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7. 25. 선고 2023노930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E은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와의 용역계약 내지 위탁계약에 따라 E 소유의 차량을 지입하고 자신의 계산으로 버스 운행업무에 종사한 사실이 있을 뿐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E은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이 사건 회사는 전세버스 운송업을 하는 회사이고, E은 2009. 3. 20.부터 2021. 12. 31.까지 이 사건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 등록된 차량을 출·퇴근 통근버스 또는 통학버스로 운행하는 운전기사로 일하였다.

②

E은 이 사건 회사가 배차를 하고 운행 구간이나 노선을 설정해 주면 그에 따라 버스를 운행하였고, E이 자율적으로 업무 내용을 결정할 권한은 없었으며, 임의로 본인 외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운전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도 없었다.

③

E은 주 5일 근무를 하면서 오전 6시 내지 7시 정도에 출근하여 오후 6시 내지 6시 30분 정도에 퇴근하였고, 버스를 운행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약 4시간가량이었다. E은 출·퇴근 또는 등·하교 시간 사이에 비는 시간에는 주로 휴식을 취하면서 대기를 하거나 차량 관리 등의 업무를 하였고, 간혹 회사에서 다른 배차를 해주면 그에 따라 버스를 운행을 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회사에서 지정한 운전기사 대기 장소 및 버스 주차장이 별도로 있었다. 또한 이 사건 회사는 E의 차량 운행과 관련한 민원이 발생하였을 때 E에게 며칠간 배차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④

E이 출·퇴근 또는 등·하교 시간 외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 사정은 있으나 이는 통근버스 또는 통학버스 운행이라는 근무형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E이 이 사건 회사와 관계없는 다른 운행업무를 하여 추가적인 소득을 올린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이 편의상 회사에서 지정한 주차장이 아닌 집 근처에 차량을 주차하였고, 휴일에 이 사건 회사의 통제가 느슨하여 이 사건 회사에서 지정한 운행 외에 다른 용도로 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으로 인해 E이 차량 운행과 관련하여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⑤

이 사건 회사와 E 사이에 2013. 3. 20.자로 촉탁근로계약서가 작성되어 있는데, 위 계약서에는 출·퇴근 시간과 휴게시간, 1주 근무시간과 1일 근무시간, 기본급과 각종 수당에 관한 사항, 성실근로 이행, 고용관계 즉시해지 사항 등이 명시되어 있다(이에 대하여 E은 이 법정에서 위 계약서 작성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불법 지입차량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위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 근로계약서 외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용역계약 또는 위탁계약 체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계약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⑥

E이 차량 운행으로 인한 각종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회사로부터 매월 고정적인 기본급 및 운행실적에 따라 계산된 금액에서 보험료, 운영비, 범칙금, 주차비, 유류비, 세금 등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받았다. 이 사건 회사는 E에 대하여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신고를 하였고, 보험료는 E의 급여에서 공제되었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다92494 판결,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다6274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이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와 달리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이 사건 회사와 피고 사이에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처분문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이 사건 회사와 E 사이에 2013. 3. 20.자로 촉탁근로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으나, 이에 대하여 E은 원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계약서 작성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공판기록 제67면)하였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불법 지입차량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위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증거기록 제313면)하였다. 그렇다면 위 계약서가 이 사건 회사와 E 사이에 적용되는 계약서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 외에 이 사건 회사와 E 사이에 적용될 수 있는 별도의 계약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②

E은 이른바 지입차주로서 2009. 3. 20.부터 2021. 12. 31.까지 이 사건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 등록된 해당 지입차량을 출·퇴근 통근버스 또는 통학버스로 운행하는 운전기사로 일하였고, 퇴사할 무렵에 이 사건 회사의 또다른 지입차주인 K에게 2,700만 원을 지급받으면서 해당 지입차량의 실질적 소유권을 양도하였다(당심 증인 K의 진술 녹취서 제11면).

