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9. 14. 선고 2022가합23118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피고가 2017. 3. 9. 개정한 전임교원 재임용·승진 규정이 원고에 대하여는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관계

(1)

피고는 C대학교(이하 ‘피고 대학교’라고 한다)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이다.

(2)

원고는 2008. 3. 1. 피고 대학교의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되었고, 2014. 3. 1. 피고와 정년트랙 전임교원 임용계약(이하 ‘이 사건 임용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 대학교의 부교수(사회과학대학 경영학과)로 임용되었다. 이 사건 임용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나.

피고 대학교의 교원인사규정과 전임교원 재임용·승진 규정의 개정

(1)

피고 대학교는 소속 교원의 인사관리 적용의 기준을 정하기 위하여 교원인사규정을 두고 있는데, 재임용 및 승진임용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별도 규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2)

이에 따라 이 사건 임용계약 체결 당시 전임교원 재임용·재계약·승진규정(2013. 3. 1. 시행, 이하 ‘이 사건 종전규정’이라고 한다)이 시행 중이었는데, 다음과 같이 승진대상자가 준수 내지 충족해야 하는 요건을 크게 최소 소요연수, 교육부문(책임시수 및 책임시수 외), 연구부문, 봉사부문으로 구분하여 각 항목별 및 총점별로 충족해야 하는 연수 내지 점수를 규정하고 있었다.

(3)

피고는 2017. 3. 9. 이 사건 종전규정을 개정하였는데(2017. 3. 1. 시행, 이하 ‘이 사건 개정규정’이라고 한다), 다음과 같이 재임용 및 승진요건에 기존에 있었던 4가지 항목(최소 소요연수, 교육 부문, 연구부문, 봉사 부문) 항목 외에 ‘강의평가’ 항목을 추가하였다.

다.

그 이후의 사정

(1)

원고는 2019. 12. 24. 임용기간을 2020. 3. 1.부터 2026. 2. 28.로 하여 부교수로 재임용되었다.

(2)

피고 대학교 총장은 2020. 2. 25. 소속 교원들에 대하여 승진을 통보하였는데, 승진자 명단에 원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인정근거] 갑1부터 4호증, 을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개정규정이 일반적으로 무효라는 주장

이 사건 개정규정은 다음과 같은 위법사유로 인하여 일반적으로 무효이므로, 원고에 대하여도 무효이다.

(1)

절차적 위법(이하 ‘❶번 주장’이라고 한다)

이 사건 개정규정은 전임교원의 재임용, 승진에 관한 규정을 전면 개정한 것으로 전임교원의 처우에 변경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피고는 개정취지와 주요 내용을 사전 공고하여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충실히 거치지 않았고(개정안에 대한 설명회 개최 바로 전날 설명회 개최 공고를 하였다), 피고 대학교 제규정관리규정 제6조 제6항에 의하면 이 사건 개정규정은 규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무위원회에 상정하고 교무회원회의 의결을 거쳐 총장을 결재를 받아 시행했어야 하는데, 피고는 임시교무위원회만을 열어 개정안을 확정한 후 그로부터 며칠 뒤 규정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일방적으로 이 사건 개정규정을 공고하였으며,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개정규정의 개정일이 되어서야 이 사건 개정규정의 적용시점에 관한 부칙내용을 결정하였고 심지어 그 시행일을 개정일보다 앞선 날짜로 정하였는바, 이와 같은 개정과정은 피고 대학교 제규정관리규정 등 관련법령과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법하다.

(2)

실체적 위법 - 재량권의 일탈·남용(이하 ‘❷번 주장’이라고 한다)

이 사건 개정규정을 통해 추가된 강의평가 항목은 교과목의 종류, 교수별 전공분야, 강의별 수강인원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의 기준 또한 주관적이고 모호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기가 어려우므로 이를 정교수로의 승진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고, 나아가 다른 대학교의 경우 강의평가 점수가 여러 평가 요소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개정규정은 다른 부문의 점수가 높더라도 강의평가 점수가 기준을 만족하지 않으면 승진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매우 불합리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규정은 승진임용 심사에 있어서의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 남용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법하다.

나.

이 사건 개정규정이 원고에 대하여는 무효라는 주장

이 사건 개정규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는 무효이다.

(1)

이 사건 임용계약 제9조 위반(이하 ‘❸번 주장’이라고 한다)

이 사건 임용계약 제9조에 의하면, 피고는 계약기간 중에 원고에게 불리하게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못하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원고의 동의를 얻어야만 이 사건 계약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피고는 이 사건 개정규정을 통해 강의평가를 재임용 및 정교수로 승진하기 위한 요건으로 추가하였는데, 강의평가 점수는 학생들의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원고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원고의 동의 없이 이를 개정한 것은 이 사건 임용계약 제9조를 위반한 것으로서 원고에게 효력이 없다.

(2)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위반(이하 ‘❹번 주장’이라고 한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사건 개정규정은 인사, 재계약, 재임용, 승진 등 복무조건 및 처우 등 피고 대학교의 전임교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을 정한 것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개정규정에 의하면 강의평가 점수에 따라 승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 개정규정을 통해 승진요건을 변경한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임시 교무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였는바, 이 사건 개정규정은 원고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3.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항변의 요지

(1)

이 사건 소는 일반적, 추상적인 법령 또는 법규 자체의 효력 유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일 뿐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독립한 소로써 구할 수는 없다.

