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C 현장에서 골조공사를 진행한 건설회사이다.
D 외 41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은 위 골조공사 중 알폼<3>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였는데,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아래와 같이 2022. 1월분 및 2월분 임금 수령 권한을 피고에게 위임하는 위임장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위임약정’이라 한다).
<2>
원고는 피고에게 2022. 3. 2. 2022. 1월분 임금 명목으로 합계 129,837,550원, 2022. 4. 11. 2022. 2월분 임금 명목으로 합계 252,539,640원을 각 송금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22. 5.경 2022. 1월분 및 2월분 임금 합계 176,970,000원<4>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에 진정을 제기하고 관련자를 고소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2022. 11. 21. 126,480,000원, 2022. 11. 29. 48,790,000원, 2022. 12. 16. 1,700,000원 등 합계 176,970,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을 대리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아니하고 횡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176,970,000원을 지급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았으므로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하도급대금의 소유권은 피고에게 있어 횡령이 성립하지 않고, E에게 이 사건 공사를 재하도급하고 재하도급대금을 모두 주었음에도 E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노임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도급 및 재하도급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하도급계약이, 피고와 E 사이에 재하도급계약이 각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사건 위임장을 교부받은 사실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헤베당 13,000원에 하도급받아 이를 E에게 헤베당 9,500원에 재하도급하였고 E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하도급대금을 전부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원고 공무차장으로 근무하는 F도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원고도 소장에서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하였다고 주장하였었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2022. 3. 2. 2022. 1월분 노무비 명목으로 129,837,550원을 송금받아 E이 지정한 계좌에 2022. 3. 3. 8,000,000원을, 2022. 3. 7. 107,980,000원을 각 송금하였고, 2022. 4. 11. 2022. 2월분 노무비 명목으로 252,539,640원을 송금받아 2022. 4. 11.부터 2022. 4. 13.까지 E이 지정한 계좌에 합계 180,150,000원을 송금하였는바, 피고가 E에게 송금한 액수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미지급 받았다고 신고한 2022. 1월분 및 2월분의 임금 합계액인 176,970,000원을 훨씬 상회한다.
원고와 피고는 먼저 시공 면적 내지 수량에 단가를 곱하여 대금을 정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의 2022. 1월분과 2월분의 임금으로 산정하여 지급한 액수(갑 제1호증의 1, 갑 제2호증의 1)는 각 해당월의 노무비 정산액(을 제2, 3호증)과 거의 비슷한데, 노무비 정산내역상의 이 사건 근로자들의 인당 평균 단가가 매월 185,543원부터 399,102원까지로 일정하지 않고, 이는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일당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위와 같이 근로계약서가 존재하는 것 때문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산정한 대금을 이 사건 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의 형태로 환산하여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당 170,000원을 지급받았던 것으로 보이는데(갑 제3호증), 이는 근로계약서상의 일당액수(150,000원 또는 160,000원)와 다를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금액이 이를 상회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의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을 대신 수령하여 전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나 피고가 아니라 E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E이 피고에게 ‘40명은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 ‘40사람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라면서 송금을 독촉하였다.
횡령 여부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이 피고는 원고로부터 하도급대금을 받은 것이어서 피고가 위탁관계에 의하여 원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횡령이 될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송금받아 그중 이 사건 근로자들이 받아야 할 임금 합계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바로 E에게 재하도급대금 명목으로 송금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구상금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①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의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함으로써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동액 상당의 채무를 면하는 이득을 얻었으므로 원고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고, ② 원고가 이 사건 위임약정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채무가 없음에도 피고를 대신하여 176,97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구상채권을 가지며, 설령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피고와 연대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임금 미지급은 전적으로 피고의 고의, 과실에 의한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176,970,000원 전부에 대한 구상채권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44조의2<5>에 따른 연대책임에 의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노임을 지급한 것이어서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이를 지급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자는 피고가 아니라 E이며, 원고는 E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원고의 임금지급의무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로서, 건설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금지급방식을 개선하여 건설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입법취지를 두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위반하여 임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한 직상 수급인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입법 취지, 규정 내용과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약정을 하였더라도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7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피고가 E에게 순차로 도급을 주었는데, E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2항은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건설산업기본법」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E과 피고는 건설산업기본법상의 건설업자가 아니므로, 그 상위 수급인 중 최하위의 건설사업자인 원고가 직상 수급인으로서 하수급인인 E과 연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피고에게 직상 수급인인 원고로부터 임금을 수령할 권한을 위임하였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임금지급의무를 다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허용하는 것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를 형해화하는 결과가 되므로 임금수령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이 사건 위임약정은 강행규정 위반으로 그 효력이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구상금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직상 수급인으로서 하수급인인 E과 연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반면 피고는 E에 대한 하도급인일 뿐이어서 E의 직원들에 대하여 임금지급의무가 없고,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임금지급채무를 부담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임금지급채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위 주장들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춘수
각주1)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 179,970,000원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176,970,000원의 오기로 보인다.
각주2) 2022. 1월분 및 2월분 위임장이 작성되었으며, 2월분 위임장에는 ‘2’라고 기재되어 있다.
각주3) 알루미늄 거푸집.
각주4)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일당 170,000원에 실제 근로일수를 곱하여 각 체불임금을 산정하였다.
각주5)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건설업에서 사업이 2차례 이상「건설산업기본법」제2조 제11호에 따른 도급(이하 "공사도급"이라 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 같은 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해당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임금으로 한정한다)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제1항의 직상 수급인이「건설산업기본법」제2조 제7호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때에는 그 상위 수급인 중에서 최하위의 같은 호에 따른 건설사업자를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