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186,857,142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3. 27.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2019.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의 남편 망 C(D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5. 11. 16. 피고와 사이에 2015. 11. 25.부터 2016. 6. 15.까지 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E 공사현장에서 근무하기로 하는 해외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계약에 따라 2015. 11. 25.부터 위 사우디아라비아 E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다가 2016. 4. 9. 08:00 사망하였다.
망인의 직접 사인은 불명이다(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공서에서 발급한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natural death'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한편, 망인의 유족들이 받은 사망통보서에는 사인이 ’심폐정지‘로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사정 등에 따라 망인에 대한 부검이 실시되지 않았고, 현지 의료진에 의한 검시만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금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하였고, 매일 06시경부터 18시경까지 평균 10시간(12시부터 14시까지는 중식 및 휴식으로 제외) 근무하는 등 주당 평균 60시간 정도를 근무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는 공기조화설비 설치공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고, 망인의 업무는 공사일보 작성, 서류(전도금정산서, 자재구매요청서, 주간업무보고서 등) 작성, 현장감독 실시(주당 2, 3회, 회당 2, 3시간) 등이었다. 망인은 현장소장 F의 지시 하에 이 사건 공사현장의 전체 공정을 계획하고, 현장에 필요한 자재, 공구를 체크하는 등 전반적인 업무진행상황을 확인하여 위 서류를 작성한 다음 본사에 보고하였다.
망인은 지병으로 고혈압이 있었고, 혈압약을 복용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82조에 따른 평균임금 1,000일분에 해당하는 유족보상금의 액수는 171,428,571원, 같은 법 제83조에 따른 평균임금 90일분에 해당하는 장의비의 액수는 15,428,571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8, 9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사망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82조 소정의 유족보상과 같은 법 제83조 소정의 장의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업무상 사망 인정기준
근로기준법 제82조 소정의 유족보상 및 같은 법 제83조 소정의 장의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사망의 원인, 사망경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망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이를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두12922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9두164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직접 사인(死因)이 밝혀지지 아니하였다. 한편 갑 제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를 비롯한 망인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유족문답서에 망인의 부검이 실시되지 아니한 이유에 관하여 망인에 대하여 부검을 요청할 경우 시신의 운구가 장기간 지연될 수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타국적자에 대한 부검절차가 신속, 정확하게 진행될 것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우며, 부검을 실시하더라도 그 정확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현지 영사관 관계자의 진술에 따라 부검을 신청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진술의 내용을 비롯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진술의 내용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와 같이 사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업부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 부담의 정도가 다소 완화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측에서 사망 당시 망인에게 통상인이 일반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업무상 과로 내지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점 내지 근무환경에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할 만한 요인이 있었다는 점, 업무상 과로 내지 스트레스 등과 사망 사이의 개연성, 업무상 사유 외에 달리 망인이 사망에 이를만한 다른 사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업무상 사망 해당 여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6, 7, 10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경우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누적되고 있었고, 사망 직전 비자연장 관련 출장으로 인하여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는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있었으며, 휴가신청이 보류됨으로써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알 수 있고, 그와 같은 업무상 과로 내지 스트레스가 망인의 고혈압 등 기존 질병과 경합하여 망인의 사망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사망에 기여하였을 개연성이 있으며, 달리 망인이 사망에 이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는바, 이와 같은 사정들을 합하여 보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
망인은 매일 새벽 6시 이전에 출근하여 저녁 6시경까지 평균 10시간 정도를, 금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하는 등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4개월 이상 주당 평균 60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사망 당시 적용되던 ‘구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 12. 29. 고용노동부고시 제2017-1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무시간 측면에서 망인의 평소 근무강도가 가볍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망인은 사망 직전 비자연장발급을 위해 두바이를 방문하였는데, 2016. 4. 6. 05:3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 가까운 숙소를 떠나 09:15경 비행기를 탑승하여 13:10경 두바이에 도착하였고, 같은 날 19:55경 두바이에서 출발하여 21:35경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에 도착하였으며, 다음날인 2016. 4. 7. 01:00경 숙소에 도착하였다. 이후 망인은 평소와 같이 같은 날 06시 이전 출근하였는데, 이는 단기간에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급증할 수 있는 일정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은 2016. 4. 30.자로 국내에서 열리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2016. 4. 23.부터 휴가를 요청하였으나, 2016. 4. 7. 03:40경 본사로부터 현장 실행 예산서 재검토 요청건 접수시까지 휴가가 보류된다는 취지의 답신을 받았고, 이에 망인은 2016. 4. 7. 회사에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이메일을 발신하였는바, 망인은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신청한 휴가신청이 보류되자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현장소장 F의 진술에 의할 때, 망인은 사망 직전 피고 회사 쥬베일 지사와 업무협조가 잘 되지 않는 점,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한 휴가신청이 보류된 점, 비자 연장발급을 위한 두바이 방문 후 바로 출근한 점 등으로 인하여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망인의 평소 음주(망인의 음주의 정도에 대하여는 현장소장과 동료 근무자들의 진술이 다소 엇갈리고 있으나, 망인이 과다한 음주를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신빙성 있는 자료는 없다)와 1일 5개피 정도 흡연을 하였고, 고혈압 외에는 달리 지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며, 혈압약을 복용하였는바, 이와 같은 망인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가 망인의 갑작스런 사망에 기여한 정도가 크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기준법 제82조 소정의 유족보상금 171,428,571원, 같은 법 제83조 소정의 장의비 15,428,571원 합계 186,857,142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8. 3. 27.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2019.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민병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