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6. 1. 15. 선고 2024가단150493 판결

부당이득금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소방시설설계 및 감리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이하 '원고', '원고 회사'를 혼용하여 쓴다).

2)

피고들은 모두 일정 기간 동안 원고 회사에서 근무한 자들로, 그중 피고 B, C, D은 일정 기간 원고 회사에서 소위 '십장'이라고 불리는 팀장의 지위에서 근무하였다.

나.

근로계약 체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관한 각서 등 작성

1)

원고는 피고들과의 사이에 계약기간을 7일 또는 1개월 단위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각 그 근로계약서 확은 근로계약서 작성 무렵 함께 작성된 각서에는 피고들, 혹은 피고들이 팀장으로 있는 팀의 팀원의 퇴직금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었다(이하 아래 각 근로계약서, 각서에 퇴직금을 미리 분할하여 지급한다는 내용과 관련된 규정을 통틀어 '이 사건 퇴직금 분할약정'이라 하고, 경비등과퇴직금을 함께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이 사건 포괄약정'이라 한다).

2)

원고가 2018.경 내지 2019.경 피고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의 각 계약서<1>에는, 기본급, 유급 주휴수당, 휴일(토/일) 할증, 연차수당, 퇴직급여의 각 액수와, 이를 모두 합

하여 포괄일당으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이 기재되어 있고, 퇴직급여 액수 하단에 "본인의 신청에 따라 퇴직금이 월 분할 지급됨을 알고 있으며, 향후 별도 퇴직금 청구 시기 지급된 퇴직금은 이를 반환할 것임을 서약함."이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있었다.

3)

원고가 2020.경부터 2021.경 피고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의 각 계약서에는, 기본 일당, 주휴수당, 토/일 할증, 국공휴일 수당, 연차수당과 이를 합한 포괄일당의 각 액수, 그리고 퇴직적립금의 액수, 위 포괄일당과 퇴직적립금의 합계액이 별도로 기재되어있고, "퇴직적립금은 퇴직 시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나 근로자가 원할 시에는 가불해주었다가 퇴직 시에 회사로 반환하여야 하며, 반환하여야 하는 그 가불금과 퇴직금을 서로 상계처리 하는 데에 동의한다. / ※포괄임금 산정방식과 퇴직금 지급방식을 잘 이해하고 동의하며, 본인의 요청으로 가불을 신청합니다."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4)

피고들은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포괄임금 지급 동의서 및 퇴직금 월분할 정산 신청서'에 서명하였는데, 위 신청서에는 "동일 현장의 장기 근무가 곤란한 근무특성을 고려하여 본인이 임금에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할 것을 신청한 바, 본인의신청에 따라 퇴직금이 월급에 포함되어 지급됨을 알고 있으며, 향후 퇴직금에 대한 별도의 청구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합니다.", "위 동의와 금품 수령에 반하여 향후 시간외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 및 현장사용경비(숙박비, 식대, 주유비 등)를 다시 청구하거나 퇴직금을 다시 청구하는 경우 이미 지급받은 위 수당 및 퇴직금은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함은 물론, 기 지급받은 날로부터 새로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받는 날까지 민사법령에 따른 이자도 이를 함께 반환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5)

또한 피고들은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각서'에도 서명하였는데, 위 각서에는 "본인은 귀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근로계약서에 명시한대로 퇴직적립금을 회사에 적립해두었다가 퇴직 시에 지급받아야 하나, 본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매월 임금 지급 시 퇴직적립금 상당액을 가불하여 주시기 바라며, 가불금은 퇴직 시에 상환키로 하고, 이 가불금과 본인이 수령해야 할 퇴직금을 상계 처리할 것을 각서합니다."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다.

원고의 경비 명목의 금원 지급 경위

1)

원고는, 원고 회사에서 '팀장'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매월 숙박비, 식대 등이 포함된 경비를 '경비 외 인건비'라는 품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게 한 뒤,그에 따라 경비 명목의 돈(이하 '이 사건 경비 등'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2)

