승분 지급을 요구할 수 없게 되면서부터 시공을 하더라도 이익이 나지 않았고 2017년 한 해 동안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25억 2,348만 원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회사 운영비 등을 조달하는 상황이었고, 조만간 개선이나 변화를 기대할 여지가 없어 새로운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이익이 발생되지 않는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SR파이프 등 건설자재를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8. 1. 2.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SR파이프40SU 등 시가 260,616,420원 상당을 공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와 같이 2018. 1. 20.경부터 2018. 5. 30.경까지 총 7회에 걸쳐 합계 828,065,723원 상당의 자재를 공급받았다.』로 변경하고, 별지 범죄일람표를 이 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로 변경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의 대상이 달라졌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이에 따라 불고불리원칙 위반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의미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변경된 공소사실을 전제로 하여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이 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제3 내지 7번에 관하여
이 사건 공판절차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즉, 피고인은 ㈜C를 운영하면서 피해자와 2014년부터 거래를 하여 2017년까지는 이에 따른 공사대금이나 물품대금을 제대로 지급했다. ㈜C의 재무제표에 적힌 2017년 당기 순이익은 4억 원을 이른다. ㈜C의 부채는 2014년부터 약 70억 원 가량으로 유지되었고 어음발행 규모가 2018년 들어서 급증한 것도 아니다. ㈜C는 당시에도 진행하는 현장들이 다수 존재하여 매달 수입이 발생하였고, 2018년에 신규 공사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2018. 5.말까지 거래처로부터 지급받아야 하는 공사대금 중 약 6억 원 가량의 지급이 지체되었다. 이러한 사정들은 일응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2018. 2. 20.경부터는 이미 변제의사나 능력이 희박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기망하고 건설자재 등의 재물을 편취하였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2018. 6. 2.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전자어음 결제대금 40억 원 중 10억 원 가량이 부족하고 더 이상 자금을 융통할 방법도 마땅치 않자 2018. 5. 31.과 6. 1.경 사이에 전자어음 결제대금 등의 용도로 은행계좌에 예치하고 있었던 약 33억 원 중 18억 원을 인출하여 ㈜C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 지급에 사용하고, 나머지 금원은 거래처 대금 등에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2018. 6. 2.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40억 원 상당의 전자어음을 결제하지 못하였고 ㈜C는 부도처리되었다.
피고인 주장에 의하더라도 2018. 5. 31.까지 지급되어야 하는 공사대금 중 미지급된 금원은 약 6억 원 가량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8. 6. 2.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전자어음이 약 40억 원이고, ㈜C에서 상시 근로자 급여액으로 지출되는 금원도 월 1억 원에 달하며, 약속어음 이외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설령 위 6억 원을 지급받았더라도 조만간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전자어음이나 다른 물품대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2017년에 들어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시공을 해도 이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위 채권자 목록에 나타나는 약 25억 23,485,035원 법인 명의 대출금은 모두 마이너스 대출금입니다. 저는 2017년 12경까지 마이너스 대출금으로 적자를 메워가며 사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에 들어와 마이너스 대출금 한도가 다다랐고 ㈜C 명의 전자어음 발행금액을 늘려 적자를 메웠습니다. 그렇게 행위한 이유는 새로이 공사를 수주하여 기성금으로 전자어음을 결제하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1권 제137면). 이러한 재정상황 악화원인에 비추어 ㈜C의 재정상황은 조만간 개선이나 변화를 기대할 별다른 여지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이 전자어음결제에 사용한 ㈜C 명의의 은행계좌 내역과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C는 2016년에는 매달 약 20억 원 안팎의 전자어음 결제대금이 필요하였는데, 2017년부터 차츰 증가하여 2018. 1.경 약 31억 원, 2018. 2.경 약 35억 원, 2018. 3.경 약 38억 원, 2018. 4.경 약 25억 원, 2018. 5.경 40억 원이 전자어음 결제대금으로 소요되었다.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와 거래하면서 송산현장과 중계펌프장에 관한 물품대금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평택현장에 관한 물품대금은 어음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현금의 경우 대금을 청구한 날이 속한 달의 다음 달의 말일까지 지급하여 왔고, 어음의 경우 대금을 청구한 날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0일에 만기를 발행일로부터 5월 이내로 하는 어음을 발행해 왔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2018. 1. 2. 납품한 자재대금 260,616,420원 중 현금지급약정 부분 251,148,687원을 2018. 1. 31. 현금으로 지급하였고 2018. 1. 20. 납품한 자재대금 143,215,799원 가운데 현금지급약정 부분 110,502,054원 중 100,4456,413원을 2018. 3. 5. 현금으로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은 지급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2018. 2. 20.경 납품한 물품대금에 관하여 어음을 발행하면서 피해자와 상의 없이 발행일로부터 5월을 초과하는 날을 만기로 한 어음을 발행하였으며, 2018. 3. 20.경 납품한 물품대금 중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부분에 관하여 피해자와 상의 없이 만기가 발행일로부터 5월을 초과하는 어음을 발행해 주었다.
위와 같이 ㈜C는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시공을 하더라도 이익이 나지 않고 경영사정의 개선 여지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부족한 자금을 피고인과 ㈜C의 대출금이나 전자어음을 발행규모를 늘리는 방법으로 충당하고, 사업을 지속하는 데에 필요한 부분에 우선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2018. 2.경부터 피해자에게 물품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기 시작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늦어도 2018. 2.경에는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납품받더라도 자금부족으로 그 대금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사업을 더 지속할 방편으로 피해자에게 거래처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아 변제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물품을 계속 납품받았다고 할 것이다.
이 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 2번에 관하여
한편 이 사건 공판절차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2018. 1.경까지 납품받은 물품의 대금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상당부분을 지급하였고, 피해자도 수사기관에서 위 물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속은 부분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물품대금을 편취하였다는 사실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도 일부 이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직권파기사유도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