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미장방수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건설공사계약을 각 체결하고 E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미장공사(원고 A) 또는 조적공사(원고 B, C)의 현장소장으로 일하였던 사람들인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된다.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 A은 1997. 5.경, 원고 B는 2010. 10.경, 원고 C은 2002. 3.경 각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피고의 공사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다 퇴직한 근로자들인데, 피고는 원고들에게 연차휴가수당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 단
원고들은 각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으므로, 먼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들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갑 제2 내지 5, 7 내지 9, 11, 15, 2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매월 일정 금액의 돈을 지급받았고 위 돈에 대한 근로소득세도 납부한 사실,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공사 인부들을 위한 숙소를 제공한 사실, 원고 A, C은 피고가 가입한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은 바 있고, 원고 B는 1년 미만의 일용·임시직 건설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퇴직공제제도의 적용을 받은 사실, 피고는 원고들이 데리고 온 임시 근로자들에게 직접 노무비를 지급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6호증, 을 제12, 1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들은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가 E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받은 공사 중 미장공사와 조적공사 부분을 원고들에게 다시 하도급을 해 준 피고의 하수급인들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원고들이 일하는 피고의 공사현장 별로 각 건설공사계약서 등을 작성하였고, 위 각 공사계약서 상의 공사금액은 각 공정별 단가와 수량을 기초로 산정되었다.
원고들은, 위 각 건설공사계약서 등에 원고들이 서명 날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위 서명 날인 당시 그 건설공사계약서 등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므로(민사소송법 제358조), 인영 부분 등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문서는 그 전체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성 명의인이 그러한 서명·날인·무인을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고, 문서 작성 당시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만을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한다고 볼 것이므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한데(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1140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위 각 건설공사계약서 등의 중요한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원고들이 서명 날인만을 먼저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각 계약내역서 말미 부분과 각 건설공사계약서 제20조(특약사항)에는 “매월 기성 수령금에서 원고들의 요청대로 일정 금액을 비용 등으로 지급 후 최종 정산 시 지급 공사대금으로 반영하여 정산하고, 기성 수령 후 노임 및 자재, 장비, 식대 등을 피고가 직접 송금 및 지불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매월 일정 금액의 돈을 지급받은 것과 원고들이 데리고 온 임시 근로자들에게 피고가 직접 노무비를 지급한 것은 위와 같은 각 공사계약에서 정한 기본약정 내지 특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전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에는 직원들의 채용방법 및 절차, 근로조건, 복무규정, 징계 등에 관하여 규정되어 있는데, 원고들이 위 규정의 적용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특히, 원고들은 취업규칙에 따른 미지급 연차휴가수당을 구하면서도 매년 8할 이상의 근로를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증명을 하지 않고 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원고들은 피고의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출퇴근 및 근로시간 등 근태에 관한 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A, C은 피고가 가입한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았고, 원고 B는 퇴직공제금 적립의 혜택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피고가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성립 여부와는 무관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원고 A, C의 고용보험내역서와 원고 B의 퇴직공제금 적립내역서에서 알 수 있는 원고들의 각 근무기간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각 근무기간과 다른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각 고용보험내역 및 퇴직공제금 적립내역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성립된 본래의 실질적인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자신들과 피고 사이에 건설공사계약이 체결된 각 공사현장에 관한 구체적인 특기사항은 원고들에게는 사실상 업무지시와 같았고, 피고가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의 안전보건교육 등을 받도록 하는 등 원고들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공사 도급인이 공사를 도급하면서 공정별 특기사항 및 주의사항 등을 약정하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이고, 도급인으로서는 공사현장의 안전을 위해 수급인에게도 안전보건교육 등에 참여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피고가 공사현장에서 원고들을 지휘·감독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은 공사에 필요한 자재 및 작업도구 등을 모두 피고가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원고들이 제출한 ‘습식공사 특기사항’에 의하더라도 지급자재 최초 하역을 위한 장비, 가설전기의 메인 분전함 등 일부 장비만 피고가 제공하고 그 나머지 장비 등은 원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완(재판장) 곽새롬 한성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