③

E의 수사기관 진술 및 원심 진술의 신빙성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 E은 고용노동청 조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회사와 관계없는 다른 운행업무를 하여 추가적인 수익을 올린 적은 없다고 진술하여 왔고 특히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L교회에서 얻은 수익과 관련하여 자신이 운행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받을 돈을 대신 받아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공판기록 제70면)하였으나, E이 이 사건 회사에 퇴직금을 구하면서 제기한 민사소송에 제출되었던 L교회 사실조회 회신서에 의하면 E이 2018. 1.부터 2020. 2.까지 L교회에서 임대차량을 운행하며 그에 대한 운행보수 금액으로 35,55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 밖에도 E은 2019년에 35회 정도, 2020. 8.부터 2021. 7. 기간에만 45회 정도 이 사건 회사 영업일이 아닌 휴일에 해당 지입차량을 운행하였다(공판기록 제40면 이하, 증거기록 제147면 이하. 다만 이러한 운행이 위 L교회 운행과 어느 정도 중복되는지, 그 외 다른 명목의 운행이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④

E의 기본적인 업무내용, 업무시간 및 장소, 운행구간, 노선 등은 이 사건 회사가 타 회사로부터 출퇴근 업무를 위탁받은 위탁계약에 따라 정해진 일정 및 노선에 따르는 것으로서 이 사건 회사가 별도로 업무내용 등을 정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E은 원심에서 노선은 회사에서 정해서 보내주는 것이고 근로자가 선택하거나 고를 수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공판기록 제62면)하였으나, ㉠ 위 진술에 부합하는 아무런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 피고인은 일관되게 노선에 관하여 배차 전에 먼저 E과 합의한 후에 배차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 이는 당심 증인 K의 ‘회사가 제시한 노선이나 가격이 마음에 안들거나 개인 일정에 안 맞으면 거절할 수 있다’, ‘회사에서 두서너 개의 노선을 제시하고 지입차주에게 우선 선택권이 있다’는 진술과 일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E의 진술만으로는 업무내용, 업무시간, 장소 등을 이 사건 회사가 정하고 E은 그대로 이에 구속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⑤

E이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의 운전업무를 대행하게 하는데 특별한 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은 개인 사정으로 운행하지 못한 경우 이 사건 회사에서 대체고용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증거기록 제132면, 공판기록 제64면)하나, 위 진술에 부합하는 아무런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피고인은 지입차주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대체기사를 채용하고 회사에 통지만 해준다고 주장(증거기록 제170면)하면서 다른 지입차주의 각서(채용확인서, 증거기록 제179면 이하)를 제출한 점, 당심 증인 K는 지입차주들은 대차도 직접 구하지 회사에서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진술(당심 증인 K의 진술 녹취서 제8면)한 점 등을 고려하면 E의 위 진술만으로는 E이 임의로 본인 외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운전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E이 매월 고정적인 기본급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은 일관되게 E의 4대보험 가입을 위하여 형식적으로 지급하여 준 것일 뿐이라고 진술하고, 회사에서 4대보험을 들어주기 위하여 신고한 기본급보다 수입이 적은 경우에도 반드시 정산이 이루어지고 연속적으로 마이너스가 나서 정산을 못한 경우에도 추후에 차량을 팔고 남은 차량 대금에서까지 정산이 이루어진다고 진술(증거기록 제170면)하였다. 실제로 피고인이 제출한 정산서(증거기록 제177면)에 의하면 운행금액 등 수입이 기본급 및 공제되어야 할 유류비, 보험료 등의 합계액보다 적은 경우 ‘전월미수금’의 형태로 정산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은 회사가 지정한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공판기록 제52면), 회사 지정 정비업체에서 정비를 받지 않았다(증거기록 제245면 이하).

⑦

불이익조치에 관하여 보자면, 이 사건 회사가 E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E의 진술밖에 없으나, E은 고용노동청 조사에서는 ‘손님들과 마찰이 생겨서 민원이 들어오면 회사에서 경고를 주기도 하였고, 자신은 근무기간 중 딱 한번 구두로 경고를 받았고 운행경로를 힘든 쪽으로 변경하였다(증거기록 제132면)’고 진술하였다가 원심에서는 ‘손님한테 「손님, 미리 좀 나오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것이 인터넷에 올라와서 그 뒤로 몇 일간 배차가 빠져서 쉬었다‘, ’영월인가 어디인가 다녀오는데 제가 길을 잘 몰라서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길 좀 물어봤더니 개문발차 했다고 학생들한테 민원이 들어와서 영업이사가 그것을 공제하였다, 그렇게 딱 2번 받아봤다‘고 진술(공판기록 제64, 75면)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피고인은 불이익한 조치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E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회사가 업무수행과정을 지휘·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위탁계약에 터잡아 E의 성실하고 안전한 차량 운행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볼 여지도 상당하다.

3.

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송파구 B건물 C호에 소재한 ㈜D대표자로 운수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인바, 위 사업장에서 2009. 3. 20.부터 2021. 12. 31.까지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22,810,848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위 제2.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훈(재판장) 장찬 김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