피고 C, D은 2018.경 원고로부터 위와 같이 이 사건 경비 등을 수령하면서 "상기 본인이 매월 지급받는 경비라 함은 본인 및 소속 팀원들의 현장사용경비(숙박비, 식대, 교통비) 및 퇴직금이 포괄산정되어 수령하였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퇴직금에 대한 별도의 청구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합니다.", "위 동의와 금품 수령에 반하여 향후 소속 팀원들의 시간외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 및 현장 사용경비를 다시 청구하거나 퇴직금을 다시 청구하는 경우 소속팀원의 책임자로써 이미 지급받은 위 수당 및 퇴직금은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함은 물론, 기 지급받은 날로부터 새로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받는 날까지 민사법령에 따른 이자도 이를 함께 반환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인쇄된 '경비 수령 확인서'에 서명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 3, 4, 21,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피고들과, 퇴직금을 분할하여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취지의 이 사건 퇴직금분할약정을 체결한 뒤 피고들에게 매월 법정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과 퇴직금 상당 금원을 지급하였고, 경비에 피고들과 그 팀원들의 법정수당, 퇴직금을 포괄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포괄약정을 체결한 뒤 피고들에게 매월 법정수당과 퇴직금이 포함된 경비를 지급하였다. 그러나 위 피고들과 그 팀원들은 퇴사 후 위와 같은 퇴직금분할약정과 포괄임금약정이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지 않음을 들어 무효라고 주장하여, 원고는 피고들과 그 팀원들에게 별도로 퇴직금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모두 지급하였다. 또한 피고들은 건설공제자공제회에서 퇴직공제금을 지급받기도 한바, 결국 피고들은 퇴직금을 이중, 삼중으로 지급받은 셈이 된다.

2)

만일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체결한 위 약정들이 근로기준법에 위반하여 무효라면, 원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들과 그 팀원들에게 매월 퇴직금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명목의 돈을 지급하여 손해를 보고, 피고들은 동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으므로, 피고들은 지급받은 퇴직금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상당 금원을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따라서 원고는 위 부당이득 중 일부로, 피고 F, C, D에게는 위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퇴직금분할약정 또는 포괄약정에 따라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금원(임금에 포함된 금원과 이 사건 경비에 포함된 금원) 중 원고가 관할노동청의 확인에 따라 이중으로 지급한 퇴직금 상당액인 청구취지 기재 금원의 각 지급을 구하고, 피고 E에게는 피고 E이 지급받은 이 사건 경비 중, 원고가 관할 노동청에 팀원 G가 진정을 제기함으로써 G에게 이중으로 지급한 퇴직금 및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상당액인 청구취지 기재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 B, C, D 주장의 요지

1)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퇴직금분할약정은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분할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가 매월퇴직금 내지 퇴직적립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그 실질이 임금에 해당하여 반환을 구할 수 없다.

2)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포괄약정 또한 원고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체결한 것에 불과하다. 원고는, 팀장인 피고들이 총 계약금(일당을 일16만 원으로 일괄 계산한 팀원들의 급여)에서 실제 팀원들의 임금액(일당을 일 12만 원 내지 16만 원으로 책정하여 계산한 팀원들의 실제 급여)을 공제한 돈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이에 따라 경비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고, 위 금원은 숙박비, 식비 등 경비로 사용된 뒤 남은 금원은 팀장들의 수입이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경비등은 그 실질이 경비와 팀장의 임금에 해당하여 반환을 구할 수 없다.

3)

건설공제자 퇴직공제제도는 상조회 내지 보험의 성격으로서 건설업계에서 근무한 1년 미만의 근로자를 위하여 퇴직 시 공제회로부터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로 사용자의 법정퇴직금 지급의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4)

따라서 원고가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과 경비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모두 그 실질이 임금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

다.

피고 E 주장의 요지

피고 E은 원고 회사에서 팀장으로 재직한 적이 없고, 원고는 피고 E을 상대로 이미 소송을 제기하여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피고 E이 지급받은 퇴직금은 세전 약780만 원인데 원고는 피고 E에게 약 9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구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의 소 제기는 원천적으로 무효이다.

3.

피고 E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E이 팀장으로 제직한 적 없어 원고의 소 제기가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1)

피고 E은, 원고 회사에서 팀장으로 재직한 적이 없으므로 피고 E이 팀장으로 재직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는 피고 E이팀장이 아니어서 이 사건 소 중 피고 E에 대한 청구 부분은 피고적격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선해하여 판단한다.

2)

이행의 소에 있어서는 원고의 청구자체로서 당사자 적격이 판가름되고 그 판단은 청구의 당부의 판단에 흡수되는 것이므로 자기의 급부청구권을 주장하는 자가 정당한 원고이고 의무자로 주장된 자가 정당한 피고이다(대법원 1977. 8. 23. 선고 75다1676 판결 참조).

