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6. 2. 24. 선고 2025가단105857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5,330,141원 및 이에 대하여 2025. 2. 15.부터 2026. 2. 2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건축설계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의 영업사원이다.

나.

피고는 2021. 11. 2.경 D, E, F와 함께 C에서 원고로 이직하기로 하여, 원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이 입사조건에 관하여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합의 당시 구체적 입사조건 및 출근가능일자를 정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직 약정이 성립하였고, 설령 명시적 약정이 성립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532조의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 성립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확정적으로 거절하여 원고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으로 30,011,94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피고는 원고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근로계약 또는 이직 약정을 체결한 바 없고, 이 사건 합의 이후에도 수 차례 주요 근무 조건에 관하여 조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계약 성립 전 교섭에 불과하다. 따라서, 계약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원고가 주장하는 각 지출비용은 계약체결 이전에 원고가 자의적으로 투입한 사전 준비비용에 불과하고, 피고가 그로 인하여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피고는 형사사건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았으므로 불법을 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거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근로계약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민법 제655조에 의하면,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계약의 체결에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불요식의 계약이다. 사용자의 근로자 모집은 근로계약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요건을 갖추어 모집절차에 응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며,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전형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최종합격및 채용을 통지하면 근로계약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과 임금 지급이 이루어지기 상당기간 전에 사용자가 채용을 미리 결정하는 이른바 '채용내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채용내정 통지를 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등 참조).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 등 참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합의 당시 수행 업무, 직급, 출근가능일자, 급여 및 복리후생 지급조건 등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정하였다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의사 합치가 이루어진 이상, 위 무렵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합의 당시 출근예정일을 2022. 4. 1.로 정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그 입사 시점을 여러 차례 미루어 오다가 2023. 5. 1.자로 입사할 것을 다시 확약하고, 원고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이를 사용하는 등 근로를 제공할 것과 같은 태도를 취하다가, 2023. 5. 7.경 입사를 확정적으로 거절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와 같이 고용계약을 해지함에 피고의 과실이 없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직약정 위반에 기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24. 9. 23.경 피고를 사기의 점으로 고소하였으나 서울성동경찰서는 2024. 12. 16.경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하였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형사책임과는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6713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만으로 피고의 행위의 불법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함에 과실이 없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명이 없는 이상, 피고는 위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

구체적 손해배상의 범위

1)

관련 법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신뢰이익 중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통상의 손해로서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배상을 구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여 지출되는 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다만 그 신뢰이익은 과잉배상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2539 판결 등 참조).

2)

차량리스비

앞서 본 증거 및 인정사실과 갑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는 피고에게 차량을 제공할 것을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2021. 12.경 H 주식회사로부터 뉴그랜저 3.3 차량을 금 4,090만 원, 계약기간 2022. 3. 17.부터 2025. 3. 17.까지로 정하여 임차하였다가, 피고의 확정적인 입사 거절 의사표시로 인하여 위 차량을 더 이상 임대차할 필요가 없게 되자 2023. 7. 7. 위 임대차계약을 종료한 사실, 원고는 위 차량 렌트비용 및 위약금으로 17,469,633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위 17,469,633원은 원고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한 비용에 해당한다.

3)

법인카드, 현금

앞서 본 증거 및 인정사실과 갑 제6, 7,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는 피고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였고, 피고가 2023. 4. 6.부터 2023. 4. 25.까지 원고의 법인카드로 합계 5,860,508원, 2023.4. 5. 현금 50만 원, 2023. 4. 10. 현금 50만 원 합계 6,860,508원(= 5,860,508원 +500,000원 + 500,000원)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위 6,860,508원은 원고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한 비용에 해당한다.

4)

노트북

피고가 원고에게 노트북 사양을 회신하였던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23. 4. 25.경 갤럭시 북3 프로(이하 '이 사건 노트북'이라 한다)를 구매하면서 289만 원을 지출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근로계약의 이행으로 피고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노트북을 구매하였고, 피고도 이를 알면서 원고에게 구체적 사양을 지정하여 통보하였던 것이므로, 위 289만 원은 원고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한 비용에 해당한다.

다만, 채무불이행에 따른 채무자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바(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42113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증거 및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노트북은 2023. 4.경 구매한 것으로,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6. 1. 13.경 이미 약 2년 8개월이 경과하여 그 가치가 상당히 감가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이 사건 노트북을 사용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손해배상액을 100만 원으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5)

사무가구 설치비

갑 제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사무실 및 사무가구 설치비용으로 합계 2,791,800원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지출비용의 성격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입사 및 퇴사 여부와 관계 없이 원고가 원고 사무실 유지, 확대를 위하여 지출한 것으로 피고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5,330,141원(= 17,469,633원 + 6,860,508원 +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5. 2.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6. 2. 2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승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