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00,050,784원 및 이에 대한 2021. 6. 19.부터 2026. 2.13.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인정 사실
주식회사 D는 2021. 1. 22. 주식회사 E과 사이에 공장건물 신축공사(안성시 F)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2021. 4. 13.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B'라 한다)와 사이에 위 신축공장의 클린룸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B는 2021. 6. 8.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C'라 한다)와 사이에 위 클린룸 공사 중 판넬(천장) 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 C 소속 근로자인 원고는 2021. 6. 14.경부터 위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원고는 2021. 6. 19. 16:05경 위 공사 현장의 샌드위치 판넬 구조의 약 5m 높이의 천장에서 환기구 설치를 위하여 타공(절단) 작업을 하다가 타공 작업이 완료된 판넬을 밟고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1>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두개골 골절, 외상성 경막하 출혈, 외상성 기두증, 우측3-5번, 좌측 5번 늑골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고, G병원 등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H(피고 B 소속 현장소장)과 I(피고 C 소속 현장소장)는 2023. 11. 17.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2023고단830),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받아 요양기간(2021. 6. 19.부터 2024. 4. 9.까지)에 대한 요양급여 419,427,070원, 간병급여6,615,45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7, 8호증, 을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책임의 인정
관련 법리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6다25844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1호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와 관련된 다른 민·형사사건 등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고, 해당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관련 민·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이를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53759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23052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 증인 H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원고가 추락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추락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B가 피고 C에게 클린룸 공사 중 판넬 공사를 도급 주었으므로, 위 공사 현장은 피고 B의 사업장에 해당하고, 피고 C 소속 근로자인 원고가 추락의 위험이 있는 판넬 천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추락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관련 형사판결이나 피고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공사현장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내지 제4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대의 안전고리를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인 지지로프 등이나 작업발판 내지 추락방호망 등은 전혀 설치된 바 없다(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당시 작업발판이나 추락보호망 등을 설치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제출된 바 없다).
한편, 피고들은 관행에 따라 지지로프 대신 전산볼트를 설치하였고 원고에게 안전대의 안전고리를 전산볼트에 걸고 작업하도록 지시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위와 같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원고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들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 이 사건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전산볼트가 관련 법령에 규정된 지지로프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내지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추락방지설비로서 안전성이나 성능이 검증되어 유효하다고 판정받은 것인지 여부 등을 알 수 없다. 즉 전산볼트가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로서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 당심 증인 H(피고 B 소속 현장소장)의 증언에 따르면, 전산볼트는 세로(수직)로 위쪽에 매달려 있는 길이 약 2.5m의 줄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약 1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어 작업자가 타공 작업을 하기 위하여 이동할 때마다 매번 안전고리를 탈·부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작업자가 지속적으로 위치를 이동하여야 하는 경우 일시적으로나마 안전고리를 해제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때 작업자는 필연적으로 추락의 위험에 노출된다(반면, 지지로프의 경우 안전고리를 빈번하게 탈·부착할 필요가 없어 추락의 위험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 피고들이 전산볼트에 쌀 포대를 매달아 낙하시키는 영상(을 제8호증)이나 전산볼트에 안전고리를 부착하여 작업하는 사진(을 제9호증) 등을 제출하였으나, 이는 사후에 위 공사 현장이 정돈된 상태에서 촬영된 것으로 이 사건 사고 당시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사정에 비추어 그것만으로는 판넬 천장작업자에 대한 추락 위험 방지 수단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2>
책임의 제한
다만, 원고가 추락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들이 지급한 안전장비를 적절히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에 임하는 등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고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당사자의 주장 중 이하에서 별도로 설시하지 않은 것은 모두 배척한 것이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거나 현저한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6, 9, 10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J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경험칙, 변론 전체의 취지
인적사항
기왕치료비<3>
원고는 L요양병원 등에서 실제 지출한 비급여 치료비 등 57,603,728원을 이 부분손해로 청구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상급병실(2-3인용) 차액료, 식대, 약품비, 재활 및 물리치료비 등은 통상의 범위를 넘어 원고가 자의적으로 치료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L요양병원 소속 담당의사가 '편마비와 연하장애로 삽관 상태였다. 일상생활동작 제한 및 거동불가능 상황으로 자립생활 및 사회직업생활 블가능하며 항시 타인의 개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석션기 사용이 필요한 상태였고 대소변 처리 시 타인의 개호가 최대한 필요하여 4인실과 2-3인실을 혼합하여 사용하였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한 점 등에 비추어 당시 원고가 상급병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점, ② 신경외과 감정의는 신체감정서에 향후치료가 필요하다면서 향후치료의 내역과 액수를 기재하였는데, 그 내역에 약물치료와 물리치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약품비, 재활 및 물리치료비 등은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비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점, ③ 다만, 비급여 처리된 식대 5,163,000원은 보호자 내지 간병인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를 원고에 대한 치료비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52,440,728원(= 57,603,728원 - 5,163,000원)을 이 부분손해로 인정한다.