3)

이 사건 소 중 피고 E에 대한 청구 부분은, 원고가 부당이득반환의무자라고 주장하는 피고 E에게 의무이행을 구하는 이행의 소이므로, 피고 E은 원고의 청구 자체로서 피고 적격이 인정된다. 피고 E이 실제로 원고 회사에서 팀장으로 근무하였는지 여부, 원고의 피고 E에 대한 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판단할 문제이므로, 피고 E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소 중 피고 E에 대한 청구 부분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 E의 위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선행 확정판결이 존재하여 원고의 소 제기가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1)

피고 E은, 이미 원고가 피고 E을 상대로 선지급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여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동일한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는 이 사건 소 중 피고 E에 대한 청구 부분이 선행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소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선해하여 판단한다.

2)

살피건대, 을가 제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22. 11.경 피고 E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 2021가소397363호로 이중지급을 원인으로 이미 피고 E에게 지급한 퇴직금 상당의 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2. 6. 14.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하 '이 사건 선행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한 사실, 위 판결은 2022. 7. 2. 확정된 사실은 인정된다.

3)

그러나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 확정판결의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한 것과 달리(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4764 판결, 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6다13482 판결 등 참조),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자가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부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설령 피고 E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피고 E을 상대로 동일한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소 제기 자체를 부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원고는 피고 E에게 팀원 G가 지급받은 퇴직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있어 이 사건 선행판결과 소송물이 동일하지도 않으므로, 피고 E의 본안 전 항변은 그 자체로 이유 없다.

다.

피고 E이 지급받은 퇴직금의 금액과 다른 금액을 구하여 원고의 소 제기가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피고 E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금은 세전 약 780만 원인데 원고는 피고 E에게 약 9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구하고 있어 이 사건 소 제기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나, 피고 E이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그 부당이득의 범위는 본안에서 판단할 문제이므로, 피고 E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소 중 피고 E에 대한 청구 부분을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E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피고 B, C, D에 대한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지급받은 금원 상당액의 반환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는데도 퇴직금 지급의 효력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와 임금을 정하면서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퇴직금 분할 약정을 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 내용이 종전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피고들이 원고와의 사이에 2019.경, 2020.경 내지 2021.경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모두 퇴직금을 분할하여 미리 지급받기로 하는 퇴직금분할약정이 기재되어 있고, 퇴직금 명목의 일정한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어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들이 별도로 퇴직금에 대하여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취지의 '포괄임금 지급 동의서'와 '퇴직금월분할 정산신청서', '각서'에 각 서명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이 원고가 근로계약서에 퇴직금 명목으로 기재한 금원은, 퇴직금 선지급의 형식만을 갖추었을 뿐 실제로는 임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과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퇴직금분할약정을 원고 회사가 근로자들 중 팀장인 위 피고들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기 위해 체결된 약정으로 볼 수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B, C, D과의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약정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노후 소득 재원 확충을 통해 근로자의 노후 생활안정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동법 제9조 제1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함이 원칙이다. 다만 동법 제8조 제2항은 '사용자가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바, 종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2011. 7. 25. 법률 제1096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위와 같이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으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여 지급하는 것을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도록 중간정산의 요건을 신설하여 퇴직금이 퇴직 시점까지 노후에 사용될 재원으로 보존되도록 한 것이다.

②

위와 같은 퇴직금 중간정산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가 피고들과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퇴직금이 월 분할 지급됨을 알고 있으며, 향후 별도 퇴직금 청구 시 기 지급된 퇴직금은 이를 반환할 것을 서약함' 또는 '퇴직적립금은 퇴직시에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나, 근로자가 원할 시에는 가불해주었다가 퇴직 시에 회사로 반환하여야 하며, 반환하여야 하는 그 가불금과 퇴직금을 서로 상계처리 하는 데 동의한다. ··· 본인의 요청으로 가불을 신청합니다"라는 내용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근로자로서는 사실상 위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원고 회사에 소속된 다른 근로자들 역시 일률적으로 퇴직금을 가불받아 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피고들은 퇴직금 지급대상이 아닌 근로기간 1년 미만 근로자들도 피고들처럼 퇴직금을 가불받는 형식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원고는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서명받은 '포괄임금 지급 동의서 및 퇴직금 월분할 정산 신청서'나 '각서' 역시 부동문자로 인쇄되었을 뿐 아니라 위 각 문서의 작성일은 피고들이 각자 근로를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지도 않거나 작성일에 대한 구체적인 기재가 없는 점을 덧붙여 보더라도 그렇다. 피고들이 원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나 위 신청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는 것에 대해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③