(2)

또한 행정소송법에서는 장래에 행정청이 일정한 내용의 처분을 할 것 또는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구하는 소송(의무이행소송, 의무확인소송 또는 예방적 금지소송)이 허용되지 않아서 가사 이 사건 개정규정이 무효임이 확인되더라도 원고가 원하는 정년보장과 교수로의 승진을 구하는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

나.

판단

(1)

❶, ❷번 주장에 관한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 사건 개정규정이 일반적으로 무효이므로 원고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인바, 결국 이 사건 개정규정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사건 개정규정은 피고 학교의 전임교원의 재임용, 재계약, 승진 등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내용의 것이므로, 이에 대한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결국 일반적, 추상적 법규의 효력을 다투는 것일 뿐 당사자의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독립한 소로써 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2. 22. 선고 93다6156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부분 소는 부적법하다.

(2)

❸, ❹번 주장에 관한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살피건대, 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 사건 개정규정이 누구에게나 무효라는 취지가 아니므로 일반적, 추상적 법규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이 사건 개정규정의 적용을 받는 경우 원고는 강의평가 부문도 일정한 기준 이상이 되어야 재임용되거나 정교수로 승진될 수 있게 되므로 이 사건 개정규정이 원고에 대해서도 유효한지는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 ② 피고는 행정청이 아니어서 행정소송법상 의무이행소송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그 전제부터 타당하지 않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에 대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본안에 대한 판단(❸, ❹번 주장)

가.

❸번 주장(이 사건 임용계약 제9조 관련)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개정규정에 재임용 내지 승진 심사시 강의평가가 추가됨으로써 원고의 재임용 내지 승진에 불이익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이 사건 임용계약 제9조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조건의 불리한 변경’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3항은 대학교 교원의 임용에 관하여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약정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재임용에 관하여는 별도로 같은 조 제4항부터 제8항까지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용계약 제9조에서 정한 ‘계약조건’이란 근무기간, 급여 등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3항에서 정한 사항을 의미하고 재임용에 관한 사항은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2)

또한,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재계약 조건 및 절차’가 ‘계약조건’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임용계약 제8조는 ‘재계약 조건 및 절차’에 관하여 ‘원고의 재임용·재계약은 본교 교원인사규정에 따른다’라고만 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교원인사규정’은 재임용·재계약 당시에 시행 중인 교원인사규정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상으로 자연스럽고, 그와 같이 보는 것이 사회통념상으로도 합리적인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재임용 등 당시에 시행 중인 교원인사규정보다도 불리한 규정을 근거로 원고의 재임용 등을 심사하는 경우라야 이를 ‘계약조건의 불리한 변경’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고, 재임용 등 당시의 교원인사규정에 따라 재임용 등을 심사하는 것을 두고 ‘계약조건의 불리한 변경’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나아가,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피고가 우수한 교원의 확보를 위하여 재임용·재계약 기준을 엄격하게 개정하였더라도 원고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원고에 대하여는 개정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못하고 심지어 다른 재임용·재계약 대상자와 서로 다른 심사기준이 적용될 여지마저 있게 되는바, 피고가 이 사건 임용계약 당시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예정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나.

❹번 주장(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관련)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종전규정과 이 사건 개정규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근로기준법 소정의 취업규칙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교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 등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정한 절차를 거쳐야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명칭에 구애받을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취업규칙의 작성·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아래 사항을 취업규칙에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다수의 개별적 근로관계의 처리상 편의를 위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는 사항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고,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향상시키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이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등 참조).

(나)

헌법 제31조 제4항의 대학의 자율은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수단으로서,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이라야 하므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및 특히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한다(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6헌바33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대학교원은 임용기간의 만료로 그의 대학교원으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며, 교육법상 대학교수 등에게는 고도의 전문적인 학식과 교수능력 및 인격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임용기간이 만료되면 임용권자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재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임용기간이 만료된 자를 다시 임용할 것인지 여부는 결국 임용권자의 판단에 따른 자유재량행위에 속한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다706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 개정규정은 피고가 교원 재임용 내지 승진에 관하여 가지는 재량권을 행사할 때 교원의 업적을 평가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평가항목, 평가지표 등을 정한 것으로 취업규칙에 명시되는 근로조건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또한, 이를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으로 본다면, 그 변경시 교원들의 집단적 동의 여부에 따라 기존 교원과 새로 임용되는 교원 사이에 재임용 내지 승진에 관하여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있게 되고, 오히려 재임용 내지 승진의 기준이 불확실해지거나 심사방법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사립학교법에도 재임용 및 승진 평가기준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서울행정법원 2022. 10. 14. 선고 2021구합8595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2. 24. 선고 2019가합547349 판결, 광주고등법원(제주) 2017. 6. 21. 선고 2016나10935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종전규정과 이 사건 개정규정이 근로기준법 소정의 취업규칙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개정규정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야만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개정규정이 원고에 대하여는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을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우정(재판장) 김연수 김현호

각주1) 청구원인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청구에는 ① 위 규정이 일반적으로 무효이므로 원고에게도 효력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청구와 ② 위 규정이 일반적으로 무효는 아니더라도 원고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각주2) 피고는 2020. 2.경 명칭을 ‘학교법인 D’에서 ‘학교법인 B’으로 변경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