향후치료비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 등으로 단축된 여명종료일<4>까지 매월 547,323원[= (7,443,883원 - 876,000원<5>) ÷ 12]이 필요한데, 원고가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이를
지출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다음날인 2026. 1. 31.부터 이를 지출하는 것으로 보고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로 계산하면 아래 표 기재와 같이 59,001,802원이다.
개호비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일부터 배우자가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다면서 2024. 2. 11.까지 기왕개호비로 139,857,608원을, 그 이후부터 향후개호비로 659,669,576원을 청구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고로 인한 후유장애로 말미암아 개호가 필요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의 개호비를 청구하기 위하여는 실제로 개호를 받아 그 비용을 지출하였거나 또는 개호비를 현실로 지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피해자의 부모나 배우자 등 근친자의 개호를 실제로 받았을 것이 요구되는바(대법원 1991. 5. 14. 선고 91다8081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을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부상의 부위및 정도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일정 기간 중환자실에 입원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한편 원고의 입원기간이 상당부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기간과도 겹치는바, 중환자실 입원기간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기간에는 보호자나 간병인의 개호가 제한되었을 것 으로 보이는 점, ㈁ 원고는 2021. 11. 26.부터 2024. 2. 24.까지 L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그 동안 간병인을 별도로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지출내역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기왕개호비 상당의 손해는 인정할 수 없다.
신경외과 감정의가 '원고가 좌측 반신 마비가 있어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해결하고 있어 개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자가 호흡이 가능하며 위루관을 통하여 식사를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8시간 1인 개호를 인정한다.'고 회신한 점 등을 고려하여, 위 L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이후인 2024. 2. 25.부터 단축된 여명종료일인 2039. 12. 8.까지 1일 8시간 성인 1인의 개호가 필요한 것으로 본다. 상세한 계산내역은 아래 표 기재와 같고 합계 660,148,958원이며 간병급여 6,615,450원을 공제하면, 결국 653,533,508원이 남는다.
책임의 제한
피고의 책임비율 : 60%
책임제한 후 재산상 손해액 : 458,985,622원[= (52,440,728원 + 59,001,802원 +653,533,508원) × 0.6]
공제
을 제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C가 G병원에서 원고의 치료비 9,837,097원을 지출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치료비 가운데 원고의 과실비율(40%)에 해당하는 3,934,838원을 공제하면, 455,050,784원(= 458,985,622원 - 3,934,838원)이 남는다.
위자료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원고의 나이, 부상의 부위 및 정도, 치료기간 및 치료경과, 피고들이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4천만 원을 지급한 점<6>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45,000,000원으로 인정한다.
결 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500,050,784원(= 재산상 손해455,050,784원 + 위자료 4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사고일인 2021. 6. 19.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2.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용
각주1) 현장감식보고서에 따르면 타공 작업이 완료된 판넬(정사각형 모양)은 네 변은 잘려 있고 네 모서리는 잘리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작업자가 위 판넬을 밟을 경우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
각주2) 당심 증인 H은 전산볼트에 안전고리를 반드시 부착하고 작업을 하라고 지시 내지 교육하였는데, 관련 자료를 관련 형사재판이 끝난 이후 모두 폐기하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변론종결 이후 피고 C 측이 안전교육 이수 및 보호구 지급확인서를 제출하였는데, 여기에는 '안전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작업한다.' 또는 '고소작업 시에는 안전대를 필히 착용한다.'는 등의 일반적인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전산볼트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추락방지조치 내지 지시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각주3)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된 요양급여를 제외한 부분이다.
각주4) 감정일(2025. 3. 31.)로부터 14.7년이다.
각주5) 소모품 항목에 기재된 금액으로 향후치료비 산정에서 제외한다.
각주6) 갑 제4호증, 을 제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들이 원고 측과 '형사함의' 명목으로 4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각자 2천만 원씩 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