원고가 2018.경 내지 2019.경 사용한 근로계약서에는 기본일당과 법정수당, 퇴직급여를 합하여 '포괄일당'으로 지급하고, 포괄일당의 7.69% 내지 7.72%(악 1/13)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급여' 항목으로, 68.8% 내지 68.97%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본일당' 항목으로, 약 13.68%에 해당하는 금액은 '유급주휴' 항목으로 책정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위 근로계약서에 따라 '퇴직급여 명목으로 피고 C에게 11,538원(= 포괄일당 150,000원 X 7.69%), 피고 B, D에게 각 12,308원(= 포괄일당 160,000원 X 7.69%)를 지급하여, 피고들이 지급받은 일당 총액은 150,000원, 160,000원 등으로 규칙적인 반면, 기본일당과 퇴직급여, 각종 법정수당 등은 1원 단위까지 정해지게 된다. 위 인정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일당을 먼저 정한 이후에 그로부터 역산하여 퇴직급여 명목의 금원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위 퇴직급여 명목의 금원은 이미 일률적으로 정해진 노임 단가에 편입된 임금의 일부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④

한편 원고가 2020.경부터 사용한 근로계약서를 보면, '퇴직급여' 항목이 '퇴직적립금' 항목으로 변경되었다. 임금 구성 또한 기본일당, 주휴수당, 토·일할증, 연차수당을 합쳐 포괄일당을 구성하고, '퇴직적립금'은 더 이상 포괄일당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 포괄일당과 별도로 산정하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어, 2018.경 내지 2019.경 사용된 위 ③항의 근로계약서와 일부 차이가 있다. 그러나 피고 B, C가 실질적으로 지급받은 일당이 위와 같이 근로계약서에 따른 임금 구성이 변경된 이후로도 각 160,000원,150,000원으로 동일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임금의 구성내역과 퇴직급여 명목의 금원 산정기준만 일부 변경되었을 뿐, 원고 회사는 2020.경에도 근로자들의 일당을 먼저 정한 후 그로부터 역산하여 '퇴직적립금' 명목의 금원을 일률적으로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시기에 피고들에게 지급된 '퇴직적립금' 또한 이미 일률적으로 정해진 노임에 편입된 임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⑤

원고는 피고들이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은 사정을 부당이득반환의무와 관련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피고 B, C, D과 관련하여 각 4,456,000원, 4,009,600원, 7,892,000원의 퇴직공제부금을 납부하였고, 피고 B는 8,232,290원, 피고 C는 11,148,090원, 피고 D은 13,673,260원의 각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들이 위와 같이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은 것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며(원고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납부한 퇴직공제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그와 같은 청구를 한 적 없다),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위 퇴직공제부금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거나, 위와 같은 사정을 원고의 이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⑥

그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실질적인 퇴직급여 해당의 금액을 분할하여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피고들에 대한 팀장 경비 명목으로 추가 지급받았다는 퇴직금 상당액의 반환 청구 부분

1)

원고는, 피고 B, C, D이 팀장의 지위에서 지급받은 경비에 피고들과 그 팀원들의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고 E이 지급받은 경비에는 팀원인 G의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B, C, D에게는 경비에 포함된 피고들 자신의 퇴직금을, 피고 E에게는 경비에 포함된 G의 퇴직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고 있다.

2)

살피건대, 피고 C, D이 2018.경 '본인이 매월 지급받는 경비라 함은 본인 및 소속팀원들의 현장사용경비(숙박비, 식대, 교통비) 및 퇴직금이 포괄 산정되어 수령하였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경비수령확인서'에 서명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다.

3)

그러나 위 피고들이 팀장으로서 지급받은 금원에 피고들과 다른 팀원들의 퇴직급여가 포함된다는 것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들이 부동문자로 인쇄된 '경비수령확인서'에 서명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들이 실질적으로 퇴직금 분할 지급에 대해 합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은 앞서 가. 2) 나) ②항에서 본 것과 같고, ② 피고들에 대한 이 부분 청구는 사실상 앞선 부당이득반환청구와 중복된 것으로 보일 뿐인 점, ③ 설령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피고들이 지급받은 경비 금액이 실제로 사용된 숙박비나 식비를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초과분이 피고들이 피고들 자신이나 그 팀원들의 퇴직급여 명목의 금원이라는 사실을 추인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피고들 자신의 또는 그 팀원들의 퇴직급여가 포함된 경비를 지급받기로 원고와 사이에 유효하게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로부터 피고들과 그 팀원들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청구 역시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5.

결 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진화

1갑 제2-1호증(B) 1면, 갑 제2-2호증(C) 1면, 7면, 갑 제2-3호증(D) 8면, 갑 제2-4호증(E) 14면, 37면, 39면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